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갈래를 적는 기록이 어떤 요소로 이루어지는지를 묻고, 분기 기록의 네 요소를 제시한다. 쟁점, 갈래의 이름과 수, 근거가 놓이는 자리, 갈래가 낳는 결과를 차례로 살핀 뒤 앞선 두 전원합의체 사례를 이 꼴로 다시 적어 본다.
10.1분기 기록의 네 요소
숫자 하나가 잃은 근거를 되살리려면, 그 숫자가 접으려 한 판단의 갈래를 먼저 펼쳐 적어야 한다. 갈래를 적는 기록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분기의 꼴을 이루는 요소를 하나씩 놓아 보아야 한다. 요소를 놓는 일은 앞서 본 검증 가능성의 물음에 응하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놓이는 것은 쟁점이다. 갈래는 어딘가에서 갈라지므로, 갈라지는 자리를 가리키지 않고서는 갈래를 말할 수 없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한 행위를 문제 삼으면서, 그 행위의 처분을 갈라놓는 자리를 이렇게 적었다. "다만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시는 어음이 유통되었는지 여부를 갈래가 갈리는 자리로 삼는다. 즉 쟁점은 판결의 결론에 앞서, 그 결론이 무엇에 걸려 있는지를 가르키는 명칭이다.
다음으로 놓이는 것은 갈래 자체다. 쟁점이 정해지면 그에 대한 답은 둘 이상의 자리를 가질 수 있고, 각 자리를 붙여 적을 때 비로소 갈래가 생긴다. 위 판시는 어음이 유통되지 않은 자리를 다른 쪽으로 놓는다.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쟁점에 대한 두 자리가 나란히 놓이므로, 판결이 무엇을 사실로 삼았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는 점이 드러난다.
셋째로 놓이는 것은 갈래의 근거이다. 한 갈래가 왜 그러한 답을 낳는지, 판례가 그 자리에 놓은 이유를 함께 적지 않으면 갈래는 이름만 가진 자리에 그친다. 앞서 본 인용이 유통 여부를 쟁점으로 삼을 때, 그 근거는 회사가 부담하는 어음채무의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는지의 여부이다. 위 인용은 유통된 경우에는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고 하고(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유통되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라고 밝힌다. 근거가 함께 적히므로 두 갈래가 서로 다른 결론을 가진 까닭이 분명해진다.
넷째로 놓이는 갈래가 낳는 결과이다. 갈래의 끝에는 그 갈래를 택했을 때 마주하는 처분이 있어야 하고, 그 처분을 함께 적어야 기록이 닫힌다. 위 판시에서 유통된 갈래의 결과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는 것이고, 유통되지 않은 갈래의 결과는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는 것이다. 같은 사안에서 기수와 미수는 다른 자리에 놓이고, 그 차이는 앞서 본 쟁점과 근거에서 나온다. 이와 같이 쟁점, 갈래, 갈래의 근거, 갈래가 낳는 결과가 함께 놓일 때, 한 갈래의 기록은 검토자가 따라 읽을 수 있는 꼴을 이룬다.
이 꼴에 네 요소를 넣는 일은 확률 수치를 얹는 일과 별개이다. 앞의 사례에서 작성자가 말한 셋째 쟁점의 문언 읽기,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의 제출 여부,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의 여부는 모두 미정으로 남는다. 여기 적은 것은 갈래를 적는 기록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읽는 일이며, 그 숫자가 어디에서 나왔는지까지를 여기서 확정하지는 않는다.
10.2갈래가 갈리는 쟁점
갈래를 적는 기록이 네 가지로 이루어진다고 본 뒤에는, 그렇다면 어느 자리에서 갈래가 갈리는지를 쟁점 하나하나에 붙여 적어야 한다. 여기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으로 갈라져 있는 두 사례를 놓고, 어떤 쟁점에서 갈림이 생겼는지와 그 갈림이 무엇에 걸렸는지를 판결에 나타난 문언에서 찾아 다시 적는다.
먼저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판시사항은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한 행위가 배임죄의 기수 또는 미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세 번째 쟁점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실제 의견의 갈림은 그 쟁점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기에 앞서 배임죄를 침해범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자리에서 시작된다. 별개의견은 그 첫 자리에서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 배임죄를 위험범으로 파악하는 것은 형법규정의 문언에 부합하지 않는 해석이다"라고 선을 긋는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은 반대로 손해의 의미에 실해 발생의 위험까지 넣어 읽고, 대신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대목이 이 사례에서 갈래가 갈리는 첫 쟁점이고, 뒤의 기수와 미수의 구분은 이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 갈려 나간다.
다음으로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재심사유인 증거의 신규성을 다룬 쟁점에서는, 판시사항의 첫째가 증거가 법원뿐만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하는지 여부이다. 여기서 다수의견은 조건을 붙인다. "따라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별개의견은 그 문언을 상대방에 따라 제한하지 않고 읽는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의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그 문언상 ‘누구에 의하여’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다수의견과 같이 그 증거가 법원이 새로 발견하여 알게 된 것임과 동시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의하여도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인에게 명백히 불리한 해석에 해당하며"라고 밝힌다. 이 사례의 갈림은 증거의 신규성을 누구의 시점에서 볼 것인지라는 쟁점에 정확히 걸려 있다.
같은 결정의 둘째 쟁점인 평가 대상이 되는 기존 증거의 범위에서도 갈림이 생긴다. 다수의견은 범위를 좁혀, 재심사유인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을 독립적·고립적으로 고찰하여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한다고 본다. 별개의견은 그 제한을 두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구 증거의 평가 범위를 다수의견과 같이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본다. 두 의견이 함께 평가한다에는 이어도, 무엇까지를 함께 둘 것인가에서 갈린다. 따라서 이 쟁점의 갈래는 결과의 유무가 아니라 평가 범위의 폭에 걸려 있다.
쟁점을 이런 식으로 다시 적으려면, 판결에 등장하는 문장 가운데 어느 대목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지를 찾고, 그 자리를 하나의 쟁점으로 세우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판시사항에 올라 있지 않은 주제를 쟁점으로 새로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앞의 두 사례에서 갈림이 생긴 자리는 모두 판시사항이 이미 다루는 쟁점 안에 있다. 배임죄 사례의 경우 침해범과 위험범의 대립은 판시사항 셋째의 기수와 미수의 판단 기준을 둘러싸고 생긴 갈림이고, 재심 사례의 두 갈림은 판시사항 첫째와 둘째에 각각 대응한다. 이 범위를 넘어서서 의견이 갈렸다고 읽어내면, 그 갈래는 판결이 말한 것의 밖에서 만들어진 것이 된다.
이 사례에 이 구분을 옮겨 보면, 검토 보고서에 적힌 셋째 쟁점이 바로 갈래가 갈리는 자리에 해당하는지가 우선 확인 대상이 된다.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가 미정인 상태에서, 그 쟁점을 둘러싼 갈래의 수와 각 갈래의 근거를 적는 일은 아직 확정할 수 없다.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 역시 미정이므로, 한 쟁점의 갈림이 다른 쟁점에 미치는 영향을 섣불리 이어 적을 수 없다. 관찰된 것은 쟁점이 셋이라는 것과 그중 둘은 자사에 유리하고 하나는 반반이라는 작성자의 말뿐이다. 그 말은 쟁점별로 갈래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에 대한 서술이지, 어느 쟁점에서 의견이 갈리는지에 대한 서술은 아니다. 쟁점이 갈리는 자리를 적는 일은 후자를 가리는 데서 시작한다.
10.3갈래의 이름과 수
쟁점의 자리를 세 번에 걸쳐 나누어 적었으므로, 이제 그 갈래에 붙은 이름과 갈래의 수를 어떻게 기록할지가 남는다. 이름은 자료가 붙인 것을 그대로 옮기고, 수는 자료에 보이는 만큼만 헤아리는 것이 이 절의 기준이다. 앞 절에서 쟁점을 새로 세우지 않았던 것과 같은 뜻으로, 여기서도 자료에 없는 의견의 명칭이나 갈래를 보태지 않는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결요지는 셋째 쟁점에서 먼저 다수의견을 표시한다. 그 사례에서 다수의견의 자리는 다음과 같다. "[2] [다수의견] (가) 배임죄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재판실무에서 배임죄의 기수시기를 심리·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표시는 판결요지가 스스로 붙인 이름이므로, 기록에서는 "다수의견"이라는 표기를 그대로 쓴다.
다수의견에 이어 판결요지는 또 하나의 이름을 붙인다.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별개의견] (가)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이름에는 네 대법관의 성명이 함께 적혀 있다. 갈래를 적을 때에는 이름과 함께 이 성명을 옮기는 것이 그 갈래를 식별하는 길이 된다. 그리고 이 사례에서 "반대의견"이라는 표기가 붙은 갈래는 확인되지 않는다.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그 갈래가 존재하는지, 또 존재한다면 어떤 자리에 놓이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갈래의 수는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세는 것이다. 판결요지의 표기만을 놓고 보면 이 사례에서 이름이 붙은 갈래는 둘이다. 하나는 다수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네 대법관의 별개의견이다. 앞 절에서 셋째 쟁점의 판단이 셋째 쟁점에 머무르는지, 첫째 쟁점과 서로를 제약하는지가 미정으로 남았듯이, 갈래의 수 역시 자료가 밝히는 표기의 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갈래의 기록은 이름을 옮기는 일에서 시작한다. 판결요지가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라 적은 자리는 그 이름으로 적고, 성명이 붙은 갈래는 성명을 함께 적으며, 자료에 표시가 없는 갈래는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남겨 둔다. 이 사례에 놓인 이름과 수의 판단은 여기까지이고, 이 소송의 승패나 그 결과에 관한 확정은 이 기록에 섞이지 않는다.
10.4근거가 놓이는 자리
세 갈래의 이름을 확인한 뒤에는, 각 갈래의 말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가 남는다. 검토 보고서에 적힌 이 소송에서 질 확률 30%라는 문장과 작성자의 구두 답이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지조차 아직 드러나 있지 않으므로, 우선 기록된 말이 기대는 자리를 함께 적어 두어야 한다. 자료에는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이 나란히 놓여 있고, 그 각각에 어떤 문언과 사정이 붙는지가 함께 나타난다.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에 관한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은 의무부담행위의 효력과 손해의 발생을 나누어 설명한다. 그중 어음발행의 경우를 다루는 자리에서 다수의견은, "다만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고 말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인용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만" 뒤에 놓인 발행인의 항변 관계라는 근거다. 같은 결론을 받치는 근거가 의무부담행위의 일반 항목과 어음발행의 항목에서 서로 다른 자리에 붙어 있음이 드러난다. 다수의견은 반대의 경우도 같은 자리에 놓고,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덧붙인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여기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근거의 범위를 한정한다. 따라서 검토 보고서의 한 갈래에 근거를 붙일 때는 그 갈래의 결론뿐 아니라 결론이 쓰는 조건과 단서를 함께 옮겨야 한다.
근거의 자리는 같은 사건의 별개의견에서 또 다른 형태를 보인다. 위 판결의 별개의견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문언을 직접 들면서, "즉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고 읽는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별개의견은 이 문언 해석을 자기 논거의 축에 놓는다. 같은 자료 안에서도 갈래마다 서는 자리가 다르며, 기록에는 그 차이가 남아야 한다.
재심사유인 증거의 신규성을 다룬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도 근거의 자리는 갈래 갈래에 흩어져 있다. 이 결정의 별개의견은 조문의 문언 그대로를 근거로 삼는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증거의 신규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두고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뒤의 갈래가 어떤 근거에 서는지, 앞의 인용이 이 소송의 어느 쟁점과 맞닿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근거가 갈래마다 다른 자리에 붙어 있음은 두 판례에서 모두 확인된다. 이 사례의 세 쟁점에 근거를 어떻게 붙일 것인가는 미정으로 남는다.
10.5갈래가 낳는 결과
갈래마다 근거 자리를 확인한 데서 나아가, 그 갈래가 어디에 이르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검토 보고서에는 이 소송에서 질 확률을 30%로 적은 문장이 있는데, 이는 셋째 쟁점과 둘째 쟁점의 분기를 따라 어떤 결과가 놓이는지를 이미 정한 것처럼 보인다. 쟁점마다 근거가 놓인 자리에 이어 그 갈래가 끝나는 결론과 그 결론이 낳는 처리를 적는 것이 기록의 넷째 요소이다. 그 요소를 확인하기 위하여, 각 분기의 끝에 법원이 무엇을 두었는지 자료에서 읽어 본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약속어음 발행이라는 한 행위를 두고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는지에 따라 갈래를 나눈 뒤, 그 갈래마다 다른 결론과 처리를 둔다. 첫 갈래의 결론을 밝히며 판례는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달리 그 의무부담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채무의 이행이 이루어졌다거나 회사가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였다. 그러고 나서 이 갈래가 낳는 처리를 명시하는데,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였다. 갈래의 끝이 "기수 아님"이라는 결론에 이르더라도, 그 자리에서 판단이 멈추는 것은 아니고 미수범이라는 다른 처리가 따라 놓인다.
다른 갈래는 반대의 결론과 처리를 갖는다. 판례는 "그리고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한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였다. 이 갈래에서는 유효한 채무의 발생이 곧 손해로 읽히고, 그 결과가 곧 기수라는 처리로 잇힌다. 같은 행위를 두고 갈래를 나눈 뒤, 갈래의 끝마다 결론을 두고 그 결론에 맞는 처리를 붙이는 꼴이 여기서 드러난다.
약속어음 발행에 관하여도 판례는 갈래를 하나 더 벌여 결과를 적는다. 판례는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였다. 이 갈래는 무효라는 결론 위에 유통되지 않았다는 조건을 더 쌓은 뒤, 그 끝에 "배임미수죄로 처벌"이라는 처리를 둔다. 반대 갈래는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는 처리에 이른다. 분기의 끝마다 어느 결론에 도달하고 그 결론이 어떤 처리를 낳는지가 함께 기록되어야, 갈래가 실제로 무엇을 정하는지 보인다.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도 분기의 끝에 놓인 결과가 읽힌다. 재심사유로서의 신규성 판단을 두고 다수의견은 "따라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하였다. 이 갈래의 결과는 제외라는 판정이고, 그 판정이 재심사유 인정 여부의 처리로 이어진다. 명백성 판단에 관하여도 판례는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고 하여, 갈래가 끝나는 지점에 그 판정이 놓인다. 판시사항 제목이 밝히는 범위 안에서, 신규성과 명백성이라는 두 판단이 각각 그 갈래의 결과를 정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 사례에서 작성자는 둘째 쟁점과 셋째 쟁점을 어떻게 답할지, 그리고 각 답이 어떤 처리를 낳을지를 아직 적지 않았다. 갈래마다 결과와 처리를 적는 것은 승패의 확률을 계산하기 위한 일이 아니다. 앞의 사례가 보여 주듯, 분기의 끝마다 어떤 결론에 이르고 그 결론이 어떤 처리를 낳는지를 밝혀 두어야, 기록을 읽는 이가 그 갈래가 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청구 금액과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는 미정으로 남는다.
10.6두 전원합의체의 재기록
갈래가 낳는 결과까지 적었으므로, 이제 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서 정한 넷째 요소의 꼴로 다시 기록하여 앞선 요소들이 한 기록 안에서 맞물리는지를 검토할 차례이다. 다시 적는 대상은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과 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이다.
먼저 2014도1104의 쟁점은 배임죄의 성립요건과 실행의 착수시기, 그리고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의 기수 또는 미수에 해당하는지의 기준이다. 이 쟁점에서 갈래는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약속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는지에 따라 나뉜다. 다수의견은 상대방의 인식 여부를 가름자로 삼아 의무부담행위의 효력을 나눈 뒤, 어음의 경우 유통 여부를 한 겹 더 둔다. 다수의견은 어음에 관하여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기록에 따르면 유통이라는 사실이 갈래를 기수 쪽으로 보내며, 그 뒤의 결과가 따라붙는다. 반면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여기서 결과는 미수범의 처벌이며, 이 갈래에 붙는 근거는 손해 또는 실해 발생 위험의 부정이다. 별개의견은 이와 달리 "배임죄는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문언을 들어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별개의견의 갈래는 문언해석에서 출발하며, 죄형법정주의가 그 근거로 놓인다. 이 사례에서 판결요지가 밝히지 않은 사건의 실제 처리는 적지 않으며, 앞선 단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판결요지가 말한 범위 밖의 확률이나 손익은 이 기록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음으로 2005모472의 쟁점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유에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를 판단할 때 함께 평가할 기존 증거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이다. 첫째 쟁점의 갈래는 신규성을 법원 기준으로 볼지, 피고인까지 기준으로 삼을지에서 갈린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한 경우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중에 그러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거는 위 조항에서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갈래의 근거는 판결의 확정력과 형사재판의 법적 안정성이며, 결과는 과실 있는 증거의 제외이다. 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는지는, 재심을 청구하는 피고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심 개시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이 새로이 발견하여 알게 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갈래의 근거는 조문이 '누구에 의하여'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문언과 정의의 관념이며, 결과는 법원 기준에 따른 신규성의 판단이다. 둘째 쟁점의 갈래는 기존 증거를 어디까지 끌어올지에서 갈린다. 다수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 단순히 재심대상이 되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그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새로운 증거는 위 조항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별개의견은 "새로 발견된 증거와 재심대상인 확정판결이 그 사실인정에 채용한 모든 구 증거를 함께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둘째 쟁점의 갈래가 어디로 끝나는지는 이 기록에서 다루지 않으며, 앞서 밝힌 미정 사항 그대로 남는다.
이렇게 다시 적은 두 기록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각 기록은 쟁점, 갈래, 근거, 결과의 순서를 따르면서도 그 요소가 놓이는 자리가 서로 다르다. 2014도1104에서는 셋째 쟁점의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그리고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 것인지가 미정이며,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도 미정이다. 2005모472에서 역시 갈래가 가르는 것은 판단의 기준일 뿐이고, 그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는 이 기록에 담기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두 기록은 각 갈래에 무엇이 근거로 붙는지를 보여줄 뿐, 이 소송에서 질 확률 30%라는 숫자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밝히지는 않는다. 기록이 서로 맞물리는 자리는 이 소송에서 별도로 찾아야 하며, 이 자리에 무엇을 붙일지는 앞의 요소들이 이미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