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상대방인 소송에서 비용 부담이 어떻게 놓이는지를 묻는다. 행정소송법 제32조와 민사소송법 제99조의 문언을 놓고, 제32조의 비용 배분 문언과 승소한 공공기관의 자리, 두 조문의 맞물림을 읽는다. 비용 회수가 제한되어야 하는지의 판단은 뒤의 설계 장에 남긴다.
10.1국가를 상대한 비용의 문헌
지자체의 회수 여부와 확정될 액수를 자료가 답하지 못한 채 남겨 둔 데서, 이번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상대방인 소송의 비용을 두 법조문이 어떻게 적고 있는지 확인한다. 앞서 주민 300명의 부담을 대조할 때 읽은 두 조문을 이제 같은 자리에 나란히 놓고 그 문언의 위치를 살핀다. 한쪽은 행정소송의 특수한 경우를, 다른 쪽은 민사소송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다룬다.
행정소송법 제32조는 비용 부담의 귀속을 두 가지 경우에 한정하여 규정한다. 그 조문에 따르면 "제32조(소송비용의 부담) 취소청구가 제28조의 규정에 의하여 기각되거나 행정청이 처분등을 취소 또는 변경함으로 인하여 청구가 각하 또는 기각된 경우에는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행정소송법 제32조) 이 문언은 비용을 피고가 부담하도록 한 두 경우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피고인 소송의 비용 부담을 읽을 때는 이 나열된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문제된다.
그런데 이 조문에는 두 경우 밖의 상황에서 비용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한 문언이 들어 있지 않다. 합성 사례에서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적고 있고(합성 사례), 제32조가 적은 두 경우와 같은 형태인지 여부는 판결의 주문이 설시하는 바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제32조만으로는 주문에 적힌 부담이 어떤 법리에 따라 정해졌는지를 온전히 읽어내기 어렵다. 이 점은 조문의 한계로 남는다.
민사소송법 제99조는 반대로 사정에 따른 예외를 규정한다. 이 조문은 "법원은 사정에 따라 승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그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 또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99조) 이 문언은 승소한 당사자라 하더라도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할 수 있음을 예정한다. 판결 주문의 끝줄이 소송비용을 승소 당사자가 아닌 쪽에 놓는 경우와 방향이 맞닿는다.
다만 민사소송법 제99조가 적은 두 가지 행위, 즉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와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소송에서의 사정에 따라 정해진다. 이 조문은 기준의 문언만을 제시할 뿐, 확정될 액수나 회수의 절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회의록에 적힌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되는지, 지방자치단체가 그것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하는 물음은 이 두 조문의 문언만으로는 닫히지 않는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한 소송에서 비용 부담을 읽는 일은 그래서 두 방향에서 진행된다. 한쪽 방향은 행정소송법 제32조가 한정한 두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며, 다른 방향은 민사소송법 제99조가 규정한 사정에 따른 예외가 적용되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합성 사례에서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가 하는 물음은 두 조문 모두가 직접 적고 있지 않다. 앞 단위가 남겨 둔 물음의 자리가 이렇게 유지되는 한, 이 장이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조문이 적은 범위에 그친다.
10.2제32조의 비용 배분 문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비용 부담의 준거가 되는 조문을 살핀 뒤, 이제 그 문언이 당사자 사이에 비용을 어떻게 놓는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 행정소송법 제32조는 제목을 "소송비용의 부담"이라 달고 한 문장으로 짜여 있다. 이 조의 문언은 다음과 같다. 행정소송법 제32조는 "취소청구가 제28조의 규정에 의하여 기각되거나 행정청이 처분등을 취소 또는 변경함으로 인하여 청구가 각하 또는 기각된 경우에는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고 적는다.
앞 단위에서 두 조문을 한 벌로 놓고 읽었으므로, 제32조가 여기서 다루는 장면을 문언의 순서에 따라 펼쳐 본다. 조문이 여는 가정은 하나가 아니다. 첫째로 "취소청구가 제28조의 규정에 의하여 기각되거나"(행정소송법 제32조)라는 경우가 놓이고, 둘째로 "행정청이 처분등을 취소 또는 변경함으로 인하여 청구가 각하 또는 기각된"(행정소송법 제32조) 경우가 잇따른다. 두 가정은 "…거나 …에는"의 짝으로 묶여 같은 결과를 향한다.
두 경우 가운데 어느 쪽이 해당하든 조문이 정한 결과는 하나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행정소송법 제32조)라는 문장이 그 결과를 적는다. 제32조는 이 문장에서 부담자를 "피고"로 특정한다. 따라서 소각장 허가를 다툰 주민 300명의 소송에서 취소청구가 제28조에 의하여 기각되었다면, 조문에 따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놓인다. 같은 결과가 행정청이 처분등을 취소 또는 변경함으로 인하여 청구가 각하되거나 기각된 경우에도 적힌다.
한편 앞 장면의 판결 주문 끝줄은 소각장 허가를 다툰 소송의 비용을 어느 당사자에게 놓을지 표기하면서, 관찰된 바에 따르면 그 줄의 끝에 소송비용의 부담자를 적어 두었다. 관찰된 판결문의 표기와 제32조가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고 적은 문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 여지가 있다. 이 글의 일은 문언을 펼쳐 읽는 것이므로, 주문의 표기와 조문의 문언이 갈리는 까닭은 여기서 결론 내지 않는다. 다만 제32조가 비용을 놓는 자리를 당사자 사이의 "피고"로 적고 있는 것만큼은 문언에서 확인된다.
조문에 없는 것은 만들지 않기로 한다. 제32조는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고 적으면서 그 부담이 당사자 몇 사이에서 어떤 비율로 나뉠지, 확정된 비용을 어떤 절차로 거두어 갈지에 대해서는 말을 보태지 않는다. 석 달 뒤 신청된 변호사 보수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 것인지,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도 문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회의록에 금액이 적힌 것은 관찰된 사실이고, 조문이 그 사실에 법적 결과를 더한 것은 아니다.
옆 마을이 다음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관찰된 것은 주민 300명의 소송에서 주문 끝줄이 그렇게 적혔고, 뒤이어 비용 확정 신청이 있었으며, 옆 마을이 회의를 멈추었다는 사실의 나열뿐이다. 어떤 항목이 확정 손해이고 누가 고의를 가졌다는 법적 평가는 여기에 더하지 않는다. 제32조의 문언이 가르치는 범위는, 정해진 경우에 소송비용을 피고의 부담으로 놓는다는 것에 한정된다.
10.3승소한 공공기관의 자리
비용이 원고에게 놓이는 경우는 제32조 문언 밖에 남는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선 피고가 무엇을 내어놓느냐는 조문의 다음 얼굴을 읽어야 한다. 행정소송법 제32조는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해 이렇게 적는다. "제32조(소송비용의 부담) 취소청구가 제28조의 규정에 의하여 기각되거나 행정청이 처분등을 취소 또는 변경함으로 인하여 청구가 각하 또는 기각된 경우에는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문장은 비용을 피고에게 놓는 두 가지 앞부분을 가리킬 뿐이고, 승소한 공공기관이 원고로부터 비용을 받는 뒷자리는 여기에 적혀 있지 않다. 문언이 가리키는 자리는 비용이 피고에게 놓이는 경우 한정이다. 그 반대편에 놓이는 자리의 내용은 이 조문이 대신 적어주지 않는다.
주민 300명이 낸 소각장 허가 취소 소송의 주문은 비용을 원고들에게 놓았다. 그 주문이 읽어내는 것은 문언의 반대쪽뿐이다. 즉, 기각 또는 각하의 결과 아래에서 원고들이 부담한다는 표기가 섰다는 사실이고, 그 표기가 곧 공공기관인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무엇을 회수하는지까지 적어둔 것은 아니다. 부담의 표기와 회수의 근거는 서로 다른 물음이다. 전자는 소송비용이 누구의 몫으로 남는지를 가리키고, 후자는 그 몫을 누가 거두어 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제32조의 문언은 앞의 물음에만 자리를 내준다.
문언의 형식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조문은 비용을 피고의 부담으로 하는 경우를 나열한 뒤 그 결론만 적는다. 그러한 방식에서는, 나열된 경우에 들지 않는 자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다. 승소한 공공기관이 원고 쪽에 놓인 비용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이 나열의 바깥에 있다. 바깥에 놓인 것은 공백이고, 그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는 석 달 뒤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 이 숫자는 신청된 액수일 뿐이고,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되는지는 이 자리에서 결정되어 있지 않다. 신청된 액수와 확정된 액수는 서로 다른 단계에 놓인다. 전자는 신청인이 내놓은 표시이고, 후자는 확정 절차가 끝난 뒤에 비로소 서는 표시다. 두 표시 사이의 거리는 제32조의 문언이 메워주지 않는다.
그 문언은 비용의 부담을 정할 뿐이고, 부담된 비용을 어떻게 확정하고 어떻게 회수하는지를 적지 않는다. 회수의 절차, 회수의 한계, 확정 신청이 가질 효력은 이 조문의 문장 안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가 4,200만 원 가운데 얼마를 실제로 거두어 갈 수 있는지, 그 회수가 제한되어야 하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은 채 남는다.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뉘는지 역시 문언이 답하지 않은 영역이다. 주문은 원고들이 비용을 부담한다고만 적혔고, 300명 사이의 비율에 대해서는 아무 표기가 없다. 주문의 표기가 가리키는 것은 원고들이 하나의 편으로서 비용을 떠안는다는 사실뿐이다. 그 편의 안쪽에서 몇 사람이 얼마씩 나누는가는 이 표기의 바깥에 있다. 그러므로 누가 얼마를 떠안을지는 이 문언만으로 미정이다.
옆 마을이 회의를 멈춘 것은 관찰된 사실이다. 그 마을이 소송을 낼지, 지방자치단체가 회수에 나설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회수가 제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기서 결론을 내지 않고, 그 판단은 예외 규정의 자리를 읽은 뒤에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 확인되는 것은 제32조가 승소한 공공기관의 자리를 문언으로 열어두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다음에 읽게 될 예외 문언의 모양에 따라 달라진다.
10.4제99조 예외 규정 읽기
행정소송법 제32조가 공공기관의 승소를 비용 부담의 문언에 어떻게 새기는지를 살핀 자리에서, 이제 민사소송법 제99조가 예외를 적어 놓은 자리를 문언으로 읽는다. 이 조문은 승소한 당사자를 기준으로 하되, 승소라는 결과에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문장을 잇는다.
민사소송법 제99조는 제목을 "원칙에 대한 예외"로 달고, 그 안에 승소한 당사자의 비용 부담 범위를 한 문장에 담는다. 조문이 원칙과 예외의 관계를 어떻게 놓는지 보기 위하여 문언 전체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법원은 사정에 따라 승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그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 또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 이 인용은 예외의 요건과 한정을 함께 담고 있다.
이 문언은 승소한 당사자에게 부담을 돌리는 두 경우를 한 문장 안에서 나란히 놓는다. 첫째는 승소한 당사자 자신의 권리에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생긴 소송비용이고, 둘째는 상대방의 권리 보전에 필요한 행위로 생긴 소송비용이다. 앞의 경우는 승소한 당사자가 불필요하게 늘린 비용을 스스로 삼게 되는 자리이고, 뒤의 경우는 상대방이 마땅히 치러야 했던 비용까지 승소한 당사자가 떠안게 되는 자리다. 두 경우 모두 법원이 사정에 따라 판단하며, 그 범위는 전부나 일부에 이를 수 있다. 문언상 법원의 선택을 전제로 하되, 승소라는 결과만으로는 비용 부담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는 자리가 열린다.
조문의 배치를 함께 보면, 제목이 "원칙에 대한 예외"라고 적힌 것은 이 조문이 비용 부담의 기본 배분을 뒤집는 문으로 쓰였음을 말한다. 다만 제목이 원칙의 내용 자체를 적고 있지는 않다. 문언은 예외가 성립하는 두 경우를 나열하고 법원의 판단을 전제로 둘 뿐, 그 원칙이 무엇인지를 대신 설명하지 않는다. 예외의 문턱은 이 조문 안에서만 읽힌다.
다만 이 문언은 승소한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다. 소가 각하되거나 인용되지 않은 경우의 비용 부담은 따로 읽어야 하며,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아울러 필요한 행위와 그렇지 아니한 행위를 가르는 기준 자체는 조문에 드러나 있지 않다. 그 구분은 사안마다 판단의 몫으로 남고, 문언은 그 판단이 가능함을 예정하는 자리만을 둔다.
지방자치단체가 승소한 뒤 신청한 변호사 보수의 확정을 두고, 이 조문의 예외가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는다. 회의록에 적힌 금액과 실제 회수의 가능성, 주민 사이의 부담 배분도 미정으로 남는다. 여기서는 조문이 예외를 어디에, 어떤 조건과 함께 두었는지만을 확인한 셈이다.
10.5두 조문의 맞물림
예외의 자리를 문언에서 확인한 뒤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그 예외와 다른 조문이 놓이는 순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사례에서 주민 300명은 소각장 허가를 다투는 소송을 냈고, 판결 주문의 끝줄에 소송비용이 원고들의 부담으로 정해졌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 우선 적용되는 조문이 무엇인지가 이 사례의 첫 질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소송법 제32조는 소송비용의 부담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제32조(소송비용의 부담) 취소청구가 제28조의 규정에 의하여 기각되거나 행정청이 처분등을 취소 또는 변경함으로 인하여 청구가 각하 또는 기각된 경우에는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조문은 기각이나 각하의 두 경우에 소송비용이 피고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결과를 적는다. 주민 300명이 낸 소송에서 판결 주문이 원고들의 부담을 적었다면, 그 주문은 이 조문이 그리는 결과와 다른 방향이다. 다만 주문이 어떻게 나왔는지 그 이유는 이 사례의 사실로 적힌 바 없다.
같은 소송에서 민사소송법 제99조는 원칙에 대한 예외를 다음과 같은 문언으로 둔다. "제99조(원칙에 대한 예외) 법원은 사정에 따라 승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그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 또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 이 조문은 법원이 사정을 보아 승소한 당사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다고 적는다. 문언상으로는 소송의 종류를 가르지 않고, 사정을 본다는 점이 앞 조문과 다른 자리다.
두 조문을 나란히 놓으면, 행정소송법 제32조는 비용 부담의 결과를 정하고, 민사소송법 제99조는 그 결과에서 벗어나는 길을 적는다. 앞의 예외 조문이 원칙에 붙는 자리와 같은 구조로, 뒤의 조문이 앞의 조문에 붙는 자리라 보인다. 이 사례에서 주민 300명의 소송비용이 4,200만 원 가운데 얼마로 확정될지는 미정이고,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의 확정을 신청해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힌 것은 관찰된 사실이다. 어느 조문이 어느 조문에 먼저 놓이는지에 대한 새로운 규칙은 두 문언에서 새로 세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두 조문을 함께 읽은 결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소송비용의 부담은 제32조가 그리는 자리에서 출발하고, 제99조가 그 자리를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지,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지,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지는 모두 미정이다. 두 조문의 맞물림을 정리하는 일은 여기까지다.
10.6설계 장으로 남기는 물음
두 조문의 적용 순서를 정리한 데서 멈추지 않고, 이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비용 부담이 실제로 어떻게 남는지 묻는다. 합성 사례에서 석 달 뒤에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 신청이 있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 그 금액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지는 미정이다.
먼저, 기각되는 경우에 피고가 비용을 떠안는다는 문언을 행정소송법 제32조에서 확인한다. 같은 조문은 "취소청구가 제28조의 규정에 의하여 기각되거나 행정청이 처분등을 취소 또는 변경함으로 인하여 청구가 각하 또는 기각된 경우에는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고 정한다(행정소송법 제32조). 이 문언이 펼쳐 두는 경우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제28조에 의한 기각이고, 둘째는 처분 등의 취소에 따라 청구가 각하된 경우이며, 셋째는 처분 등의 취소 또는 변경에 따라 청구가 기각된 경우이다. 이 사례의 판결 주문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었으므로, 제32조가 정한 세 경우 가운데 어느 것에 해당한다는 평가는 적힌 사실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판결 주문에 남은 문구만으로 비용 부담이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 알 수 없으며, 그 이유는 미정이다.
그다음으로, 승소한 쪽이라도 비용을 나눌 수 있다는 문언을 민사소송법 제99조에서 읽는다. 같은 조문은 "법원은 사정에 따라 승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그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 또는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민사소송법 제99조). 이 문언은 나눌 수 있는 비용을 두 갈래로 가르는 듯 보인다. 한쪽은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아니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이다. 다른 한쪽은 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말미암은 소송비용이다. 어느 쪽이든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을 부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언이 문 여는 폭은 넓다. 다만 이 문언은 법원이 사정에 따라 할 수 있다고만 정할 뿐, 사정이 무엇인지 적지 않는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피고인 소송에서 이 문언이 언제 손에 잡히는지는, 이 사례만으로는 미정이다.
다음으로, 확정 신청에서 무엇이 실제로 묻히는지를 살핀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금액은 4,200만 원이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 회의록에 금액이 적혔다는 사실만으로 그 금액 전체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된다고 읽을 수 없다. 앞서 본 제32조와 제99조 가운데 어느 문언이 이 확정 신청에 놓이는지, 두 문언이 함께 놓이는지 역시 적힌 사실에서 가려지지 않는다. 신청된 금액 가운데 어느 부분이 소송비용에 들고 어느 부분이 들지 않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어서, 주민 300명이 함께 낸 소송이라는 모양이 비용 부담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본다.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한다고 적었다. 여기서 원고들은 300명이라는 사실이 관찰되어 있다. 그러나 원고들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뉘는지에 대해서는 적힌 사실이 없다. 한 사람이 전부를 떠앉는지, 인원대로 나뉘는지, 다른 기준이 놓이는지는 미정이다. 제32조는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고만 적고 제99조는 승소한 당사자로 하여금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만 적으므로, 두 문언만으로 원고들 사이의 나눔을 세세하게 정할 수 없다.
끝으로, 회수와 분담의 자리를 남겨 둔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지는 모두 미정이다. 옆 마을이 회의를 멈추었다는 사실은 관찰되어 있으나, 그 멈춤이 법적으로 무엇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확인한 두 조문의 문언이 이 물음들 가운데 어느 것에 답을 주는지 밝히는 일은, 관찰된 사실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적은 것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다. 소각장 허가를 다투는 소송에서 4,200만 원이 회의록에 적혔다는 점과 그 신청이 석 달 뒤 있었다는 점이 확인될 뿐, 어떤 항목이 확정 손해이고 누가 고의를 가졌다는 평가는 내려지지 않았다. 주민 300명이 함께 낸 소송의 비용 부담이 국가를 상대로 한 자리에서 어떻게 남는지는, 앞서 읽은 두 조문의 문언이 사실에 맞닿는 자리에서만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