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투는지를 어디에서 한정하며, 결론과 요청 범위를 어떻게 맞추는지를 묻는다. 인정 범위의 한정과 다투는 범위의 표시, 결론과 요청의 대조를 차례로 살핀다. 개괄적 사유의 한계와 판결 이유의 명시,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본다.
7.1인정 범위의 한정
표현의 차이와 사실 진술의 모순을 가른 자리를 이어 받아, 이제 서면 앞부분에서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남겨 둘지 한정하는 문제로 들어간다. 상대가 요구한 자료의 위치와 문단의 모순은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 잡느냐에 따라 그 뒤의 응답이 달라진다. 서면이 스스로 인정한 사실을 밝혀 두지 않으면, 뒤에 옮길 원문 인용과 요약의 구별도 그 인정에 붙들리게 된다.
인정의 범위는 먼저 법원이 판결할 수 있는 범위에 맞춘다. 민사소송법 제203조는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은 신청하지 않은 사항을 판결에서 빼도록 법원을 묶는다. 이 사례에서 상대가 함께 낸 해지와 손해 배상의 신청 범위 밖에 놓인 사실을 서면의 인정 항목에 넣으면, 그 항목은 판결에서 다루어질 수 없다.
다음으로 인정한 사실의 증명 필요를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288조는 "법원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다만, 진실에 어긋나는 자백은 그것이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은 증명 없이 넘어가지만, 그 자백이 착오에 빠진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는다. 이 사례에서 서면의 앞부분이 넓게 인정한 사실이 뒤의 원문과 어긋난다면, 그 인정은 착오 취소의 여지에 열려 있음을 전제로 두어야 한다.
따라서 서면 앞부분의 인정 항목은 자료가 적어 놓은 사실과 사실 전제에 놓인 사실을 서로 섞지 않고 적는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계약서 사본,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각각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도 미정이고, 문단 간의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도 미정이다. 이러한 미정 사항을 앞부분에서 이미 인정한 것으로 채워 넣으면, 그 인정은 착오 취소의 절차에 맡겨진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도 모두 미정으로 남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서면 앞부분은 이 항목들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남길 자리를 분명히 표시한 채로 응답을 이어 간다.
7.2다투는 범위의 표시
인정 범위를 서면 앞부분에서 한정한 뒤에는, 무엇을 다투는지 표시하는 자리를 정해야 한다. 먼저 답변서 제출의무 조문이 다툼을 표시할 시기와 방식을 어떻게 두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56조는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의 절차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①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에는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가 공시송달의 방법에 따라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사소송법 제256조) 청구를 다투는 피고에게 답변서 제출을 의무로 지우는 이 규정이, 곧 다투는 범위를 서면에 표시하도록 하는 근거가 된다.
민사소송법 제256조는 이어 법원과 당사자 사이의 송달 관계를 정하면서, 답변서에 관해 다른 서면의 규정을 끌어온다. "②법원은 소장의 부본을 송달할 때에 제1항의 취지를 피고에게 알려야 한다. ③법원은 답변서의 부본을 원고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④답변서에는 준비서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민사소송법 제256조) 답변서의 부본을 원고에게 송달하는 조치 덕분에, 피고가 표시한 다투는 범위는 원고에게도 같은 모습으로 전달된다. 제4항의 준용은 답변서의 형식과 기재에 관한 사항을 따로 정하지 않고 준비서면의 규율을 가져온다는 취지에 그친다. 이 조문은 답변서에 특정 항목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요구하지 않으며, 별도의 방어방법 요건을 만들어 내지도 않는다.
상대방이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요구한 장면에서는, 근거의 위치를 밝히는 일이 어느 자리에서 이루어지는지가 문제이다. 민사소송법 제256조는 답변서에 다투는 사항을 기재할 것을 전제하면서도, 그 기재의 양식이나 근거 표시의 위치를 따로 지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여부와, 근거 자료의 위치를 밝히는 방식은 이 조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다투는 범위를 표시하는 자리에 관한 판단은 미정으로 남는다.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민사소송법 제256조가 그 모순을 제거할 기준을 주는지 살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조문은 답변서의 제출 시기와 송달에 관해 규정할 뿐, 서면 안의 문장 사이 일관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두지 않는다.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다. 관찰된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해당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 바, 답변서의 기재만으로 그러한 평가가 정해지지도 않는다.
한편 다투는 범위를 표시한 답변서의 내용이 판결의 범위와 연결되는 지점에는 별도의 한정이 있다. 민사소송법 제203조는 그 한정을 다음과 같이 둔다.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민사소송법 제203조) 이 규정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을 판결의 한계로 삼는다는 취지이므로, 답변서에 표시한 다툼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항을 서면에서 새로 끌어들일 자리는 조문상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국 다투는 범위의 표시는 답변서 안에서 무엇을 다투는지 밝히는 데에 그치고, 근거의 위치 표시나 문단 사이의 관계 정리에 관한 세부 기준은 이 조문들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7.3결론과 요청의 대조
앞 단위에서 다투는 사항을 표시한 자리를 확인한 뒤에는, 그 표시가 판결의 결론과 요청 범위 사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한 이 사건에서, 우리 측 서면의 문장에 대해 근거의 위치를 요구하고 다른 문단과의 모순을 지적한 것은 요청 범위를 넘어서는 판단을 막으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민사소송법 제203조는 처분권주의를 정하면서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고 선언한다. 판결의 결론은 당사자가 신청한 범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취지이며,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만을 청구한 이상 그 요청에 한하여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08조제1항은 판결서의 기재사항을 열거하면서, "판결서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고, 판결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정한 뒤 제2호 주문, 제3호 청구의 취지 및 상소의 취지, 제4호 이유를 둔다.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과 청구의 취지가 같은 판결서 안에서 나란히 기재되는 구조이며, 주문은 청구의 취지에 구속되는 자리임을 이 기재 체계에서 읽을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08조제2항은 이유의 기재 기준을 두면서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고 정한다. 이유는 주문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범위에서 판단을 표시하는 곳이므로, 우리 측 서면의 문장에 대한 근거의 위치나 문단 간 차이가 이유에서 다루어지는 한도 역시 청구의 범위에 묶인다.
그러므로 우리 측 서면에 덧붙일 결론 문장은, 상대방이 요청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의 범위 안에서만 정해져야 한다. 자료로 모인 메일 원문, 발송 대장, 계약서 사본,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근거로 제시되더라도, 그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정해지지 않았고,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도 미정이다. 요청에 없는 항목을 결론에 덧붙이면 처분권주의를 벗어난다.
7.4개괄적 사유의 한계
결론과 요청의 대조에서 확인한 대로, 결론 문장이 청구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지는 서면 끝에서 점검할 수 있었다. 이어서 사유의 표현이 자료의 어느 위치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같은 서면 안의 다른 문단과 어긋나 보이는 표현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 말의 차이인지를 살핀다. 상대가 요구하는 바로 그 지점이며, 개괄적인 사유가 서면의 설득력을 빼앗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개괄적 사유의 한계는 행정절차법 제23조의 이유 제시 조항에서 출발한다. 그 제1항은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밝히는 원칙과 예외를 함께 두고 있다. 근거 제시의 의무가 조건 없이 성립함을 확인하려고 해당 조항을 그대로 옮긴다. "①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이어서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에조차 사유를 밝히도록 요구하는 단서가 뒤를 잇는다. "② 행정청은 제1항제2호 및 제3호의 경우에 처분 후 당사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이 사례에서 상대가 문장의 출처를 요구한 것은 바로 후자의 경우에 가깝다. 이유를 나중에라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하는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뜻이다.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은 개괄적 사유로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시사항을 두고 있다. 해당 판시사항은 그 쟁점에 대해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몇 호 소정의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입증하지 아니한 채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그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로 정리되어 있다. 이 판시사항은 그 결론을 소극으로 놓고, 사유를 자료의 구체적 내용에 붙여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판결 이유는 공공기관이 거부의 근거로 삼아야 할 사유의 수준을 더듬을 수 있게 한다. 그 이유의 첫 단락은 비공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공개하여야 하고, 거부할 경우에도 "대상이 된 정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검토하여 어느 부분이 어떠한 법익 또는 기본권과 충돌되어 같은 법 제7조 제1항 몇 호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입증하여야만 할 것이며, 그에 이르지 아니한 채 개괄적인 사유만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라고 밝힌다. 자료의 어느 부분이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짚어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이 사례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상대가 문장의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 물은 것은 이 요구의 거울이다.
같은 판결은 사유를 바꾸어 제시하는 경우까지 함께 다룬다. 그 두 번째 단락은 처분청이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하면서,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두8827 판결)라고 기준을 든다. 문단 간 표현이 같은 사실을 두고 다른 말로 쓴 것인지, 사실 진술 자체가 어긋난 것인지는 이 기준에 따라 판단할 일이다. 다만 이 사례에서 문장의 구문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말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판결이 확정하는 결론은 개괄적 사유의 한계에 관한 것이고, 문장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요구를 뒷받침한다. 다만 이 판결이 세운 비공개사유를 이 사례에 새로 대어 넣거나,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를 여기서 판단하지는 않는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뜻은 아니며,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과 누락된 메시지의 범위 역시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서면의 해당 문장은 그 문구가 가리키는 자료의 구체적 위치를 함께 밝히고, 지적받은 문단과의 차이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따로 적는 편이 개괄적 사유의 한계를 넘지 않는 길이다.
7.5판결 이유의 명시
사유의 표시가 요구되는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 살피는 일은, 결론에 이르는 판단의 흐름을 서면에 남기는 기준과 맞닿는다. 형사소송법 제323조는 형의 선고를 하는 판결이유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를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은 유죄판결의 이유에 담길 내용을 다음으로 못박는다.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는 판결이유에 범죄될 사실, 증거의 요지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23조) 판결이유에 담겨야 할 것은 사실, 증거, 법령의 적용으로 나뉘어 있다는 뜻이다. 셋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이유의 명시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은 판단을 요구하는 사정을 한정한다.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이유 또는 형의 가중, 감면의 이유되는 사실의 진술이 있은 때에는 이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23조) 상대가 항변으로 제기한 사정이 범죄 성립을 깨는 사유이거나 형을 무겁게 혹은 가볍게 하는 사실에 관한 것이라면, 그 진술이 있은 때에는 판단이 따라야 한다. 진술이 없는 사정에 대해 판단을 새로 꾸며낼 이유는 없다.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판결서의 이유에 기재할 판단의 범위를 정한다.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이유의 기재는 주문이 옳다는 결론에 도달하기에 충분한 정도면 족하고, 모든 주장에 답을 다는 요구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유를 남길 때 결론을 떠받치는 판단만을 따로 떼어 적어서는 결론의 정당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 기준을 서면의 해당 문장에 적용하면,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위치는 자료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 문장이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는 미정이고, 지적받은 다른 문단과의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도 미정이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과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이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결론에 이른 까닭이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서 나왔는지, 그 위치가 서면에 함께 적혀 있는지가 남는다. 형사소송법의 기재 요구를 민사 서면의 요건으로 바꿔 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이유의 명시는 자료의 구체적 위치를 가리키는 데서 시작한다.
7.6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서면의 이유와 결론을 끼어 맞추는 까닭은 결국 나중에 열릴 절차에서 그 결론이 어디까지 묶어 두는지를 가려내는 데 있다.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그 범위를 주문에서 찾는다. 같은 조 제1항은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정한다(민사소송법 제216조). 이 기준에 비추면 이번 사건에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청구한 상대가 얻을 수 있는 판결의 효력은 청구를 특정한 주문의 문구 안에 갇힌다. 서면의 한 문장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삼는지,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어긋나 보이는 표현이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에 대한 상대의 따짐은, 그 문장이 주문에 담긴 청구의 범위를 넓히거나 좁히는 힘을 갖는지와는 별개의 문제로 놓고 살핀다.
주문이 청구의 범위를 한정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려면 판결서가 무엇을 어떻게 적는지부터 확인한다. 민사소송법 제208조는 "판결서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적고, 판결한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그 가운데 둘째로 "주문"을, 셋째로 "청구의 취지 및 상소의 취지"를, 넷째로 "이유"를 든다. 판결서 안에서 주문은 청구의 취지나 이유와 나란히 적히는 항목이지만, 기판력의 범위를 가르는 자리는 이 주문이다. 따라서 상대가 요구한 자료의 위치와 서면의 문단 사이 어긋남을 따지는 일은 주문에 담길 청구의 표시가 흔들리는지를 살피는 방향에서 다루어야 한다.
판결서의 이유는 주문을 떠받치는 자리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은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한다"고 정한다. 여기서 이유에 판단을 남기는 수준은 주문이 정당함을 인정할 만하면 되는 것으로 정해진다.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자료상 위치와 문단 사이의 표현 차이를 서면에 정리하여 남기되, 그 설명이 주문의 범위를 넘겨 별도의 청구를 만들어내는 자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의 차이가 표현의 문제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그 확인이 이르렀다는 뜻으로 서면을 쓸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 이유의 판단은 간략히 표시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은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제1심 판결로서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청구를 특정함에 필요한 사항과 제216조제2항의 판단에 관한 사항만을 간략하게 표시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그 사유를 무변론 판결과 공시송달로 기일통지를 받고 출석하지 않은 경우 등의 판결로 든다. 이 사건에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이 함께 청구되었고 상대가 근거의 위치와 문단 사이 어긋남을 문제 삼고 있으므로, 그런 판결의 사유가 다툼 없는 사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자료가 말하는 바가 없다. 따라서 간략 표시가 허용되는지를 미정으로 남겨 둔다.
기판력의 범위 안에 상계 판단도 놓인다.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2항은 "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상계하자고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정한다. 대항한 액수의 한도에서만 판단이 기판력을 얻는다는 이 규칙은 제1항과 같은 취지로, 판단이 미친 범위를 숫자로 가른다.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상계와 결부된 액수의 범위까지 서면에서 단정하여 적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 서면의 한 문장이 갖는 효력의 범위는, 판결에 이르렀을 때 주문에 담긴 청구의 한정 안에서만 판단할 일로 둔다. 상대가 지적한 근거의 출처와 문단 사이의 차이를 밝히는 작업은 청구의 범위를 가리는 데 필요한 사실 표시를 다듬는 방향으로 이어가되,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들어선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는 미정이며, 그 미정의 자리가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넘어 별도의 청구로 자라지 않도록 경계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