요약
이 장은 고려하여야 할 사정을 따져 보지 않은 처분을 어떤 관점에서 심사하는지를 묻는다. 재량권 일탈·남용의 문언과 제재처분 기준의 설정과 공개를 세우고, 기준에 묶이는 형량 판단과 감경 조항 및 고려 사정을 살핀다. 고려 사정을 빠뜨린 판단을 다루고 다음 장에 남긴 관점을 밝힌다.
9.1재량권 일탈·남용의 문언
법 형식의 몫을 확인하고 나면, 곧바로 남는 것은 재량 판단의 내용이다. 그 내용을 다루기 앞서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 취소 사유로 자리 잡는 문언부터 읽어야 한다. 문언이 가리키는 자리를 먼저 가려 두어야, 남은 판단이 어느 자리에서 펼쳐지는지가 분명해진다.
행정소송법 제27조는 재량처분의 취소에 관하여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재량처분이 원칙적으로 처분청의 판단에 맡겨져 있음을 전제로 삼는다. 다만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경우와 그 남용이 있는 경우를 별도로 들고 있다. 문언은 두 경우를 나란히 놓되, 그 어느 쪽에도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결과를 이어 붙인다. 문언에 "라도"가 놓여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재량에 속한다는 사실만으로 처분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님이 여기서 드러난다.
그 결과 조항은 법원의 심사를 받아야 할 관점이 하나가 아니라고 가리킨다.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때라는 표현은 행위의 한계에 관한 관점을, 그 남용이 있는 때라는 표현은 행사의 태양에 관한 관점을 담는다. 두 표현이 한 조문 안에 함께 놓여 있으므로, 법원은 처분청의 판단이 어느 한계를 넘는지를 묻고, 그 한계 안에서 남용이 없는지를 따로 살핀다. 문언이 취소할 "수 있다"고만 한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그 결과는 법원에 맡겨진 것이지, 한계를 넘거나 남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재량처분이라고 하여 심사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며, 다만 심사의 문이 두 갈래로 갈라질 뿐이다.
정의 식당의 처분을 이 문언에 놓고 보면, 처분청이 시행규칙 별표의 기준에 따라 정한 영업정지 2개월이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는 점은 문언의 전제에 든다. 그 뒤 재량권의 한계를 넘었는지, 남용이 있는지가 각각의 관점에서 검토될 자리이다. 다만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는 미정이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도 미정이다. 종업원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받았고 식당이 개업 뒤 첫 위반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사정 역시, 어느 관점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미정으로 남는다. 이 관찰은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재량권 일탈·남용의 문언이 담은 이 구조는, 심사의 관점을 어디에 두는지를 가리키는 일에서 일단 멈춘다. 목적에 어긋난 판단이나 사실을 잘못 안 판단, 비례에 맞지 않는 판단이 어느 관점에서 다루어지는지는 이 문언만으로 정하여지지 않는다. 앞서 읽은 판결요지가 남긴 재량 판단의 내용이 이 문언 아래 두 관점 사이에서 펼쳐질 자리를 확보한 셈이다. 처분청이 별표의 기준을 어떤 테두리로 삼았는지, 그 테두리 안에서 무엇을 고려하였는지가 이 테두리 안에서 다루어진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관점의 자리를 나누는 데 그치고, 각 관점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는지는 다음 논의가 맡는다.
9.2제재처분 기준의 설정과 공개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의 문언이 심사의 관점을 나눈 자리에서, 이제 그 관점이 무엇을 향하는지, 즉 제재처분의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고 무엇을 비추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행정기본법 제22조는 이를 위해 두 층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조문의 제1항은 기준의 원천이 되는 법률에 요구할 것을 적는다. 제22조 제1항은 "제재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는 제재처분의 주체, 사유, 유형 및 상한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어서 "이 경우 제재처분의 유형 및 상한을 정할 때에는 해당 위반행위의 특수성 및 유사한 위반행위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곧 법률이 사유와 유형, 상한을 밝혀 기준의 틀을 세우고, 그 틀 안에서 정하여지는 유형과 상한이 위반행위의 특수성과 형평성을 함께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제2항은 그 기준의 틀 안에서 행정청이 판단할 것을 따로 적는다. 제22조 제2항은 "행정청은 재량이 있는 제재처분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한 뒤, "1. 위반행위의 동기, 목적 및 방법", "2. 위반행위의 결과", "3. 위반행위의 횟수",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차례로 든다(행정기본법 제22조). 이에 따르면 동기와 목적, 방법과 결과, 횟수는 처분청이 놓치지 않아야 할 항목이고, 그 밖의 항목은 법률에서 일러 준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으로 한정된다.
식당이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사안에 이러한 항목을 대입하면, 종업원이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받은 정형은 제1호의 방법에 관한 판단에 자리를 잡고, 개업 뒤 첫 위반으로 기록된 사실은 제3호의 횟수를 살피는 데 쓰인다. 제재처분 유형 및 상한의 설정에 관한 제1항이 위반행위의 특수성을 함께 보라고 한 것은, 이와 같은 정형이 형량에 비쳐야 함을 뜻한다. 다만 처분청이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는 미정이다.
여기서 기준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제22조 제2항 제4호가 그 밖의 사항을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으로 한정하여 적어 두었으므로, 별표에 적히지 않은 항목을 새로 만들어 기준표의 범위를 넓힐 수는 없다. 시행규칙 별표의 기준에 따라 영업정지 2개월이 정하여진 이 사안에서, 별표 바깥의 항목이 판단에 끼어들었다면 그것은 기준표가 적은 항목의 확장이 된다.
한편 제22조는 기준의 설정과 함께 공개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조문의 제1항이 법률에 유형과 상한을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요구한 것은, 처분의 주체와 사유, 유형과 상한이 미리 밖에 드러나 있어야 함을 뜻한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가 미정으로 남은 이 사안에서, 그 공개의 구체적인 모습은 확인되어야 할 사항이다. 확정된 것은 이 제재처분의 유형과 상한이 정하여지며 그 정함에 동기·목적·방법·결과·횟수가 고려 대상으로 놓인다는 구조이다. 이 관찰은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9.3기준에 묶이는 형량 판단
법령이 정한 범위 안에 항목이 놓이는 것을 확인한 뒤, 그 항목이 처분청의 형량 판단을 실제로 어디까지 묶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형량이란 제재의 정도를 정하는 행정청의 판단을 뜻하며, 기준은 그 판단의 출발점을 만든다. 그런데 기준을 정하고 공개하는 요구가 결과의 허용 범위까지 가리키는가, 아니면 판단의 절차와 항목만 가리키는가는 따로 살펴보아야 한다. 이 물음은 위 식당에 정하여진 영업정지 2개월이라는 결과가 어떻게 산출되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된다.
행정기본법 제22조는 제재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 담겨야 할 내용과 행정청이 고려하여야 할 사항을 함께 정한다. 그 중 제1항은 처분의 틀을 요구한다. "제재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는 제재처분의 주체, 사유, 유형 및 상한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재처분의 유형 및 상한을 정할 때에는 해당 위반행위의 특수성 및 유사한 위반행위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행정기본법 제22조). 이 문언은 법률이 정하는 유형과 상한이 먼저 자리를 잡고, 그 안에서 형량이 이루어짐을 말한다. 식당에 대한 영업정지도 이 틀 위에서 정하여진 결과로 보아야 한다.
형량의 내용을 채우는 항목은 같은 조 제2항이 이어 받아 적는다. "행정청은 재량이 있는 제재처분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행정기본법 제22조)고 하면서, 그 항목으로 "위반행위의 동기, 목적 및 방법", "위반행위의 결과", "위반행위의 횟수",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든다 (행정기본법 제22조). 이 가운데 세 번째 항목은 위반행위의 횟수를, 네 번째 항목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준하는 사항을 가리킨다. 식당이 개업 뒤 첫 위반으로 기록된 사실은 이 항목의 틀 안에서 무엇을 뜻하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이 항목들이 형량 판단을 묶는 방식은 무엇인가. 조문은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여 행정청이 항목을 빠뜨리지 않고 살피도록 요구한다. 만일 처분청이 항목 가운데 하나를 따져 보지 않은 채 결과를 정하였다면, 그 판단은 기준에서 벗어난 것이 된다. 다만 항목을 고려하였다 하여 결과가 한 가지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동기와 방법, 결과, 횟수라는 항목은 판단의 방향을 제시할 뿐, 어느 항목이 더 무겁게 작용할지까지는 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준표의 문구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곧 취소에 이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판례가 기준의 구속력을 어디에 두는지는 여기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판례의 문장이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기준에 묶인 형량 판단이 취소 사유로 이어지는 조건을 판례의 말로 옮길 수 없다. 이 점은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례에서 관찰되는 것은, 영업정지 2개월이라는 결과가 제22조가 정한 항목을 거쳐 산출되었는지가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뿐이다.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의 참입 여부도 같은 확인 과정에 놓인다.
그리고 이 관찰은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형량 판단이 기준에 묶인다는 것은 행정청이 정한 항목을 빠뜨리지 않고 살피도록 요구받는다는 뜻이지, 판단의 결과가 하나로 정하여진다는 뜻은 아니다. 위 식당에 대한 처분에서 항목의 고려가 빠졌는지, 어떤 항목이 결과에 작용하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판단의 근거가 무엇으로 채워졌는지가 드러날 때, 비로소 기준에서 벗어났는지를 말할 수 있다.
9.4감경 조항과 고려 사정
형량 판단이 기준에 묶이는 구조를 살핀 뒤에는, 기준표가 정한 감경 사정을 처분청이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가 남는다. 기준표의 감경 조항은 그 자체로 처분청에게 검토의무를 지우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하여 제재처분의 기준을 정한 법문이 고려 사정을 어떻게 배치하였는지부터 본다.
「행정기본법」 제22조 제2항은 처분청이 재량 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확인하여야 할 사정을 열거하여, "행정청은 재량이 있는 제재처분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위반행위의 동기, 목적 및 방법 2. 위반행위의 결과 3. 위반행위의 횟수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라고 규정한다(행정기본법 제22조). 이 규정은 고려 대상의 목록을 제시하면서도 제4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준하는 사정으로 문을 열어 두었다. 고려하여야 할 사정의 범위는 열거된 세 항목에 닫혀 있지 않다.
같은 조 제1항은 기준을 정하는 입법자의 쪽에서 형평성을 요구하여, "이 경우 제재처분의 유형 및 상한을 정할 때에는 해당 위반행위의 특수성 및 유사한 위반행위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행정기본법 제22조). 상한과 유형을 정하는 단계에서 이미 특수성과 형평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놓여 있다. 처분청이 개별 사건에서 징계 양정을 정할 때 이 요구가 무시되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합성 사례에 이 규정을 대입하면, 청소년 주류 판매의 결과와 개업 뒤 첫 위반인 점이 제2항 제2호 및 제3호의 틀 속에서 취급될 여지가 있다. 다만 개업 뒤 첫 위반이 곧 제3호의 '위반행위의 횟수'가 가볍다는 결론에 이르는지는 별개의 판단을 요한다. 사례에서 위조된 신분증이 제시된 사실이 제1호의 '위반행위의 동기, 목적 및 방법'에 어느 정도 자리하는지도 정해진 바 없다. 위 관찰은 곧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한편 시행규칙 별표의 감경 조항에 관한 처분청의 검토 여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었는지 여부,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유사 사례 비교 방법은 미정이다. 제22조 제2항의 각 호가 처분청이 반드시 서면으로 적어야 할 항목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이 규정의 문언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기준표의 감경 조항이 각 호의 사정을 구체화한 것인지, 별도의 요건을 새로 둔 것인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결국 제22조는 기준을 정할 때와 적용할 때 모두 고려 사정을 놓치지 않도록 요구한다. 이 요구가 어느 수준의 검토와 기록을 처분청에 지우는지는 다음 쟁점이 다룰 부분이다.
9.5고려 사정을 빠뜨린 판단
그렇다면 정의 식당에 대한 영업정지 2개월의 정함이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지 여부는, 처분청이 따져 보았어야 할 사정을 빠뜨리지 않았는지에서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 특히 위조된 신분증 제시와 개업 뒤 첫 위반 기록이 처분의 양정에서 제대로 다루어졌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행정기본법 제22조 제2항은 제재처분의 재량 행사에서의 판단 항목을 제시하며, "행정청은 재량이 있는 제재처분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같은 항 제1호는 "위반행위의 동기, 목적 및 방법"을, 제2호는 "위반행위의 결과"를, 제3호는 "위반행위의 횟수"를, 제4호는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각각 적고 있다 (행정기본법 제22조). 이 규정은 처분청이 영업정지의 기간을 정하면서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동기와 방법, 그 결과, 그리고 위반 횟수를 각각 따져 보았어야 함을 뜻한다. 개업 뒤 첫 위반으로 기록된 사정은 제3호의 위반 횟수와 맞닿아 있다.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받은 사정은 제1호의 방법에서 빠뜨릴 수 없다.
같은 조 제1항은 제재처분의 기준을 정하는 법률에 요구되는 내용을 밝히며, "제재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률에는 제재처분의 주체, 사유, 유형 및 상한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재처분의 유형 및 상한을 정할 때에는 해당 위반행위의 특수성 및 유사한 위반행위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행정기본법 제22조). 이는 입법 단계에서 제재의 상한을 정할 때 지켜야 할 요구이면서, 처분청이 상한 안에서 구체적인 정도를 정할 때 참작할 방향을 함께 보여 준다.
그렇다면 재량 판단에서 빠뜨려야 할 사정이 있는지는 행정소송법 제27조가 정한 심사의 관점 안에서 다루어진다. 동 조문은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행정소송법 제27조). 고려하여야 할 사정을 따져 보지 않은 판단은 이 조문의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관한 심사에서 그 자리를 찾는다.
다만 처분청이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는 아직 미정이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비교한 방식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이런 미정 사항을 빠뜨린 판단의 증거로 여기는 것은 섣부르다.
한편으로 고려 사정을 놓친 판단은 목적 위반과 사실 오인의 문제로 곧바로 옮겨 가지 않는다. 아울러 비례 원칙과 평등 원칙의 관점은 이 자리에서 넘겨둔다. 이 단계의 질문은 오직 처분청이 정하여야 할 사정을 실제로 따져 보았는가에 머문다.
따라서 위조 신분증과 첫 위반 기록을 처분청이 양정의 근거로 삼았는지는 자료가 아직 말해 주지 않는다. 고려하여야 할 사정을 빠뜨린 판단이 제27조에 놓이는 자리를 밝힌 데서, 이 물음은 끝난다.
9.6다음 장에 남긴 관점
고려 사정을 빠뜨린 판단이 재량권의 한계와 남용의 심사에서 어디에 놓이는지를 살핀 흐름을 이어받아, 이 관점이 마무리되는 자리를 정리한다. 이 장은 제27조가 말하는 심사의 틀 안에서, 처분청이 따져 보지 않은 사정이 그 판단에 무엇을 남기는지를 묻는 데 힘을 쏟았다.
행정소송법 제27조는 재량처분의 취소 사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처분이라도 재량권의 한계를 넘거나 그 남용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다"(행정소송법 제27조). 이 조문은 재량처분이라도 그 한계를 넘거나 남용이 있으면 법원이 개입할 수 있음을 뜻한다. 다만 이 장은 그 개입의 성립 조건을 확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았고, 고려 사정을 빠뜨린 판단이 이 조문의 어느 관점에 닿는지를 살피는 데 그쳤다.
행정기본법 제22조는 제재처분의 기준을 세우면서 위반행위의 특수성과 유사한 위반행위와의 형평성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였다. 같은 조 제1항은 제재처분의 유형 및 상한을 정할 때에 따를 바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이 경우 제재처분의 유형 및 상한을 정할 때에는 해당 위반행위의 특수성 및 유사한 위반행위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행정기본법 제22조). 이 규정은 유형과 상한을 정하는 자리에서 특수성과 형평성을 함께 헤아리도록 요구한다. 사정을 빠뜨린 판단이 단순한 계산의 문제에 그치지 않음은 이 요구에서 드러난다.
같은 조 제2항은 재량이 있는 제재처분을 할 때에 행정청이 고려하여야 할 사항을 열거한다. 그 열거 가운데 "1. 위반행위의 동기, 목적 및 방법", "2. 위반행위의 결과", "3. 위반행위의 횟수",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라고 정한 부분은, 고려하여야 할 항목이 정해져 있음을 뜻한다 (행정기본법 제22조). 이 열거는 판단의 근거가 될 사정의 범위를 가르쳐 준다. 한 항목을 따져 보지 않은 판단은 그 범위를 좁힌 판단이라는 점이 함께 드러난다.
정의 식당에 대한 영업정지 2개월의 정함을 두고 남은 자리는 이와 같다. 처분청이 시행규칙 별표의 감경 조항 해당 여부를 따져 보았는지와, 별표에 적히지 않은 사정이 재량 판단에 들어갔는지는 미정이다. 처분 사전통지와 처분서에 적힌 이유의 범위, 처분청이 유사 사례를 어떻게 비교하였는지도 미정이다. 다만 이 장이 세운 관점은, 그 미정의 자리가 무엇을 묻도록 만드는지를 가리킨다. 즉, 사정을 빠뜨린 판단이 재량의 한계를 넘는지, 남용에 이르는지는 앞 장의 심사 관점에서만 거론하였고, 그 법적 평가 자체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이 관점을 다음으로 넘길 때 남는 자리는 명확하다.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성립하는지의 판단은 앞 단계의 심사 관점만으로는 닫히지 않는다. 제22조가 요구한 사정의 목록과 형평의 고려를 어떤 틀로 이어 붙일지는, 뒤에 다룰 재량행사 기준의 틀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고려 사정 누락의 관점은 여기에서 제 자리를 찾는다. 처분 사유의 범위와 유사 사례 비교가 미정으로 남은 채로, 관점만이 남는다. 이 관점은 확정된 사실을 세우는 틀이 아니라, 무엇이 남았는지를 드러내는 틀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