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제도를 갖추고도 운영 기록이 없는 법인, 대표자의 위반, 이익과 벌금의 관계를 무엇으로 다시 물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세 물음의 자리를 밝히고 각각에 재검토의 조건을 적는다. 판단 요소와 기록의 층위는 그 자리에서 새로 확정되지 않고, 다시 열 조건을 모으는 것으로 맺는다.
14.1남은 물음의 자리
법령 정비와 경보 공백이 나란히 서 있는 채로도 회사의 손해와 경의 고의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는 물음은 판단의 틀을 다시 세운 뒤에 그 위에만 얹어 놓아야 한다. 앞서 확인한 판단 요소와 기록의 층위를 차례로 되짚으면서, 남은 물음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가리려는 것이다.
먼저 남은 물음을 놓기 전에 법인이 함께 벌금을 받는 경로의 문을 다시 확인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8조는 법인의 대리인·사용인·종업원이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에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정한다. 같은 조 단서는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둔다. 이 경로에서 법인의 책임은 행위자의 행위가 먼저 놓이고, 방지를 위한 주의와 감독이 그 뒤에 놓이는 구조로 열린다.
이 사건에서 경의 시세조종 주문은 2024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놓여 있다. 회사는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연 2회 교육을 실시하여 이수 명단을 보관하였다. 같은 기간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은 열한 차례 경보를 냈으며, 그 경보에 대한 조치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이 사실들이 모여도 곧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의 고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다음으로, 남은 물음은 앞서 확인한 기록의 층위와 같은 높이에 놓인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금융회사가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기 위하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그 제3항은 내부통제기준에서 정하여야 할 세부적인 사항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둔다. 준법감시 매뉴얼과 교육 이수 명단이 놓이는 자리는 이 규정이 요구하는 기준 및 절차의 마련과 관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남는 물음은 세 가지로 한정된다. 첫째,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둘째, 준법감시인이 열한 차례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셋째,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이다. 이 세 가지가 정해지지 않는 한, 제448조 단서의 상당한 주의와 감독이 이 사건 업무에서 어떻게 놓였는지는 이 자리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남은 물음은 새로운 요건을 더하지 않고, 앞서 세운 틀의 빈 칸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둔다.
14.2운영 기록이 없는 법인
앞 단위가 남긴 세 물음 가운데 둘째는, 정비된 내부통제기준과 그 운영 사이의 공백이 법인의 귀책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한 것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내부통제기준의 마련 의무를 두며, 제1항에서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이하 “내부통제기준”이라 한다)를 마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문장은 기준과 절차의 '마련'을 요구할 뿐, 마련된 기준이 실제 운영되었는지까지를 성립 요건으로 적고 있지는 않다. E증권이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교육을 실시한 사실은, 이 규정이 말하는 마련 의무가 채워졌다는 쪽의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8조는 법인에 대한 양벌을 두되, 단서에서 면책의 길을 열어 둔다. 그 단서는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적는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8조).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가 이 단서의 판단 기준이다. 이 기준은 정비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충족되는 것도 아니고, 운영의 공백만으로 자동으로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E증권에서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은 같은 기간 열한 차례 경보를 냈으나, 경보에 대해 조치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대목이 앞서 본 정비 사실과 갈라지는 지점이다. 경보 조치 기록이 없다는 사정은, 그 기간 동안 경보에 대한 대응이 없었는지 아니면 대응이 있었으나 기록되지 않았는지를 가리지 않은 채 남는다. 어느 쪽인지 확인하려면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그 사실들은 아직 미정이다.
자료가 정한 것은 다만, 기록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법인의 귀책을 확정짓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대로 경보가 반복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경의 주문이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도, 그 사실만으로 경의 고의나 회사의 확정 손해를 끌어내지 않는다. 이 사례의 사실들이 모여도 법인의 방어가 성립할 길은 남아 있고, 법인의 귀책이 확정될 가능성도 함께 남는다.
결국 이 자리는 기록의 유무를 넘어, 남아 있는 확인 절차를 얼마나 거치는지에 따라 방향이 갈린다. 제24조는 마련을 요구하고, 제448조 단서는 주의와 감독의 게을리하지 않음을 묻는다. 두 조문 사이에서 E증권의 법인 책임은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14.3대표자의 위반과 면책
운영 공백이 기록에 남았다고 해서 곧바로 면책의 여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대표자 자신이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법인이 그 책임을 벗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양벌규정과 내부통제기준 조문을 함께 놓고 살핀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8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사용인·종업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같은 법 제443조부터 제446조까지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법인에 벌금형을 함께 과하도록 정한다. 그 조문의 단서는 다음과 같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8조) 이 단서가 법인 또는 개인이 벌금형을 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조문은 대표자를 행위자 목록의 맨 앞에 두고 있으므로, 대표자 자신이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도 이 단서의 판단은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이 단서가 요구하는 것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상태이다. 대표자가 곧 위반행위자라면, 법인이 그 대표자를 상대로 감독을 어떻게 하였는지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경이 2024년 3월부터 6월 사이 시세조종 주문을 낸 사실이 확인된 이 사례에서는 경이 대표자인지 여부가 미정이다. 따라서 대표자의 위반을 전제로 한 판단은 아직 성립하지 아니하며, 조문의 요건을 대리인·사용인·종업원의 위반에 적용하는 경우와 구별하여 생각하여야 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내부통제기준의 마련 의무를 정하면서,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조문은 제1항에서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이하 “내부통제기준”이라 한다)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같은 조 제3항에서 "내부통제기준에서 정하여야 할 세부적인 사항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대표자 자신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법인이 면책을 구할 별도의 사유나 경영진에 대한 새로운 의무를 이 조문에서 찾아낼 수는 없다.
결국 이 사례에서 법인의 면책 여부는 제448조 단서가 정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입증에 달려 있다. 준법감시 매뉴얼의 비치와 연 2회 교육의 실시, 이수 명단의 보관은 정비의 흔적이다. 반면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열한 차례 경보를 낸 데 대한 조치 기록이 발견되지 아니한 점은 운영의 공백을 보여준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하였는지가 모두 미정인 상태에서, 이 두 측면만으로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표자 자신의 위반행위가 확인되는 경우라면 그 판단은 더욱 신중하여야 하며, 면책 사유를 새로 만들어 넣지 않는 범위에서 제448조 단서의 요건을 기준으로만 확인할 문제이다.
14.4벌금과 위반 이익
법인이 대표자의 위반에 대해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를 따지는 기준을 둔 뒤에도, 이 사례가 남기는 물음은 벌금의 크기이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벌금형이 위반으로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삼는지, 아니면 별도의 계산 틀을 따르는지 조문에서 읽어야 한다.
자본시장법 제448조 양벌규정은 법인에 대한 벌금형의 준거를 이렇게 적는다. "법인(단체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43조부터 제446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8조) 법인에 과하는 형은 해당 조문의 벌금형이며, 이 규정 자체는 액수를 새로 적지 않는다. 이 문구에 따르면 벌금은 위반 이익과 따로 놓인 채 정해진다.
대조적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4조는 벌금을 범죄 목적물 가액에 매긴다. "법령을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의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켰을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해당 범죄행위의 목적물 가액(이하 이 조에서 “도피액”이라 한다)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같은 조의 양벌 규정도 이렇게 이어진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제1항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이 양벌 규정은 벌금을 제1항이 정한 범위로 되돌리고, 그 범위는 도피액에 붙는다. 두 규정이 법인에 벌금형을 물리는 방식은 같은 듯하되, 액수의 준거가 서로 다르다.
따라서 E증권이 얻었거나 잃었을 이익이 무엇인지 확정되지 않은 이 사례에서 벌금의 크기를 계산하는 일은 자료의 범위 안에서 마무리되지 않는다. 자본시장법 제448조가 인용하는 해당 조문의 벌금형이 어떤 액수를 향하는지는 여기에 적은 바가 없다. 도피액처럼 가액을 밑으로 두는 규정이 이 사례의 위반과 이어진다는 근거도 없다.
두 규정 사이에 환수 절차나 이익의 회수를 잇는 조항 역시 확인된 바 없다. 이 벌금과 위반 이익이 마주 보는 지점은 액수의 준거가 무엇인지에 한정되며, 그 너머의 절차는 이 사례에 채워 넣을 수 없다.
14.5다시 열 재검토의 조건
벌금이 위반 이익과 마주 보는 방식을 읽은 뒤에 남는 것은, 앞에서 미정으로 두었던 사실들이 확인되었을 때 판단을 어디에서 다시 시작하느냐는 물음이다. 이 장은 새로운 결론을 세우지 않는다. 다만 세 물음에 각각 붙인 재검토의 문을 어떤 사실이 열 수 있는지 정리한다.
먼저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의 물음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은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이하 "내부통제기준"이라 한다)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에 따라 회사가 마련한 기준과 절차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가 밝혀질 때 판단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경의 주문 경로, 그 경로에 붙은 승인이나 확인 단계, 그 단계에서 남은 기록이 확인되어야 한다. 회사가 경보를 낸 시스템에 대응하는 절차를 내부통제기준에 두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두 번째로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의 물음이다. 위 조문의 같은 항이 내부통제기준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담는 것으로 보아, 보고선과 수신자가 기준 안에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가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열한 차례의 경보가 누구에게 전달되었고, 전달된 경보가 어떤 형식으로 기록되었는지가 확인되면 이 물음은 다시 열린다. 경보를 준법감시인이 직접 받았는지, 아니면 다른 경로로만 남았는지에 따라 사실관계의 배치가 달라진다. 회사 측에서 조치 기록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보고 자체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세 번째로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의 물음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8조는 법인의 대리인이나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하면서,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둔다. 이 단서의 판단은 경보 이후 회사가 무엇을 했는지에 달려 있다. 열한 차례의 경보 뒤에 이뤄진 내부 점검, 그 점검의 범위와 결과, 그리고 남은 기록이 확인되면 회사의 주의와 감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새로 살필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4항도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가 있으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 또는 개인에게 벌금형을 과하면서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단서를 둔다. 이 단서에 놓인 판단도 같은 사실에서 다시 출발한다.
이렇게 열리는 문이 모두 새로운 결론을 뜻하지는 않는다. 경의 주문 경로와 보고선, 경보 이후 점검의 기록이 확인되더라도, 회사의 확정 손해가 곧 생긴다거나 경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판단을 다시 시작할 뿐이다. 확인되지 않은 항목은 미정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