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앞 장들에서 읽은 판례의 쟁점을 견주어 절차 하자의 법적 효과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정리한다. 통지 생략의 예외와 의견청취 생략의 요건을 함께 놓고 취소와 무효의 경계를 살핀다.
12.1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자리
앞 절에서 확인한 기재와 방식의 문제가 자리한 자리와는 달리,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은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당사자가 그 내용과 근거를 알고 말을 얹는 절차를 마련한다. 무가 받은 보조금 반환 명령에는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 절차의 공백이 무엇을 빠뜨린 데서 생기는지 읽어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은 처분에 앞서 통지할 내용을 적었다. 같은 조 제4항과 제22조 제1항 내지 제4항은 의견제출의 절차를 두었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이 조문들을 하나로 묶어 인용하며,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내용, 법적 근거를 미리 통지하여야 하고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이를 거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 판결은 이어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설시한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이 인용은 통지가 담아야 할 항목과 예외의 문턱을 함께 가르친다. 이 사례에서 보조금 반환 명령은 통지와 의견제출 기회 없이 내려졌으므로, 그 하자는 예외에 해당하는지에서 출발한다.
같은 판결은 예외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한 장면을 더 보여 준다. 그 사안에서 행정청은 행정지도방식으로 사전고지를 했고 당사자는 자진 폐공을 약속했다. 대법원은 이 사유만으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행정지도방식에 의한 사전고지나 그에 따른 당사자의 자진 폐공의 약속 등의 사유만으로는 사전통지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절차법 소정의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사례에서 무가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한 일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사전고지와 약속이 예외를 채우지 못한 이 장면과 견주어 읽어야 한다.
이 판결이 확인한 또 한 가지는 침해적 행정처분의 자리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은 침해적 행정처분에 사전통지나 의견제출의 기회가 빠진 때에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처분이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음을 밝혔다. 무에 대한 보조금 반환 명령은 의무를 과하는 처분이므로 이 자리에 놓인다. 다만 이 판결이 무의 처분에 그대로 옮겨지는지, 아니면 다른 사정이 끼어드는지는 다음에 남는다. 판결요지가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결여를 무엇에 두는지까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이 빠지면 빠지는 것은 처분의 내용을 미리 알리는 자리이고, 당사자가 처분 전에 말을 얹는 자리이다. 이 사례에서 처분서의 이유란에 관련 법령 위반으로만 적힌 점,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가 확인서의 범위와 같은지가 미정인 점은, 통지가 담아야 할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내용, 법적 근거라는 항목과 맞닿아 있다. 확인서가 의견 청취를 대신할 수 있는지, 감사에서 드러난 정황이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과 같은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이 자리에서 분명한 것은,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공백이 예외에 해당하는 한정된 사유로만 메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예외의 문턱을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에 두었고, 사전고지와 약속만으로는 그 문턱에 닿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무의 처분이 이 문턱을 넘는지의 여부는 그 하자의 법적 효과를 가르는 문제로 이어진다.
12.2절차 하자의 법적 효과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자리를 확인한 뒤에는, 그 자리를 비운 처분에 어떤 효과가 따라붙는지를 묻게 된다. 이 물음에 답할 때,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빠뜨린 침해적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를 다룬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이 판단의 기준을 제공한다. 판결요지는 우선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 제1항 내지 제4항이 정한 통지와 의견제출의 의무를 전제로 삼고 있다.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지켜야 할 사항을 두면서, 위 판결의 요지[1]는 다음과 같이 적시한다.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요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이 기준은 처분 전에 통지하고 의견을 들을 것을 원칙으로 세운다. 그에 따르면 다른 법령이 청문이나 공청회를 따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의견제출의 기회는 별도로 주어져야 한다.
다만 그 원칙에는 한계가 뒤따른다. 같은 요지[1]는 예외의 문을 열어 둔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의 요지[1]는 생략할 수 있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이 문장은 통지와 의견청취를 생략할 수 있는 경우가 조문 안에 함께 놓여 있음을 분명히 한다. 예외가 성립하지 않는 상황에서 통지와 의견제출이 함께 빠진다면, 그 빈자리는 처분의 위법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생긴 하자에 대하여 위 판결은 효력의 방향을 못박는다.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이 말은 위법과 취소 사유가 맞물린 자리에서, 하자가 곧바로 무효로 나아가지 않음을 보여 준다. 판결요지가 제시하는 효과는 취소를 면할 수 없는 위법이며, 무효 사유와 취소 사유를 가르는 기준 자체를 세운 문장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다.
위 판결이 다룬 사건에서 행정청은 온천지구임을 간과하여 지하수개발·이용신고를 수리하였다가,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을 거치지 않고 그 신고수리처분을 취소하고 원상복구명령을 하였다. 요지[2]는 그 사정이 예외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밝힌다. "행정지도방식에 의한 사전고지나 그에 따른 당사자의 자진 폐공의 약속 등의 사유만으로는 사전통지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절차법 소정의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행정지도 방식의 사전고지나 당사자의 약속이 법정 예외를 대신하지 못한 것으로 본 셈이다.
무가 받은 보조금 반환 명령은 침해적 성격의 처분이고,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위 판결이 세운 기준을 여기에 대조하면,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처분은 취소를 면할 수 없는 위법에 놓인다. 다만 위 판결의 결론을 다른 종류의 절차 하자에 그대로 확대할 수는 없다. 판결이 정한 것은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을 빠뜨린 경우에 대한 판단이고, 처분서에 이유를 적지 않았다거나 금액의 산정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는 하자가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여기에서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12.3통지 생략의 예외
절차 하자의 법적 효과를 취소 사유에 두었던 흐름은, 사전통지를 하지 않은 처분에서 예외가 성립하는지로 시선을 옮긴다.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두30687 판결은 그 예외의 사유를 판결요지에서 밝히고 있다.
이 판결은 먼저 침해적 행정처분에 요구되는 통지와 의견제출의 내용을 열거한다. 구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제4항, 제22조를 두고 판결요지는 이렇게 말한다. "구 행정절차법(2012. 10. 22. 법률 제11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에 의하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해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수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아니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두30687 판결) 이 문장이 예외의 사유를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로 한정하여 밝힌다.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생략이 그 예외에 해당하는지의 판단 기준은 다음 문장에서 확인된다. 판결요지는 이어서 말한다. "따라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두30687 판결) 예외에 해당한다는 점은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을 생략한 처분에서 생략의 적법을 방어하는 자리에 놓인다. 통지와 의견제출이 없는 처분은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하고 취소를 면하지 못한다.
판결요지가 예외 사유를 처분의 성질에서 찾은 점은 그 적용 범위를 가늠하는 이정표가 된다. 예외는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좁게 둔다. 감사에서 보조금 집행 내역에 법령 위반 정황이 드러났고,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이 있었다는 사정이 처분의 성질에 해당하는지의 판단은 이 판결요지가 다루지 않았다.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와 처분서에 인용된 법령이 확인서의 범위와 같은지, 확인서가 의견 청취를 대신할 수 있는지도 역시 이 자리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판결요지가 밝힌 것은 예외 사유의 문구와 그 문구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의 법적 결과이며, 사례의 정황에 대한 판단은 따로 주어진 바 없다.
같은 판결은 예외의 범위를 넓히는 읽기를 경계한다. 판결요지는 예외의 성질을 다시 밝힌다.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전부에 대하여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성질상 행정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이나 행정절차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처분의 경우에만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공무원 인사관계 법령에 의한 처분'에 해당하는 별정직 공무원에 대한 직권면직 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두30687 판결) 통지 생략의 예외는 처분의 성질에 묶인다. 그 성질을 넓게 읽어 사례의 정황에 끼워 맞추는 것은 이 판결요지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는다.
12.4의견청취 생략의 요건
통지 생략의 예외를 판결요지에서 확인한 뒤에, 의견청취 생략도 같은 틀에서 판단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은 이 질문에 답하면서, 그 판결요지 [1]에서 의견청취 생략의 일반 원칙을 먼저 밝히고 있다.
위 판결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의 제목’,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의견제출기관의 명칭과 주소’, ‘의견제출기한’ 등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제21조 제1항)"고 하였다. 이어서 "다른 법령 등에서 필수적으로 청문을 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제22조 제3항)" 단, "‘해당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처분의 사전 통지나 의견청취를 하지 않을 수 있다(제21조 제4항, 제22조 제4항)"고 밝혔다. 요컨대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생략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된다.
그 예외가 성립하는지는 위 판결요지 [2]가 다룬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의 판결요지 [2]는 "행정절차법 제21조, 제22조,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의 내용을 행정절차법의 입법 목적과 의견청취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종합적·체계적으로 해석하면,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그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처분의 전제가 되는 ‘일부’ 사실만 증명된 경우이거나 의견청취에 따라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처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라면 위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구청이 보조금 반환을 명령하는 처분의 전제 사실 가운데 일부만 감사에서 확인되었다면, 이 기준에 따라 예외 사유의 성립은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위 판결이 사전통지와 의견청취의 예외 사유를 판단한 구체적 사정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판결요지 [3]은 "관할 시장이 갑에게 구 폐기물관리법 제48조 제1호에 따라 토지에 장기보관 중인 폐기물을 처리할 것을 명령하는 1차, 2차 조치명령을 각각 하였고, 갑이 위 각 조치명령을 불이행하였다고 하여 구 폐기물관리법 위반죄로 유죄판결이 각각 선고·확정되었는데, 이후 관할 시장이 폐기물 방치 실태를 확인하고 별도의 사전 통지와 의견청취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갑에게 폐기물 처리에 관한 3차 조치명령을 한 사안"을 전제한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은 그 사안에서 "갑이 3차 조치명령 이전에 관할 시장으로부터 1차, 2차 조치명령을 받았고, 형사재판절차에서 위 각 조치명령 불이행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2차 조치명령 당시부터는 물론이고, 2차 조치명령 불이행으로 인한 유죄판결 확정 이후부터 3차 조치명령 당시까지 시간적 간격이 있으므로 사정변경의 여지가 있는데, 위 각 유죄판결에 따라 ‘갑이 폐기물을 방치하여 1차 및 2차 조치명령을 받았고 이를 불이행하였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라고 볼 수는 있으나, 나아가 위 유죄판결에 따라 ‘3차 조치명령 당시 토지에 방치된 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처분사유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또한 3차 조치명령의 근거 법률인 폐기물관리법 제48조의 문언과 체제에 비추어 보면 이 규정에 따른 폐기물 처리 조치명령은 재량행위에 해당하므로, 3차 조치명령은 법원의 재판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의견청취가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그 수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제2호에서 정한 사전 통지, 의견청취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기존의 형사판결 확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판결이 처분의 전제 사실을 모두 증명하였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사례에서 무는 감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서에 서명하였다. 그러나 위 판결요지가 밝힌 예외 사유의 요건은 확인서와 같은 문서의 존재가 아니라, 처분의 전제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의견청취가 처분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이다. 무가 서명한 확인서가 의견청취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판결요지에 단정된 부분이 없다. 그 확인서가 어떤 범위의 사실을 담고 있는지, 구청의 보조금 반환 산정 근거와 같은 범위인지도 함께 미정이다.
결국 의견청취 생략은 법령이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해야 성립한다. 그 예외 사유는 좁게 이해된다. 이 사례에서 예외 사유가 성립하는지는 확정할 수 없으므로, 그 판단은 사후로 남는다.
12.5취소와 무효의 경계
의견청취 생략의 예외 요건을 살핀 데서 나아가, 이제 절차적 하자가 처분의 효력을 어디에서 갈라놓는지가 문제이다. 이 물음은 앞에서 본 세 판결이 각기 어느 방향의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견주어 볼 때 비로소 형태를 갖춘다.
먼저 의견청취를 거치지 않은 처분이 갖는 기본 성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두30687 판결은 이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구 행정절차법(2012. 10. 22. 법률 제11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1항, 제4항, 제22조에 의하면,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처리방법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해야 하고, 다른 법령 등에서 필수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도 당사자 등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되, ‘당해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에는 처분의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아니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이 판결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침해적 처분의 귀결을 취소에서 찾는다. 같은 취지는 대법원 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그 판결은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절차 하자가 무효가 아니라 취소 사유로 다뤄지는 점이 두 판결에서 일관된다.
그렇다면 무효와의 경계는 어디에 놓이는가. 세 판결은 절차 하자를 무효의 사유로 직접 거론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7두66602 판결은 예외 요건을 엄격히 읽으면서 그 적용 결과를 취소의 영역에 남겨둔다. 그 판결은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하면서 당사자에게 행정절차법상의 사전 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사전 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여기서 “취소를 면할 수 없다”는 표현은 처분의 존속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취소를 구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둔다.
예외의 범위를 넓게 잡더라도 결론이 무효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2017두66602 판결은 “처분의 전제가 되는 ‘일부’ 사실만 증명된 경우이거나 의견청취에 따라 행정청의 처분 여부나 처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라면 위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예외에 들지 못한 처분은 그대로 취소의 대상이 된다. 같은 논리를 이 사례에 적용하면, 구청이 무에게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고, 처분서의 이유란에 적힌 문구가 사전통지에 담아야 할 사항으로서의 법적 근거를 특정하고 있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예외 요건의 충족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반환 명령은 취소를 면하기 어렵다. 사전통지의 필요 기재사항은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두30687 판결이 “처분하고자 하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를 통지 대상으로 꼽은 절차의 하나이다.
다만 이 자리에서 무효의 기준까지 정리하기는 어렵다. 무가 서명한 확인서가 의견 청취를 대신하는지, 반환 금액의 산정 근거가 확인서 범위와 일치하는지, 감사 정황이 인용된 법령과 같은 것인지는 아직 미정이다. 세 판결이 절차 하자의 효과를 취소에서 확인하고 무효의 경계는 직접 다루지 않았으므로, 이 사례에서 처분의 효력을 무효 쪽으로 옮길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로선 절차 하자가 취소 사유로 작동한다는 기준을 놓고, 그 하자가 무효에 이르는지 판단할 자료는 별도로 모아야 한다.
결국 취소와 무효의 경계는 이 자리에서 절차 하자라는 축으로만 그어진다. 절차를 거치지 않은 침해적 처분은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한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고, 무효에 관한 판단은 이 자료의 판결들이 직접 다루지 않았으므로 남는다. 무의 반환 명령 역시 같은 기준 아래 취소 사유가 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