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상법 제542조의13이 금융회사가 아닌 법인의 준법 지원을 어디까지 요구하는지를 묻는다. 상법이 놓은 준법의 자리를 읽고, 요구가 미치는 법인의 범위, 준법통제기준의 수립과 내용, 준법지원인의 자리와 독립성, 맡긴 직무를 차례로 살핀다. 조문이 요구하는 수준의 끝을 밝혀 놓는다.
9.1상법이 놓은 준법의 자리
경의 시세조종 주문을 둘러싼 의문이 남은 채 앞선 논의가 끝났다. 이제 시선을 돌려 상법이 법인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조문 자체를 읽어야 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제1항은 적용 대상과 요구되는 준비를 함께 놓는다. 그에 따르면,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회사경영을 적정하게 하기 위하여 임직원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따라야 할 준법통제에 관한 기준 및 절차(이하 “준법통제기준”이라 한다)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여기서 먼저 두어야 할 자리는 '마련'이다. 회사가 해야 할 일은 기준과 절차를 갖추는 것이며, 그 기준이 임직원의 직무 수행을 규율한다.
준법통제기준은 서류로 끝나지 않는다. 그 운영을 맡을 사람이 필요한데, 조문은 이를 제2항에서 요구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제2항은 "제1항의 상장회사는 준법통제기준의 준수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하 “준법지원인”이라 한다)을 1명 이상 두어야 한다"고 정한다. 이에 따라 법인은 기준의 마련에 더해 담당자를 둘 의무를 진다. 이 두 항이 법인의 의무 자리를 놓은 축이다.
준법지원인에게는 점검과 보고가 주어진다. 그 직무의 내용을 상법 제542조의13 제3항은 다음과 같이 적는다. "준법지원인은 준법통제기준의 준수여부를 점검하여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이에 따르면 점검은 기준의 준수 여부를 향하고, 보고의 주소지는 이사회이다. 이사회는 그 보고를 받는 자리에 놓인다.
임면과 자격, 그리고 근무 형태에도 방식이 있다. 임면 절차로 상법 제542조의13 제4항은 "제1항의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을 임면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한다. 임기와 근무는 "준법지원인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준법지원인은 상근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의무 기준으로는 "준법지원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이에 따라 담당자의 선임 방식과 지속 근무, 그리고 수행의 주의 수준이 함께 정해진다.
담당자가 힘을 갖추도록 돕는 장치도 놓인다. 조문은 그 수행 여건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제1항의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이 그 직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제1항의 상장회사의 임직원은 준법지원인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자료나 정보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성실하게 응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직무수행과 관련된 인사상 불이익도 막는데, "제1항의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이었던 사람에 대하여 그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유로 부당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이에 따라 법인은 수행의 독립을 헤치지 않아야 하고 임직원은 요구에 응해야 하며, 불이익도 금지된다.
이상으로 읽힌 자리는 이렇다. 조문은 회사에 기준과 절차의 마련, 담당자의 임면과 그 수행의 여건을 요구하고, 담당자에게는 점검과 이사회 보고를 맡긴다. E증권의 점검 담당을 두고 앞에서 세운 의문은 이 자리에 닿아 있으며, 경보 미조치가 곧 법인의 귀책이나 경의 고의로 이어진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미정으로 남은 사실들은 그대로 남는다.
9.2요구가 미치는 법인의 범위
상법이 정한 요구의 자리를 확인한 뒤에 남는 물음은, 그 요구가 실제로 누구에게 미치는지이다. 상법 제542조의13은 적용 대상을 법률에 열거하는 대신 상장회사 가운데 일정한 범위에 속하는 회사로 한정한다. 그 범위의 경계를 조문에서 읽어냄으로써 준법통제기준과 준법지원인 의무를 지는 법인을 가를 수 있다.
먼저 대상 범위를 적시한 조항을 옮긴다. 상법 제542조의13 제1항은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회사경영을 적정하게 하기 위하여 임직원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따라야 할 준법통제에 관한 기준 및 절차(이하 “준법통제기준”이라 한다)를 마련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라고 정한다. 이 규정은 상장회사 전체를 의무의 주체로 삼지 않는다. 그 문구는 자산 규모를 기준의 하나로 삼되 대통령령이 정하는 회사에 한정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두 가지 범주가 먼저 갈린다. 상장회사에 속하지 아니한 법인은 이 조항의 문언상 의무의 주체가 아니며, 상장회사라 하더라도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에 들지 아니하면 같은 결론에 이른다. 결국 적용 대상의 실질적인 경계는 상장회사의 요건과 함께 대통령령이 정한 사유에 달려 있다.
준법지원인을 두어야 하는 회사도 같은 범위에 속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제2항은 "제1항의 상장회사는 준법통제기준의 준수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하 “준법지원인”이라 한다)을 1명 이상 두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라고 규정한다. 이는 제1항의 상장회사라는 표지로 준법통제기준의 마련 의무와 준법지원인의 선임 의무가 같은 법인을 가리킨다는 뜻을 드러낸다.
준법지원인의 임면 방식과 결격사유에 관한 규정도 같은 범위의 법인에 적용된다. 같은 조 제4항은 "제1항의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을 임면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상법 제542조의13)라고 정하고, 제5항은 "준법지원인은 다음 각 호의 사람 중에서 임명하여야 한다"(상법 제542조의13)라고 임명 대상의 자격을 제한한다. 이 두 항 역시 제1항의 상장회사라는 표지로 연결된다.
그러나 조항의 일부는 회사의 범위와 무관하게 준법지원인 개인에게 직접 그 직무의 기준을 제시한다. 같은 조 제7항은 "준법지원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상법 제542조의13)라고 정한다. 이는 법인의 규모나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준법지원인이라는 지위에 붙는 의무이다.
E증권이 상장회사이고 그 자산 규모가 대통령령의 기준에 드는 회사라면, 경의 시세조종 주문에 관한 통제 기준의 마련과 준법지원인의 선임 의무가 이 회사에 미친다. 반면 회사가 그 범위에 들지 아니하면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회사의 자산 규모나 상장 요건, 그밖에 적용 범위의 사실은 확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안에서 의무의 귀속 여부는 아직 미정의 문제로 남는다.
9.3준법통제기준의 수립과 내용
누가 대상이 되는지가 가려진 뒤에는 그 법인이 무엇을 마련해야 하는지가 남는다. 상법 제542조의13 제1항은 수립의 의무와 그 대상, 그리고 수립할 문서의 성격을 한 문장에 담아 두었다. 동법 제542조의13 제1항은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회사경영을 적정하게 하기 위하여 임직원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따라야 할 준법통제에 관한 기준 및 절차(이하 “준법통제기준”이라 한다)를 마련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이 문장은 의무의 주체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상장회사로 한정하면서, 준법통제기준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함께 밝힌다. 곧 법령 준수와 회사경영의 적정함이 수립의 목적이다.
그 목적은 준법통제기준이 회사 밖의 규율이 아니라 임직원의 직무수행 안에서 작동하는 규율임을 뜻한다. 조문이 "임직원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따라야 할"이라는 말을 기준과 절차 앞에 둔 까닭이다. 따라서 기준과 절차는 임직원의 행동을 예정한 것이어야 하고, 사후의 처벌 규정만으로는 이 문장이 요구하는 양상을 다 채우지 못한다. 다만 조문은 준법통제기준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지 경계를 자세히 그리지 않는다. 수립의 방식과 내부 심의에 관한 사항 역시 이 조문의 몫이 아니다.
준법통제기준이 담아야 할 사항의 내용은 이 조문에서 미정으로 남는다. 동법 제542조의13 제12항은 "그 밖의 준법통제기준 및 준법지원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선언한다. 이에 따르면 기준과 절차의 구체적 항목, 작성과 운용의 방식에 관한 세목은 상법이 아니라 하위 규범의 몫이다. 이 조문만으로는 목록을 만들 수 없다. 항목을 적시하지 않은 채 "기준 및 절차"라는 두 낱말에 의무의 내용을 맡긴 구조가 이 규정의 특징이다.
"기준"과 "절차"가 함께 요구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앞 문장에서 조문은 준법통제에 관한 기준 및 절차라는 한 벌의 문서를 가리켜 준법통제기준이라 이름 붙였다. 따라서 회사는 임직원이 따라야 할 규범만을 정해 두어서는 조문이 적시한 형식을 다 갖추었다고 보기가 어렵다. 그 규범이 어떤 순서와 단계를 거쳐 실현되는지도 함께 정해져야 한다. 다만 이 두 요소의 내부 관계는 이 조문에서 자세히 정해져 있지 않다.
준법통제기준은 준법지원인의 활동과 떼어 놓을 수 없다. 동법 제542조의13 제3항은 "준법지원인은 준법통제기준의 준수여부를 점검하여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이에 따르면 수립된 기준은 곧 점검의 대상이 되고, 점검의 결과는 이사회로 올라간다. 준법통제기준이 마련되면 그 운용과 보고가 뒤를 잇는 구조가 조문 안에 함께 들어 있다.
준법통제기준을 둘러싼 이 조문의 요지는 마무리된다. 수립의 의무와 목적, 그리고 기준과 절차의 결합이 법문에 적시되어 있고, 구체적 항목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사항으로 남아 있다. 회사가 마련한 준법통제기준이 이 틀에 부합하는지는 곧 점검과 보고의 대상이 된다. E증권이 비치한 준법감시 매뉴얼과 교육 실시가 이 조문이 요구하는 수립의 양상을 다 이루었는지, 남은 요소가 무엇인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9.4준법지원인의 자리와 독립성
준법통제기준이 마련되었다고 해서 그 기준이 저절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상법 제542조의13은 기준을 둔 데 그치지 않고 그 수임자를 따로 두어 점검과 보고의 책임을 맡긴다. 이 책임을 맡는 자리가 어떤 요건과 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지 읽어야, 준법통제기준이 회사 안에서 실질을 갖는지 판단할 수 있다.
준법지원인은 선임 대상과 자격이 법문으로 정해진다. 먼저 이사회의 결의가 선임의 요건이다. 상법 제542조의13 제4항은 "제1항의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을 임면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한다. 이사회 결의 없는 선임은 조문이 요구한 방식을 따르지 않은 선임이 된다. 자격에 관하여 같은 조 제5항은 "준법지원인은 다음 각 호의 사람 중에서 임명하여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1.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 "2.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서 법률학을 가르치는 조교수 이상의 직에 5년 이상 근무한 사람", "3. 그 밖에 법률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차례로 열거한다(상법 제542조의13). 조문은 이 세 경우를 자격의 출발점으로 삼을 뿐, 결격사유를 새로 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없는 결격사유를 만들어 자격을 좁게 읽을 근거는 조문에서 찾을 수 없다.
준법지원인의 신분과 근무 형식도 법률이 직접 정한다. 같은 조 제6항은 "준법지원인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준법지원인은 상근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제7항은 "준법지원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근무 기준을 밝힌다(상법 제542조의13). 제8항은 "준법지원인은 재임 중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회사의 영업상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비밀 유지 의무를 퇴임 후로까지 넓힌다(상법 제542조의13). 이 네 가지는 각각 임기·근무 방식·주의 의무·비밀 준수를 정하며, 함께 읽힐 때 준법지원인이 전념과 보안을 전제로 한 자리임이 드러난다.
직무 수행의 독립성은 조문이 따로 보장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제9항은 "제1항의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이 그 직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제1항의 상장회사의 임직원은 준법지원인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자료나 정보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성실하게 응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회사에 보장 의무, 임직원에 협력 의무를 함께 두어, 독립성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조문이 뒷받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조 제10항은 "제1항의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이었던 사람에 대하여 그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유로 부당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한다(상법 제542조의13). 이는 해임 사유를 새로 정하는 규정이 아니라, 재직 이후에도 직무와 무관한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인사 보호의 방향을 밝힌다. 조문이 말하지 않는 해임 사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 자료가 허용하지 않는다.
끝으로 준법지원인에 관하여 다른 법과의 관계는 상법 제542조의13 제11항이 정리한다. 그 조항은 "준법지원인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다만, 다른 법률의 규정이 준법지원인의 임기를 제6항보다 단기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제6항을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선언한다(상법 제542조의13). 특별 규정은 존중하되 임기 3년은 지키게 하는, 조문이 분명히 둔 예외 규칙이다. 이와 함께 필요한 세부 사항은 같은 조 제12항이 "그 밖의 준법통제기준 및 준법지원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위임한다(상법 제542조의13). 이 위임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대통령령이 무엇을 정하는지는 위임의 범위를 읽어야 비로소 밝혀지며, 조문만으로는 미정의 영역으로 남는다.
9.5준법지원인에게 맡긴 직무
준법지원인의 자리와 독립성의 요건을 가른 데서 더 나아가, 이제는 그에게 맡겨진 직무가 무엇인지가 문제이다. 회사가 경의 시세조종 주문에 대응한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이 사안에서, 어느 업무가 준법지원인의 몫으로 남아 있는지를 먼저 조문에서 읽어 두어야 한다. 상법 제542조의13은 준법통제기준과 준법지원인에 관한 여러 항을 두고 있으며, 그중 직무의 내용을 직접 밝힌 항은 제3항이다.
법원·선고일·사건번호와 같은 외부 근거가 아니라 상법 제542조의13 제3항이 준법지원인에게 지우는 업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같은 법 조항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상법 제542조의13 제3항에 따르면, "준법지원인은 준법통제기준의 준수여부를 점검하여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 항에 새겨진 직무는 준수 여부의 점검과 그 결과의 이사회 보고라는 두 가지이며, 이사회 밖의 기관에 대한 보고는 이 항에서 다루지 않는다.
준법지원인이 이 두 가지를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제9항이 짚어 준다. 조문에 근거를 두어 두면, 상법 제542조의13 제9항은 "제1항의 상장회사는 준법지원인이 그 직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제1항의 상장회사의 임직원은 준법지원인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자료나 정보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성실하게 응하여야 한다." 회사 쪽에는 독립적 수행을 보장할 의무가, 임직원 쪽에는 자료·정보 제출 요구에 응할 의무가 각각 놓여 있음을 말해 준다. 제6항과 제7항은 그 밖에 준법지원인의 상근과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함께 정한다.
합성 사례에 이 규정을 놓고 보면,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같은 기간 열한 차례 경보를 냈으나 그에 대한 조치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지원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미정이다. 이 세 가지가 채워지지 않은 채로는, 점검 의무가 준법지원인에게 실제로 귀속되었는지조차 단정할 수 없다.
더하여 이 사실들이 모여도 곧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아 있는 미정의 사실이 무엇을 가릴지 밝히는 일은 다음 단계의 일로 남겨 둔다.
9.6조문이 요구하는 수준의 끝
준법지원인의 직무를 나눈 데서 나아가, 이 조문이 요구하는 수준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살펴야 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제1항은 상장회사가 마련하여야 할 대상을 이렇게 정한다.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회사경영을 적정하게 하기 위하여 임직원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따라야 할 준법통제에 관한 기준 및 절차(이하 “준법통제기준”이라 한다)를 마련하여야 한다"(상법 제542조의13). 이 문장이 요구하는 것은 기준과 절차의 마련이다. 회사가 매뉴얼을 비치한 사실은 이 요구에 대한 답변의 첫 부분을 이룬다. 다만 제1항은 마련의 의무를 두면서, 이미 마련된 기준이 지켜졌는지는 여기서 묻지 아니한다.
조문이 준비에 그치는지를 물어야 한다. 상법 제542조의13 제3항은 그 다음의 의무를 다음과 같이 둔다. "준법통제기준의 준수여부를 점검하여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상법 제542조의13). 이 문장에서 점검은 마련에 덧붙인 작업이고, 보고는 점검의 결과를 이사회로 보내는 데서 끝난다. 준비만 한 회사와 준비 뒤에 점검한 회사가 같은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조문은 그 둘을 구별한다. 이 사례에서 이사회에 보고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보가 열한 차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이사회 보고가 있었는지 판단할 수 없다. 보고의 여부는 미정으로 남는다.
점검의 결과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조문에서 읽을 수 있는지를 살핀다. 제3항은 점검과 보고의 사실만을 요구할 뿐, 점검에서 무엇이 드러나야 하는지, 어떤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를 함께 정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경보가 열한 차례 나왔다는 사실이 곧 점검에서 결함이 확인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경보 이후 어떤 점검이 있었는지가 먼저 밝혀져야 하고, 그러한 점검의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하였는지도 미정이다.
준비와 점검의 결과가 곧 면책이라는 뜻인지를 조문에서 읽을 수 있는지를 이어서 살핀다. 상법 제542조의13은 면책의 문장, 준비에 따른 효과의 문장, 또는 책임을 덜어주는 문장을 담고 있지 아니하다. 제7항은 준법지원인 개인에 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상법 제542조의13)고 정할 뿐이다. 이 조항은 그 사람이 이사회에 무언가를 보고했는지, 보고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하지 아니한다. 이처럼 조문은 준비와 점검의 의무를 두면서, 그 의무를 이행한 자에 대한 효과는 정하여 두지 아니한다.
이 사례에 이 조문을 놓아 본다. 준법감시 매뉴얼의 비치와 교육의 실시, 이수 명단의 보관은 준비의 흔적이다. 열한 차례의 경보에 대한 조치 기록이 없다는 사실은 조문이 덧붙인 점검의 층이 잘 보이지 않음을 말한다. 준법지원인에게 경보가 보고되었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하였는지는 미정이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도 미정으로 남는다. 이 사실들이 모여도 곧 법인의 확정 손해나 경의 고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수준의 끝은 법인의 책임 여부를 가르지 아니한다. 이 조문이 준비와 점검에 관해 말한 것은 법인의 확정 손해를 말하지 아니하며, 경의 고의에 관해 말하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준비의 흔적이 확인된다는 사실만으로 법인이 면책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며,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실만으로 법인의 책임이 정하여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매뉴얼 비치가 확인된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물음을 남긴다. 준비된 기준의 법정 자리를 다음 자리에서 따로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