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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법률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서면의 구조: 문장·쟁점·증거·법리의 정밀한 연결 · II-08 · 제1장 · 초판

서면이 답할 물음: 목적·독자·요구되는 판단

이 서면이 판단자에게 어떤 판단을 요구하고,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사실은 무엇인가?

분량
약 2,4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5 · 판결 1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1.1서면의 목적과 독자
  3. 1.2신청이 세우는 판단 요구
  4. 1.3반박과 준비의 사실 배치
  5. 1.4판단자가 먼저 풀 질문
  6. 1.5필요한 사실의 가려내기
  7. 1.6서면의 언어와 신의성실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이 장은 서면이 판단자에게 어떤 판단을 요구하고,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사실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접수·설명·신청·반박 문서의 목적과 독자를 살피고, 신청이 세우는 판단 요구와 반박·준비의 사실 배치를 차례로 본다. 판단자가 먼저 풀 질문과 필요한 사실의 가려내기를 거쳐, 서면의 언어와 신의성실을 검토한다.

1.1서면의 목적과 독자

서면의 한 문장과 다른 문단이 서로 어긋난다고 지적받은 자리에서, 먼저 되짚어야 할 것은 그러한 지적에 답할 독자가 누구인가라는 점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하여 쓰인 서면이 읽히는 자리가 법원이건 행정청이건, 서면은 혼자 읽히지 않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답변으로 함께 놓인다. 민사소송법 제256조는 피고의 답변서 제출 의무를 규정하면서 그 전제를 이렇게 둔다.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에는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가 공시송달의 방법에 따라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사소송법 제256조) 이 조문은 답변서가 청구에 대한 다툼을 담아 내는 문서임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서면 안에 기재된 한 문장은 상대방이 청구의 근거로 내세운 사실과 판단에 맞추어 쓰인 것이어야 하고,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어긋난다는 지적은 곧 그 다툼의 일관성을 해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답변서는 피고만 읽는 문서가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256조는 그 전달의 경로를 다음과 같이 함께 규정한다. "법원은 소장의 부본을 송달할 때에 제1항의 취지를 피고에게 알려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56조) 이어서 "법원은 답변서의 부본을 원고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56조) 답변서가 제출되면 원고에게도 그 부본이 전해지는 구조 안에서,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하여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 붙는지를 요구하는 상대방은 바로 그 송달을 받는 독자이다. 그러한 요구는 서면이 쓰인 자리에서 이미 대답을 요하는 물음으로 놓인다. 서면의 문구가 원문의 인용인지 요약인지는 미정이고, 문단 사이의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도 미정이다. 다만 그러한 물음을 받은 서면이 상대방과 법원 모두에게 읽힌다는 사실 자체는, 서면의 목적이 다툼의 정리에 놓여 있음을 가리킨다.

행정의 자리에서도 서면이 읽히는 독자는 분명하다. 행정절차법 제23조는 처분의 이유 제시 의무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그 예외로는 "신청 내용을 모두 그대로 인정하는 처분인 경우" (행정절차법 제23조), "단순·반복적인 처분 또는 경미한 처분으로서 당사자가 그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는 경우" (행정절차법 제23조),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행정절차법 제23조)가 놓이고, 예외의 경우에도 "행정청은 제1항제2호 및 제3호의 경우에 처분 후 당사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이 규정은 근거와 이유가 제시되는 독자가 당사자임을 분명히 밝힌다. 당사자가 그 근거와 이유를 요구하는 자리에서, 서면에 실린 한 문장이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 붙는지를 밝히는 일은 곧 당사자를 독자로 삼는 서면의 몫이 된다.

그렇다면 이 사례의 서면이 이 자리에서 마주한 물음은 무엇인가. 상대방은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를 요구하였다. 이 요구에는 두 가지가 담겨 있다. 하나는 그 문장이 붙을 자료의 위치를 밝히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단 사이의 차이를 풀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확인된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뿐이다. 이 자료의 모임이 서면의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모두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서면이 할 일은 자료의 모양을 헤아리지 않는 쪽으로 정리된다. 답변서는 청구에 대한 다툼을 담아 상대방과 법원에게 읽히고, 처분의 근거와 이유는 당사자라는 독자를 향하여 제시된다. 어느 쪽에서 서면이 읽히든, 한 문장에 붙을 근거의 위치를 밝히는 요구와 문단 사이의 차이를 풀어 달라는 요구는 서면의 목적이 다툼의 정리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다만 서면이 그 요구에 어디까지 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서면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항이 무엇인지는 이 자리에서 단정하지 않는다. 문구의 성격과 문단 사이 차이의 성격이 미정으로 남아 있는 한, 서면의 목적은 그 미정을 가리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을 밝혀 놓는 데 있다.

1.2신청이 세우는 판단 요구

독자를 둘로 나눈 뒤에 남는 것은 신청 서면이 판단자에게 내놓는 요구다. 이 요구는 소장에 적어야 할 사항에서 읽어 내야 하며, 무엇을 판단해 달라는 것인지가 먼저 특정되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49조는 소장의 기재 범위를 이렇게 정한다. "①소장에는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청구의 취지와 원인을 적어야 한다. ②소장에는 준비서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이 조문은 신청 서면이 판단자에게 요구하는 내용이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청구의 취지와 원인의 기재에서 읽힌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한 신청 서면 역시 이 항목을 갖추었을 때 판단 요구가 비로소 특정된다.

청구의 취지는 무엇을 구하는지, 원인은 그것을 무엇에 근거하여 구하는지를 밝힌다. 두 항목이 함께 쓰여야 판단자는 당사자가 어떤 선언을 바라는지, 그 선언이 어떤 법률상 요청에 따른 것인지를 함께 읽을 수 있다. 신청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상대가 근거의 출처와 위치를 요구한 장면에서, 판단 요구의 특정은 바로 이 기재에 달려 있다.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는 아직 미정이며, 그렇더라도 그 문장이 청구의 취지와 원인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를 먼저 읽어야 한다.

한편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범위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한정된다. 민사소송법 제203조는 그 경계를 이렇게 긋는다.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 이 조문은 판단 요구의 바깥에 나가지 않도록 하는 한계 규정이다. 이 사례에서 우리 측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는 상대의 지적은 판단 요구의 범위를 스스로 넓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두 표현이 각각 청구의 취지와 원인 안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아니면 그 바깥의 설명인지가 가려져야 할 문제로 남는다.

물론 처분권주의가 당사자가 내세우지 않은 판단을 미리 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신청 서면이 요구하는 판단을 소장의 기재사항에서 읽어 특정한 뒤에나, 그 판단이 닿지 않는 사항을 가를 수 있다. 관찰된 자료에 메일 원문과 발송 대장, 계약서 사본,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모여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해당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뜻이 아니다. 자료의 유무는 판단 요구와 별개의 문제로 둔다.

결국 신청 서면의 판단 요구는 기재된 항목에서 특정되고, 판결은 그 특정된 요구에 묶인다.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판단 요구의 범위를 먼저 정한 뒤에 다룰 일이며, 이 자리에서 단정할 사항은 아니다.

1.3반박과 준비의 사실 배치

신청이 세운 판단 요구를 확인한 뒤에는, 반박과 준비의 서면에서 사실과 그 근거를 어느 자리에 두는지를 살펴야 한다.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때에는 답변서를 내야 하고, 민사소송법 제256조는 답변서에 준비서면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56조 제4항은 "④답변서에는 준비서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선언한다. 따라서 답변서의 사실 배치도 준비서면의 기재사항에서 읽어야 한다.

준비서면이 담아야 할 사항은 민사소송법 제274조 제1항이 열거한다. 그 중 제4호와 제5호는 서면의 중심을 이룬다. 민사소송법 제274조 제1항은 "준비서면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고,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다"고 정하고, 이어서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과 "상대방의 청구와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에 대한 진술"을 요구한다. 전자는 우리가 내세우는 공격과 방어의 내용이고, 후자는 상대방이 내세운 청구와 공격·방어에 관한 우리의 진술이다. 이 두 항목이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이 놓이는 자리이다.

사실상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의 배치도 같은 조항에서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74조 제2항은 "제1항제4호 및 제5호의 사항에 대하여는 사실상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방법과 상대방의 증거방법에 대한 의견을 함께 적어야 한다"고 명한다. 상대방이 요구하는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바로 이 증거방법의 기재와 맞닿는다. 다만 이 기재 요구가 곧 그 사실이 입증되었다는 뜻으로 옮겨 적혀서는 아니 된다. 서면에 적힌 사항과 증명된 사실은 구별하여야 하고,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서면을 제출하는 시점과 방법도 규정이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273조는 "준비서면은 그것에 적힌 사항에 대하여 상대방이 준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두고 제출하여야 하며, 법원은 상대방에게 그 부본을 송달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상대방이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을 지적한 장면에서, 상대방이 대비할 시간을 확보하는 절차의 요건은 이 규정에서 나온다. 아울러 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은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에는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가 공시송달의 방법에 따라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사소송법 제256조)고 답변서 제출의무와 기한을 정한다.

이상의 규정에서 읽히는 것은 반박과 준비의 서면에 사실의 주장과 증거방법을 함께 적어야 한다는 배치의 틀이다. 관찰된 자료에 메일 원문, 발송 대장, 계약서 사본,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문단이 모여 있으나,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재 항목의 자리를 규정에서 파악하는 데에서 멈추고, 입증의 성패는 판단자에게 맡겨야 한다.

1.4판단자가 먼저 풀 질문

판단자가 서면을 읽기 전에 무엇을 먼저 확인하는지는 준비서면에 실린 사실의 배치 다음에 놓이는 물음이다.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위치와 문단 간 모순을 둘러싼 다툼 앞에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누구에게 열려 있는지를 절차 규정에서 먼저 확인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36조는 재판장과 당사자 양쪽에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할 수단을 열어 둔다. 그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당사자는 필요한 경우 재판장에게 상대방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서면만으로 남아 있는 사건에서도 질문은 일방이 상대방을 추궁하는 장치가 아니라 판단자의 손에 먼저 놓이는 수단이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요구한 근거의 출처는 판단자의 질문과 뚜렷이 구분되는 청구자의 청구이며, 그 요구의 형식과 범위는 서면이 아니라 상대방의 청구에서 온다.

질문이 법률상 사항에 이르면 절차는 한 가지 더 남긴다. 같은 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한다. 문단 간 표현이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 여부가 이 사례에서 법적 평가로 남아 있는 한, 판단자는 그 판단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 자리를 사실관계를 새로 채우는 자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

판단자가 묻는 범위와 서면이 답할 범위가 같은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6. 11. 4. 자 2015마4027 결정은 절차의 심리 대상을 나누면서 "소송허가절차에서 대표당사자가 소명할 대상은 소송허가요건이고, 본안소송절차에서 다루어질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등은 원칙적으로 소송허가절차에서 심리할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같은 결정은 다만 "법원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12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제3조 제1항 각 호의 손해배상청구로서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중요한 쟁점이 모든 구성원에게 공통될 것’이라는 소송허가요건이 충족되는지를 판단하는 데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손해배상청구의 원인이 되는 행위 등에 대하여 심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심리의 한도가 정해진 절차 안에서 판단자의 질문이 미치는 자리는 그 한도 안에 머문다.

이 사례에 적용하면, 상대방이 요구한 근거의 출처는 서면이 답변할 물음 안에 놓이고,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와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미정으로 남는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계약서 사본,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함께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자가 그 문장을 입증 범위 안에 두었다고 볼 수는 없다.

서면에 남은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도 같은 자리에 있다. 판단자가 이 가운데 무엇을 먼저 물을지는 미정이며, 서면이 답할 때 그 자료의 어느 위치를 가리킬지도 앞선 판단의 결과에 달려 있다.

1.5필요한 사실의 가려내기

판단자가 풀 질문의 자리를 정하고 나면, 다음은 서면에 실릴 사실의 범위를 가려내는 일이다. 이는 자료를 모으는 일이 아니라 요구되는 판단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사실만을 골라내는 작업에 해당한다.

민사소송법 제274조 제1항 제4호와 제5호는 준비서면에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과 "상대방의 청구와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에 대한 진술"을 적도록 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그 사항에 대하여 "사실상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방법과 상대방의 증거방법에 대한 의견을 함께 적어야 한다"고 덧붙인다(민사소송법 제274조). 서면에 담길 사실은 청구와 방어의 방법을 뒷받침하는 범위에서 정해진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함께 청구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은 각각 다른 판단을 요구하므로, 서면이 답할 사실도 그 판단마다 갈라져 정해진다.

어느 사실이 그 범위에 들어가는지는 판례가 정한 심리의 한도에서 가려진다. 대법원 2016. 11. 4. 자 2015마4027 결정은 소송허가절차에서 심리할 대상을 구분하면서, "소송허가절차에서 대표당사자가 소명할 대상은 소송허가요건이고, 본안소송절차에서 다루어질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등은 원칙적으로 소송허가절차에서 심리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 결정은 "법원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12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제3조 제1항 각 호의 손해배상청구로서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중요한 쟁점이 모든 구성원에게 공통될 것'이라는 소송허가요건이 충족되는지를 판단하는 데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손해배상청구의 원인이 되는 행위 등에 대하여 심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대법원 2016. 11. 4. 자 2015마4027 결정). 심리의 한도를 넘지 않는 사실만이 그 판단에 필요한 것으로 가려진다. 이 사건에서 서면이 계약 해지의 효과에 답한다면 손해 배상액 산출에 관한 사실까지 담을 필요는 없다.

그 한도 안에서의 사실 특정도 함께 요구된다. 같은 결정은 총원의 범위에 관하여 "관련 자료에 의하여 특정인이 구성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여야 한다"고 정한다(대법원 2016. 11. 4. 자 2015마4027 결정). 서면에 적을 사실 역시 자료의 어느 위치에 놓였는지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요구한 근거의 위치는 이 특정의 요구에 해당한다. 다만 상대방이 지적한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정이 곧 필요한 사실의 범위 안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계약서 사본,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그리고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이 함께 놓여 있으나,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는 미정이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도 미정이다. 미정으로 남은 사항을 서면에 사실로 적어 넣으면 요구되는 판단을 뒷받침하는 범위를 벗어난다.

그리하여 필요한 사실은 요구되는 판단을 뒷받침하는 한도에서, 자료의 어느 위치에 놓였는지 특정할 수 있는 것으로 가려진다. 그 밖의 사항은 서면에 담기 전에 미정으로 남겨진다.

1.6서면의 언어와 신의성실

필요한 사실을 가려낸 뒤에는 서면의 문장이 무엇을 약속하는지 읽어야 한다. 상대는 그 문장의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 물었고,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다. 그러므로 서면의 언어를 논하기 전에, 신의성실 원칙이 수행자에게 요구하는 태도를 먼저 확인한다.

민사소송법 제1조는 소송관계인의 의무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②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1조) 같은 조 제1항은 법원에 대하여 "①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민사소송법 제1조) 이 사례에서 상대가 요구한 것은 바로 그러한 성실 수행의 태도다. 서면의 한 문장이 어떤 근거에 서 있는지 밝히지 않은 채 판단자에게 판단을 맡긴다면, 수행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근거와 이유를 적는 방식을 참고할 만한 틀로 행정절차법 제23조를 꼽을 수 있다. 행정청의 처분을 규율하는 조문이나, 판단자가 근거와 이유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조는 "①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이 사례의 상대가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하여 그 근거의 위치를 요구한 장면은, 서면이 스스로의 근거를 밝히지 않으면 판단자와 상대가 그 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다만 그 예외를 함께 읽어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1. 신청 내용을 모두 그대로 인정하는 처분인 경우", "2. 단순·반복적인 처분 또는 경미한 처분으로서 당사자가 그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는 경우", "3.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예외로 둔다. (행정절차법 제23조) 같은 조 제2항은 행정청이 제1항제2호 및 제3호의 경우에 처분 후 당사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행정절차법 제23조) 따라서 사유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서면이 성실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상대가 근거를 요청한 뒤에 이를 밝혔는지가 함께 놓인다.

한편 신의성실 원칙은 표현 하나 하나를 정해진 문구에 고정하는 규범이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이 요구하는 것은 수행의 태도이지 특정 서식이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1조) 그러므로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다른 문단과의 차이가 표현상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서면의 문장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메일 원문과 발송 대장, 계약서 사본,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의 구체적 문구를 놓고 대조한 뒤에야 판단할 일이 남는다.

결국 서면의 언어는 판단자에게 근거의 자리를 밝히는 약속을 담아야 한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으므로, 서면의 문장은 미정의 자리를 미정으로 남긴 채 쓰는 편이 신의에 따른 수행에 가깝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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