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가 조사로 얻은 자료의 이용을 묶는 원칙을 묻는다. 제4조의 문언에서 필요한 최소한도의 요구, 목적 외 사용의 제한, 권익 보호와 부담 절감을 차례로 확인한다. 목적과 이용 사이의 간격을 헤아려 제4조가 남기는 경계를 정리한다.
3.1제4조의 문언과 원칙
제4조가 행정조사에 두는 첫 번째 한계는 조사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 제1항은 조사의 범위와 목적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한다. "행정조사는 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문언은 조사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요구하면서, 다른 목적을 위한 조사권 남용을 금지한다. 금융감독원 검사역이 W증권의 직원 경을 조사실에서 심문한 조사가 이 범위 안에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조사대상의 선정에도 원칙이 놓여 있다. 같은 법 제4조 제2항은 "행정기관은 조사목적에 적합하도록 조사대상자를 선정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한다. 조사목적에 적합한 선정이 요구된다는 문언은 경이 조사대상자로 정해진 사정이 조사목적과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따지는 기준을 마련한다. 다만 이 문언은 선정의 절차나 통보의 방식까지 정하지 아니한다.
조사의 중복을 막는 요구도 명문으로 둔다. 제4조 제3항은 "행정기관은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는 공동조사 등을 실시함으로써 행정조사가 중복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경을 상대로 한 심문이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관한 다른 조사와 겹치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조사의 태도에 관한 원칙은 준수 유도에 방점을 둔다. 제4조 제4항은 "행정조사는 법령등의 위반에 대한 처벌보다는 법령등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라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조사의 중점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말할 뿐, 조사 도중에 작성된 문답서가 나중에 형사절차에서 어떻게 다루어질지는 다루지 않는다.
비밀 유지와 목적 외 이용 금지도 같은 조항에 있다. 제4조 제5항은 "다른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행정조사의 대상자 또는 행정조사의 내용을 공표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정하고, 제6항은 "행정기관은 행정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정보를 다른 법률에 따라 내부에서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래의 조사목적 이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한다. 조사로 알게 된 정보의 제공에는 다른 법률에 따른 내부 이용과 다른 기관 제공이 예외로 열려 있으며, 경의 문답서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경위가 그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미정이다.
위 문언들에 비추어 보면 제4조가 행정조사에 요구하는 원칙은 최소한의 범위, 적합한 조사대상 선정, 중복 조사의 방지, 준수 유도의 중점, 비밀 유지와 목적 외 이용 금지로 가려진다. 진술거부권의 고지나 변호사의 참여에 관한 요건은 이 조항의 문언에 들어 있지 아니하다. 경이 받은 안내문과 조사 과정에서 그러한 고지와 참여가 없었던 사정을 제4조의 문언에 붙여 평가하는 일은 이 조항이 정한 원칙의 범위 밖에 있다.
3.2필요한 최소한도의 요구
행정조사의 기본원칙이 규정의 문언에서 그 범위를 가른 뒤에는, 같은 조항이 조사의 규모를 어떻게 한정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 제1항은 조사의 범위에 관한 첫째 문장을 이렇게 둔다. "행정조사는 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행정조사기본법 제4조) 이 문장은 두 가지 요구를 함께 묶는다. 첫째는 조사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실시의 한계로 삼는 것이고, 둘째는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다. 두 요구는 나란히 놓여 있지만 서로 같은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앞의 것은 조사가 담을 수 있는 규모를 가르고, 뒤의 것은 조사권을 쓰는 방향을 가른다. 경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문답 조사가 이 한계 안에서 이루어졌는지, 또 그 조사가 다른 목적으로 남용되었는지는 미정이다.
이 항의 문언은 최소한의 범위를 정할 때 무엇을 축으로 삼는지도 함께 밝힌다. 문장이 내세우는 축은 조사목적의 달성이다. 조사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가 곧 허용되는 최대의 범위이고, 그 바깥은 실시할 수 없는 자리이다. 다만 문언은 조사목적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으며, 필요한 범위를 어느 척도로 잴지도 정하지 않는다. 경에 대한 조사의 목적이 무엇이었고, 그 목적 달성에 어느 범위가 필요했는지는 미정이다.
조사 대상의 선정에도 같은 조항이 요구를 더한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 제2항은 "행정기관은 조사목적에 적합하도록 조사대상자를 선정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법 제4조 제3항은 "행정기관은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는 공동조사 등을 실시함으로써 행정조사가 중복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제2항은 조사목적에 적합한 대상의 선정을 요구한다. 선정의 척도가 조사목적이라는 점에서 이 요구는 제1항과 같은 축 위에 놓인다. 제3항은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한 중복 조사를 피하도록 요구한다. 이 요구는 한 번의 조사로 끝내는 것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조사의 규모를 가늘게 만든다. 조사 대상의 적합한 선정과 중복 조사의 배제는 조사의 필요한 최소한도를 구성한다. 경이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근거와 이 조사가 다른 조사와 겹쳤는지는 미정이다.
조사의 방향에 관한 요구도 같은 항에서 나온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 제4항은 "행정조사는 법령등의 위반에 대한 처벌보다는 법령등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정한다. 이 요구는 조사의 비중이 처벌보다 준수 유도에 놓여야 함을 뜻한다. 무게중심이 준수 유도에 놓이는 한, 조사의 방식은 위반을 밝혀 처벌하는 데 몰두하기보다 법령등의 준수를 끌어내는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 경에 대한 조사의 무게가 어디에 놓였는지에 관하여는 미정이다.
조사에 쓰는 정보의 취급에도 한계가 붙는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 제5항은 "다른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행정조사의 대상자 또는 행정조사의 내용을 공표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한다. 공표와 비밀 누설이 다른 법률에 따르지 않는 한 금지된다. 이 금지는 조사의 실시 자체보다 조사로 얻은 것을 밖에 내놓는 데 붙는 한계이다. 경의 문답서 내용이 공표되었는지에 관하여는 미정이다.
이렇게 보면 필요한 최소한도는 조사의 범위, 대상 선정, 중복 방지, 조사의 비중에 관한 네 가지 요구로 구성된다. 문언은 최소한의 범위와 조사목적 달성을 요구할 뿐, 최소한도를 측정하는 기준이나 허용되는 구체적 조사 범위를 따로 정하지 않는다. 경에 대한 조사의 규모를 이 문언 밖의 기준으로 재는 것은 이 문장의 범위를 넘는다.
3.3목적 외 사용의 제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요구한 다음 문장은 조사로 얻은 정보가 그 조사목적 밖으로 나아가는 일까지 겨냥한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는 조사 과정의 규모에 관한 요구와 나란히 조사 결과의 사용처에 관한 요구를 둔다. 그 문언을 먼저 옮겨 보기에, 같은 법 제4조 제6항은 "행정기관은 행정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정보를 다른 법률에 따라 내부에서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래의 조사목적 이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선을 긋는다. 여기서 금지되는 것은 '원래의 조사목적 이외의 용도로의 이용'과 '타인에게 제공'이다. 이 두 행위가 이 항의 규율 대상이라는 점은 문언이 직접 가리키는 범위다.
그 금지에 두 개의 틈이 열려 있다. 제6항 본문은 '다른 법률에 따라 내부에서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경우를 앞의 금지에서 빼 둔다. 바꾸어 말하면, 원래의 조사목적을 벗어난 이용이라 하더라도 다른 법률에 근거해 기관 안에서 쓰이거나 다른 기관에 건네지는 경우라면 이 항이 막는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 예외의 문언이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이용이나 제공이 '다른 법률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이용의 장소가 '내부'이거나 제공의 상대가 '다른 기관'일 것이라는 점이다. 어느 한 조건이라도 맞지 않는다면 그 행위는 본문의 금지로 되돌아간다.
또한 제6항이 함께 놓이는 맥락도 살펴둘 만하다. 같은 조 제5항은 "다른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행정조사의 대상자 또는 행정조사의 내용을 공표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행정조사기본법 제4조). 공표와 비밀 누설을 다루는 제5항과 이용·제공을 다루는 제6항은 각각 다른 행위를 겨냥하면서도, 모두 '다른 법률'에 따른 경우를 그 규율 밖에 두는 구조를 취한다. 정보가 조사목적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경로를 나누어 다루되, 그 경로가 법률에 근거를 두는지를 함께 묻는 방식이라 읽힌다. 다만 두 항이 요구하는 근거의 내용까지 같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에 사건의 사실관계를 대어 보면, 금융감독원 검사역이 W증권의 직원 경을 조사실에서 회사 업무와 거래 내역에 관해 묻고 그 답을 문답서로 적은 일은 감독 목적의 행정조사 가운데 있었다. 그 문답서는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에 해당한다. 넉 달 뒤 그 문답서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간 것은 그 조사목적 밖으로 자료가 옮겨진 장면에 해당한다. 다만 그 이첩이 '다른 법률에 따라' 이루어진 '다른 기관에 제공'인지, 또 그렇게 넘겨진 문답서가 형사재판에서 어떻게 쓰일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이첩의 절차도 미정으로 남는다. 제6항이 어떤 형태로 적용되는지 판단하려면 그 이첩의 근거와 절차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예외 요건이 갖추어졌는지에 관한 확인 없이 금지의 적용을 단정할 수 없다.
한 가지 더 밝혀둘 것은, 이 항이 '하여서는 아니 된다'의 문형으로 기관의 행위를 규율한다는 점이다. 조사목적 외의 이용과 제공을 금지되는 행위로 부르되, 그 금지를 어겼을 때 어떤 법적 효과가 따라오는지는 이 문장에 적혀 있지 않다. 제6항의 문언은 조사기관에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요구할 뿐, 그 위반의 결과를 법정에서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정하지 않는다. 그 문장이 수사기관이 건네받은 자료를 법정에서 배척하도록 곧바로 이끄는 것은 아니며, 그 문답서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평가는 조문의 문언 바깥에서 별도로 논의되어야 할 영역으로 남는다. 이 관찰은 경의 진술 내용이 무엇을 담았는지와 무관하게, 조사목적 외 이용의 한계를 그 문언이 어디까지 긋는지에 관한 것이다.
3.4권익 보호와 부담 절감
목적 외 사용의 제한이 조사목적 이외의 용도로의 이용과 제공을 묶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면, 이와 나란히 놓인 문언이 조사대상자 개인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는 조사를 실시하는 기관의 행위 방식뿐 아니라 조사대상자의 지위에 관한 문장도 함께 두고 있다. 그 문장이 보호라는 말을 어떤 형태의 의무로 옮겼는지, 그리고 그 의무에 어떤 수단을 붙였는지가 이 자리에서 확인할 대목이다.
우선 그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 제1항은 "행정조사는 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이는 조사의 허용 범위를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한정하면서, 남용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조사대상자의 부담을 막는다. 이 사례에서 검사역이 경을 조사실에 앉혀 둔 시간과 질문의 범위가 이 최소한의 한도 안에 있었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부담을 줄이는 의무는 한정의 형태만이 아니다. 같은 조 제3항은 "행정기관은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는 공동조사 등을 실시함으로써 행정조사가 중복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행정조사기본법 제4조). 같은 사안에 관해 두 번 불리는 일을 막는 것이 조사대상자에 대한 배려의 한 갈래임을 이 문장이 분명히 한다. 경이 같은 거래 내역으로 이미 다른 자리에서 조사를 받았다면 그 사실이 이 항의 적용과 무관하지 않겠으나, 그런 중복이 있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조사의 목적 자체도 조사대상자의 권익에 맞춰져야 한다. 제4조 제2항은 "행정기관은 조사목적에 적합하도록 조사대상자를 선정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잘못된 상대를 부르는 일을 막는 것이 곧 그 사람의 권익을 지키는 일임을 이 문장이 드러낸다. 경이 이 거래 건으로 조사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적합했는지는 이 사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조사의 성격 자체를 완화하는 방향의 원칙도 놓여 있다. 제4조 제4항은 "행정조사는 법령등의 위반에 대한 처벌보다는 법령등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둔다. 처벌이 아니라 준수의 유도에 무게를 두는 것이 조사대상자에게 가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경 앞의 안내문이 제재를 언급하며 조사 응용을 요구한 점이 이 원칙과 어떤 관계에 놓이는지는 판단하지 아니한다.
끝으로 비밀의 보호도 조사대상자의 권익을 지키는 장치다. 제4조 제5항은 "다른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행정조사의 대상자 또는 행정조사의 내용을 공표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한다. 조사의 사실과 내용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조사대상자의 지위를 보전하는 일임을 이 문장이 분명히 한다. 경의 문답서가 넉 달 뒤 수사기관에 넘어간 경위가 이 항의 뜻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이 항의 문언만으로는 다 정해지지 않는다.
이상의 문언들이 두는 것은 한정과 유도와 비밀의 보호 같은 원칙의 선언이다. 조사 전 진술거부권의 고지나 변호사의 참여 같은 구체적 절차가 조문에 함께 놓여 있는 것은 아니며, 이는 이 조항이 그런 수단을 두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에게 그런 안내가 없었음이 확인된 이상, 그 결여가 이 조항의 원칙과 어떻게 만나는지 판단하려면 다른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3.5목적과 이용 사이의 간격
권익 보호와 부담 절감이 조사의 최소 범위 안에서 비로소 모양을 갖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시선은 이 범위가 끝나는 자리로 옮겨 간다. 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만 행정조사가 실시되어야 한다는 제한이, 그 목적 밖에서 얻은 자료를 막는 장치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문언의 구조에서 살핀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는 그 장치를 직접 쓰고 있다. 목적 외 이용이 어떤 경우에 막히는지 분간하는 문장으로서, 동법 제4조 제6항은 "행정기관은 행정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정보를 다른 법률에 따라 내부에서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래의 조사목적 이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쓰임을 막는 방식으로 자료를 묶어 두고 있으며, 막힌 쓰임과 허락된 쓰임의 경계는 '원래의 조사목적'이라는 기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앞에서 본 최소 범위의 기준과, 여기서 이용의 경계를 긋는 기준은 같은 문구를 공유한다. 최소 범위의 문언을 함께 읽어 두면, 동법 제4조 제1항은 "행정조사는 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선언한다. 조사의 범위와 자료의 이용은 모두 '조사목적'을 붙잡고 있고, '다른 목적'이 들어오는 자리에서 두 가지 한계가 함께 작동한다.
문언상 조사목적은 조사의 착수와 자료의 쓰임을 동시에 가르는 축이 된다. 같은 축을 조사의 선택에도 끌어다 놓은 조항이 있다. 조사대상자 선정에 관하여 동법 제4조 제2항은 "행정기관은 조사목적에 적합하도록 조사대상자를 선정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둔다. 이에 따르면 목적은 자료를 모을 때뿐 아니라 모은 자료를 뒤에 어떻게 둘지도 정하는 자리에 서 있다.
그러나 이 문언만으로는 '감독 목적'과 '수사 목적'을 가르는 기준이 정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조항이 '원래의 조사목적'을 들면서 그 목적을 어떤 낱말로 부를지, 어떤 절차로 확정할지를 함께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례에서 조사가 감독 목적으로만 이루어졌는지, 또 넉 달 뒤 수사기관으로의 이첩이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그 문답서가 형사재판에서 채택될지도 미정이며, 경의 진술을 거부할 수 있었는지에 관해서도 확인된 사실이 없다.
따라서 목적 외 이용 제한의 문언은 이용을 막는 자리를 보여 주는 데까지 읽힌다. 조사목적의 구체적 내용과 이첩의 근거는 여기서 밝혀지지 않았다. 그 자리를 제4조의 문언 안에서 채우지 않고, 다음 논의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묻는 일에 남겨 둔다.
3.6제4조가 남긴 경계
목적 외 이용이 어느 선까지 제4조에 묶이는지 살핀 결과, 이제 그 문언이 어디서 멈추는지가 남았다. 제4조 제6항은 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정보의 이용과 제공을 규율한다.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는 그 이용의 경계를 다음과 같이 긋는다. "행정기관은 행정조사를 통하여 알게 된 정보를 다른 법률에 따라 내부에서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래의 조사목적 이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문언이 말하는 것은 이용과 제공의 방향이지, 그 이용이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쓰일 때의 효력이 아니다.
같은 조가 조사 자체의 범위도 다룬다. 조사의 수행에 관한 한, 제1항은 조사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요구하면서 남용을 금지한다. "행정조사는 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규정은 조사가 넓어지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조사에서 얻은 것이 법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는 이 문언이 놓고 있는 자리에 없다.
조사의 절차와 수단에 관한 요구도 제4조 안에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대상자 선정과 중복조사 금지, 준수 유도의 중점, 공표와 비밀누설의 제한이 각 항에 놓여 있다. 그 어느 항도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람의 지위나 진술의 강제 여부, 변호사의 참여 같은 절차적 보호를 정하지 않았다. 제4조는 조사의 원칙을 세우면서 그 원칙의 바깥에 놓인 물음은 남겨 둔다.
경의 조사를 놓고 보면, 안내문에 적힌 제재의 예고와 진술거부권 고지의 부재는 제4조의 문언으로는 읽히지 않는다. 문답서가 넉 달 뒤 수사기관으로 넘어간 경위와 그 이첩의 근거 역시 제4조가 답하는 자리에 있지 않다. 제4조 제6항이 다른 법률에 따른 다른 기관 제공을 예외로 두었다는 사실은, 그 예외가 어떤 법률에 근거하여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이 조문이 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제4조가 남기는 경계는 명확하다. 조사의 범위와 방향, 그리고 조사에서 얻은 정보의 이용·제공을 원칙으로 규율하되, 그 정보가 형사절차에서 어떤 자격으로 놓이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경의 문답서가 법정에서 채택될지, 그 채택의 요건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미정으로 남는다. 그 지점의 규율을 제4조에서 끌어낼 수 없으므로, 근거의 문제로 그대로 남겨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