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처분·결정·판결의 효과가 서로 다를 때 선행 판단을 후속 절차에 어떻게 반영하고 상충은 어디서 다루는지를 묻는다. 확정판결 효과의 기록 범위와 기판력이 미치는 사람, 화해·인낙조서의 효력과 취소판결의 기속력 기록을 살피고, 이중처벌금지의 처벌 구분과 선결 지정 및 상충 재검토를 차례로 검토한다.
7.1확정판결 효과의 기록 범위
누락된 자료를 둘러싼 쟁점을 제쳐둔 채, 확정판결의 어느 부분이 후속 판단의 기준이 되는지를 먼저 가릴 필요가 있다.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같은 기간의 손해를 다른 금액으로 적어 민사 서면과 기관 제출 자료를 같은 달에 접수했다. 이 사례에서 후속 절차가 앞선 확정판결의 효과를 어느 범위까지 기준으로 삼는지를 민사소송법 제216조의 문언에서 확인한다.
민사소송법 제216조는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에 관하여 제1항에서 "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 "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상계하자고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라고 정한다. 앞서 확정된 판결이 후속 판단에 미치는 범위는 판결 주문에 담긴 사항에 묶이고, 상계 항변에 대한 판단도 대항한 액수를 넘지 못한다. 같은 기간의 손해를 둘러싼 금액이 양쪽 서면에 다르게 적혀 있더라도, 확정된 주문이 정한 금액을 넘는 차액은 그 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자리에 놓이지 않는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확정판결의 효과가 주문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는다는 점을 판결 이유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확인한다. 그 판결은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로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려 하더라도, 그 문서가 앞선 판결의 이유에 놓인 사실관계를 담는다 하여 곧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판결은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의 증거적 지위에 관해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는 유력한 증거로 다루어질 뿐이고, 다른 증거에 비추어 채용하기 어려운 때에는 합리적 이유를 내어 배척할 수 있다. 따라서 양쪽 서면에 서로 다른 금액이 적힌 손해의 산정에 앞선 사실 인정이 놓이더라도, 그 인정이 후속 판단에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 판결은 이유 중 사실관계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판단에 관해,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로 정리하였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아직 제출되지 않은 이 사례에서, 제출되지 않은 자료나 주장되지 않은 사실을 현저한 사실로 삼아 확정판결의 효과를 넓게 읽는 것은 이 판결이 배척하는 방법에 놓인다. 확정판결의 기록 범위는 주문에 담긴 것으로 제한되고, 그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는 별도로 증거로 제출되어야 비로소 후속 판단의 재료가 된다.
7.2기판력이 미치는 사람
기판력이 후속 판단의 기준이 되는 범위를 확정했다면, 다음으로는 그 기준이 누구에게 미치는지를 정하여야 한다. 민사소송법은 확정판결 효력의 주관적 범위를 조문으로 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은 확정판결이 미치는 사람을 열거한다. "확정판결은 당사자, 변론을 종결한 뒤의 승계인(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한 뒤의 승계인) 또는 그를 위하여 청구의 목적물을 소지한 사람에 대하여 효력이 미친다." 이 사례에서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는 상대방은 소의 당사자에 해당하므로, 확정판결이 나온다면 그 상대방에게 기판력이 미친다.
승계인이 언제를 기준으로 하는지는 변론의 종결 시점으로 정해진다. 민사소송법 제218조 제2항은 승계사실의 진술 시점과 추정에 관하여 정한다. "제1항의 경우에 당사자가 변론을 종결할 때(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할 때)까지 승계사실을 진술하지 아니한 때에는 변론을 종결한 뒤(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한 뒤)에 승계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사례에서 손해의 금액이 서로 다르게 적힌 민사 서면과 기관 제출 자료가 같은 달에 접수되었으나, 변론이 언제 종결될지는 미정이다. 그러므로 승계인의 범위를 확정할 시점도 미정으로 남는다.
대리 소송의 경우에는 명의를 빌린 사람 뒤에 있는 사람도 효력의 대상이 된다. 민사소송법 제218조 제3항은 다른 사람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한 경우의 효력을 정한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원고나 피고가 된 사람에 대한 확정판결은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친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이 스스로 당사자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하여 원고나 피고가 된 것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사건 뒤에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고 있으나, 그 문서가 대리 관계를 입증하는지는 미정이다.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는 가집행 선고에도 같은 기준으로 적용된다. 민사소송법 제218조 제4항은 이를 준용한다고 정한다. "가집행의 선고에는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따라서 가집행 선고를 받은 판결이라도 그 효력이 미치는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범위에 한정된다.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자료가 보충되면 기판력이 더 넓은 범위에 미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법적 평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보류할 절차와 그 시점은 미정이고, 누락 자료가 채워질 때 다시 열 문서도 미정이다. 그러므로 기판력이 어느 주체까지 미치는지는 제218조가 정한 범위 안에서 판단하고, 범위를 넘는 확장은 미정으로 남긴다.
7.3화해와 인낙조서의 효력
주관적 범위를 확인한 뒤에 이어지는 문제는, 확정판결과 나란히 두어야 할 다른 소송행위의 효력이다. 민사소송법 제220조는 화해와 청구의 포기·인낙을 변론조서 또는 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은 경우의 효력을 정한다. 그 조문은 "화해, 청구의 포기·인낙을 변론조서·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은 때에는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민사소송법 제220조)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서 먼저 확인할 것은 효력이 생기는 요건이다. 화해 또는 청구의 포기·인낙이 이루어진 사실만으로 효력이 생기지 않고, 그 내용이 변론조서나 변론준비기일조서에 기재되어야 한다. 조서에 적힌 때에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즉, 화해조서와 청구의 포기·인낙조서는 확정판결에 준하는 지위를 법률에서 직접 인정받는다.
그러나 두 효력의 근거가 같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확정판결의 효력은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생기는 반면, 이 조서의 효력은 조문이 정한 요건, 곧 화해나 청구의 포기·인낙의 존부와 조서 기재가 충족됨으로써 생긴다. 조문은 두 경우를 함께 다루면서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민사소송법 제220조)이라고만 정하고, 그 내용의 차이를 더 나누어 설명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 단계에서는 조문이 정한 바, 즉 조서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사실만 기록하는 데 그친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민사 서면과 기관 제출 자료가 같은 달에 접수되었다. 양쪽 자료에는 같은 기간의 손해가 서로 다른 금액으로 적혀 있고,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고 있으며,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다만 이 사례에서 화해나 청구의 포기·인낙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변론조서 또는 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혔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민사소송법 제220조가 적용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우선 쟁점을 정할 절차, 금액과 표현의 기준이 되는 서면, 누락 자료가 채워질 때 다시 열 문서, 보류할 절차와 그 시점은 모두 미정이다. 조서에 화해나 인낙의 기재가 확인되면,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후속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다만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기재의 존부를 확인하기 전에는 그 효력을 단정할 수 없다.
결국 후속 판단을 위하여 기록할 것은 화해조서와 청구의 포기·인낙조서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점과, 그 효력이 조문이 정한 요건 위에서 생긴다는 점이다. 이 사례에서 그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효력의 발생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확정판결과 나란히 놓이는 두 조서의 효력은 이와 같이 기록해 두는 것으로 족하다.
7.4취소판결의 기속력 기록
화해조서와 인낙조서의 효력을 판결의 기판력과 나란히 놓고 본 흐름에서, 취소판결이 행정청에 미치는 구속의 범위는 이어지는 선결 판단의 기준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 범위를 정하는 문언은 행정소송법 제30조에만 서 있고, 여기서는 그 문언을 옮겨 기록한 뒤 멈춘다.
먼저 취소판결의 기속 대상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은 "처분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을 기속한다"고 선언한다. 이 문언은 기속력을 받는 자를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으로 한정하고, 그러한 기속이 미치는 범위를 그 사건에 관하여로 묶어 둔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계약 해지와 손해 배상을 함께 주장하며 민사 서면과 기관 제출 자료가 같은 달에 접수된 경우, 취소판결의 확정 여부와 당사자 행정청의 범위가 확인되지 않아 기속력이 어느 자에게 미치는지는 미정이다.
다음으로 재처분 의무의 성립 조건을 확인한다. 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은 "판결에 의하여 취소되는 처분이 당사자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행한 행정청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이전의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에 따라 판결의 취지라는 기준이 함께 제시되고, 재처분의 상대가 되는 신청이 처분 당시 이미 존재했음이 전제된다. 이 사례에서 처분이 신청의 거부를 내용으로 하는지, 그리고 그 신청이 이전에 존재했는지는 서면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절차 위법을 이유로 한 취소의 경우에도 같은 의무가 이어진다. 행정소송법 제30조 제3항은 "제2항의 규정은 신청에 따른 처분이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되는 경우에 준용한다"고 하여, 신청에 따른 처분이라는 전제 아래 준용의 범위를 둔다. 양쪽 자료에 같은 기간의 손해가 서로 다른 금액으로 적혀 있어 취소 사유가 절차 위법인지 실체 위법인지 가려지지 않은 이 사례에서, 준용 여부는 미정이다.
기록해 둔 기속력의 범위는 위 세 문언이 합쳐 정하는 선에서 그친다.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더라도, 그 문서가 행정소송법 제30조가 정하는 기속력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아직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쟁점을 먼저 정할지와 그 판단의 기준이 되는 서면이 무엇인지는 미정이며, 누락 자료가 채워질 때 다시 열 문서도 미정이다. 기속력이 미치는 최종 결론이나 다른 효력과의 우열은 이 기록에서 정하지 않고 남겨 둔다.
7.5이중처벌금지의 처벌 구분
기속력의 범위를 기록한 데서 나아가, 같은 행위에 가해지는 둘 이상의 제재가 이중처벌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단계로 넘어간다. 문제는 헌법 제13조의 이중처벌금지에서 말하는 "처벌"이 어떤 제재를 가리키는지에 관한 것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조문은 "동일한 범죄"와 "거듭 처벌"을 요건으로 내세우지만, "처벌"의 뜻을 더 밝히지는 않는다.
전원재판부 92헌바38, 1994. 6. 30.은 그 뜻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헌법 제13조 제1항의 이중처벌금지 원칙과 "처벌"의 의미는 "헌법 제13조 제1항이 정한\"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은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권을 거듭 행사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처벌\"은 원칙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을 모두 그에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다"(전원재판부 92헌바38, 1994. 6. 30.)에 담겨 있다. 따라서 국가가 가하는 제재 모두가 처벌에 들지는 않으며,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인지가 구분의 기준이 된다. 같은 판례는 형사처벌 대상인 무허가건축행위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과태료를 비교하면서, 양자가 "처벌 내지 제재대상이 되는 기본적 사실관계로서의 행위를 달리하는"(전원재판부 92헌바38, 1994. 6. 30.) 것이라고 보았다.
과징금에 관해서는 전원재판부 2001헌가25, 2003. 7. 24.의 판단이 있다.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을 두고, 그 성격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은 "행정권에는 행정목적 실현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자에 대한 제재의 권한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제재를 통한 억지'는 행정규제의 본원적 기능이라 볼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어떤 행정제재의 기능이 오로지 제재(및 이에 결부된 억지)에 있다고 하여 이를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국가형벌권의 행사로서의 '처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바, 구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4조의2에 의한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은 그 취지와 기능, 부과의 주체와 절차 등을 종합할 때 부당내부거래 억지라는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행정상의 제재금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에 부당이득환수적 요소도 부가되어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를 두고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국가형벌권 행사로서의 '처벌'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공정거래법에서 형사처벌과 아울러 과징금의 병과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며, 이 과징금 부과처분에 대하여 공정력과 집행력을 인정한다고 하여 이를 확정판결 전의 형벌집행과 같은 것으로 보아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도 할 수 없다"(전원재판부 2001헌가25, 2003. 7. 24.). 이 판단은 92헌바38이 세운 기준을 과징금에 맞춰 적용한 것으로, 형사처벌과 과징금의 병존을 그 자체로 이중처벌로 보지 않았다. 다만 같은 결정의 반대의견은 과징금을 "위 과징금은 부당이득환수적 요소는 전혀 없이 순수하게 응보와 억지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는 실질적 형사제재로서 절차상으로 형사소송절차와 전혀 다른 별도의 과징금 부과절차에 의하여 부과되므로 행정형벌과는 별도로 거듭 처벌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어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반되고, 위반사실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 이미 법 위반사실이 추정되어 집행되고,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도 배제되어 있으므로 무죄추정원칙에도 위배된다"(전원재판부 2001헌가25, 2003. 7. 24.)고 보았다.
이 기록에 비추어 보면, 두 결정은 "처벌"을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에 한정하고, 행정상 제재금의 성격과 기능을 종합하여 그에 들지 않는지를 살폈다. 민사 서면과 기관 제출 자료에 적힌 손해액이 서로 다르고,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해석하며,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이 사례에서, 양쪽 자료가 다루는 제재가 각각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이 기록만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어떤 절차의 효과를 처벌로 취급할지도 여기서는 정하지 않으며, 자료에 있다는 사실이 곧 그 제재가 처벌이라는 법적 평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7.6선결 지정과 상충 재검토
이중처벌금지의 구별 기준을 정리한 데서 그치면, 병행 절차에 산재한 판단들 가운데 어느 것을 앞세울지와 충돌한 기록을 언제 다시 살필지가 남는다. 여기서는 선행 판단으로 삼을 문서와 그 뒤 판단의 순서를 정하고, 충돌이 확인되는 시점을 가린다.
선행 판단의 효력 범위를 먼저 확인한다.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은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를 한정하면서 "①확정판결은 주문에 포함된 것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②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은 상계하자고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을 가진다"고 덧붙인다(민사소송법 제216조). 이 두 규정에 따라 선행 문서로 삼을 대상은 주문에 담긴 판단과 대항 액수 안의 상계 판단으로 좁혀진다. 같은 달에 접수된 민사 서면과 기관 제출 자료 가운데 어느 쪽을 선행 판단으로 삼을지는 여기서 정하지 않으며, 이는 미정으로 남는다.
후속 판단이 선행 판단에 구속되는 범위도 구체적으로 살핀다.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은 "①처분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을 기속한다"고 선언한다. 같은 조 제2항은 "②판결에 의하여 취소되는 처분이 당사자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행한 행정청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이전의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지시하고(행정소송법 제30조), 제3항은 "③제2항의 규정은 신청에 따른 처분이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되는 경우에 준용한다"고 덧붙인다(행정소송법 제30조). 취소 확정판결이 있은 뒤 후속 처분의 내용은 그 판결의 취지 안에서 다시 정해진다. 손해 배상 청구에 대한 후속 판단이 이 범위에 묶이는지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후속 판단이 선행 판결의 이유에서 출발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은 "피고와 제3자 사이에 있었던 민사소송의 확정판결의 존재를 넘어서 그 판결의 이유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들까지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판단에 따르면 선행 확정판결의 존재와 판결 이유의 사실관계는 격이 다르다. 따라서 사건 뒤 작성된 설명 문서가 당시 의사결정을 어떻게 풀이하든, 선행 확정판결의 이유에 적힌 사실관계를 후속 판단의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확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그 판결은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도 그와 같이 확정된 민사판결 이유 중의 사실관계가 현저한 사실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라고 덧붙인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확정판결 이유의 사실은 유력한 증거로 다루어지되, 현저한 사실로 승격하지는 않는 셈이다.
판단들이 서로 충돌하는지를 가리는 시점도 같은 틀에서 정한다. 같은 판결은 "원심이 다른 하급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 사실관계에 관한 인정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위 사정들이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라고 본 사안에서, 당해 재판의 제1심 및 원심에서 다른 하급심판결의 판결문 등이 증거로 제출된 적이 없고, 당사자들도 이에 관하여 주장한 바가 없음에도 이를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로 정리한다(대법원 2019. 8. 9. 선고 2019다222140 판결). 기록에 남지 않은 문서를 현저한 사실로 삼은 판단은 잘못이 된다. 손해 금액이 양쪽 서면에 다르게 적혀 있고 일부 메시지와 원자료가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면,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곧 법적 평가가 아니므로 그 누락만으로 판단이 충돌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결국 선결 지정은 선행 판단의 주문과 대항 액수 안에 머물고, 후속 판단은 그 범위 안에서 기속을 받는다. 충돌 재검토의 시작은 선행 판단의 이유 중 사실관계를 후속 판단이 그대로 채택했을 때이며, 그 시점의 확정은 기록에 제출된 문서를 기준으로 한다. 누락 자료가 채워질 때 문서를 다시 열지와 보류할 절차와 그 시점은 여전히 미정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