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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비용과 공익소송: 패소 부담의 재설계 · 제42권 · 제1장 · 초판

주문의 끝줄에 남는 것

소송비용 부담은 판결의 어디에 적히고, 무엇을 다음으로 넘기는가?

분량
약 2,2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1 · 판결 0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1.1소송비용 부담의 원칙
  3. 1.2본안 판결과 두 번째 부담
  4. 1.3판결 주문의 끝줄
  5. 1.4복수 당사자의 부담
  6. 1.5다음 소송의 신호
  7. 1.6문언으로 넘김
  8. 다룬 법령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소송비용 부담이 판결의 어디에 적히고 무엇을 다음으로 넘기는지를 묻는다. 주민들의 장면을 통해 본안의 패소 뒤에 오는 두 번째 부담과, 그 부담이 다음 소송의 판단에 미치는 신호를 세운다. 소송비용 부담의 원칙에서 판결 주문의 끝줄과 복수 당사자의 부담을 거쳐 문언으로 넘기는 자리까지 차례로 살핀다.

1.1소송비용 부담의 원칙

주민 300명이 소각장 허가를 다투는 소송에서 판결 주문의 끝줄에는 원고들이 비용을 감당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 한 줄이 무엇을 정하는지 읽으려면,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에 관한 기본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부담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둔다. "제98조(소송비용부담의 원칙)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 이 문장에서 부담의 기준은 패소 여부로 정해진다. 소송에서 이긴 사람은 그 소송에서 진 사람을 상대로 비용의 감당을 청구할 필요가 없다. 조문이 청구나 청산의 절차를 말하지 않는 까닭은, 부담이 누구에게 귀속하는지가 패소 여부만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문은 소송비용의 범위를 열거하지 않고, 당사자 사이에서 그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에 관해서도 아무런 기준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이 원칙이 다루는 것은 오직 부담의 귀속이다. 여기에 문언에 없는 요건을 보태지 않아야 한다. 조문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선언할 뿐, 당사자가 고의를 가졌는지, 소송이 어떤 성격인지, 손해가 확정되었는지에 관해 아무런 단서를 달지 않는다. 고의나 경과실 같은 주관적 요건이 요구된다고 읽으면, 조문에 없는 판단이 부담의 귀속에 끼어들게 된다. 마찬가지로 소송의 결과가 어떤 형태로 선고되었는지를 부담 귀속의 조건으로 삼는 것도 문언에 뿌리를 두지 못한다. 조문은 패소 여부 하나를 부담의 기준으로 삼는다.

소송비용 부담의 원칙은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하는지에 관한 기준만을 제시한다. 이 기준은 금액이 얼마인지에 관여하지 않는다. 어떤 지출이 소송비용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할 일이며, 그 판단을 거친 뒤에라야 금액이 정해진다. 금액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담의 귀속만 선언된 셈이다. 이 구분을 지키지 않으면, 패소자가 부담한다는 말이 곧 일정한 액수를 내야 한다는 말로 바뀌어 버린다.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지만, 그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지는 이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신청된 금액과 회의록에 적힌 금액은 지출을 둘러싼 기록일 뿐이다. 조문이 금액의 산정 기준이나 심사 방법을 두지 않았으므로, 확정 대상의 범위는 별도의 판단을 요구하고 미정으로 남는다. 남은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지도 이 조문이 정하는 바가 아니다. 조문에 당사자가 여럿일 때의 분할 기준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을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원칙의 선언에 해당한다. 금액의 산정과 당사자 사이의 분할은 그 뒤에 남는 문제다. 이 둘을 하나로 묶어 읽으면, 부담의 귀속에 관한 기준이 산정의 절차까지 흡수해 버리는 결과가 된다.

1.2본안 판결과 두 번째 부담

제98조가 소송비용 부담의 주체를 정한다는 것을 확인한 데서, 그 부담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당사자에게 다가오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주민 300명이 소각장 허가를 다투어 소송을 냈고, 판결이 선고되었다.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한다는 취지로 마무리되었다. 그 문구의 구체적 의미는 다음에 따로 살피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본안에 관한 판단이 끝난 뒤에도 비용의 부담이 별개의 문제로 남는 모습에 주의한다. 본안의 승패를 가리는 판단과 비용을 누가 떠안는지에 관한 판단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소송비용의 부담 근거는 민사소송법 제98조에 둔다. 제98조는 소송비용의 부담 주체를 명시한다. 조문의 문언은 다음과 같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에 따르면 패소한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한다. 이 사례에서 주민 300명이 원고로 소송을 냈고, 그들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주문에 남았다. 조문이 정하는 것은 부담의 주체이지 부담의 액수나 분담의 비율이 아니다.

이 사례에서 두 번째 부담은 석 달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했다.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 회의록에 기재된 금액 자체는 확정된 소송비용의 액수를 뜻하지 않는다. 자료는 확정 신청의 인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지 역시 미정이다. 따라서 회의록에 적힌 숫자를 곧바로 주민들이 내야 할 돈으로 읽는 것은 앞서 확인한 조문의 문언을 넘어서는 판단이 된다.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뉘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제98조가 정하는 것은 패소한 당사자의 부담뿐이다. 그 부담이 여러 당사자 사이에 어떤 비율로 배분되는지는 이 조문의 문언에서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조문이 단수의 "패소한 당사자"라는 표현을 쓰는 점은 주의하여 읽을 만하다. 여러 명이 한쪽 당사자로서 소송을 냈을 때 그 여러 명의 내부 관계를 어떻게 볼지는 이 문장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도 미정이다. 회수의 여부와 방법은 확정된 액수와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옆 마을의 대응 역시 남겨진 문제이다. 옆 마을은 다음 소송을 준비하던 중 회의를 멈추었다.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여기에 적은 것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어떤 항목이 확정 손해이고 누가 고의를 가졌다는 법적 평가가 아니다. 본안의 패소 판단과 소송비용의 부담은 서로 다른 문제이고, 후자의 구체적 범위와 분담은 확정 절차와 별개의 판단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주문의 끝줄에 남은 한 줄이 곧바로 주민 300명 각자가 짊어질 금액으로 이어진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그 한 줄이 가리키는 것은 부담의 주체이지 부담의 크기가 아니며, 크기는 그 뒤의 절차에서 다시 가려질 문제로 남는다.

1.3판결 주문의 끝줄

본안의 패소 뒤에 별도로 남는 소송비용 부담이 그렇다면, 그 부담은 판결문 어디에 적히는가. 합성 사례의 판결 주문은 그 끝줄에서 소송비용이 원고들에게 돌아간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문구가 민사소송법 제98조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피는 일은, 비용 부담이 법원의 판단으로 문서에 남는 자리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소송비용 부담을 정하는 규범은 민사소송법 제98조에 두어,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문은 부담의 귀속을 패소한 당사자에게 돌리는 원칙만을 밝힐 뿐, 그 부담이 판결의 어느 부분에 기재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조문이 담당하지 않는 형식의 문제는 판결문의 배치에서 드러난다. 사례의 주문 끝줄에 남은 문구는 조문이 말하는 원칙이 판결 서술의 형식으로 바뀌어 나타난 것으로 읽힌다.

조문이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민사소송법 제98조)고 한 데서, 그 부담은 패소의 결과를 따라가는 것이 드러난다. 사례에서 본안은 주민들이 패소하였고, 주문 끝줄은 그 패소자를 원고들로 적어 부담자를 특정하고 있다. 여기서 관찰되는 것은 주문이 원칙의 문언을 사건의 당사자에 맞게 옮겨 적는다는 점이며, 그 문구가 뒤에 이어질 집행이나 확정 절차의 내용까지 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주문이 부담의 귀속을 특정하는 일과 그 부담을 얼마로 산정하는 일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진행된다.

그 문구가 주문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실익이 있다. 주문은 판결의 결론을 표시하는 자리이므로, 비용 부담의 귀속은 본안 판단과 나란히 한 결론의 일부로 남는다. 판결을 읽는 사람은 본안의 선고와 함께 비용 부담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같은 자리에서 확인하게 된다. 사례에서 석 달 뒤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의 확정을 신청한 것은, 그 문구가 선언한 부담이 별도의 절차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만 어느 금액이 얼마만큼 확정되는지, 그리고 확정된 비용이 실제로 어떻게 회수되는지는 관찰된 사실에 기록이 없어 미정으로 남는다.

이 문구를 조문에 견주어 읽을 때 주목할 것은 조문의 예외와 단서가 다루는 문제와 주문의 문구가 다루는 문제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제98조는 부담의 원칙을 한 문장으로 적고 있을 뿐이다. 그 문장이 사건마다 구체화되는 방식은 주문의 표현에서 확인되며, 사례의 주문은 그 표현을 원고들의 부담으로 꾸렸다. 조문과 주문 사이의 이 거리는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원칙을 말하고 다른 하나가 그 원칙을 사건에 적용한 결과를 말하는 관계로 읽힌다.

이로써 판결 주문의 끝줄에 남는 문구는 민사소송법 제98조의 원칙이 사건의 패소자에 맞추어 기재된 것임을 확인하였다. 사례의 주문은 소송비용의 부담이 원고들에게 있음을 적고 있어, 부담자는 복수의 원고로 표시되어 있다. 다만 그 복수의 원고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해진 바 없다.

1.4복수 당사자의 부담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원칙 아래에서, 그 부담의 방향을 정하는 문구가 주문의 끝줄에 남았다. 남은 것은 그 문구가 여러 당사자를 가리킬 때의 모습이며, 여기서 당사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로 드러난다. 주민 300명이 원고인 사건에서 판결 주문의 끝줄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구는 부담의 방향을 판결에 옮겨 적은 것이므로, 우선 그것을 뒷받침하는 조문의 문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의 부담 원칙을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부담할 당사자를 '패소한 당사자'로 지정할 뿐, 당사자가 여럿일 때 그들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정하지 않는다. 조문이 내세우는 기준은 '패소했는가'라는 하나의 물음에 머무르며, 부담자 사이의 관계는 그 문언의 범위 밖에 놓인다. 그러므로 원고들이 부담한다는 주문은 부담의 방향을 적은 것으로 읽힌다. '원고들'이 복수라는 사실은 주문의 문구에 드러나는 한에서 관찰된 것이며, 부담의 분담 비율이나 구체적 방법은 이 규정에서 찾을 수 없다.

그 문언을 이 사건에 대조하면 대조의 범위가 분명해진다. 주민 300명이 원고로서 소각장 허가를 다투었고, 판결의 결론은 그들의 패소였다. 제98조의 요건인 '패소한 당사자'에 해당하는 쪽이 원고들이라는 점에서, 주문의 끝줄은 조문이 가리키는 당사자를 그대로 판결에 옮겨 적은 셈이다. 다만 조문이 정하는 것은 부담의 주체이지 부담의 배분이 아니다. 한 사람을 가리키는 '원고'가 아니라 복수를 가리키는 '원고들'이 쓰인 까닭은 당사자가 여럿이라는 사실에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는 분담의 기준이 생기지 않는다. 300명 가운데 한 사람이 몫을 더 떠안는지, 모두가 똑같이 나누는지, 다른 기준에 따라 나뉘는지는 이 조문에서 읽어낼 수 없다.

복수 당사자의 부담에서 구분할 것은 두 층위이다. 첫째는 소송 상대방에 대한 부담의 방향이고, 둘째는 부담자 내부의 분담이다. 제98조가 적시는 것은 전자이다. 조문이 '부담한다'고 정하면서 부담의 상대를 특정하지 않는 것은, 부담할 당사자를 지정하는 데 문언의 목적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후자의 층위에 대해서는 조문이 아무 말도 두지 않았다. 판결 주문의 끝줄 역시 방향만을 선언했을 뿐, 300명이 서로에게 어떤 관계를 갖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점은 미정으로 남는다.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했고, 그 금액이 회의록에 적혔다. 이 사실은 신청이 있었고 그 액수가 기록에 남았다는 데까지 확인된다. 신청의 금액은 청구된 액수일 뿐, 그 전부가 소송비용으로 인정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 것인지,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 주민 300명 사이에서 부담이 어떻게 나뉠지는 미정이다. 석 달 뒤에 신청이 있었다는 시점도 관찰된 사실로만 둔다. 금액이 회의록에 적힌 것은 기록의 문제이고, 그 금액이 당사자에게 각각 얼마씩 귀속되는지는 또 다른 물음이다.

주민 300명이 소각장 허가를 다투는 소송을 냈다는 점, 판결 주문의 끝줄이 원고들의 부담을 선언했다는 점, 그 부담을 뒷받침할 금액 신청이 뒤따랐다는 점은 함께 놓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법적 평가를 요하는 항목이 있는지, 그리고 누가 고의를 가졌는지는 정해진 바 없다. 여기 적은 것은 관찰된 사실의 나열이며, 어떤 항목이 확정 손해인지에 대한 결론도 아니다. 복수 당사자의 부담 문제는 조문의 문언이 닿는 자리에서 멈춘다. 부담의 방향이 선언된 데 대하여 내부의 분담은 밝혀진 바 없고, 신청된 금액의 귀속 역시 결정되지 않았다.

1.5다음 소송의 신호

주민 300명이 부담의 문언을 확인한 뒤 남긴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보수 확정이었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의 부담자를 정할 뿐이고, 그 비용의 액수를 정하는 것은 별도의 판단이다. 석 달 뒤 회의록에 적힌 4,200만 원은 바로 그 별도 판단의 신청액으로 나타났다. 이 두 가지가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가려두어야, 회의록에 오른 숫자의 자리가 보인다.

부담의 문언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민사소송법 제98조의 규정에서 확인된다. 그 조문은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다(민사소송법 제98조). 이 문장은 누가 비용을 안을지의 주체만을 정할 뿐, 그 비용의 항목이나 액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회의록에 적힌 4,200만 원이라는 숫자는 제98조의 문언이 직접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그 숫자는 부담의 주체가 정해진 뒤에 별도로 이어지는 판단에서 비롯한다.

확정 절차의 목적은 부담자가 이행할 금액을 특정하는 데 있다. 제98조의 문언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담자를 정할 뿐이므로, 어떤 항목이 얼마만큼 소송비용에 해당하는지는 이 조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4,200만 원 가운데 몇 항목이 소송비용의 범위에 들어가고 그 금액이 얼마로 확정될지는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없다. 회의록은 신청액을 적은 것이지 확정액을 적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 실제 확정될 액수는 미정으로 남는다.

금액이 회의록에 오른 것은 회수 의사를 뜻하는 것인지, 절차상 필요한 기록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도 미정이다. 여기서 회수 의사를 추측하는 것으로 판단을 대신하면, 확정 손해라는 평가나 고의라는 평가라는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관찰된 것은 신청액이 회의록에 적혔다는 사실뿐이고, 그 사실만으로 회수 의사를 확정하거나 고의를 인정하는 결론에 이르지 못한다.

옆 마을이 회의를 멈춘 것도 같은 자리에서 읽힌다. 소송을 내는 이가 부담할 비용의 규모가 미정인 채로 남아 있으면, 다음 소송을 준비하는 사람은 그 미정을 마주하고 판단을 멈춘다. 제98조의 한 문장이 다음 판단에 미치는 신호가 바로 이 모습이다. 부담의 주체가 정해졌어도 부담할 금액이 특정되지 않았다면, 비용 부담의 원칙은 예정된 소송의 설계에 그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멈춘 회의는 금액의 확정을 기다리는 자리이고, 그 기다림 자체가 비용 부담 원칙의 효과로 드러난다.

확정 금액과 부담의 분담 모두 미정이다. 관찰된 것은 주문의 끝줄에 남은 부담, 그 부담의 규모를 묻는 신청이 회의록에 적혔다는 사실, 옆 마을이 멈췄다는 사실이다. 비용 부담의 원칙은 그 세 가지 사실 사이에 놓여 있다. 한편으로 부담의 주체를 적은 문언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 그 부담의 크기를 가늠하려는 신청이 있으며, 그 크기를 아직 모르는 채 판단을 멈춘 이들이 있다. 이 세 요소가 함께 놓여 있을 때에만 비용 부담 원칙이 다음 소송에 어떤 신호를 남기는지 읽어낼 수 있다.

1.6문언으로 넘김

지방자치단체의 회수 의사를 묻는 질문과 주민 300명 사이의 분담 문제, 확정될 금액의 범위가 여전히 미정으로 남은 채 앞선 논의가 끝났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소송비용 부담의 자리를 문언에 맡기는 일이다. 앞 장이 사례에서 읽어낸 신호는 법문의 문장이 아니라 사실의 나열에 머물렀고, 이제 그 나열에 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문언의 몫으로 돌아간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부담의 원칙을 단 한 문장으로 정한다. 그 조문은 "제98조(소송비용부담의 원칙)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라고 선언한다. 이 문장은 소송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를 패소라는 기준에 따라 정할 뿐이다. 문장은 회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주민 사이의 분담 비율을 나누지도 않는다. 문장 안에는 소송비용의 범위를 가리키는 말이 들어 있지 않다. 확정 절차를 가리키는 말도 역시 들어 있지 않다.

조문이 던지는 물음은 부담의 방향이다. 소송비용은 어느 쪽으로 흘러가야 하는가. 그 물음에 대해 조문은 패소를 기준으로 삼는다. 승소한 당사자가 아니라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선언은 비용의 방향을 미리 정해 둔다. 이 선언이 사례에서 어떤 힘을 가지는지는 사실의 나열을 문장에 견주어 보아야 한다. 사례에 적힌 사실들은 문언이 요구하는 요소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또한 문언이 답하지 않는 부분도 함께 남긴다.

이 사례에서 판결 주문의 끝줄에 남은 것은 소송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한다는 내용이었고, 주민 300명이 원고의 지위에 있었다. 그 주문의 표현은 조문이 정한 부담의 방향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읽힌다. 주문이 말하는 원고들이 조문이 말하는 패소한 당사자에 대응하는 자리에 놓였다는 뜻이다. 다만 주문의 문구와 조문의 문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고 해서, 남은 물음까지 함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주문은 방향을 적었을 뿐이고, 분담의 방법이나 회수의 시기를 적지는 않았다.

지방자치단체가 변호사 보수 4,200만 원의 확정을 신청한 사실은 이 문장의 적용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신청된 금액은 회의록에 적혔고, 그 사실 자체는 관찰된 것으로 남는다. 그러나 얼마가 소송비용으로 확정될지는 문언이 정하는 일이 아니다. 문언은 부담의 기준만을 선언하고, 금액의 확정은 확정 절차의 결과로 정해진다. 문언은 방향을 가리키고 숫자를 대신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4,200만 원 가운데 얼마가 남을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주민 300명이 원고로서 함께 소송을 냈으므로, 조문이 말하는 "패소한 당사자"가 복수의 원고 전체를 가리키는지는 문언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98조). 한 명의 당사자를 가리키는 말인지, 여러 명을 묶어 가리키는 말인지 문장 자체는 침묵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실제로 회수할 것인지도 마찬가지로 미정이다. 회수 의사는 문언이 묻는 바가 아니며, 문언은 그에 대한 답을 담고 있지 않다. 회의를 멈춘 옆 마을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도 역시 미정이다. 이 셋은 문언 앞에서 열린 채로 남는 질문이다.

문언이 정하는 것과 문언이 정하지 않는 것을 가르는 선이 이 장의 끝이다. 문언은 부담의 기준을 패소에 둔다. 그것이 이 문장이 명확하게 말하는 바이다. 나머지는 문장이 넘기는 자리에 놓인다. 사례가 남긴 질문들은 이 문장이 정한 바에 따라 하나씩 자리를 찾아 갈 것이고, 그 문장의 첫 줄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선언에서 시작한다.

다룬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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