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청산가치라는 바닥선이 담보권자의 몫에 어떤 한계를 긋는지를 묻는다. 제141조의 권리 구조와 함께 평가액과 청산 배당의 관계를 읽고, 평가액이 바닥에 미달하는 경우와 인가 요건의 문턱을 차례로 살핀다. 일반 회생채권자와의 형평 문제와 채무자 잔여 이익의 귀속은 다루지 않는다.
10.1청산가치의 바닥선
청산가치가 담보 목적물 평가와 겹치는 지점이 드러나면서 남은 물음은, 그 가치가 담보권자의 몫에서 어떤 구실을 하느냐이다. 회생절차에서 담보권자가 그 목적물에 대해 받아야 할 대우를 규정하는 원칙을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이라 부른다. 이 원칙을 담보권자 몫의 하한으로 읽는 일이 이 장의 출발점이다.
청산가치가 하한이 되는 이유는 결정 하나가 짚고 있다. 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은 담보목적물 매각대금의 일부를 주식으로 분배하는 방안을 다루며, 정리담보권자가 담보목적물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바닥을 이렇게 설명한다. "정리담보권자로부터 정리회사의 파산시 담보목적물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하여 그 환가대금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박탈하면서 권리순위에서 최상위에 있던 정리담보권자의 지위를 파산의 위험 또는 추가적인 권리변경의 위험이 남아 있는 정리회사에서 가장 열등한 권리순위에 있는 주주의 지위로 전락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 이 결정은 환가 대금에서 우선하여 회수할 수 있는 지위를 담보권자의 최소한의 권리로 꼽는다. J사의 공장 부지와 기계에 대한 은행의 근저당권이 그 지위에 해당하며, 그 지위를 밀어내는 변제 방식은 담보권자의 동의 없이 쓰기 어렵다.
그 지위를 잃게 하는 방식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점도 같은 결정이 분명히 한다. 매각대금 대신 주식을 나누어 주는 방식을 두고 결정은 이렇게 말한다. "당해 정리담보권자가 동의한다거나 정리회사의 주식이 현금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유동성 및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도 현금에 준할 정도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정리담보권의 실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 동의가 있거나 주식이 현금에 준하는 경우가 예외로 남는다. J사의 사례에서 은행이 주식이나 유동성이 낮은 수단을 받도록 강제되지는 않으며, 청산가치 상당액은 확보된 지위에 어울리는 수단으로 분배되어야 한다.
그 하한의 액수는 개별 담보권자마다 다르다. 청산가치 보장과 평등 원칙의 관계를 다룬 뒤에 결정은 이렇게 적는다. "청산가치보장의 원칙과의 관계에서 개별 정리담보권자가 담보목적물로부터 분배받을 수 있는 청산가치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고, 그와 같은 청산가치는 담보목적물의 종류, 담보권의 순위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 담보목적물의 종류와 담보권의 순위에 따라 하한의 액수가 달라진다. 은행의 근저당권이 담보로 삼는 부지와 기계는 서로 성질이 다르고, 하한을 정할 때 목적물이 나뉘어 계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한의 범위는 변제할 채권 전체에 미친다. 원리금 분할 변제를 정한 정리계획의 조건을 바꿀 때의 기준을 두고 결정은 이렇게 선을 긋는다. "정리계획에 따른 정리담보권의 변제조건을 변경하는 정리계획변경계획을 작성함에 있어서 그 담보목적물의 청산가치가 정리담보권의 원리금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정리담보권자에게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에 대하여도 담보목적물의 청산가치 상당액을 분배하여야만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 원금과 함께 이자까지 하한의 산정에 들어간다. J사의 근저당권 80억 원에 더해 이자가 붙는다면 그 이자도 하한 안에서 함께 다루어진다.
다만 이 결정이 청산가치를 계산하는 기준일이나 평가 방법을 밝히지는 않았다. 결정이 남긴 것은 하한의 성격과 분배의 수단, 그리고 그 범위다. 사업 계속 가치인 70억 원과 청산 처분 가치인 45억 원 가운데 어느 쪽이 하한의 기준이 되는지, 가치가 하락하는 위험을 누가 짊어지는지는 이 결정에서 정해진 바가 없다. 은행이 주장하는 80억 원을 넘는 부분이 일반 회생채권으로 넘어가는지도 이 자리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미정인 사항은 미정으로 둔 채 청산가치가 담보권자 몫에 두는 하한의 성격만을 확정하는 것이 이 관찰의 결과이다.
10.2제141조의 권리 구조
청산가치가 담보권자 몫의 하한이라는 점을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제 제141조가 회생담보권자에게 부여하는 권리의 구조를 조문 그대로 살필 필요가 있다. 회생및파산법 제141조 제1항은 회생담보권의 성립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회생채권이나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무자 외의 자에 대한 재산상의 청구권으로서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의 재산상에 존재하는 유치권·질권·저당권·양도담보권·가등기담보권·「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권·전세권 또는 우선특권으로 담보된 범위의 것은 회생담보권으로 한다. 다만, 이자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위약금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회생절차개시결정 전날까지 생긴것에 한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 은행이 J사의 공장 부지와 기계에 가진 근저당권은 이 규정이 열거한 저당권에 해당하므로, 그로 담보된 범위는 회생담보권의 대상이 된다. 단서가 금지하는 것은 개시결정 전날을 넘긴 지연 손해의 회생담보권 편입이며, J사의 경우에도 그 경계를 넘는 부분은 담보된 범위에서 제외된다.
이어지는 같은 조 제2항은 회생담보권에 준용되는 조문을 지정한다. "제126조 내지 제131조 및 제139조의 규정은 회생담보권에 관하여 준용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 이 준용 조항은 회생담보권의 행사와 심사를 회생채권과 같은 절차 틀 안에 두되, 그 내용을 여기서 새로 만들지 않는다. 은행이 J사의 공장 담보를 근거로 절차 안에서 자기 몫을 주장할 때도, 그 주장의 형식은 이 준용의 결과를 따른다.
절차 참가에 관하여 제141조 제3항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회생담보권자는 그가 가진 회생담보권으로 회생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 은행은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범위에서 회생절차의 참가자 지위를 가지며, 이는 그가 별도의 담보권 행사 절차만을 택하도록 강제되지 않음을 뜻한다. 담보 목적물이 경매에서 멈춘 채 절차 안으로 들어온 J사의 상황에서, 이 참가권이 곧 정해진 액수의 확정이나 배당의 결과를 예정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참가권의 이중 구조를 보여준다. "회생담보권자는 그 채권액 중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선순위의 담보권이 있는 때에는 그 담보권으로 담보된 채권액을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으로부터 공제한 금액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회생채권자로서 회생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 은행의 근저당 채권액이 80억 원이고 담보 목적물의 가액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부족분은 일반 회생채권으로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제141조 제4항은 이 부족분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담보 목적물의 가액을 어떻게 산정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의결권의 배분에 관하여 제141조 제5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회생담보권자는 그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에 비례하여 의결권을 가진다. 다만, 피담보채권액이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보다 적은 때에는 그 피담보채권액에 비례하여 의결권을 가진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 은행의 의결권은 담보 목적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비례하며, 80억 원의 채권액 전체가 그대로 의결권의 크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의결권의 행사에 관하여 같은 조 제6항은 이렇게 덧붙인다. "제133조제2항 및 제134조 내지 제138조의 규정은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에 관하여 준용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
이 규정들에 비추어 볼 때, 제141조는 회생담보권자에게 담보 목적물 가액을 기준으로 한 참가와 초과분에 대한 일반 참가를 함께 보장하되, 그 산정의 기준일이나 방법은 별도로 정하지 않는다. 은행의 몫이 청산가치 하한선 위에서 확정되는지, 그리고 80억 원을 넘는 부분이 일반 회생채권으로 넘어가는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확정되지 않는다. 앞서 확인한 청산가치 보장의 의미와 이 조문의 구조가 어긋나지 않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 절의 검토를 마친다.
10.3평가액과 청산 배당
회생담보권의 권리를 규정한 조문이 목적물 가액을 무엇으로 잡는지를 밝힌 데서, 다음은 그 가액이 곧 회생담보권자에게 돌아갈 배당의 기준인지가 문제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제4항은 회생담보권자가 회생채권자로 참가할 수 있는 부분을 이렇게 정한다. "회생담보권자는 그 채권액 중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선순위의 담보권이 있는 때에는 그 담보권으로 담보된 채권액을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으로부터 공제한 금액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회생채권자로서 회생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 이 문장은 담보 목적물 가액을 넘는 나머지 채권액만이 일반 회생채권으로 옮아간다는 뜻이며, 반대로 담보 목적물 가액에 해당하는 몫은 회생담보권으로 남는다. 다만 이 조문은 그 가액을 언제 어떻게 산정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공장 부지와 기계는 은행의 근저당권으로 담보되어 있다. 사업 계속을 전제로 산정한 감정가는 70억 원이고, 지금 경매에 부쳐 처분하면 45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두 숫자가 모두 시장에서 매긴 값이지만 뜻이 다르다. 조문이 말하는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이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는 미정이다. 감정가 70억 원을 넣으면 은행의 80억 원 가운데 10억 원만 일반 회생채권으로 넘어간다. 경매 예상가 45억 원을 넣으면 35억 원이 일반 회생채권으로 넘어간다. 어느 값을 확정된 회생담보권 액수로 곧바로 대입할 수는 없다.
절차 진행 중 가치가 더 떨어지면 누가 그 손해를 안을지도 함께 묻는다. 회생절차 개시 신청과 함께 공장에 대한 경매 절차는 멈추었고, 은행은 절차 안에서 자기 몫을 주장하고 있다. 목적이 팔리지도 않았는데 값이 빠졌다는 사실만으로 회생담보권의 액수가 확정되지는 않는다. 이 관찰은 평가액과 실제 처분 대금 사이의 간극이 남는다는 점을 보여줄 뿐이다.
그 간극이 어떻게 메워지는지는 담보 목적물의 청산가치를 함께 봐야 한다. 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은 정리계획안을 평등 원칙에 비추어 살피면서 이렇게 말한다. "원래 동일한 성질의 정리채권이나 정리담보권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권리에 대한 감면의 비율이나 변제기를 달리하는 것과 같은 차별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청산가치보장의 원칙과의 관계에서 개별 정리담보권자가 담보목적물로부터 분배받을 수 있는 청산가치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고, 그와 같은 청산가치는 담보목적물의 종류, 담보권의 순위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정리계획안에 담보목적물의 청산가치가 정리담보권액을 상회하는 정리담보권자에게는 정리담보권액 전부를 변제하고, 그렇지 못한 정리담보권자에게는 정리담보권액의 일부를 감면하는 등의 내용을 정하였다고 하여 그 정리계획안이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이 판시는 각 담보 목적물의 청산가치가 담보권액을 넘느냐에 따라 변제 조건을 달리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은행이 담보 목적물에서 받을 최소 몫은 개별 목적물의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는 감정가 70억 원이나 경매 예상가 45억 원을 그대로 옮겨 적은 값이 아니다.
같은 결정은 담보 목적물을 매각한 뒤 청산가치 상당액을 무엇으로 나누어 줄지도 다룬다. 거기서는 "정리담보권의 담보목적물을 매각한 후 정리담보권자에게 그 담보목적물의 청산가치 상당액을 분배하면서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대금이 아닌 정리회사의 주식으로 분배하는 것은, 정리담보권자로부터 정리회사의 파산시 담보목적물에 대한 담보권을 실행하여 그 환가대금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박탈하면서 권리순위에서 최상위에 있던 정리담보권자의 지위를 파산의 위험 또는 추가적인 권리변경의 위험이 남아 있는 정리회사에서 가장 열등한 권리순위에 있는 주주의 지위로 전락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하면서, 담보권자의 동의나 주식의 현금 등가성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 청산가치 상당액을 무엇으로 받는지도 담보권자의 지위와 맞물려 있다는 뜻이다. 은행의 몫을 정할 때 그 값의 성격과 형태를 함께 살펴야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담보 목적물의 청산가치가 담보권의 원리금과 같거나 그보다 클 때에는 이자까지 함께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 결정은 "정리계획에 따른 정리담보권의 변제조건을 변경하는 정리계획변경계획을 작성함에 있어서 그 담보목적물의 청산가치가 정리담보권의 원리금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정리담보권자에게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에 대하여도 담보목적물의 청산가치 상당액을 분배하여야만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다. 이 판시는 원금과 이자 가운데 무엇이 청산가치로 메워지는지를 가르지만, 은행의 근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 가운데 원리금과 이자의 경계선이 어디에 놓일지는 미정이다.
이 자리에서 확인되는 것은 청산가치 상당액이 담보권자에게 돌아갈 최소한이라는 점과, 그 산정이 담보 목적물의 종류와 담보권의 순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감정가와 경매 예상가 사이의 격차는 이 최소한을 가늠하는 자료일 뿐이다. 은행의 회생담보권 확정 액수와 그에 따른 배당 결과는 이 관찰들만으로 정해지지 않으며,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10.4평가액이 바닥에 미달하면
회생담보권 액수와 청산 배당의 맞물림을 확인한 뒤에는, 평가액이 청산가치보다 낮게 나올 때 무엇이 문제로 남는지 묻게 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는 회생담보권으로 담보된 범위를 규정하면서, 그 가액이 정해지는 방식을 함께 둔다. 조문은 "회생담보권자는 그가 가진 회생담보권으로 회생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고 선언한다. 이 선언만으로는 담보 목적물의 가액이 어느 기준으로 산정되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담보 목적물 가액의 산정은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의 경계를 가르는 일이다. 조문은 "회생담보권자는 그 채권액 중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선순위의 담보권이 있는 때에는 그 담보권으로 담보된 채권액을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으로부터 공제한 금액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회생채권자로서 회생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고 정한다. 이 규정에 따라 80억 원의 근저당권이 가진 회생담보권의 몫은 담보 목적물 가액을 넘어설 수 없고, 그 초과분은 일반 회생채권의 자리로 향한다. 다만 그 가액이 얼마인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할지는 이 조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가액의 기준과 방법을 정하는 일은 곧 청산가치와의 관계를 묻는 일이다. 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은 "청산가치보장의 원칙과의 관계에서 개별 정리담보권자가 담보목적물로부터 분배받을 수 있는 청산가치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고, 그와 같은 청산가치는 담보목적물의 종류, 담보권의 순위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정리계획안에 담보목적물의 청산가치가 정리담보권액을 상회하는 정리담보권자에게는 정리담보권액 전부를 변제하고, 그렇지 못한 정리담보권자에게는 정리담보권액의 일부를 감면하는 등의 내용을 정하였다고 하여 그 정리계획안이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 청산가치가 담보권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그 미달하는 몫 자체는 지켜진다는 뜻이다. 같은 결정은 "정리계획에서 정리담보권자에게 원금을 분할변제하되 각 분할원금에 대하여 이자를 가산하여 변제하기로 정한 경우에는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도 정리담보권으로 인정되는 채권의 범위 안에 포함되므로, 정리계획에 따른 정리담보권의 변제조건을 변경하는 정리계획변경계획을 작성함에 있어서 그 담보목적물의 청산가치가 정리담보권의 원리금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정리담보권자에게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에 대하여도 담보목적물의 청산가치 상당액을 분배하여야만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고 덧붙인다. 이 판시는 상회하는 경우를 전제로 이자까지 분배의 범위에 넣는다.
그렇다면 J사의 공장 부지와 기계에 설정된 80억 원의 근저당권은, 감정가 70억 원이나 경매 예상가 45억 원에 비추어 어떤 위치에 놓이는가. 사업 계속 전제의 감정가는 회생절차에서의 가치를, 지금 경매를 전제로 한 45억 원은 청산가치에 가까운 수치로 보인다. 두 숫자가 서로 다르게 나오는 까닭은 평가의 기준일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고, 어느 쪽이 회생담보권의 가액을 이룰지는 자료로 정해지지 않았다. 이 관찰들만으로 회생담보권의 확정 액수나 배당의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담보 목적물 가액이 어느 수준에서 확정되느냐에 따라 80억 원 중 회생담보권과 일반 회생채권으로 나뉘는 몫이 달라진다. 두 평가액이 모두 80억 원에 미달하므로, 초과분의 처리는 확정된 결론이 되기 전에 기다려야 할 쟁점으로 남는다. 절차 진행 중 가치가 하락한 경우 그 위험을 누가 부담할지, 잔여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역시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았다. 청산가치 보장이 확보하는 최소선이 어느 액수인지는 미정으로 남겨둔다.
10.5인가 요건의 문턱
평가액이 청산가치에 못 미친 경우에 남는 물음이 곧바로 인가 판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회생계획인가의 요건을 규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3조는 그 요건을 일곱 가지로 나열한다. 그중 담보권자의 이해에 직접 닿는 것은 제1호가 아니라 제4호이다. 제243조제1항제4호는 회생계획에 의한 변제방법이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때 각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것보다 불리하지 아니하게 변제하는 내용일 것. 다만, 채권자가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이 조문이 인가의 관문에 세워 놓은 기준은 담보권자가 아니라 채권자 모두를 향하지만, 담보권자에게는 청산가치가 곧 그 몫의 하한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제4호의 문언에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때"라는 표현이 들어간 점이 중요하다. 계획에 의한 변제와 청산에 의한 변제를 비교하는 구도이므로, 비교의 한쪽인 청산시의 가치가 먼저 확정되어야 한다. 합성 사례에서 감정가는 사업 계속을 전제로 한 70억 원이고, 지금 경매에 부쳐 처분하면 45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을 제4호의 비교 기준에 놓을지는 미정이다. 다만 미정이라는 사실만으로 요건의 성부가 정해지지는 않는다.
비교의 대상이 되는 채권자의 범위에 관하여도 자료가 확정한 것은 없다. 은행의 근저당권은 80억 원이고, 그 목적물의 평가액은 앞서 본 두 숫자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80억 원에 미달한다. 담보 목적물의 평가액이 청산가치에 미달하는 경우에 무엇이 문제로 남는지는 앞 절에서 살핀 바 있다. 제243조제1항제4호가 청산시의 변제를 비교의 저울에 올리는 이상, 청산가치의 산정 방식과 기준일은 인가 판단에서도 피해 갈 수 없다.
절차 진행 중 가치 하락의 위험을 누가 부담할지에 관하여도 같은 방향의 물음이 남는다. 절차가 진행되면 목적물의 가치가 더 내려갈 수 있다. 그 하락분을 담보권자의 몫에서 먼저 깎는지, 아니면 계획 전체의 배분에서 조정하는지에 관한 규칙은 인가 요건의 문언에서 직접 확인되지 않는다. 미정인 쟁점이 여럿 쌓여 있어도, 제1항제4호가 요구하는 것은 변제의 상대적 우열이지 담보권의 확정 액수 자체가 아니다.
인가 요건의 문턱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법원은 요건을 "구비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회생계획인가의 결정을 할 수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3조). 청산가치가 담보권자에게 의미하는 것은 인가 판단의 저울대 위에 놓이는 기준일 뿐이다.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로 끌어올리지 않는 한, 이 관찰만으로 배당의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10.6담보권자 몫의 한계
청산가치가 회생계획인가의 문턱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본 데 이어, 이제 그 문턱이 담보권자 몫에 긋는 경계를 살필 차례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는 회생담보권자의 참가 범위를 규정하면서 우선 담보로 확보된 몫을 특정한다. 같은 조 제1항은 회생담보권의 범위를 "회생채권이나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무자 외의 자에 대한 재산상의 청구권으로서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의 재산상에 존재하는 유치권·질권·저당권·양도담보권·가등기담보권·「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권·전세권 또는 우선특권으로 담보된 범위의 것"으로 한정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 은행의 근저당권이 공장 부지와 기계에 걸려 있으므로, 80억 원 중 담보로 확보된 범위는 회생담보권으로 자리한다.
그 경계를 넘어서는 부분의 운명은 같은 조가 따로 정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 제4항은 "회생담보권자는 그 채권액 중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선순위의 담보권이 있는 때에는 그 담보권으로 담보된 채권액을 담보권의 목적의 가액으로부터 공제한 금액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회생채권자로서 회생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 곧 회생담보권의 상한은 담보 목적물의 가액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액을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은행의 80억 원 가운데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으로 나뉘는 비율이 달라진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 감정가는 계속 가치 70억 원, 처분 가치 45억 원으로 갈려 있고, 어느 시점의 어느 값을 쓸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두 몫의 확정 액수도 미정이다.
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은 그 한계가 계획의 내용에도 뚜렷하게 작용함을 보여준다. 판시사항 [3]은 "정리담보권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변제하기로 한 정리계획의 변제조건을 변경함에 있어, 담보목적물의 청산가치가 정리담보권의 원리금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에 이자에 대하여도 청산가치 상당액을 분배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로 정리되어 있다(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 이 판시사항은 청산가치 상당액이라는 바닥이 담보권자의 몫에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담고 있으며, 원리금과 이자를 함께 다룬다. 이 사례에서 은행의 몫도 같은 바닥의 보호 아래 놓인다.
같은 결정의 판시사항 [2]는 "개별 정리담보권자의 담보목적물 청산가치가 정리담보권액을 상회하느냐에 따라 변제 등의 방법을 달리 정한 정리계획안이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소극)"로 요약된다(대법원 2008. 6. 17. 자 2005그147 결정). 여기서 청산가치는 담보 목적물마다, 담보권의 순위마다 갈리는 것으로 그려진다. 공장 부지와 기계에서 나온 값이 어느 쪽을 높게 잡을지가 은행의 몫을 가르므로, 계획의 차등은 곧바로 평등 원칙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청산가치라는 바닥은 개별 담보권자의 자리에 붙어 있고, 거기서 멈춘다.
결국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1조와 이 결정이 함께 그리는 선은 분명하다. 은행의 몫은 담보 목적물의 가액을 넘지 못하고, 그 아래로도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그 가액을 언제의 값으로 산정할지, 절차 진행 중 하락한 45억 원과 70억 원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 남은 80억 원 초과분이 회생채권으로 넘어가는지에 관한 답은 자료가 정해 두지 않았다. 이는 확정 손해나 고의 같은 법적 평가로 끌어올려 마무리할 문제가 아니라, 다음 자리에서 평가의 기준과 방법을 다룬 뒤에야 값으로 환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