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면 승패의 빈도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묻고, 빈도 확률이 전제하는 것을 밝힌다. 단발 사건의 승패와 전원합의체의 의견 분기, 사건의 개별성을 근거로 삼아 빈도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을 정리한다.
8.1빈도 확률이 전제하는 것
방법의 갈림을 확인한 자리에서 되묻는 것은 "30%"라는 숫자가 무엇에 뿌리를 두는지이다. 그 숫자를 빈도의 말로 읽으려면, 무엇이 세어져야 하는지 먼저 밝혀야 한다.
빈도는 같은 사건이 여러 번 일어난 뒤 그중 얼마만큼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를 세는 방식이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배임죄의 성립에 관하여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59조는 그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는 배임죄의 성립 요건을 적고 있을 뿐, 그 요건이 몇 번 중 몇 번 충족되었는지를 세는 틀을 제공하지 않는다.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어야 비로소 빈도가 성립한다는 점은, 판례가 사안별 판단을 요구하는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위 판결은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데 관하여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힌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판단이 매번 사안의 사정에 맞추어 내려진다는 뜻이며, 어느 한 번의 판단이 그대로 다음 사건에 되풀이되리라는 보장을 주지 않는다.
판례가 쟁점마다 다른 기준을 두는 대목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대표권남용과 약속어음발행의 경우에 관하여 위 판결은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밝힌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결론을 갈라놓는 것은 어음의 유통 여부라는 사정이다. 그 사정은 매 사건마다 새로 확인해야 하며, 미리 정해진 비율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소송에서 작성자가 말한 것은 쟁점이 셋이며 그중 둘은 자사에 유리하고 하나는 반반이라는 구두 답이었다. 여기에 밝힌 것은 관찰된 사실과 말의 기록일 뿐, 승패의 확률이나 확정 손해·고의 같은 법적 평가의 확정이 아니다.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 것인지,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 것인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이 소송에서 질 확률이 30퍼센트라는 문장은, 같은 사건이 여러 번 되풀이되어 그중 얼마만큼이 자사에 불리한 결과를 냈는지를 세어 얻은 수가 아니다. 이 문장이 무엇에 기대어 쓰였는지는 검토 보고서의 기록만으로 확정되지 않으며, 빈도 확률이라는 말을 붙이려는 근거는 이 자리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8.2단발 사건의 승패
그럼에도 빈도라는 말이 이 사건에 쓰이려면 무엇이 먼저 확인되어야 하는지 묻는다. 이 소송에서 승패는 몇 번이나 기록되어야 빈도가 되는가. 여기에는 관찰된 사실과 말의 기록만이 놓여 있고, 승패의 확률이나 손해 평가는 확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집은 사건 하나의 기록을 쪼개어 되풀이되는 문답으로 옮기지 않는다. 위 판결에서도 쟁점이 셋으로 나뉘어 각각에 대한 판단이 이어진다.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는 이 소송에서 한 번 정해질 뿐이고, 그 해석이 다른 소송에서 같은 숫자로 되풀이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문언을 먼저 옮기며 판단의 기준을 둔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59조는 그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인용은 형법 조문이 배임죄의 성립과 미수를 어떻게 나누는지를 보여준다. 이 소송의 셋째 쟁점이 이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는 미정이다.
다수의견은 그러한 문언이 판결에서 구체화되는 방식을 먼저 밝힌다. 배임죄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재판실무에서 배임죄의 기수시기를 심리·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형식적으로는 본인을 위한 법률행위를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그러한 행위가 실질적으로는 배임죄에서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는 민사재판에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참조) 등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행위에 대한 민사법상의 평가가 경제적 관점에서 피해자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단은 구체적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소송의 승패가 다른 소송에서 같은 모습으로 되풀이되리라는 기대는 서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그러한 판단이 한 사건의 기록에 머무는 한 빈도를 이루지 못함을 함께 보여준다. 따라서 이 소송에서 관찰될 수 있는 것은 쟁점별 판단의 기록이고, 그 기록이 빈도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청구 금액과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가 미정인 채 남아 있듯이, 승패의 확률과 손해 평가도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8.3전원합의체의 의견 분기
단발 사건의 승패가 한 번만 기록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다음으로 묻는 것은 그 사건의 판단이 한 덩어리였는지였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한 사건 안에서 판단이 갈리는 지점을 보여 주므로, 그 분기만을 자료로 삼아 읽는다. 이 판결에서 다수의견과 별개의견·반대의견이 갈린 모습은 사건의 결과가 단일한 하나의 값으로만 놓이지 않음을 드러낸다.
배임죄의 성립 요건은 먼저 형법 조문에서 확인된다. 이 판결의 판시사항 [1]은 그 요건과 실행의 착수 시기, 기수 시기를 다루는데, 다수의견은 그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59조는 그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할 것과 그러한 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의 범의로, 즉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개시한 때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기수에 이른다." 이 인용은 다수의견이 손해의 발생 시점에 기수의 기준을 두었음을 보여 준다.
다수의견은 그 기준을 약속어음 발행에 적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도 원칙적으로 위에서 살펴본 의무부담행위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다만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어음발행의 상대방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 이 구절은 유통 여부에 따라 기수와 미수가 갈리는 지점을 드러낸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의견이 갈린다.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별개의견은 배임죄를 위험범이 아니라 침해범으로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며, 형법 조문의 문언을 다음과 같이 읽는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손해를 가한 때’란 문언상 ‘손해를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종래의 판례는 배임죄의 ‘손해를 가한 때’에 현실적인 손해 외에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배임죄의 기수 성립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해 발생의 위험을 가한 때는 손해를 가한 때와 전혀 같지 않은데도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하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형벌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 이 인용은 같은 조문을 두고 기수의 범위를 넓히는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별개의견의 태도를 보여 준다.
이 판결에서 판단이 갈린 자리는 이와 같이 조문의 문언과 기수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판시사항 [2]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약속어음 발행을 한 행위가 배임죄의 기수 또는 미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다루고, 그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앞서 인용한 두 의견의 대조에서 확인된다.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 것인지,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 것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 소송의 청구 금액과 그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 역시 미정이다. 여기 적힌 것은 관찰된 사실과 말의 기록일 뿐, 승패의 확률이나 확정 손해·고의 같은 법적 평가의 확정이 아니다.
8.4사건의 개별성
의견이 갈린 지점을 훑은 뒤에는, 그 갈림이 빚어낸 결론을 숫자로 바꿀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이 소송은 셋째 쟁점의 문언을 어떻게 읽을지, 둘째 쟁점의 자료가 제출될지,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가 모두 미정이다. 미정인 자리는 확률의 값으로 대신할 수 없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배임죄의 손해와 기수 시기를 판단하는 데 쓰는 기준을 다수의견의 언어로 밝힌다. 다수의견은 그 판단이 범죄의 성립 요건에 관한 일반론에 머물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결국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여기서 말하는 '구체적 사안별' 판단은, 사건마다 그 사안을 이루는 요소들이 따로 놓인다는 뜻이다. 요소가 다르면 판단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사례에서 작성자가 세운 쟁점은 셋이고, 그중 둘은 자사에 유리하며 하나는 반반이라는 것이 구두로 전해진 내용이다. 그러나 그 쟁점 각각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그 셋이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지, 어떤 자료가 곁들여질지는 관찰된 말에 담겨 있지 않다. 미정으로 남은 것은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지이고,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지이며,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이다.
따라서 이 소송에서 질 확률이 30퍼센트라는 문장이 검토 보고서에 적혔다는 것은 숫자의 출처를 묻게 만드는 기록에 그친다. 세 개의 쟁점 가운데 둘이 유리하고 하나가 반반일 때 30이라는 값이 어떻게 도출되는지 그 산식은 밝혀져 있지 않다. 이 소송의 청구 금액, 그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 역시 미정이다.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는 관찰된 말로 정해진 바 없다.
결국 여기에 남는 것은 한 사건이 하나의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사실과, 그 사건 안에서 판단이 갈렸다는 사실이다. 사건의 개별성은 숫자의 분모를 이루는 모집단이 이 자리에 없음을 뜻한다. 앞서 본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의 갈림은, 하나의 사건 안에서도 판단이 갈릴 수 있음을 보여 주었을 뿐이다. 이 소송을 어떤 모집단의 표본으로 놓는 것은 이 자리에서 뒷받침되지 않는다.
8.5빈도로 환산할 수 없는 것
개별성의 근거를 세움으로써 남는 물음은, 반복이 없는 자리에서 승패의 빈도라는 말이 무엇을 가리킬 수 있는지이다. 작성자가 검토 보고서에 적은 이 소송에서 질 확률 30%라는 문장 앞에서, 이 숫자가 어떤 관측의 반복에서 나온 것인지 물어야 한다. 앞서 살핀 대로 이 소송은 어떤 모집단의 표본으로 놓일 수 없다. 표본이 없다면 사건의 반복도 없고, 사건의 반복이 없다면 승패의 빈도를 셀 자리도 없다.
빈도를 세려면 같은 사건이 여러 번 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구체적 사안의 판단이 다루는 요소가 그러한 반복을 허락하지 않음을 말한다. 그 판결은 배임죄의 손해 판단에 관해 "결국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시는 판단의 기준을 사안마다의 사정에 두고, 그 사정을 하나의 숫자로 묶어 세는 자리를 두지 않는다.
같은 판결은 요소의 결합이 사안마다 갈리는 모습을 더 보여 준다. 다수의견은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고 하였고,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약속어음의 경우에도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는지가 다시 기준이 된다. 이렇게 쟁점마다 조건이 따로 붙고 그 조건이 서로를 건드리므로, 어떤 사건이 어느 한 갈래에 놓일지는 그 사건이 놓인 자리에서만 드러난다.
이 사례의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는 미정이다.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 것인지도 미정이고,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 것인지도 미정이다. 미정으로 남은 항목이 셋이나 되는데, 그 항목들 하나하나가 사건의 갈래를 가르는 자리에 놓여 있다. 그러한 자리에서 승과 패의 반복을 세어 어떤 쪽이 몇 번인지를 적는 방법은, 셀 사건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막혀 있다.
따라서 이 소송에서 질 확률 30%라는 문장의 30이라는 숫자는, 승패의 빈도에서 나온 값일 수 없다. 작성자가 답한 말은 쟁점이 셋이며 그중 둘은 자사에 유리하고 하나는 반반이라는 것이고, 그 말은 쟁점의 수와 유불리의 평가를 적은 것이지 사건의 반복을 셈한 기록이 아니다. 이 소송의 청구 금액과 그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도 미정이므로, 확정 손해나 승패의 확률 따위의 법적 평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숫자 하나로 적힌 문장은 그 자리를 채운 모양을 갖추었을 뿐이고, 그 아래에 놓일 수 있는 빈도의 관측은 없다.
8.6이 장의 결론과 남은 문제
되풀이되지 않는 사건에 빈도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는 확인에서 이 장의 논의는 멈춘다. 그렇다면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가 남는다. 이 질문 앞에서 검토 보고서의 소송에서 질 확률 30%라는 문장은 그 출처가 빈도에 두어질 수 없다는 점만 다시금 분명해진다. 작성자가 셋째 쟁점의 반반이라고 답한 것은 어떤 무리의 사건을 세어 얻은 비율이 아니라, 그가 밝힌 생각의 기록에 가깝다. 앞 절이 확인한 바와 같이, 승패가 되풀이되어 관찰되지 않는 자리에서 빈도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사례에서 남은 자리는 세 가지로 열려 있다. 셋째 쟁점에 걸린 문언을 어떻게 읽을지 미정이고, 둘째 쟁점에 관한 자료가 제출될지 미정이며, 첫째 쟁점과 셋째 쟁점의 판단이 서로를 제약할지도 미정이다. 청구 금액과 판결이 당사자에게 낳을 결과도 미정으로 남는다. 숫자 하나가 놓인 자리에 이렇게 열린 쟁점이 겹쳐 있으므로, 그 숫자가 무엇에 대한 것인지 묻는 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유사한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재산상 손해의 발생과 그 시기이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기준을 구체적 사안별 판단에 맡기며 이렇게 말한다. "형사재판에서 배임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손해 발생 또는 배임죄의 보호법익인 피해자의 재산상 이익의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별로 타인의 사무의 내용과 성질, 임무위배의 중대성 및 본인의 재산 상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평가의 항목이 여럿이고 그것이 사안마다 달라지므로, 확정된 한 가지 기준으로 모든 사건을 재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같은 판결은 손해의 유형에 따라서도 판단이 갈라짐을 보여 준다. 대표권남용에 따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유효한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의무부담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유효한 경우에는 회사의 채무가 발생하고 회사는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러한 채무의 발생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손해 또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 채무가 현실적으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반면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이고 유통되지도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때에는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이 두 결론은 사안의 조건이 달라짐에 따라 갈리는 것으로, 여기에 빈도의 자리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유사 사건이 몇 건인지를 묻는 방식으로는 이 구분을 얻을 수 없다.
이 장이 남기는 물음은 단순하다. 되풀이되지 않는 사건에 대한 생각을 어떤 낱말과 어떤 방법으로 옮길 것인지. 앞에서 확인한 대로 승패의 빈도라는 낱말은 이 자리에 맞지 않고, 사건을 유형화하여 수치를 만들지 않는 한 그 자리는 비어 있다. 작성자가 구두로 남긴 반반이라는 말을 보고서의 한 숫자로 옮긴 일이 무엇을 잃게 하는지, 그리고 그 숫자의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주관적 확률의 정의와 평가는 이 장의 범위 밖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