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권이 닫지 못한 물음과, 무엇이 확인되면 분석을 다시 읽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공익성의 판단 시점, 공공기관의 보수 회수, 조문의 재량이 공익 사정을 담아 내는 한계를 남는 물음으로 정리한다. 조문의 개정이나 확정 절차의 운용이 확인되면 이 권의 분석을 다시 검토한다.
14.1남은 물음의 목록
지나온 자리가 남긴 물음을 한 자리에 모아 두어야 다음 판단이 흔들리지 않는다. 공익소송의 비용 문제는 세 조문이 각기 다른 자리를 맡아 다루고 있다. 이들 조문이 무엇을 결정하고 무엇을 비워 두는지를 가려내면, 미정으로 남은 항목의 성격도 분명해진다.
먼저 비용부담의 근거를 묻는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부담의 원칙에서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라고 정한다. 조문은 부담자를 패소 당사자로 한정할 뿐, 부담의 범위나 당사자 사이의 분배 기준을 더 들지 않는다. 따라서 주민 300명이 원고로 섰다가 패소한 사안에서 누가 얼마를 나누어 부담할지는 이 조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다음으로 확정의 절차를 묻는다. 민사소송법 제110조는 소송비용액의 확정결정에서 "①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하는 재판에서 그 액수가 정하여지지 아니한 경우에 제1심 법원은 그 재판이 확정되거나,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이 집행력을 갖게된 후에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결정으로 그 소송비용액을 확정한다"라고 정하고, "②제1항의 확정결정을 신청할 때에는 비용계산서, 그 등본과 비용액을 소명하는 데 필요한 서면을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서면을 요구하며, "③제1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라고 구제 수단을 둔다. 확정은 패소 판결이 아니라 별도의 신청과 결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지방자치단체가 석 달 뒤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한 일은 이 절차에 따른 행위로 보일 뿐, 그 금액 전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산입액의 조정을 묻는다.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제6조는 재량에 의한 조정에서 "① 제3조 및 제5조의 금액 전부를 소송비용에 산입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상당한 정도까지 감액 산정할 수 있다"라고 감액의 여지를 열고, "② 법원은 제3조의 금액이 소송의 특성 및 이에 따른 소송대리인의 선임 필요성, 당사자가 실제 지출한 변호사보수 등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게 낮은 금액이라고 인정하는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위 금액의 2분의 1 한도에서 이를 증액할 수 있다"라고 증액의 조건과 한도를 밝힌다. 회의록에 적힌 4,200만 원은 신청액에 해당할 뿐, 법원이 그대로 확정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세 조문이 비워 두는 자리가 드러난다. 소각장 허가를 다투는 소송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 것인지,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은 이들 조문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그 항목들은 미정으로 남는다. 여기 적은 것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어떤 항목이 확정 손해이고 누가 고의를 가졌다는 법적 평가는 아니다.
14.2공익성의 판단 시점
남은 물음 가운데 하나는 비용부담 원칙이 적용되는 그 지점에 공익성이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였다. 민사소송법 제98조의 소송비용부담의 원칙은 비용의 귀속을 한 문장으로 정한다.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민사소송법 제98조). 이 문장은 비용을 누가 질지를 패소 여부로 가른다. 소송이 왜 시작되었는지, 어떤 목적이 다퉈졌는지는 이 문장의 요건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합성 사례에서 판결 주문의 끝줄이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로 정리된 까닭은 주민 300명이 패소한 데 있다. 이들이 소각장 허가를 다툰 목적은 비용부담의 근거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익성은 언제 헤아려지는 것인가. 제98조는 비용부담이 가려지는 지점을 패소가 확정되는 판결의 지점으로 정할 뿐이다. 조문은 소를 제기한 때를 별도의 판단 기준으로 두지 않는다. 소가 계속된 동안의 사정을 따로 헤아리는 문장도 없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주민 300명이 내세운 공익은 제98조가 적용되는 판단 속에 자리를 얻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의 확정을 신청한 때는 판결 뒤 석 달이 지난 뒤이다. 그 시점에 공익성이 새로 고려되는 자리를 조문이 열어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98조의 문장이 판단 시점에 관해 더 말하는 것이 있는지도 살핀다. 조문은 소송비용의 범위나 산정의 시기를 밝히지 않고, 부담의 귀속만을 정한다(민사소송법 제98조). 여기에 공익성이라는 낱말은 등장하지 않는다. 공익성을 판단 시점에 따라 달리 정하는 기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다. 따라서 공익성을 언제 헤아릴 것인지에 관한 기준을 이 조문에서 새로 만들어 읽을 수는 없다. 그 자리는 조문이 비워 둔 채로 남는다.
비용액을 확정하는 자리에서 공익성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는 별도로 확인되어 있다. 서울고등법원 판례위원회, 서울고등법원 판결속보 제1 내지 12호 통합본, 2021라21374 소송비용액확정은 공익소송임을 이유로 한 변호사비용 감액의 여부를 쟁점으로 삼는다. 그 판단은 다음과 같다. "민사소송법, 민사소송비용법, 민사소송 등 인지법, 민사소송규칙, 민사소송비용규칙,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 변호사보수규칙 등 소송비용액을 직·간접적으로 규율하는 제반 규정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공익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한 당사자에 대한 소송비용 부담액 경감 근거를 찾을 수 없음". 같은 자료는 또 다음과 같이 밝힌다. "법원이 사건을 완결하는 재판을 하면서 소송비용에 관한 재판을 함에 있어서는, 소송비용의 패소자부담 등 민사소송법이 정한 원칙과 함께 소송의 형태와 경과, 상소심인 경우 불복범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당사자 간에 실질적인 불합리와 불평등이 없도록 신중하게 그 부담을 정할 필요가 있으나(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71657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각 심급에서 소송비용을 모두 피신청인들이 부담하도록 재판이 되었으므로, 달리 감액사유가 없는 이상 피신청인들은 대상사건 소송비용액 전액을 부담하여야 함". 이 결정이 말하는 자리는 소송비용액을 확정하는 자리이다. 그 자리를 마련한 판단은 공익성만을 내세운 감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성 사례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변호사 보수의 확정도 같은 자리에 놓이는 일이다.
합성 사례의 사정을 이 기준에 놓고 본다. 지방자치단체는 판결 뒤 석 달을 지나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 이 두 가지는 관찰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액수가 어느 시점의 어떤 판단을 거쳐 얼마만큼 소송비용으로 남는지는 여기서 정해지지 않았다. 제98조가 부담의 귀속을 패소에 따라 정할 뿐이므로, 회의록에 적힌 금액의 확정 여부와 공익성의 헤아림은 별개의 자리에 놓인다. 확정의 자리에서 공익성만으로 부담액이 줄어들 근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주민 300명이 내세운 공익은 그 액수를 가르는 데서 따로 헤아려지지 않는다. 어느 쪽이 다른 쪽의 선행 요건이 되는지 역시 조문이 말해주지 않는다.
공익성의 판단 시점이 비워 둔 자리에 놓인다는 결론은 다음을 뜻한다. 제98조에 따라 비용부담이 패소로 가려지는 그 지점에 공익성이 끼어들 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는 이 문장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확정의 자리에서조차 공익성은 감액의 근거로 자리하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을 뿐이다.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지,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지,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지,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지 모두 미정이다. 공익성을 언제 헤아릴 것인지도 그 미정의 목록 위에 놓인 채 남는다.
14.3공공기관의 보수 회수
공공기관이 승소 판결을 근거로 주민들에게 변호사 보수를 되돌려 받을 수 있는지는, 그 보수를 확정한 결정의 의미에 달렸다. 석 달 뒤 지방자치단체는 4,200만 원의 변호사 보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 그런데 회의록에 기록된 액수가 곧 회수할 채권의 액수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법원이 확정하는 것은 소송비용액일 뿐이고, 그 금액을 누구에게 청구할지, 실제로 받을지는 확정결정의 문언 밖에서 정해진다.
소송비용액의 확정은 민사소송법 제110조가 정한 별도의 절차이다. 동조 제1항은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하는 재판에서 그 액수가 정하여지지 아니한 경우에 제1심 법원은 그 재판이 확정되거나,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이 집행력을 갖게된 후에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결정으로 그 소송비용액을 확정한다"라고 규정한다. 확정결정은 부담 주체를 새로 정하는 재판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부담의 액수를 산출하는 데 그친다. 그러므로 본안 판결에서 소송비용의 부담을 원고들 전체에게만 정한 사례에서는, 확정결정이 300명 사이의 분담 비율까지 정해주지 않는다.
확정결정의 범위는 신청인이 제출하는 서면에 의해 특정된다. 동조 제2항은 "제1항의 확정결정을 신청할 때에는 비용계산서, 그 등본과 비용액을 소명하는 데 필요한 서면을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서에 4,200만 원을 기재했다고 해서 그 전액이 곧 소송비용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소송비용에 산입될 수 있는 변호사 보수는 법원이 서면을 검토해 산정한 범위에서 확정되고, 그 산정에 불복하면 동조 제3항에 따라 "제1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라는 구제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지는 결정문이 나올 때까지 미정이다.
한편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제6조는 확정액의 산정 방식을 한층 구체화한다. 동조 제1항은 "제3조 및 제5조의 금액 전부를 소송비용에 산입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상당한 정도까지 감액 산정할 수 있다"라고 정하여 법원에 감액의 재량을 준다. 같은 조 제2항은 "법원은 제3조의 금액이 소송의 특성 및 이에 따른 소송대리인의 선임 필요성, 당사자가 실제 지출한 변호사보수 등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게 낮은 금액이라고 인정하는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위 금액의 2분의 1 한도에서 이를 증액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실제 지출했다는 4,200만 원이 확정결정에 그대로 반영될지 여부는 이 재량의 행사 결과에 달려 있다.
확정결정이 끝난 뒤에도 회수는 별개의 단계로 남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원고들에 대한 강제집행을 실제로 개시할지, 집행을 유예하거나 일부 금액만 청구할지는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사정을 고려해 회수를 포기할 수도 있고, 집행에 나설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확정결정은 회수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확정결정은 법원이 소송비용의 액수를 산출한 사실만을 말하고, 공공기관이 그 액수를 청구할지 말지는 공공기관이 정할 몫이다.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뉘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판결 주문이 원고들 전체에 대한 부담만 정했으므로, 확정결정이 300명 각자에 대한 집행력 있는 청구액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옆 마을이 다음 소송을 제기할지도 미정이다. 옆 마을은 확정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공공기관이 보수를 회수할지 여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확정결정의 금액과 회수 여부가 각각 다른 문제로 남아 있는 한, 회의를 멈춘 채 지켜보는 상태가 이어진다.
14.4재량이 담아 내는 한계
확정결정이 변호사 보수를 어디까지 확정하는지를 살핀 뒤에는, 그 금액을 늘리고 줄이는 힘이 어디에서 나와 어디서 멈추는지를 물어야 한다.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제6조는 금액의 조정을 두 방향으로 허용한다. 우선 감액에 관하여 같은 규칙 제6조 제1항은 "제3조 및 제5조의 금액 전부를 소송비용에 산입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상당한 정도까지 감액 산정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은 산입의 범위를 넓히는 예외를 두지 않고, 이미 산정된 금액이 지나치게 클 때 법원이 그 폭을 줄일 수 있다는 뜻만을 열어 둔다.
증액에 관하여도 규정은 조건을 좁게 붙여 둔다. 같은 규칙 제6조 제2항은 "법원은 제3조의 금액이 소송의 특성 및 이에 따른 소송대리인의 선임 필요성, 당사자가 실제 지출한 변호사보수 등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게 낮은 금액이라고 인정하는 때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위 금액의 2분의 1 한도에서 이를 증액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증액은 당사자가 신청해야 하고, 제3조의 금액에 한정되며, 그 2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소각장 허가를 다툰 소송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변호사 보수 4,200만 원 가운데 확정될 금액이 얼마인지는 미정이나, 그 산정이 규정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조정은 이 한계 안에서만 움직인다.
그렇다면 이 재량이 공익 사정까지 담아 내는지가 남는다. 규정이 감액과 증액의 사유로 적은 것은 현저한 부당함, 소송의 특성, 소송대리인의 선임 필요성, 실제 지출한 변호사 보수이다(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제6조). 소송이 공익을 다투었다는 점이나 주민 300명이 비용을 떠안을 경우 앞으로의 소송이 위축될 거라는 점은 이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서울고등법원, 2022. 6. 8.자 2021라21374 소송비용액확정 결정도 같은 방향에서, "민사소송법, 민사소송비용법, 민사소송 등 인지법, 민사소송규칙, 민사소송비용규칙,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 변호사보수규칙 등 소송비용액을 직·간접적으로 규율하는 제반 규정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공익소송’을 제기하여 패소한 당사자에 대한 소송비용 부담액 경감 근거를 찾을 수 없음"이라고 적었다. 이 판단은 산입되는 금액을 조정하는 규정의 사유에 공익 사정이 들어 있지 않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데 같은 결정은 조정의 재량과 별개의 고려가 있음도 함께 밝혔다. 그 결정은 "법원이 사건을 완결하는 재판을 하면서 소송비용에 관한 재판을 함에 있어서는, 소송비용의 패소자부담 등 민사소송법이 정한 원칙과 함께 소송의 형태와 경과, 상소심인 경우 불복범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당사자 간에 실질적인 불합리와 불평등이 없도록 신중하게 그 부담을 정할 필요가 있으나(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71657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각 심급에서 소송비용을 모두 피신청인들이 부담하도록 재판이 되었으므로, 달리 감액사유가 없는 이상 피신청인들은 대상사건 소송비용액 전액을 부담하여야 함"이라고 밝혔다.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할 때의 신중한 살핌이 요구된다는 뜻은, 변호사 보수의 금액을 늘리고 줄이는 재량의 사유를 바꾸는 뜻은 아니다.
소송비용의 부담 원칙은 미리 정해진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민사소송법 제98조(소송비용부담의 원칙)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라고 정한다. 소각장 소송의 판결 주문 끝줄에 주민 300명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선고된 것은 이 원칙의 적용에 해당하고, 재량에 의한 조정은 그 부담의 크기를 다듬는 작업이다. 조정은 부담 자체를 없애거나 부담자를 바꾸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4,200만 원 가운데 얼마를 회수할 것인지,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지, 옆 마을이 소송을 낼지의 물음은 이 규정만으로 답이 갈리지 않는다. 재량은 산입되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조정할 뿐이며, 공익 예외의 근거로 확장되지 않는다. 미정의 항목은 미정으로 남는다.
14.5다시 읽는 조건
재량의 한계를 확인한 데서 멈추지 않고, 남은 물음은 어떤 사정이 새로 확인될 때 그 판단을 되짚어야 하느냐이다. 조문의 개정과 확정 절차의 운용이 그 사정에 해당하며, 확인되지 않은 개정안과 절차 운용을 미리 전제하는 방식으로 남은 물음을 닫지 않는 한, 다시 읽어야 할 자리를 분명히 정해 둘 수 있다.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원칙은 이 권 전체의 출발점이었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조문이 정하는 것은 부담의 귀속이지 금액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회의록에 적힌 4,200만 원을 회수할 것인지, 주민 300명 가운데 누가 그 부담을 나눌 것인지는 이 조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판결 주문의 끝줄이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한다고 선고하였고 금액이 적혀 있지 않았으므로, 부담의 귀속과 액수의 확정은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주문이 말한 "원고들이"가 300명 각자에 대하여 어떤 비율로 작용하는지도 여기에 붙어 있는 물음이다. 어떤 비율인지 확인되지 않은 현재에서 이 물음의 답을 미리 적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액수를 확정하는 절차는 민사소송법 제110조에 두어져 있다. 같은 조 제1항은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하는 재판에서 그 액수가 정하여지지 아니한 경우에 제1심 법원은 그 재판이 확정되거나,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이 집행력을 갖게된 후에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결정으로 그 소송비용액을 확정한다"(민사소송법 제110조)라고 정한다. 이 문장이 요구하는 전제는 두 가지이다. 먼저 비용의 부담을 정한 재판에서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어야 하고, 그다음에 재판이 확정되었거나 비용부담 재판이 집행력을 갖게 되었어야 한다. 판결 주문에 금액이 없었다는 사정은 앞의 전제에 맞아 들어간다. 확정결정은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 열리는 절차이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석 달 뒤 확정을 신청한 것은 이 조문이 정한 경로에 들어온 일이다. 다만 결정에서 확정될 금액이 4,200만 원 전액인지 그 일부인지는 여기서 정해지지 않았다. 회의록에 금액이 적혔다는 사실만으로 확정결정의 대상이 그 금액과 같아지지도 않는다.
신청에 따라 제출되는 서면은 확정 액수의 근거를 보여 준다. 민사소송법 제110조 제2항은 "제1항의 확정결정을 신청할 때에는 비용계산서, 그 등본과 비용액을 소명하는 데 필요한 서면을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요구한다. 이 요구는 신청이 갖추어야 할 모양을 정하므로, 서면의 내용이 확정 액수를 떠받치는 자리에 놓인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에 어떤 서면이 붙었는지, 4,200만 원 가운데 무엇이 비용계산서에 올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10조)라고 보장하므로, 확정된 액수에 불복할 길은 열려 있다. 이 항에서 말하는 즉시항고를 어느 당사자가 행사할지도 미정이다. 신청의 모양과 불복의 경로가 함께 확인되어야, 확정 액수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액수를 견디는 과정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이 권을 다시 펼쳐야 할 때는 세 가지 사실이 확인될 때이다. 하나는 소송비용 부담에 관한 조문이 개정되는 경우이고, 개정 전후의 문장이 어디에서 갈리는지 비교하면 어느 판단이 바뀌어야 하는지 가려진다. 다른 하나는 확정결정의 신청과 산정이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는지 드러나는 경우이며, 이때는 제1항의 전제가 실제로 어떻게 확인되는지와 제2항의 서면이 어떻게 검토되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나머지 하나는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확정되고 그 확정 금액이 누구에게 구체적으로 청구되는지 확인되는 경우이다. 이때는 주문의 "원고들이"가 300명 사이에서 어떤 형태로 작용하는지 드러난다. 어느 경우에도 확인된 사실의 범위 안에서만 다시 읽는다. 회의를 멈춘 옆 마을이 소송을 낼지는 여기서 예단하지 않는다.
다룬 법령
다룬 공식 문서
- 서울고등법원 판례위원회, 서울고등법원 판결속보 제1 내지 12호 통합본, 2021라21374 소송비용액확정, 2022-09(간행월; 머리말 2022-09-21), 인쇄면 136쪽(PDF 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