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문장별 검수와 이전 서면 대사를 마친 뒤, 승인과 접수 확인을 어디에 기록하는지를 묻는다. 문장별 검수의 세 항목과 원문 인용과 요약의 구분, 문단 간 대사와 모순 판정을 살핀다. 제출 권한과 승인 기록, 발송·제출·접수의 분리를 본다.
13.1문장별 검수의 세 항목
범위의 점검으로 쟁점을 가려 둔 뒤에는, 남은 것은 우리 측 서면의 문장을 하나씩 확인하는 일이다. 상대방이 요구한 것은 그 문장의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가, 그리고 다른 문단과의 모순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인데, 검수는 이 요구를 문장 단위로 나누어 받을 때만 대상이 분명해진다.
검수의 첫 항목은 문장이 말하는 사실이 무엇인지를 가리는 일이다. 민사소송법 제273조는 "준비서면은 그것에 적힌 사항에 대하여 상대방이 준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두고 제출하여야 하며, 법원은 상대방에게 그 부본을 송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서면에 적힌 사항 자체가 상대방이 준비할 대상이 되므로, 그 사항이 무엇을 사실로 진술하는지 검수하지 않은 채 내보내면 상대방이 대응할 대상조차 잡기 어렵다.
둘째 항목은 문장의 문구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서 왔는지를 표시하는 일이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메일 원문에 승인 표시가 남아 있다는 사실은 이 추정과 관련되지만, 그렇다고 그 문장이 그 메일의 어느 줄에서 왔는지가 자동으로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는 다음 문제로 남겨 두되, 검수 자리에는 그 문구가 붙을 위치를 적어 둔다.
셋째 항목은 문장에 들어간 수치와 계산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를 적는 일이다.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아직 미정이므로, 수치가 붙은 문장은 계산의 기준과 산출 근거를 함께 적지 않으면 검수를 마쳤다고 할 수 없다. 관찰된 자료 가운데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이 있다. 이 가운데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가 그 문장의 근거인지가 확인되지 않은 문장은 검수란 이름으로 자료 위치나 수치를 채워 넣지 않고, 미정으로 남긴다.
상대방이 지적한 문단 간 모순도 같은 나눔으로 다룬다.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아직 미정이며, 두 문단을 각각 사실·문구 출처·수치의 셋으로 갈라놓으면 어느 항목에서 어긋나는지가 드러난다. 다만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으므로, 검수의 기록은 확인한 사실과 표시한 출처만을 담고 평가는 별도로 남긴다. 문장마다 세 항목이 채워진 검수표가 모이면, 다음에 다룰 문제는 그 문구의 성격이 인용인지 요약인지이다.
13.2원문 인용과 요약의 구분
검수의 대상을 가른 뒤에는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에서 그대로 왔는지, 아니면 서면 작성자가 짧게 적어 옮겼는지를 가려야 한다.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위치는 그 문구의 성격에 따라 답하는 방식이 갈리기 때문이다. 원문 인용이라면 원문의 어느 낱말과 어느 자리에 대응하는지 밝히면 되지만, 요약이라면 요약의 대상이 된 기록 전체를 함께 보여 주어야 한다.
그 구분은 우선 메일 원문과 문장을 낱말 단위로 대조하여 정한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을 펼쳐 놓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에 담긴 낱말이 원문에 그대로 들어 있는지를 찾는다. 원문에서 그대로 옮겨 온 낱말이 이어지는 구간이라면 인용으로, 문장의 낱말이 원문에 흩어져 있거나 원문의 여러 자리를 하나로 묶은 것이라면 요약으로 표시한다.
법문의 문어를 원문에 삼는 경우에도 같은 기준을 쓴다.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판결서의 이유에 관하여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제1심 판결로서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구를 특정함에 필요한 사항과 제216조제2항의 판단에 관한 사항만을 간략하게 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조문이 예외의 조건을 함께 두고 있음을 인용에서 빼지 않는 것이 이 구분을 지키는 첫 작업이다. 단서를 생략한 채 원문이라 적으면, 그것은 더 이상 원문 인용이 아니라 요약에 가까워진다.
대조로 판정되지 않는 문구는 미정으로 남긴다. 메일 원문에 대응하는 낱말이 드러나지 않고, 그렇다고 요약의 대상인 기록이 무엇인지 특정되지도 않는다면 그 문구의 성격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이 경우 상대의 요구에 "인용이다"거나 "요약이다"고 먼저 답할 수 없고, 확정된 대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성격 표시를 비워 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편, 원문에 서명이나 날인이 있어 그 진정이 추정되는 사문서에 관한 기준도 함께 둔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이 추정은 그 문서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 즉 우리 측 서면의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를 가리는 문제와는 별개이다. 문서의 진정이 추정된다고 하여 그 안의 낱말이 우리 문장에 그대로 왔음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두 물음은 각각 기록한다.
13.3문단 간 대사와 모순 판정
구문의 성격 표시가 끝난 자리에서 서면의 나머지 부분과 해당 문장을 맞춰 본다. 상대방은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근거 자료의 위치를 요구하면서,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이 어긋난다고 지적하였다. 여기서는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 그리고 계약서 사본 세 벌과 메일 원문, 발송 대장, 설명 문서를 서로 대조하여 차이의 성격을 가리는 순서만을 다룬다.
대사의 첫 순서는 비교 대상의 범위를 한정하는 일이다.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비교할 때에는 그 문단 사이에 실제로 같은 사실을 다룬 부분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8다224781 판결은 채권의 회복 범위를 다루면서 "부인에 의해 회복되는 상대방의 채권은 부인된 행위의 직접 대상이 된 채권에 한정되지 않고 그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보증채권이나 보험금채권 등 다른 채권도 포함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 판단의 방식은 한 채권의 소멸과 함께 소멸한 다른 채권이 같은 범위에 들어오는지 살피는 구조를 보여 준다. 문단 간 대사도 마찬가지로, 한 문단의 사실 진술과 얽혀 함께 움직이는 문단이 무엇인지 먼저 좁혀야 한다.
비교 대상이 정하여지면 문구의 차이를 항목별로 놓고 읽는다. 금액과 날짜, 당사자 호칭, 행위의 명칭이 서로 다르게 적혀 있는지, 같은 항목이 문장의 형태만 바뀌어 반복되고 있는지를 나누어 기록한다. 여기서는 해당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사이의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가 미정이다. 대사로 드러난 차이를 그대로 두고, 문장의 성격을 단정하거나 사실관계를 새로 확정하는 쪽으로 판단을 옮기지 않는다.
차이의 목록이 생긴 뒤에는 그 차이가 사실 진술 자체를 달리하는 것인지, 같은 사실을 다른 말로 옮긴 것인지를 나누어 본다.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8다224781 판결은 원인채무와 어음상 채무의 관계에 관하여 "원인채무의 지급을 위해 어음을 배서·양도한 경우 원인채무와 어음상 채무가 병존하고 있다가 나중에 어음금이 지급되어 어음상 채무가 소멸하면 원인채무도 함께 소멸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서로 연결된 항목의 변화가 함께 움직이는지 보는 것은, 문단 사이의 차이가 단순한 서술의 차이인지 실제 진술의 불일치인지를 가르는 데에 그대로 쓰인다. 다만 판결이 제시한 연결 구조를 서면의 문구 차이에 그대로 옮겨 적용하지는 않는다. 이 사건에서 모순 판정의 기준과 범위는 아직 정하여지지 않았다.
대사의 결과만으로 사실관계를 새로 확정하거나 법적 평가를 더하는 일은 이 순서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8다224781 판결은 이어서 "이러한 경우 어음금 지급행위가 부인되어 어음소지인인 상대방이 어음금을 반환한 때에는 채무자회생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소멸했던 어음상 채권이 회복되고 어음상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원인채권도 회복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판단의 결과가 특정한 요건 아래에서만 이어진다는 점은, 대사로 드러난 차이를 곧바로 모순이나 입증으로 이어 가지 않는 이유가 된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은 미정으로 남는다.
문단 간 대사는 차이의 위치와 성격을 적어 두는 데에서 멈춘다.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어긋나 보이는 자리, 계약서 사본 세 벌과 대조하였으나 일치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자리, 메일 원문이나 발송 대장에서 대응하는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 자리를 각각 표시한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뜻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사의 기록은 그 자체로 남기고, 확정과 평가는 그 뒤의 절차에 맡긴다.
13.4제출 권한과 승인 기록
대사에서 드러난 차이를 정리한 뒤에는 누가 서면을 승인하였고 어떤 권한으로 제출하였는지가 뒤이은 문제로 놓인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한 이 사건에서,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상대방이 그 근거의 출처와 위치를 요구한 쟁점과 마찬가지로, 승인 기록은 그 문장이 어떤 절차를 거쳐 나간 것인지를 밝히는 자리에 해당한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과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이 관찰되지만, 그 표시가 무엇을 확정하는지는 아래에서 따로 살핀다.
서면 제출의 시기와 방법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273조는 "준비서면은 그것에 적힌 사항에 대하여 상대방이 준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두고 제출하여야 하며, 법원은 상대방에게 그 부본을 송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제출의 요건과 송달의 주체를 나누어 두고 있다. 이 사건에서 우리 측 서면이 적법하게 제출되었는지, 그리고 누가 그 제출의 권한을 가졌는지는 위 규정의 요건을 충족하였는지와 별개로 기록되어야 할 사정이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은 이 사건에서 승인 사실을 보여 주는 관찰된 자료이다. 다만 승인 표시가 부착되었다는 사정 자체를 자료의 신뢰성이나 문장의 입증으로 확장할 수는 없다. 상대방이 요구한 것은 승인 표시의 유무가 아니라 그 문장의 근거가 되는 자료가 무엇이고 그 자료의 어느 위치에 해당하는지이다. 따라서 승인 기록은 누가 서면의 내용을 승인하였는지에 관한 사실을 기록하는 자리에 그치며, 그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에 관한 판단은 별도로 미정으로 남는다.
승인 표시와 제출 권한은 서로 다른 항목이다. 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서면의 내용을 작성자가 내놓는 데 동의한 경위를 보여 주지만, 그 승인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에 관하여는 결론이 나 있지 않다. 계약서 사본 세 벌과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이 관찰되지만,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는 미정이다. 승인 기록은 이 사정들을 확정하지 않는다. 기록은 승인이 있었던 사실과 승인의 주체를 남기는 데 그친다.
그와 달리 제출 권한은 서면을 낼 수 있는 자격에 관한 사항이다. 이 사건에서 우리 측 서면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제출하였는지는 관찰된 자료만으로 확정되어 있지 않다.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은 발송의 경위를 보여 주지만, 그 발송이 곧 제출 권한의 근거가 되는지에 관한 판단은 이 자료가 다루는 범위 밖에 있다. 제출 권한의 기록은 승인 기록과 나란히 두되, 서로의 내용을 대신하게 하지 않는다.
따라서 승인 표시는 승인의 주체와 시점을 남기는 기록으로만 읽고, 제출 권한은 그 서면을 낼 수 있었던 자격을 별도로 남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으며,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도 미정이다.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는 상대방의 지적은 대사의 결과로 남고, 승인 기록은 그 지적을 해소하지 않는다.
13.5발송·제출·접수의 분리
승인 표시와 제출 권한의 자리를 정하고 나면, 그 뒤에 따라붙는 기록이 무엇을 뜻하는지 갈라 읽는 일이 남는다. 상대방이 요구한 것은 발송 대장의 한 줄이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어떤 관계인가이다. 이 물음 앞에서 송신 기록, 제출 사실, 접수 확인을 한 항목으로 뭉뚱그려 두면, 어느 기록이 어느 사실의 근거인지 가리기가 어려워진다.
민사소송법 제273조는 준비서면의 제출 시점을 다음 문장으로 규정한다. "준비서면은 그것에 적힌 사항에 대하여 상대방이 준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두고 제출하여야 하며, 법원은 상대방에게 그 부본을 송달하여야 한다." 이 조문은 제출의 시기와 송달의 주체를 함께 정하면서, 두 단계가 따로 놓인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발송 대장에 남은 송신 기록이 법원에 의한 송달의 완결을 기록한 것은 아니며, 그 기록은 우리 측이 무엇을 언제 내보냈는지의 범위에서 읽힌다. 접수 확인이 있었다는 기록도 마찬가지로, 제출의 적법 여부나 송달의 완결을 미리 확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발송·제출·접수는 각각 다른 항목으로 나누어 적는다. 발송 항목에는 송신 기록과 함께,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에 관한 기록을 두는 방안이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그 구분은 미정이다. 제출 항목에는 어느 서면을 어떤 권한으로 내었는지와 함께 승인 표시의 자리를 참조한다. 접수 항목에는 확인이 있었다는 기록만을 두고, 그 확인이 곧바로 제출의 적법이나 송달의 완결을 뜻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함께 남긴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는 이 셋 중 어느 항목에도 끼워 넣지 않되, 시점과 성격을 별도로 표시한다.
대사의 결과는 이 셋과 겹쳐 두지 않는다. 계약서 사본 세 벌과 메일 원문을 대조하여 얻은 확인 사항은 검수 항목에 적고, 대사의 범위와 그 범위가 어디까지 닿았는지도 그 항목에서 끝맺는다. 상대방이 지적한 문단 간 표현상의 모순 여부 역시 대사 항목의 문제로 남는다. 그러한 차이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며, 발송이나 접수의 기록이 그 미정을 스스로 정하지는 않는다.
결국 이 사건에서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드는 것은 아니다. 발송 기록은 발송의 사실을, 제출 기록은 제출의 사실을, 접수 기록은 확인의 사실을 각각 담을 뿐이다. 이 셋을 하나로 이어 붙여 해지의 정당성이나 손해배상의 기초로 곧장 가져가는 것은, 기록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읽기가 된다. 접수 확인은 접수 확인으로만 기록에 남고, 그 뒤의 법적 평가는 별개의 물음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