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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법률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소송비용과 공익소송: 패소 부담의 재설계 · 제42권 · 제2장 · 초판

진 사람이 낸다는 원칙의 문언

민사소송법은 소송비용을 누구에게 지우는가?

분량
약 2,3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1 · 판결 0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2.1제98조의 문언 읽기
  3. 2.2비용을 부담하는 자
  4. 2.3소송비용이라는 낱말
  5. 2.4부담한다의 뜻
  6. 2.5주문의 끝줄
  7. 2.6문언이 남긴 빈칸
  8. 다룬 법령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민사소송법이 소송비용을 누구에게 지우는지를 묻는다. 제98조가 정한 원칙의 문언을 읽고, 비용을 부담하는 자, 소송비용이라는 낱말, 부담한다의 뜻, 주문의 끝줄을 차례로 살핀다. 원칙에 대한 예외와 행정소송의 특칙은 제3장과 제4장의 논의로 남긴다.

2.1제98조의 문언 읽기

소송비용 부담의 자리를 정리한 뒤, 이제 그 자리를 채우는 문언으로 들어간다. 이 절에서 다룰 문언은 민사소송법 제98조 한 문장이다. 민사소송법 제98조(소송비용부담의 원칙)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라고 적고 있다. 이 문장을 통째로 옮겨 읽고, 이 문장이 무엇을 정하고 무엇을 정하지 않는지를 문언에서 벗어나지 않고 가리는 것이 여기서 할 일이다. 다른 조문이나 학설에서 끌어온 정의를 이 문장에 보태지 않는 것을 전제로, 문장에 적힌 낱말을 차례로 살핀다.

문장의 어순을 그대로 따라가면, 맨 앞에 놓인 낱말이 "소송비용"이다. 조문은 무엇이 소송비용인지에 관해 설명하지 않는다. 이 문장은 소송비용이라는 낱말을 이미 정해진 것으로 전제하고, 그 부담의 귀속을 정할 뿐이다. 그러므로 이 문장에서 소송비용의 범위를 새로 읽어내는 것은 문언이 담지 않은 것을 보태는 일이다. 소각장 허가 소송의 비용 가운데 무엇이 소송비용에 들고 들지 않는지는 이 조문의 문장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문장에 소송비용의 범위를 한정하는 표현이 들어 있지 않은 점을 함께 고려하면, 범위의 한계는 이 문장 바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 그대로 남는다.

문장의 두 번째 낱말은 "패소한"이라는 수식어이다. 조문은 비용을 부담할 자를 "패소한 당사자"라고 부른다. 누구를 패소한 당사자라 부를 것인지는 이 문장 안에 답이 쓰여 있지 않다. 다만 비용 부담의 조건이 부담자 자신의 선택이나 재량이 아니라 소송의 결과라는 점은 문장이 분명히 정하고 있다. 수식어가 당사자 앞에 붙어 있어, 부담자를 가르는 기준이 당사자의 신분이나 지위가 아니라 소송에서의 지위라는 것도 문장의 배치에서 드러난다. 주민 300명이 낸 소각장 허가 소송의 판결 주문 끝줄이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하는 것으로 끝났으므로, 그 판결은 이 조문이 정하는 바와 같은 순서로 비용의 부담자를 적었다.

문장의 끝부분은 "부담한다"로 마무리된다. 조문은 부담의 방식과 시기, 부담의 정도를 나누어 적지 않는다. 부담이라는 한 낱말로 부담의 크기와 나누는 방법을 함께 정한 것이 아니다. 주민 300명 사이에서 그 부담이 어떻게 나뉠지,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 4,200만 원 가운데 얼마를 소송비용으로 확정받을지, 그 확정된 금액을 실제로 회수할지에 관한 답은 이 문장에 없다. 문장에 부담의 정도를 한정하는 표현이 없으므로, 부담이 전부인지 일부인지조차 이 문장 하나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석 달 뒤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는 사실은 관찰된 것일 뿐, 제98조의 문언이 그 금액의 귀속을 정한 것은 아니다.

이 문장 하나가 정하는 것은 비용 부담의 원칙을 선언한 그 한 점이다. 문장이 비용의 범위, 부담자의 범위, 부담의 정도를 빠뜨리지 않고 다룬 것이 아니라, 이 셋을 다른 자리에 맡기고 원칙만을 적어 둔 것으로 읽힌다. 옆 마을이 다음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 제98조가 다른 조문과 함께 작동할 때의 모습은 이 문장 밖의 일이다. 제98조의 문언 읽기는 여기에서 멈춘다.

2.2비용을 부담하는 자

앞 단위가 제98조의 문장을 통째로 옮겨 읽은 데서, 이 문장이 부담의 주체로 지목한 낱말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물음이 남는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 고 선언한다. 이 문장은 비용을 낼 자를 '당사자' 가운데 '패소한' 자로 한정한다. 한정의 바깥에 있는 자, 곧 이긴 당사자나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자는 이 문장이 지목한 부담자가 아니다.

그런데 제98조는 '당사자'가 원고인지 피고인지를 적지 않았다. 이 문장은 소송에서 이기고 진 자만을 가를 뿐, 원고의 지위에 있는 자와 피고의 지위에 있는 자 가운데 어느 쪽이 비용을 내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소송의 출발을 끊은 쪽이 비용을 진다는 뜻도, 분쟁을 일으키지 않은 쪽이 비용을 면한다는 뜻도 이 문장에 없다. 비용의 부담자를 정하는 기준은 원고인지 피고인지가 아니라 이겼는지 졌는지에 놓여 있다. 이 구분은 문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원고라서 부담한다는 식의 읽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가르친다.

합성 사례의 판결 주문 끝줄은 소송비용의 부담을 원고들에게 지우는 내용이었다. 이는 주민 300명이 낸 소에서 원고들이 패소한 당사자였음을 뜻하되, 원고라는 지위 때문에 비용을 진다는 뜻은 아니다. 제98조의 문언이 원고의 지위를 부담의 사유로 삼지 않는 이상, 이 판결 주문은 패소의 결과만을 근거로 부담자를 정한 것으로 읽힌다.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의 확정을 신청한 것은 피고의 지위에 있는 자가 비용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나, 제98조는 그런 회수의 절차나 방법을 적어 두지 않았다. 회수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과 회수를 실제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물음이며, 뒤의 물음은 미정으로 남는다.

당사자가 여럿일 때의 부담은 더욱 미정이다. 합성 사례에서 주민 300명이 함께 소를 제기했고, 판결 주문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한다고 적었다. 제98조는 각자가 어떻게 나누는지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문언은 '패소한 당사자'라는 낱말을 썼으나, 이 낱말이 복수의 당사자 사이에서 얼마씩을 누구가 나누어 부담하는지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나누는 기준도, 나누지 않고 연대하여 부담하는지도 이 문장에서 읽어낼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회의록에 적힌 4,200만 원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주민 300명 가운데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 역시 정해진 바가 없다.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 것인지도 미정이다.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물음이다. 제98조는 비용을 부담할 자를 '패소한 당사자'로 한정하면서, 아직 소송에 당사자가 되지 않은 자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옆 마을이 회의를 멈춘 것은 관찰된 사실이지, 이 문장이 끼친 법적 효과가 아니다. 회의를 멈춘 그 사실에서 어떤 법적 평가를 끌어내는 것은 제98조의 문언이 다루는 바가 아니다. 어떤 항목이 확정 손해이고 누가 고의를 가졌다는 법적 평가 역시 이 문장에서 세울 수 없다.

이 밝힌 범위는 한정적이다. 제98조는 비용의 부담자를 '패소한 당사자'로 지목했고, 이 낱말이 원고를 가리키는지 피고를 가리키는지, 복수의 당사자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뉘는지를 적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회수 의사와 회수의 실제, 4,200만 원 가운데 확정될 금액, 주민 300명 사이의 분담, 옆 마을의 소송 제기는 모두 미정으로 남는다. 문언이 답하지 않은 물음에 답을 지어 넣지 않은 채 남겨 두는 것이 이 문장을 읽는 태도이다.

2.3소송비용이라는 낱말

앞에서 제98조가 비용을 부담할 자로 지목한 낱말을 살폈다면, 이제 그 낱말 앞에 놓인 명사 곧 "소송비용"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묻게 된다. 민사소송법 제98조 소송비용부담의 원칙은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라고 선언한다. 이 문장은 비용을 부담할 주체는 밝히면서도, 그 비용의 범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적어 두지 않았다. 앞에서 살핀 주체에 관한 문언과 함께, 이 문언이 담은 것은 '무엇을'이 아니라 '누가'뿐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이 문장에서 "소송비용"은 앞뒤 어디에서도 그 범위를 밝히지 않은 채 쓰였다. 조문이 다루는 것이 비용의 부담인 이상, 그 비용이 어떤 항목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읽을 만한 자리가 문언 안에 마련되어 있지 않다. 조문의 제목은 "소송비용부담의 원칙"이다. 제목이 가리키는 것도 부담의 원칙이지, 비용의 범위가 아니다. 제98조는 부담에 관한 원칙을 세우는 문장 하나로 이루어져 있고, 그 문장 안에는 범위를 정하는 문장이 뒤에 오지 않는다. 따라서 제98조만을 가지고는 어떤 지출이 이 조항이 말하는 비용에 들어가는지, 어떤 지출이 들어가지 않는지를 정할 수 없다.

낱말의 자리도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소송비용"은 이 문장에서 주어 자리에 놓여 있고, 뒤에 오는 서술은 그 주어에 관하여 누가 부담하는지를 말할 뿐이다. 주어에 관한 설명을 서술에서 찾을 수 없으므로, 낱말의 내용은 이 문장 밖에서 짚어야 한다. 조문이 낱말을 정의 없이 끌어다 쓴 경우, 읽는 사람은 그 낱말이 서 있는 자리만 확인하고 뜻을 채워 넣는 일을 그쳐야 한다.

이 점이 이 책이 다루는 사례에서 그대로 문제가 된다. 주민 300명이 소각장 허가를 다투었고,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한다는 내용이었다. 석 달 뒤 지방자치단체는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은 회의록에 적혔다. 제98조의 문언은 이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에 해당하는지를 가려내는 기준을 담고 있지 않다. 어떤 지출이 신청된 금액 안에 들어 있는지, 어떤 지출이 그 밖에 있는지도 이 문언으로는 가릴 수 없다. 금액의 계산은 이 문언 밖에서 찾아야 할 문제로 남는다.

한편 소송비용의 범위에 관한 항목을 이 문언에서 찾아 읽으려 하면, 제98조에 적혀 있지 않은 비용의 목록을 만들어 넣는 일이 생긴다. 그 일은 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작성이다. 목록을 채우는 사람은 문언에 없는 항목을 적으면서, 그 항목이 왜 들어가는지에 관한 근거를 조문에서 끌어오지 못한다. 제98조가 "소송비용"이라는 낱말을 범위의 정의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지 않고, 그 사실을 메우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보건대 "소송비용"이라는 낱말이 제98조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한정되어 있다. 그 낱말은 부담의 대상을 지시할 뿐, 그 대상의 경계를 그리고 있지는 않다. 문언이 범위를 적어 두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읽기의 결과이고, 이 단계에서 그 이상을 더하는 것은 문언이 남긴 자리를 비집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 조항을 읽는 일은 낱말의 자리에 놓인 지시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고, 범위의 확정은 문언이 담지 않은 것으로 남겨 둔다.

2.4부담한다의 뜻

소송비용의 범위가 법률에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다음으로, 비용을 지게 하는 문장에 쓰인 동사의 뜻을 읽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라고만 선언한다. 이 한 줄에서 '부담한다'가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살피는 일이 이 자리의 일이다.

민사소송법 제98조의 문언이 '부담한다' 앞에 붙이는 주어는 패소한 당사자이고, 그에게 지우는 대상은 소송비용이다. 이 문장은 누가 어떤 비용을 떠안는가를 정한다. 따라서 비용을 떠안는 쪽과 비용을 떠맡길 쪽이 어느 쪽인지 가르는 기준은 이 문장에 서술어와 나란히 놓여 있다. 그러나 이 문장이 회수를 위하여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회수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붙이지 않았다.

그리고 '부담한다'라는 표현이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그 말의 자리에서 읽어야 한다. 한정된 자리에 놓인 단정적인 서술어이므로, 그 서술어가 끌어들이는 내용도 그 자리에 적힌 것으로 한정하여 읽는 편이 문언에 충실하다. 서술어가 적힌 자리를 넘어 다른 절차나 다른 방법까지 끌어들인다면, 문장에 없는 내용을 새로 보태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부담한다'라는 표현이 회수의 절차나 방법까지 정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문언이 담지 않은 답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민사소송법 제98조의 문장은 비용의 귀속을 선언할 뿐이다. 비용의 귀속을 선언한다는 것은 어느 쪽이 비용을 떠안는가를 정한다는 뜻이다. 회수의 절차와 방법은 이 조문에서 읽어 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며, 그에 관한 근거를 이 문장에서 찾을 수 없다. '부담한다'는 비용을 떠안는 주체를 가리키는 말로 읽힌다. 그 말이 곧 회수 절차의 착수나 회수 방법의 선택을 뜻하는 것으로 확장하는 것은 문언에 없는 내용을 얹는 일이 된다.

이 점은 사례에서 관찰된 사실과 구별하여 생각해야 한다. 사례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여부는 미정이다.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도 미정이다. 회의를 멈춘 옆 마을의 다음 소송 제기 여부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여기에 적은 것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일 뿐이며, 어떤 항목이 확정 손해이고 누가 고의를 가졌다는 법적 평가가 아니다.

결국 '부담한다'는 비용을 떠안는 주체를 가리키는 말로 읽힌다. 이 문언만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회수할 것인지, 회수를 위하여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는다. 이 문언만으로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도 확정되지 않는다. '부담한다'라는 표현에 회수의 절차와 방법까지 담았다는 읽기를 받아들이면, 문언이 정한 바를 넘어선다.

2.5주문의 끝줄

앞 단위가 남긴 '부담한다'의 뜻을 받아, 그 표현이 판결문 어디에 어떤 말로 자리하는지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부담의 원칙을 한 문장으로 선언한다. 비용 부담의 원칙을 정한 그 조문은 이렇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이 한 줄은 부담의 주체를 가리키는 데 그치고, 그 주체를 특정하는 방식이나 절차는 두지 않는다.

관찰된 사례에서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민사소송법 제98조)는 내용이었다. 이 문구는 제98조의 문언과 같은 형식을 취하면서, 이 소송에서 누가 패소한 당사자인지 특정한다. 조문이 '패소한 당사자'라는 일반어를 쓰는 자리에, 주문은 '원고들'이라는 이 소송의 당사자를 쓴다. 그 차이가 주문의 끝줄이 하는 일이다. 주문은 이 소송의 패소자가 누구인지 선언할 뿐이다.

그 선언이 담지 않는 범위도 그 자리에서 드러난다. 원고 300명 사이에서 비용이 어떻게 나뉠지는 이 줄에 담겨 있지 않다. '원고들'이라는 복수의 표현은 그들 사이의 분담 비율을 정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지도 이 줄이 답하지 않는다. 앞 절에서 확인한 대로 '부담한다'는 표현은 회수의 절차와 방법을 스스로 정하지 않는다. 주문의 끝줄은 그 표현을 이 소송의 당사자에 붙여 쓴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문의 끝줄만 읽고 회수 여부나 분담 비율을 확정할 수는 없다.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지도 이 문구가 다루지 않는다. 주문이 부담의 주체를 정할 뿐, 그 부담의 액수를 산정하지 않는다. 석 달 뒤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는 사실은 관찰된 정황일 뿐이다. 주문의 끝줄은 그 신청의 결과를 미리 알려 주지 않는다. 신청된 금액 가운데 얼마가 비용으로 인정될지도 이 문구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지도 이 문구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옆 마을은 회의를 멈추었으나, 그 선택이 이 주문에서 나온 법적 결론인지 여부는 미정이다. 주문의 끝줄은 이 소송의 당사자 사이에서만 읽히는 선언이다. 다른 주민들의 소를 제기할지 여부에 대하여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결국 제98조의 원칙은 판결 주문의 끝줄에 한 줄로 실리고, 그 한 줄은 이 소송의 패소자를 가리킬 뿐이다. 조문이 '패소한 당사자'라고 부른 자리를 주문이 '원고들'로 채운 것이 이 사례의 주문 끝줄이다. 그 줄이 확정하는 것은 부담의 주체일 뿐이다. 주민 300명 사이의 분담, 지방자치단체의 회수, 4,200만 원의 확정 범위는 모두 이 문언 밖에 남는다.

2.6문언이 남긴 빈칸

제98조가 비용을 패소한 당사자에게 돌리는 문장을 여기서 끝냈으므로, 그 문언이 스스로 답하지 않는 자리를 남김없이 살필 차례다. 민사소송법 제98조(소송비용부담의 원칙)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적는다. 이 조문은 부담의 주체를 패소한 당사자로 가리키지만, 비용을 받을 자가 누구인지, 다수의 패소자 사이에서 비용이 어떻게 나뉘는지, 회수의 시기와 방법이 어떤지는 말하지 않는다. 앞 장에서 읽은 주문의 끝줄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취지의 문구는 제98조의 문언을 판결에 옮겨 적은 것으로 보이므로, 문언의 빈칸은 그대로 판결의 빈칸으로 남는다.

문언을 이루는 낱말 하나 하나를 따로 놓고 읽어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 조문은 '소송비용'이라는 대상과 '패소한 당사자'라는 주체를 이어 붙일 뿐, 대상의 범위를 한정하는 말을 더하지 않는다. 따라서 회수의 상대방이 되는 자가 패소한 당사자 밖에 없는지, 패소한 당사자가 여러 명일 때 각자가 얼마를 나누어 가지는지, 이 가운데 어느 하나를 문언에서 직접 읽어 내는 것은 어렵다. 문언이 비워 둔 자리는 조문 밖에서 찾아야 할 규칙으로 남고, 그 규칙이 무엇인지는 조문의 문장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사례에서 주민 300명이 원고로 섰고,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취지로 끝났다. 민사소송법 제98조(소송비용부담의 원칙)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만 정하므로, 그 문구는 주민 300명이 각자 얼마씩 나눌지 답하지 않는다. 다수의 당사자가 한쪽에 서서 함께 패소한 경우의 내부 분담은 조문에 실려 있지 않다. 석 달 뒤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는 관찰은 이 문언의 빈칸에 놓일 사실이다. 그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 것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문언이 비워 둔 자리에는 제98조 바깥의 조문과 규칙이 들어오지만, 이 장에서 먼저 풀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99조가 원칙에 대한 예외로 적어 놓은 문장의 구조와, 일부 패소가 있는 경우 비용을 나누는 기준은 다음 장의 물음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지도, 그 확정을 다루는 조문이 정하는 바에 달린다. 확정의 신청이 접수되고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는 사실만으로 확정 범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 빈칸들은 여기서 비워 둔 채로 두고, 이 자리에서 할 일은 빈칸의 경계를 표시하는 일이다.

같은 빈칸이 행정소송에도 있는지, 있다면 어떤 특칙이 채우는지는 이 장의 범위 밖이다. 소각장 허가를 다투는 소송이 어느 법원에 어떻게 놓였는지, 그에 적용될 비용 규칙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 규칙이 제98조와 같은 문언인지, 별도의 조항이 놓이는지 역시 이 자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겨 둔 쟁점을 문언의 빈칸과 한데 묶어 결론으로 삼지 않는 편이 옳다.

따라서 제98조의 문언은 패소한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방향만을 정할 뿐, 주민 300명의 내부 분담, 지방자치단체의 회수 여부, 4,200만 원의 확정 범위, 옆 마을의 소송 제기 여부를 각각 결정하지 않는다. 옆 마을이 회의를 멈추었다는 관찰은 법적 평가 없이 놓인 사실일 뿐이고, 그 관찰이 법적 의미를 갖는지 여부도 문언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문언이 남긴 빈칸은 이 자리에서 그 경계가 확인되었을 뿐 닫히지 않았고, 예외와 일부 패소의 기준을 마주하기 전까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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