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조문이 대표자의 행위와 종업원의 행위를 법인 책임과 어떻게 묶어 놓는지를 묻는다. 외부감사법 제46조와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의 양벌 구조를 견주어 대표자 행위의 자리와 종업원 행위의 자리를 차례로 살핀다. 두 조문의 대표자 자리를 모아 놓은 뒤, 경의 행위가 어느 자리에 놓일지를 함께 묻는다.
3.1외부감사법 양벌의 골격
문언의 금지와 단서가 남기는 자리를 밝힌 뒤, 이 장은 그 금지의 당사자가 어느 범위까지로 잡혀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외부감사법이 양벌규정에서 법인 책임을 어느 행위자의 위반에 묶어 두었는지가 그 첫 질문이 된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6조는 양벌규정의 골격을 이렇게 놓고 있다. 법인의 행위자를 직접 나열하면서 벌의 방향을 정해 놓은 것이다. 같은 조가 규정하듯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9조부터 제44조까지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6조). 이 문장에 담긴 범위는 명확하다.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이 포섭되고, 그들의 행위가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위반행위가 가리키는 범위도 조문 안에서 정해진다. 제46조는 "제39조부터 제44조까지의 위반행위"를 원용하고, 그 범위를 넓히거나 좁히지 않는다. 제39조부터 제44조까지의 어느 조문을 위반했느냐에 따라 과해지는 벌금형의 근거가 갈리므로, 이 원용의 범위를 넘겨 법인 책임을 확장해 읽을 수는 없다.
형을 받는 쪽의 구조도 함께 읽어야 한다. 제46조는 위반행위자와 법인 또는 개인을 나란히 두고, 앞의 행위자를 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뒤의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정한다. 법인과 개인이 함께 명시되어 있기에, 법인의 대표자에 더하여 개인의 대리인·사용인·종업원이 위반행위를 한 경우까지 이 조가 다룬다. 행위자 개인의 형벌과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한 벌금형이 나란히 부과되는 구조이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밀어내는 구조가 아니다.
단서는 이 골격의 마지막 부분이다. 제46조의 단서는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선언한다. 이 단서는 벌금형을 면제하는 사유를 법인 또는 개인 쪽의 주의와 감독에 두고, 그 기준은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는지로 삼는다.
E증권에서 경이 2024년 3월부터 6월 사이 고객 계좌 여러 개로 시세조종 주문을 낸 경우, 제46조의 문구는 그 주문이 업무에 관하여 제39조부터 제44조까지의 어느 위반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묻게 한다. 경이 법인의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의 범위에 들어간다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였는지가 단서의 판단 대상이 된다. 회사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연 2회 교육을 실시해 이수 명단을 보관한 사실과,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열한 차례 경보를 냈는데 조치 기록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은 이 단서의 판단에 들어가는 재료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미정이다. 경의 주문과 회사의 대응을 놓고 법인의 손해나 경의 고의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제46조의 단서가 어느 쪽에 적용되는지는 아래에서 대표자의 자리를 확인한 뒤에 판단될 문제로 남는다.
3.2대표자 행위의 자리
외부감사법 제46조가 무엇을 법인 책임과 묶어 두었는지 살핀 뒤에는, 그 줄에 선 행위자들의 자리를 차례로 읽어야 한다. 먼저 대표자다. 대표자는 제46조가 법인의 책임으로 이어 놓은 행위자의 첫머리에 놓여 있다. 이 글은 조문의 문구만 따라 대표자를 그 자리에 둔 까닭을 확인하며, 조문에서 찾을 수 없는 요건은 더하지 않는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6조는 법인의 책임을 묻는 전제로 어느 행위자의 어떤 행위를 적었는지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9조부터 제44조까지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6조) 이 문장에서 "법인의 대표자"는 나열된 행위자의 맨 앞에 서서 법인의 책임으로 이어지는 자리를 차지한다.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과 한 줄에 묶이면서도 대표자는 "법인의 대표자"라는 표현으로 법인과의 관계 자체가 적혀 있다는 점이 그 자리를 특징짓는다.
이 문구는 대표자 행위의 범위를 어떻게 한정하는가. 앞의 인용은 대표자의 행위가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져야 함을 요구한다. 즉, 대표자가 제39조부터 제44조까지의 위반행위를 법인의 업무에 관해 저지른 때에 벌금형이 법인에 과해지는 구조다. 이와 같은 업무 관련 요건은 대표자의 지위와 별개로 행위의 맥락에 붙는 한정이다.
한편 대표자의 의식 상태는 조문의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인용한 제46조는 대표자가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고 법인에도 벌금형을 과한다고만 했고, 그 위반행위에 대표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한다는 말은 없다. 따라서 이 문구만으로는 대표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법인의 책임이 발생한다고 읽을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법인의 책임이 면제되는 길은 오로지 뒤의 단서, 즉 방지 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 하나로 열려 있다.
이상의 문구가 E증권 사례에서 놓이는 자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증권의 대표자가 2024년 3월부터 6월 사이의 시세조종 주문에 관여했는지, 관여했다면 그 주문이 회사의 업무에 관하여 이루어졌는지는 이 사실관계만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대표자가 한 행위에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도 함께 미정이다. 회사에 준법감시 매뉴얼과 연 2회 교육이 있었는지, 경보에 대한 조치 기록이 없는지는 회사가 단서의 방지 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했는지를 판단하는 문제에 속하며, 대표자 행위의 자리를 확정하는 데는 별도의 단서로 남는다.
결국 제46조는 대표자를 행위자 나열의 첫 자리에 두어 벌금형이 법인에 과해지는 경로의 한 갈래를 열어 놓았을 뿐이다. 조문은 그 경로가 열리는 조건으로 업무 관련 위반행위를 적었고, 별도로 고의나 과실의 요건을 더 붙이지 않았다. 대표자의 의식 상태를 요건으로 보태는 해석은 이 조문의 문구 밖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조문이 정한 바와 구별되어야 한다.
3.3종업원 행위의 자리
대표자의 행위가 조문상 어디에 놓이는지를 살핀 뒤에는, 대표자에 이르지 못하는 종업원의 행위가 같은 문장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읽어야 한다. 외부감사법 제46조는 책임을 묻는 행위자를 나열하면서 대표자와 함께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을 함께 두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금지되는지는 제39조부터 제44조까지의 위반행위가 정한다. 제46조는 이를 그대로 받아,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같은 범위의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를 전제로 삼는다.
법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9조부터 제44조까지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정한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6조). 이 문구는 행위자의 벌벌과 법인·개인에 대한 벌금형을 나란히 두며, 위반행위를 한 사람이 대표자인지 그 밖의 종업원인지는 책임의 자리를 나누지 않는다.
따라서 경이 E증권의 업무와 관련해 시세조종 주문을 내는 등 범위에 드는 위반행위를 했다면, 같은 문구는 경의 행위를 곧바로 법인에 대한 벌금형과 잇는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는 미정이며, 이 미정 사항은 조문이 정한 행위자의 범위를 좁히지 않는다.
다만 책임이 늘 수 있는 자리를 옮겨도 방어의 문은 남는다. 법은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단서를 둔다(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6조). 이 단서는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단서에서 요구되는 방지 노력의 정도와 방식은 문구가 정해 두지 않았다. 회사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교육을 실시한 사실, 그리고 같은 기간 열한 차례 경보가 나온 사실은 각각 단서의 판단 재료가 될 뿐이다. 경보에 대해 조치한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미정의 사실들과 함께 평가될 뿐, 그 자체로 단서의 충족 여부를 정하지 않는다.
결국 종업원의 행위는 조문상 대표자의 행위와 같은 자리에 놓이고, 법인은 그 행위자의 벌벌에 더해 벌금형을 부담한다. 이 책임의 자리를 단서가 이어받아 방지 노력의 유무로 다시 가른다.
3.4중대재해처벌법 양벌의 골격
제46조가 종업원의 행위를 법인 책임에 이어 놓은 자리를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번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가 양벌의 뼈대를 어떻게 세우는지 살필 차례다. 두 조문을 나란히 놓으려면 우선 제7조가 무엇을 무엇에 붙이는지 그 배치부터 읽어야 한다. 제7조의 대상은 종업원이나 일반 직원이 아니라 정해진 자임이 조문 문구에서 드러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는 그 범위를 먼저 못 박는다. 해당 조문은 벌금형의 대상이 되는 자의 범위와 함께 무엇을 함께 벌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등이 그 법인 또는 기관의 업무에 관하여 제6조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기관에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벌금형을 과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이 문장은 법인의 책임이 대표자 밖의 종업원 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경영책임자등의 행위를 통해서 성립함을 분명히 한다. 외부감사법 제46조와 견주면 책임을 묻는 출발점이 서로 다른 자리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양벌의 한계도 같은 조문에 함께 놓여 있다. 방어의 여지를 열어 둔 단서를 다음과 같이 옮긴다. "다만,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이 단서는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한 경우에는 벌금형을 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7조에 기업의 관리·감독 소홀이 별도의 구성요건으로 적혀 있지는 않으므로, 단서가 제시하는 것은 벌금형을 면하는 사유다.
벌금형의 액수는 위반행위의 종류에 따라 갈린다. 제7조는 "1. 제6조제1항의 경우: 50억원 이하의 벌금"과 "2. 제6조제2항의 경우: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각각 정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이러한 구분은 제6조의 두 항이 어떤 위반행위를 나누는지에 맞추어 정해진다. 제7조 자체에는 제6조의 내용이 반복되어 있지 않으므로, 각 호의 적용 범위는 제6조의 문구에 의존한다.
이 사례에서 경이 2024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시세조종 주문을 낸 사실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제7조의 양벌은 그 사실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경영책임자등의 제6조 해당 위반이다. 경이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는지, 그 주문이 제6조의 어느 항에 가까운지는 미정이다. 회사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교육을 실시했으며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이 경보를 냈다는 사정도, 제7조 단서가 말하는 상당한 주의와 감독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근거 자료가 될 뿐이다.
결국 제7조는 경영책임자등의 위반행위를 축으로 삼아 법인 또는 기관에 벌금형을 얹고,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를 그 예외로 두는 구조를 취한다. 외부감사법 제46조가 종업원의 행위를 통해 법인 책임에 이르는 배치와는 시작점이 다르다. 두 조문에서 대표자의 행위가 어디에 놓이는지는 별도로 견주어야 할 문제다.
3.5두 조문의 대표자 자리
양벌 구조의 배치를 견주어 본 결과, 두 조문이 나란히 놓인 자리에서 남는 물음은 대표자 행위가 각각 어디에 놓이는지이다. 외부감사법 제46조는 처벌 대상을 적는 문장 앞부분에서 대표자와 그 밖의 행위자를 함께 묶는다. 그 행위자가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를 먼저 읽어야 두 조문의 대표자 자리가 같은지 다른지가 드러난다.
외부감사법 제46조는 양벌의 첫머리에서 대표자와 종업원을 한 줄에 나란히 세운다. 조문은 처벌되는 행위자를 밝히며 다음과 같이 적는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9조부터 제44조까지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6조) 이 조문에서 대표자는 행위자 목록의 맨 앞에 서 있고,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과 함께 한 범주를 이룬다. 이 사례에서 회사의 대표자가 직접 위반행위를 하였는지는 확인된 사실로 적혀 있지 않다.
대조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는 처벌 대상의 첫머리에서 대표자라는 말 대신 다른 자격을 적는다. 조문은 처벌되는 행위자를 밝히며 다음과 같이 적는다.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등이 그 법인 또는 기관의 업무에 관하여 제6조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기관에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이 조문에서 행위자 자리에는 경영책임자등이 놓이고, 대리인·사용인·종업원은 적혀 있지 않다. 이 사례에서 경이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는지는 확인된 사실로 적혀 있지 않다.
두 조문이 나란히 놓이면 그 차이가 분명해진다. 외부감사법 제46조는 대표자와 그 밖의 종업원을 같은 줄에 두어 둘 다 행위자 자리에 들어갈 수 있게 적는 반면,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는 그 자리에 경영책임자등만을 둔다. 이 사례에서 확인된 사실은 경이 직원으로서 주문을 내었을 뿐이므로, 그의 자리가 어디인지는 각 조문의 행위자 범위를 놓고 따져 보아야 한다.
다만 두 조문이 공유하는 부분도 있다. 두 조문 모두 회사 자신이 방지 조치를 다한 경우를 예외로 적는다. 외부감사법 제46조는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적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는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적는다. 회사가 준법감시 매뉴얼을 비치하고 교육을 실시한 사실과 탐지 시스템이 경보를 낸 사실은 이 예외가 놓인 자리를 가늠하는 재료가 되나, 경보에 대한 조치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읽어야 한다.
정리하면 두 조문은 양벌의 뼈대를 공유하면서도 대표자를 놓는 자리를 다르게 적는다. 외부감사법 제46조는 대표자를 행위자 목록의 한 자에 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는 그 자리에 경영책임자등을 둔다. 이 사례에서 대표자가 직접 위반행위를 하였는지, 경이 어느 조문의 행위자 자리에 놓이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3.6경의 행위가 놓일 자리
대표자의 자리가 두 조문에서 견주어 진 다음에 남는 물음은, 경의 행위가 그 가운데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이다. 경은 E증권의 직원이며 2024년 3월부터 6월 사이 고객 계좌 여러 개로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 그가 법인의 대표자인지 아닌지는 이 사실만으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6조는 처벌의 대상을 넓게 적어 두었다. 이 조문이 종업원의 행위를 어떻게 다루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위반행위를 한 사람이 법인의 대리인·사용인·그 밖의 종업원인 경우에 이 조문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이므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9조부터 제44조까지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6조) 경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면 그 행위는 이 조문 앞부분이 적은 종업원의 위반행위 자리에 놓인다. 다만 회사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는 단서가 뒤에 붙는다.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는 대상과 자리가 다르다. 이 조문이 경영책임자등의 행위만을 다루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적었다. "법인 또는 기관의 경영책임자등이 그 법인 또는 기관의 업무에 관하여 제6조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기관에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이 조문에서 법인의 처벌은 경영책임자등의 위반행위에 묶여 있다. 경이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는지 자료는 말하지 않으므로, 그의 시세조종 주문이 이 자리에 놓인다고 단정할 수 없다.
두 조문의 차이는 행위자를 묶는 끈에서 드러난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46조는 사용인이나 그 밖의 종업원을 직접 끈으로 삼는다. 중대재해처벌법 제7조는 경영책임자등을 끈으로 삼는다. 경의 행위가 어느 끈에 묶이는지는 그의 직책과 권한에 관한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미정으로 남은 사실을 채워 넣지 않고 판단을 보류한다.
한편 회사의 내부 조치는 별도의 물음으로 놓인다. 준법감시 매뉴얼의 비치와 연 2회 교육의 실시, 이수 명단의 보관은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열한 차례 울린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의 경보에 대한 조치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의 주문이 어떤 내부 절차를 거쳐 처리되었는지, 준법감시인이 경보를 보고받았는지, 회사가 경보 이후 어떤 내부 점검을 했는지는 미정이다. 두 조문이 함께 두는 단서는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이다. 회사가 이 단서에 해당하는지 가늠하려면 미정인 사실이 채워져야 한다. 경보 조치 기록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회사가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였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경의 시세조종 주문이 두 조문 가운데 어디에 놓이는지의 물음은, 대표자의 자리와는 별개로 그의 직책과 권한의 사실에 달려 있다. 자료가 적은 사실만으로는 그의 행위가 어느 조문의 끈에 묶이는지 확정할 수 없다. 회사의 단서 해당 여부도 마찬가지로 미정으로 남는다. 확인된 사실과 미정인 사실을 섞어 책임의 근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이 물음을 다루는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