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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의 구조: 문장·쟁점·증거·법리의 정밀한 연결 · II-08 · 제3장 · 초판

한 문장이 감당할 주장의 범위

한 문장에 담을 주장과 조건을 어디까지 두어야 그 문장이 근거에 닿는가?

분량
약 2,500단어 · 11분
자료
조문 3 · 판결 3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3.1문장이 세우는 주장과 조건
  3. 3.2사실·법리·추론의 구분 표지
  4. 3.3평가와 추론이 서는 자리
  5. 3.4현저한 사실의 범위
  6. 3.5증거가 받치는 표현 강도
  7. 3.6한 문장의 주장 범위
  8. 다룬 법령
  9. 다룬 판결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이 장은 한 문장에 담을 주장과 조건을 어디까지 두어야 그 문장이 근거에 닿는지를 묻는다. 문장이 세우는 주장과 조건, 사실·법리·추론의 구분 표지, 평가와 추론이 서는 자리를 차례로 살핀다. 현저한 사실의 범위와 증거가 받치는 표현 강도를 거쳐, 한 문장의 주장 범위를 맺는다.

3.1문장이 세우는 주장과 조건

경계를 표시하는 데서 멈춘 자리에서, 이제 그 경계를 지나 주장하는 문장 자체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한 문장이 무엇을 진실이라 주장하고 그에 어떤 조건을 붙이는가를 살피려면, 먼저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이 어느 정도까지 요구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은 증명의 정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 이 기준은 이 문장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주장하는 경우, 그 사실을 적어도 고도의 개연성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같은 판결은 의심만으로는 부족한 사정을 함께 밝히고 있다. "화재가 담뱃불로 발생하였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나 이러한 의심만으로는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아울러 화재의 원인이 갑 회사 직원들의 과실에 있음을 증명할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이유로, 화재가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상당한 가능성에 대한 의심과 고도의 개연성은 같지 않으며, 어느 쪽인지를 가르는 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도 같은 잣대 아래 놓인다. 그 문장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진실로 내세우는 한, 자료를 모아 두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사실이 고도의 개연성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요약이든 원문 인용이든, 문장의 문구가 무엇을 근거로 세우는지가 드러나야 비로소 증명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다른 문단과 표현이 어긋난다는 지적은 나아가 그 문장에 붙는 조건의 문제를 남긴다. 한 문장이 스스로 붙인 단서나 전제가 다른 자리에서 다르게 서술되면, 통상인의 판단에 의심이 남는다. 다만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서면 원문에 근거를 밝히지 않은 부분에 새로운 사실을 보태어 메울 수는 없다.

한 문장이 감당할 주장의 범위는, 증명의 정도와 그 주장에 붙는 조건을 떼어내지 않고 함께 읽을 때에만 가려진다. 증명의 정도는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밝힌 자유심증주의의 판단 아래 있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문장의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 그리고 문단 간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상대의 요구는 이 판단의 장면에서 제기된 것이며, 그에 대한 답은 문장이 세운 주장의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3.2사실·법리·추론의 구분 표지

문장이 세우는 주장과 그 조건을 확인한 뒤에 남는 것은, 그 문장 안에서 사실 진술과 법리 구성이 어디에서 갈리는지의 문제이다. 상대가 요구한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려면, 서면의 문장 가운데 무엇이 자료에서 그대로 옮겨진 사실이고 무엇이 그 사실에 얹힌 구성인지 먼저 가를 수 있어야 한다.

사실의 인정이 어떤 방식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지는 형사소송법 제307조가 다음과 같이 정한다. "①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이 조문은 사실의 인정이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 원칙과, 범죄사실에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를 함께 놓고 있다. 서면의 문장이 사실을 진술하는 자리에 놓였다면, 그 진술에는 대응하는 자료의 위치가 있어야 한다는 표지가 그 문장에 붙는다.

한편 모든 사실이 항상 증거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288조는 그 예외를 다음과 같이 둔다. "법원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다만, 진실에 어긋나는 자백은 그것이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88조)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은 증명이 요구되지 않으며, 단 자백의 취소에는 착오로 말미암았다는 증명이 따른다. 서면의 문장이 자백이나 현저한 사실에 해당한다는 근거가 적시되지 않은 채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쓰였다면, 그 문장은 사실 진술의 표지 없이 법리 판단만 앞세운 것이 된다.

이 사례에서 상대가 지적한 모순 논리는 바로 이 구분에 닿는다. 서면의 한 문장이 원문의 인용인지 요약인지가 정해지지 않았고, 다른 문단과의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도 미정이다. 따라서 문장마다 어떤 종류의 말인지 가르는 표지를 새로 만들어 사실과 법리를 섞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관찰된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뿐이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문장에 붙일 표지는 그 문장이 놓인 자리를 가리킬 뿐, 문장의 진위를 새로 확정하지 아니한다. 서면의 문장이 자료에서 그대로 옮겨진 문구라면 그 출처와 위치가 함께 적혀야 하고, 문장이 자료에서 우러난 요약이라면 요약이라는 점이 드러나야 하며, 문장이 사실에서 법적 의미를 끌어내는 구성이라면 그 결론이 자료의 사실과 뒤섞이지 않아야 한다. 이 구분을 지키는 한에서 문장 간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은 남은 쟁점으로 그대로 놓이며, 문장이 감당할 주장의 범위는 표지가 가리킨 그 자리를 넘지 아니한다.

3.3평가와 추론이 서는 자리

표지와 출처를 갖춘 문장이 남긴 쟁점이 곧 법원이 심증을 자유로이 형성하는 자리와 당사자가 추론을 서술하는 자리를 어디에서 가르는지로 이어진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자유심증주의의 기준을 두는데, 법원의 판단이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지는 방식과 그 한계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유심증주의의 내용을 설명한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의 규정을 두고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제308조는 증거에 의하여 사실을 인정하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증거의 증명력 판단과 사실 인정은 법관의 평가에 속하며, 그 자리는 당사자의 서술 자리와 분리된다. 이 판시는 형사소송에 관한 것이지만, 자유심증주의 아래 법관의 평가가 놓이는 자리를 보여 준다.

같은 판례는 법관의 자유심증에도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법관의 심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날 때 자유심증의 한계가 문제 된다는 뜻이다. 한편 같은 판결의 반대의견은 진술조서의 신빙성을 인정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사실이 존재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판결 안에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서로 다른 판단 기준을 제시한 사실은, 평가 기준을 서면에 옮길 때 그 출처와 위치를 밝히는 일이 왜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규정한다. 자유로운 심증이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기준으로 형성된다는 내용이다. 이 규정은 판단의 주체를 법원으로 두며, 판단의 재료로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든다. 당사자의 서면은 이 판단의 재료로 들어갈 수 있으나, 그 서면의 문장이 곧 법원의 평가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를 요구하고,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관찰된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이다. 그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이다.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이 변경 합의의 근거가 되는지, 누락된 메시지와 원자료의 범위, 손해액 계산의 기준 시점도 미정이다.

서면의 한 문장이 감당할 수 있는 주장의 범위는, 그 문장에 담긴 문구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서 나왔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가 미정인 이상, 그 문장을 그 자료의 근거를 옮긴 것으로 읽을 수 없다.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도 미정이므로, 지금 그 문단 사이의 관계를 단정하여 서면에 옮겨 심을 수 없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 않는다. 판결에 없는 평가 기준을 서면의 문장에 옮겨 심는 것은, 자유심증이 법관의 평가에 속하고 당사자의 추론은 그 자료의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는 구분과 맞지 않는다.

3.4현저한 사실의 범위

앞 단위에서 평가와 추론이 법원의 자리와 당사자의 자리에 각각 놓이는 것으로 구분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우리 측 서면에 채택하려는 문장의 근거가 되는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의 범위에 드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이다.

현저한 사실이 증명을 면제하는 범위는 민사소송법 제288조가 정한다. 그 조문은 불요증사실의 범위를 두고 "법원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다만, 진실에 어긋나는 자백은 그것이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민사소송법 제288조). 이 규정은 자백한 사실과 현저한 사실이 증명 없이도 사실로 놓일 수 있음을 선언할 뿐, 현저한 사실에 무엇이 드는지를 더 나아가 정하지 않는다.

그 범위에 관해 대법원은 확정판결의 존재와 그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를 가른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그러한 사실관계까지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확정판결이 내려졌다는 사실 자체와 그 판결이 이유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같은 것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피고와 제3자 사이의 민사소송에서 확정된 판결이 있다는 점은 이 사례에서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나, 그 판결이 이유로 삼은 사실관계는 곧바로 같은 지위에 놓이지 않는다.

그 판결은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이 현저한 사실이 아닌 이유를 한층 더 밝힌다. 같은 대법원 2019다222140 판결은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라고 설시한다. 확정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는 유력한 증거에 그치고, 증명이 필요한 영역에 남아 있기 때문에 다른 증거와 비교하여 배척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같은 이치로, 우리 측 서면의 문장에 실린 사실관계가 다른 문서에 나타나 있다는 점만으로 현저한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판결의 결론도 이 구분에는 증거 제출과 주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가리킨다. 위 대법원 2019다222140 판결은,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이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는데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를 판시한다. 판결문이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고 당사자가 그 사실관계를 주장하지도 않았는데, 법원이 스스로 현저한 사실로 놓은 것은 잘못이라는 의미이다.

이 사례의 관찰 범위에 놓인 자료는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 한 통,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 한 쪽, 계약서 사본 세 벌,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 한 건, 그리고 우리 측 서면의 해당 문장과 지적받은 문단이다. 상대방이 요구하는 그 근거가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인지에 대한 답변에서 서면의 한 문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위 판결의 구분에 따라 그 문장이 놓이는 자리에 달려 있다. 메일 원문이나 계약서 사본에 나타난 사실관계는 증거로 제출되어 평가받을 내용일 뿐, 그 문장 안에서 현저한 사실로 놓일 수는 없다. 설명 문서가 사건 뒤에 작성된 것이라면, 그 문서에 실린 서술도 현저한 사실의 범위로 들어가지 않는다.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상 모순이 있다는 상대방의 지적도,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 표현의 차이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확정판결의 존재에 해당하는 사실을 인용하는 자리인지,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를 인용하는 자리인지에 따라 문장이 감당할 주장의 범위가 갈린다. 판결이 나아가지 않은 범위에서 사실관계를 문장의 근거로 채택하지 않는 한, 그 문장은 현저한 사실을 인용하는 문장이 아니라 증거를 통해 확인될 사실을 진술하는 문장으로 남는다.

3.5증거가 받치는 표현 강도

문장의 근거가 법원에 현저한 사실의 범위 안에 드는지 살핀 뒤에는, 그 근거가 실제로 뒷받침하는 강도까지 읽어야 한다. 상대가 우리 측 서면의 한 문장에 대해 근거의 위치를 묻고 다른 문단과의 모순을 지적한 장면에서, 문장의 표현이 증거가 감당하는 수준에 걸맞은지가 문제이다. 여기서는 문장에 담긴 사실의 증명 정도를 기준으로 표현의 강도를 맞춘다.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이 요구되는 정도에 관하여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은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고 설시한다. 민사의 증명은 자연과학적 확실함이 아니라 통상인이 의심을 품지 않을 고도의 개연성에 이르는 것으로 정해진다.

같은 판결은 의심에 그친 사정을 증명으로 승격하지 않는다. 같은 판결은 "화재가 담뱃불로 발생하였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나 이러한 의심만으로는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아울러 화재의 원인이 갑 회사 직원들의 과실에 있음을 증명할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이유로, 화재가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로 정리된다.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은 그 자체로 사실의 인정을 이루지 못하며, 입증 책임의 소재도 함께 살핀다.

형사소송법 제307조는 "①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라고 정한다. 형사에서 요구되는 증명 정도가 민사의 고도의 개연성보다 한층 무겁다는 점이 이 조문에서 드러난다.

이를 앞의 장면에 놓아 보면, 승인 표시가 붙은 메일 원문과 송신 기록이 남은 발송 대장이 모여 있어도, 그것이 문장의 사실 진술을 증거가 감당하는 강도까지 밀어올리는지 별개로 판단한다.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 문단 간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미정인 사항을 확정인 양 서술하면 증명이 도달하지 못한 범위까지 문장이 주장하는 결과가 되고, 확정된 내용을 임의로 낮추면 근거가 이미 뒷받침하는 범위를 문장이 버리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증명의 정도에 견주어 표현 강도를 맞추되, 미정은 미정의 문장으로, 확정은 확정의 문장으로 둔다.

3.6한 문장의 주장 범위

한 문장이 받쳐야 할 주장의 범위를 증명의 정도에 맞추어 정리한 데서 나아가, 그 문장에 붙을 수 있는 근거와 조건의 경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상대가 요구한 것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어느 자료의 어느 위치에 그 문장의 근거가 놓여 있는지를 적시하는 것이었고, 동시에 같은 서면의 다른 문단과 표현이 모순된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었다. 먼저 근거의 위치가 확정되지 않은 문장이 어떤 주장까지를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이 요구되는 정도를 두고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 같은 판결은 다만 의심에 그치는 사정으로는 인정이 부족하다는 점도 함께 확인하였다. "화재가 담뱃불로 발생하였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나 이러한 의심만으로는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아울러 화재의 원인이 갑 회사 직원들의 과실에 있음을 증명할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이유로, 화재가 갑 회사 직원들이 피운 담뱃불로 인한 것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지금의 사건에서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문장이 높은 개연성을 갖는 사실 진술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며, 책임 있는 측이 그 사실을 뒷받침하여야 한다는 점이 이 인용에서 드러난다.

문장에 붙을 근거의 위치를 밝힐 때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인용된 사실조차 그것이 현저한 사실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 대체될 수 없고, 제출된 증거 안에서 위치를 찾아 따져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상대가 요구한 근거의 위치는 문장이 딛고 있는 자료와 그 안의 자리를 가리켜야 하며, 그런 위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 문장의 문구가 원문 인용인지 요약인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문단 사이의 표현 차이가 곧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도 같은 잣대로 판단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이 규정은 판단의 재료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임을 밝힌다. 여기에서 문단 사이의 차이가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는 각 문단이 놓인 자료의 위치를 대조한 뒤에라야 가려질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한 문장이 감당할 주장의 범위는 그 문장에 붙은 근거의 위치와 함께 정해진다. 자료가 모여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문장이 입증 범위 안에 있다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으며, 근거의 위치가 미정인 문장은 확정된 사실 진술로 쓰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문단 사이의 간격이 표현의 차이인지 사실 진술의 모순인지도 그 자리에서 가려질 문제로 남는다.

다룬 법령

다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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