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진술거부권 등의 고지에 관한 조문이 요구하는 사정을 읽고, 그 사정이 2차 증거 판단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대조한다. 고지의 하자가 있을 때의 결론과 자백의 신빙성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8.1헌법이 선언한 진술의 자유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자유는 다른 절차적 보장과 같은 자리에 놓인다. 헌법이 이 권리를 문구로 옮긴 방식부터 읽고, 이 장이 다룰 권리를 그 문구 안에서 가려내고자 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와 진술의 자유를 한 조문에 두고, 각 권리를 별개의 항으로 선언한다. 그중 진술에 관한 항은 다음과 같다.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2조) 이 항은 강요의 금지라는 소극적 형태로 권리를 적었다. 문구는 강요받지 아니할 권리를 선언할 뿐, 강요로 보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를 말하지 않는다.
같은 조문은 체포·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확보한다. "④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대한민국헌법 제12조) 변호인의 조력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 생긴다. 단서는 스스로 구할 수 없을 때의 국가 조치만을 덧붙인다.
조문은 고지의무도 함께 정한다. "⑥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대한민국헌법 제12조)에 앞서, "⑤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대한민국헌법 제12조)고지는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대상으로 한다. 통지는 같은 항이 따로 정하는 사정이다.
진술의 자유와 변호인의 조력은 이어진다.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는 체포·구속의 자리에서 즉시 조력을 받을 권리와 나란히 놓이고, 고지의무는 그 조력을 실제로 행사하게 만드는 장치로 조문에 자리한다. 문구가 강요의 금지에 붙인 요건이나 고지의 시기·방법을 따로 적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사정은 이 조문에서 새로 끌어내지 않는다.
앞서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 방식을 살펴보았다.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은 그 판단의 전제가 되는 권리로서, 헌법 제12조의 문구에서 그 범위를 확인한다. 이 장은 헌법이 선언한 이 권리를 형사소송의 절차에서 어떻게 고지하고 보장하는지를 다룬다. 합성 사례에서 수사관이 압수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창고에서 회계 장부를 압수하고, 경에게 그 장부를 보여 주어 수사 단계에서 자백을 받은 일은 아직 확정된 법적 평가가 아니다. 다만 경이 수사 단계에서 한 자백이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에 관한 권리를 매개로 한다는 점은 분명하고, 신의 법정 증언이 장부 외의 자료에서 비롯되었는지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8.2제244조의3이 요구하는 고지
진술의 자유가 헌법의 문구에서 어떻게 선언되어 있는지를 살핀 뒤에, 이제 그 권리를 수사 현장에서 실현하는 절차로 눈을 돌린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무엇을 알려 주어야 하는지를 열거하고 있다. 조문이 요구하는 사정을 그 문구 그대로 읽어 두는 것이 다음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
위 조문 제1항은 고지의 시점과 대상, 그리고 고지의 내용을 함께 규정한다.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알려 주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2.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3.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4.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네 가지 사항은 각각이 독립된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는 진술의 거부 자체를, 둘째는 거부에 따른 불이익 없음을, 셋째는 거부권 포기의 법정 효과를, 넷째는 변호인의 조력을 알린다.
이 사례에서 수사관은 압수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창고에서 회계 장부를 압수한 뒤 그 장부를 경에게 보여 주었고, 경은 수사 단계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이때 수사관이 신문에 앞서 위 네 가지 사항을 경에게 알려 주었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과제가 요구하는 대로 고지의 하자가 있을 때 어떤 결론이 따라오는지를 여기서 끌어내지 않는다면, 우선 확인할 것은 고지의 대상이 "피의자"이고 그 시점이 "신문하기 전"이라는 조문의 두 요소다. 경이 신문을 받는 자리에서 피의자 지위에 있었다면 위 고지 의무는 그 신문에 수반된다.
그 고지의 내용을 헌법의 문구와 나란히 놓으면 겹치는 자리가 드러난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는 적어도 그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품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제1호가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을 고지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로 그 권리를 피의자가 알아야 행사할 수 있다는 전제에 서 있다.
변호인의 조력에 관한 한, 헌법 제12조는 네 번째 고지 사항보다 넓고도 다른 자리를 규정한다.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5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2조). 헌법의 고지는 체포·구속의 자리에 붙어 있고,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제4호의 고지는 신문의 자리에 붙어 있다. 장소가 다르지만, 권리를 행사하려면 먼저 그 권리를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두 조문은 같은 자리에 닿는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2항은 고지를 마친 뒤의 절차까지 함께 정한다. 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알려 준 때에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이 경우 피의자의 답변은 피의자로 하여금 자필로 기재하게 하거나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의 답변을 기재한 부분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고 부가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이에 따르면 고지는 전달로 끝나지 않고, 행사 여부에 대한 질문과 조서 기재, 그리고 자필 기재나 기명날인·서명이라는 형식 요건까지 짚고 넘어가는 과정이다. 이 사례에서 수사관이 이러한 질문과 기재를 거쳤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이 요구하는 고지는 네 가지 사항의 전달과, 행사 여부에 대한 질문과 조서 기재로 이루어진다. 수사관이 그러한 고지를 경에게 하였는지, 하였다면 어떤 형식으로 기록을 남겼는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고지의 하자가 남았을 때 수사 단계의 자백이 어떻게 되는지, 나아가 그 자백에서 파생된 증거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하지 않는다. 다만 헌법 제12조가 진술의 자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각각 선언하고,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이 그 권리를 신문의 자리에서 알리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는 대목만 분명하다.
8.32차 증거를 가르는 기준
고지의 하자가 수집 증거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데서 나아가, 이제 그 하자를 기초로 하여 다시 얻은 증거가 법정에서 쓰일 수 있는지를 가를 차례다. 대법원은 2008도11437 판결에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과 그 판단 기준을 밝혔고, 이 기준이 앞서 살핀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과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다음 문제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한 원칙과 그 예외의 문턱을 먼저 옮기면,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전제로,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위법하게 얻은 첫 증거의 오염은 그 증거에서 파생된 증거까지도 유죄 인정에 쓰는 길을 원칙적으로 막는다.
그러나 원칙에는 문턱을 넘는 예외가 남는다. 대법원은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 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절차 조항의 취지에 역행한다고 평가될 수 있는 때에만 예외의 문이 열린다.
예외의 문턱을 넘기는지는 사정을 두 단계로 짚어 판단한다. 대법원은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이 사정들은 1차적 증거를 얻은 수사기관의 위반 자체를 정면으로 다룬다.
여기에 한 단계가 더해진다. 대법원은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오염된 1차적 증거에서 새로 나온 증거로 이어지는 인과의 끈이 끊기거나 희석되었는지가 핵심 축이다.
구체적 사정으로는 어떤 것이 꼽히는지도 판결에 함께 열려 있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단지 수사기관의 실수에 그치고 피의자의 자백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쓰이지 않았으며, 뒤이은 신문에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여 잘못이 바로잡힌 사정, 최초 자백 뒤 석방되었거나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자발적으로 같은 자백을 되풀이한 사정, 최초 자백과 별개로 독립된 제3자의 행위나 자료가 물적 증거나 증인의 증언을 거둘 밑바탕이 된 사정, 증인이 독립적인 판단 아래 적법한 절차로 소환되어 임의로 출석하여 증언한 사정을 통상 증거능력을 인정할 만한 정황으로 들었다. 위반의 실수 여부, 시정 여부, 시간과 조력, 독립된 기초, 임의성이라는 정황이 함께 놓인다.
이 사례에 비추어 보면, 수사관이 압수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사무실 옆 창고에서 회계 장부를 압수한 뒤 경에게 보여 주어 경의 자백이 나온 절차는 1차적 증거 수집의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수사관의 인식과 의도를 함께 따져야 할 대목이다. 석 달 뒤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법정에서 다시 이루어진 경의 자백, 그리고 장부에 이름이 기재된 거래 상대방 신의 법정 증언은 각각 상당한 시간과 조력, 그리고 독립된 제3자의 증언이라는 정황에 닿는다. 다만 압수영장에 그 장소가 기재되지 않은 경위와 수사관의 인식, 장부의 작성 시기와 보관 상태, 경의 자백 내용과 장부 기재 내용이 겹치는 범위, 신의 증언이 장부 외의 자료에서 비롯되었는지 여부는 미정이다. 따라서 위 네 증거 각각의 증거능력과 채택 여부는 이 기준에 따라 판단할 사안일 뿐, 확정된 법적 평가가 아니다.
8.4고지가 끼어든 자리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가르는 사정 가운데 진술거부권 고지가 자리 잡은 위치를 형사소송법과 판결의 문구로 확인하기로 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신문에 앞서 지켜야 할 고지의 내용을 열거한다. 그 제1항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정하고, 그 제2호는 "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을 고지 대상으로 삼으며, 그 제4호는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두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같은 조 제2항은 "사법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알려 준 때에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요구한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고지는 사신문 앞에 두어야 할 절차이고, 그 행사 여부에 관한 답변은 조서에 남겨야 할 기록이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은 고지 하자를 처음부터 별도의 독립 항목으로 두지 않고, 1차적 증거 수집을 둘러싼 모든 사정 가운데 하나로 둔다. 이 판결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판단할 때 먼저 헤아려야 할 사정들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펴야 한다"고 적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이 사정들의 자리에 진술거부권 고지의 유무가 함께 놓인다. 합성 사례에서 압수영장에 그 장소가 기재되지 않은 경위와 수사관의 인식은 미정으로 남아 있으므로, 위반의 정도나 인식의 내용을 확정한 채로 결론을 대신할 수 없다.
이 판결은 나아가 2차적 증거를 모으는 과정에서 새로 생긴 사정들을 보아야 한다고 이었다. 그 문구는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고지와 변호인의 조력은 바로 이 나중 단계의 사정으로 등장한다. 처음의 위법이 남긴 영향이 다음 수집에서 얼마나 옅어졌는지 보는 자리에, 고지가 있었는지와 조력이 충분했는지가 놓인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떤 사정이 인정 증거에 속하는지를 이 판결은 예로 밝혔다. 먼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단지 수사기관의 실수일 뿐 피의자의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적이고 기술적인 증거확보의 방법으로 이용되지 않았고, 그 이후 이루어진 신문에서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여 잘못이 시정되는 등 수사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정"을 들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이어 "최초 자백 이후 구금되었던 피고인이 석방되었다거나 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은 가운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다시 자발적으로 계속하여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는 사정"을 함께 열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합성 사례에서 석 달의 간격과 법정에서의 변호인 조력은 뒤 사정의 결에 닿는다. 다만 압수영장에 그 장소가 기재되지 않은 경위가 실수인지 의도적인 수단인지, 수사관이 그것을 알았는지는 미정이므로 앞 사정은 그대로 채울 수 없다.
위 두 가지 사정에 덧붙여 이 판결은 수집의 기초가 넓어진 경우와 증인의 독립성을 사정으로 삼는다. 그 문구는 "최초 자백 외에도 다른 독립된 제3자의 행위나 자료 등도 물적 증거나 증인의 증언 등 2차적 증거 수집의 기초가 되었다는 사정, 증인이 그의 독립적인 판단에 의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소환을 받고 임의로 출석하여 증언하였다는 사정 등은 통상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만한 정황에 속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합성 사례에서 신의 법정 증언은 그 독립적 판단과 소환 절차에 관한 사실이 미정이다. 그러므로 신의 증언이 장부 외의 자료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자체로 독립한 기초에 서 있는지는 이 문구에 비추어 헤아려야 할 남은 물음으로 남는다.
8.5자백과 인과관계의 희석
고지의 자리를 살핀 데 이어, 고지와 변호인의 조력이 압수와 자백 사이의 인과관계를 얼마나 희석하는지가 남는다. 수사관이 압수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창고에서 회계 장부를 압수하고 그 장부를 경에게 보여 주어 경이 수사 단계에서 자백한 뒤, 석 달 뒤 법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다시 자백한 이 사례에서 두 차례의 자백은 절차 위반으로 수집된 장부를 거쳐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의 강약을 판례가 마련한 기준으로만 헤아린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은 2차적 증거를 판단할 때 인과관계의 희석에 주목한다. 위 판결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틀로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제시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그러므로 경의 법정 자백이 2차적 증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에는 추가로 발생한 사정을 모아 인과관계가 얼마나 희석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살핀다.
그 희석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위 판결은 고지와 조력을 함께 열거한다. 위 판결은 "최초 자백 이후 구금되었던 피고인이 석방되었다거나 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은 가운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다시 자발적으로 계속하여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는 사정"을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만한 정황 가운데 하나로 든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석방의 여부는 이 사례에서 미정이지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법정 자백이 석 달 뒤에 다시 이루어졌다는 사정은 그 정황에 견주어 읽힌다.
같은 판결은 수사관의 잘못을 이후 신문에서 바로잡은 경우도 같은 방향의 정황으로 본다. 위 판결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단지 수사기관의 실수일 뿐 피의자의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적이고 기술적인 증거확보의 방법으로 이용되지 않았고, 그 이후 이루어진 신문에서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여 잘못이 시정되는 등 수사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정"을 함께 열거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압수영장에 그 창고가 기재되지 않은 경위와 수사관의 인식이 미정인 이 사례에서 위 정황이 성립하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변호인의 조력이 자백의 임의성을 뒷받침하는 자리는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이 마련한다. 동조 제1항 제4호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고 정한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이 고지는 신문 전에야 할 자리이므로, 경이 수사 단계에서 장부를 보고 자백한 자리에서 변호인의 조력이 있었는지는 미정이다.
고지와 조력이 희석에 끼치는 무게는 독립된 사정과 함께 헤아린다. 위 판결은 "최초 자백 외에도 다른 독립된 제3자의 행위나 자료 등도 물적 증거나 증인의 증언 등 2차적 증거 수집의 기초가 되었다는 사정"도 같은 정황으로 든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신의 법정 증언이 장부 외의 자료에서 비롯되었는지 여부가 미정인 이 사례에서 위 정황이 함께 성립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상을 모으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석 달 뒤의 법정 자백은 인과관계의 희석을 뒷받침하는 한 가지 정황이지만, 그 정황만으로 희석의 정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8.6다음 장에 남긴 물음
고지와 조력이 인과관계를 희석하는 힘을 가진다는 자리를 세웠으니, 이제 그 자리의 한계를 적어 두어야 한다. 이 사례의 네 증거는 아직 확정된 법적 평가를 받지 않았다. 압수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창고에서 회계 장부를 압수한 뒤, 그 장부를 경에게 보여 주고 수사 단계에서 자백을 받은 경위, 석 달 뒤 법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다시 이룬 자백, 장부에 이름이 기재된 신의 법정 증언이 모두 그 대상이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은 정황의 나열만으로 결론을 대신하지 않는다.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최종 판단할 때 법원이 헤아려야 할 요소를 둘로 묶어 두는데, 판결요지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례에서 압수영장에 그 장소가 기재되지 않은 경위와 수사관의 인식은 이 첫 번째 묶음에 놓이는 사실이다.
같은 판결요지는 그 다음에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도 말한다.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경의 수사 단계 자백, 석 달 뒤 법정 자백, 신의 증언은 모두 장부라는 1차적 증거에서 비롯한 2차적 증거이므로, 이 두 번째 묶음의 판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고지와 조력은 이 두 번째 묶음 안에서만 자리를 잡는다. 위 판결은 정황의 예시를 들면서 "최초 자백 이후 구금되었던 피고인이 석방되었다거나 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은 가운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다시 자발적으로 계속하여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는 사정"을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만한 정황에 넣었다. 이 사례에서 경의 법정 자백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석 달 뒤에 이루어졌고, 신의 증언은 장부 외의 자료에서 비롯했는지가 미정이므로, 두 사실 모두 이 정황의 충족 여부를 가늠하는 데 필요한 요소로 남는다.
그러나 정황의 충족은 곧 채택의 확정을 뜻하지 않는다. 위 판결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제반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힌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간의 경과가 인과관계를 얼마나 희석했는지, 법정이라는 공개된 자리가 임의성을 담보했는지는 이 자리에서 미리 결론내지 않는다. 고지와 조력이 세운 자리를 확인한 채, 석 달과 법정이 던지는 물음은 그대로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