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수사기관이 물건과 그 안의 정보를 얻는 경로를 범주로 나눈다. 제215조의 압수·수색·검증의 정의와 제199조의 필요한 조사를 읽어, 두 조문이 가른 경로와 그 나눔이 남긴 자리를 살핀다. 강제처분의 구체 요건과 임의제출의 요건은 이 장의 범위 밖이다.
3.1물건을 얻는 경로의 첫 나눔
제출이 스스로인지 묻는 자리에서 나아가, 이제 수사기관이 물건과 그 안의 정보를 손에 넣는 경로를 무엇으로 나눌지가 남는다. 이 장면에서 경로의 나눔은 체포와 동의의 진정성이라는 앞선 물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음이 놓일 자리를 먼저 정하는 일이다. 형사소송법 제199조와 제215조의 문장은 그러한 나눔의 출발점이 된다.
경로를 나누는 첫 기준은 강제처분의 범위를 긋는 문장에서 얻어진다. 형사소송법 제199조는 수사에 필요한 조사의 한계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수사에 관하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 이 문장은 조사와 강제처분을 구별하며, 강제처분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과 최소한도라는 두 가지 한정을 둔다.
같은 조가 공무소 기타 공사단체에 대한 조회와 보고 요구를 별도 항으로 두고 있는 점도 경로의 나눔에 영향을 준다. 형사소송법 제199조는 "수사에 관하여는 공무소 기타 공사단체에 조회하여 필요한 사항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이 항은 필요한 조사의 한 가지 모습을 적은 것으로 보이고, 강제처분에 붙인 단서가 그대로 따라오는지도 미정이다.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압수, 수색, 검증이라는 세 가지 처분을 열거하며 그 행사의 경로를 적고 있다. 조문은 사법경찰관의 신청, 검사의 청구, 지방법원판사의 발부라는 순서를 거치도록 하면서 처분의 대상에 한정을 둔다. 그 한정은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제215조는 이어서 압수, 수색, 검증의 정의를 규정하며 세 처분의 의미를 밝힌다. 그 정의 문장에 이미 강제처분의 성격과 한정이 함께 담겨 있는지, 그리고 제199조의 최소한도가 여기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이 장의 뒤에서 살펴볼 문제다. 이 장면에서 미정으로 남겨 둔 것은 기의 동의서 서명과 제출 범위 표시가 제215조가 적은 경로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그 밖의 길인지이다.
물건을 얻는 경로의 첫 나눔은 강제처분과 그 밖의 길로 갈라놓는 데까지 나아가며, 강제처분의 문장은 제199조의 한정과 제215조의 정의에서 확인된다. 이 나눔은 강제처분의 구체 요건이나 임의제출의 요건을 확정하지 않고, 그러한 요건이 논의될 자리를 구분할 뿐이다.
3.2제215조의 세 처분 정의
물건을 얻는 경로를 제199조와 제215조로 나눈 뒤에, 이 장은 이제 제215조가 스스로 붙인 세 가지 처분의 뜻을 문장 그대로 읽어 세워야 한다. 제215조는 압수, 수색, 검증을 함께 거론하면서도 이 셋이 무엇인지 따로 풀어 쓰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 절은 조문이 실제로 밝힌 범위와 방식의 문구만을 가지고, 세 처분이 각각 무엇을 가리키는지 살핀다.
제215조의 현행 문장은 사법경찰관이 할 수 있는 처분의 조건과 방식을 밝힌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문장은 세 처분에 공통되는 시기와 대상의 한정, 그리고 신청·청구·발부로 이어지는 영장 경로를 적고 있을 뿐, 압수와 수색과 검증의 뜻을 따로 적지는 않는다. 제1항은 삭제되어 현재의 조문에는 남아 있지 않다.
세 처분의 정의가 본문에 남아 있지 않으므로, 각 낱말이 가리키는 바는 조문이 처분의 대상에 붙인 한정에서 읽어야 한다. 제215조 제2항이 처분의 대상에 붙이는 한정은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는 두 가지 문구이다. 이 한정은 세 처분 모두에 적용되며, 압수에만 붙거나 수색에만 붙는 요건이 따로 적혀 있지는 않다.
이 한정 가운데 앞의 문구는 처분의 필요와 관련되고, 뒤의 문구는 처분의 대상과 관련된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처분의 시기를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로 정하고, 대상은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 이 두 한정을 함께 충족하는 것을 대상으로 삼을 때에만 세 처분이 가능하다는 뜻이지, 처분의 종류에 따라 한정이 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또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처분의 방식을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라고 적는다. 이 방식은 압수, 수색, 검증에 공통되며, 세 처분 가운데 어느 하나에만 예외가 붙은 문장은 이 조문 안에 없다. 따라서 제215조가 세 처분에 붙인 정의의 자리는 대상의 한정과 방식의 지정에 한정되고, 압수와 수색과 검증을 서로 갈라놓는 기준은 이 조문의 문장 안에 적혀 있지 않다.
합성 사례에서 새벽 긴급체포 뒤 조사실에서 기가 작성한 임의제출 동의서에 의한 제출은, 위에서 읽은 제215조 제2항이 정하는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검증의 문장과는 별개의 경로에 놓인다. 기의 동의가 적법하고 임의적인지, 압수된 전자정보의 어느 범위가 혐의와 관계가 있는지는 미정이다.
3.3압수 수색 검증의 구분
세 처분의 정의를 살핀 뒤에는, 같은 조문이 세 명사를 한 문장에 묶어 놓은 까닭을 따져 물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수사처분의 한계를 두는 문장에서 세 명사를 나란히 둔다.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5조). 이 문장은 세 처분에 공통되는 정황과 관계성의 한정을 밝히면서도, 처분을 서로 갈라 놓는 기준을 덧붙이지 않는다.
따라서 압수와 수색과 검증을 가르는 자리는 정의 문장 안에서 찾아야 한다. 앞 단위에서 확인한 세 정의는 각 처분의 대상을 다르게 잡고 있다. 압수는 물건의 압류를, 수색은 물건을 찾기 위한 탐색을, 검증은 사람이나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는 작용을 각각 가리킨다. 정의가 대상을 달리 두는 곳이 곧 세 처분의 경계가 된다. 이 경계는 처분의 목적이나 효과가 아니라, 조문이 붙인 대상 표지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경계의 실질은 대상에 대한 작용의 차이로 읽힌다. 압수는 이미 특정된 물건을 관리 아래 옮기는 처분이고, 수색은 특정되지 않은 물건을 찾기 위하여 공간이나 물건을 뒤지는 처분이다. 검증은 압수나 수색과 겹치지 않는 자리에서, 사람이나 물건의 외관이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처분으로 놓인다. 한 행위가 세 성격을 함께 띠는 경우에도, 조문은 대상 표지에 따라 각 처분의 자리를 정할 길을 열어 둔다.
이 구분이 뜻하는 바는 영장에 적히는 청구의 범위와도 맞닿는다. 제215조 제2항은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적으면서, 각 명사가 가리키는 대상을 서로 바꾸어 쓰지 않는다. 물건을 압류하는 처분을 수색이라 부르거나, 상태를 확인하는 처분을 압수라 부르는 방식은 이 문장이 놓은 자리에 들어맞지 않는다. 처분의 명칭은 조문이 정한 대상 표지를 따라 정해진다.
한편 앞 장면에서 관찰된 처분은 이 구분의 시험대에 놓인다. 동의서에는 제출 범위가 '휴대전화 1대 및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라고 인쇄되어 있었고, 조사실 책상 위에는 제출 목록을 적은 종이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압수된 전자정보 중 어느 범위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지,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는 미정이다. 어느 범위의 전자정보가 취급되었는지가 미정이므로, 이 장면에서 압수와 수색과 검증 가운데 어느 처분이 행사되었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제215조 제2항이 세 처분에 공통으로 요구하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과 해당 사건과의 관계성은, 세 처분 가운데 어느 것이 행사되었는지를 가른 뒤에 비로소 적용 대상이 정해지는 기준이 아니다. 이 기준은 압수이든 수색이든 검증이든 공통으로 놓인 한정이다. 구분이 선행하고 한정이 적용되는 셈이지만, 구분의 자리는 조문의 대상 표지에만 있다. 표지 밖에서 새 기준을 만들어 세 처분을 가르면 제215조가 놓은 자리에서 벗어난다.
따라서 이 장면에서 범죄 혐의와의 관련성이 미정이라는 사정은, 어느 처분이 행사되었는지를 가르는 문제와는 별개로 놓인다. 처분의 명칭이 먼저 정해져야 비로소 제215조 제2항의 한정이 그 처분에 적용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압수, 수색, 검증의 구분은 조문이 붙인 대상 표지에서 시작하여 처분의 자리에 이르고, 그 자리를 지켜야 공통 한정의 심사도 비로소 가능해진다.
3.4제199조의 필요한 조사
제215조의 정의가 각 처분의 자리를 가른 데서 나아가, 수사기관이 물건을 얻는 경로가 그 처분에만 머무는지 물어야 한다. 이 물음은 형사소송법 제199조가 수사와 필요한 조사에 관하여 둔 문장에서 실마리를 얻는다.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법 제199조는 다음과 같이 적는다. "①수사에 관하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조사권을 넓게 열어 놓는 앞 단락과 강제처분을 좁게 묶는 단서가 한 조문 안에 함께 놓여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조사는 그 자체로 열려 있으나, 강제를 수반하는 처분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을 때만 빗장이 풀린다.
이 문장에 담긴 단서는 강제처분의 한계까지 분명히 한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뒤에 이어지는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는 조사권의 행사가 강제로 미치는 순간 별도의 법률 근거와 최소한의 범위라는 두 조건에 묶임을 뜻한다. 두 조건은 강제처분에 붙는 것이므로, 강제를 수반하지 않는 조사까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읽힐 수 없다.
필요한 조사의 대상과 방법은 제199조가 직접 적고 있지 않다. 조문은 조사를 할 수 있다고만 적고, 어떤 수단을 쓰는지, 대상이 무엇인지는 더 밝히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조문만으로 특정한 조사 방법이나 그 한계를 끌어내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필요한 조사 가운데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요구는 따로 규정되어 있다. "②수사에 관하여는 공무소 기타 공사단체에 조회하여 필요한 사항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조회와 보고 요구를 받을 주체가 공무소 기타 공사단체로 한정되어 있다. 이 문장은 개인을 상대로 한 보고 요구의 근거를 적고 있지 않다.
법 제199조가 이 사례에서 떠받치는 것은 수사 목적을 위한 필요한 조사와 그 조사가 강제처분에 미칠 때의 조건이다. 새벽에 긴급체포된 기가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한 장면에서, 제출을 받는 행위가 필요한 조사에 해당하는지, 강제처분의 규정이 요구되는 경로인지의 구분은 이 조문의 문장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동의서에 인쇄된 제출 범위와 체포 당시의 처지는 미정으로 남아 있으므로, 제199조의 조사가 그 장면에서 어떤 범위를 포섭하는지 역시 미정이다.
3.5두 조문이 가른 경로
제199조가 필요한 조사를 열어 놓고 강제처분을 법률의 특별한 규정에 묶어 둔 데서, 이 장은 그 규정의 하나가 제215조라고 확인한 바 있다. 이제 두 조문을 나란히 놓고 그 문장이 가르는 경로가 어디서 갈라지는지 살핀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의 방법과 그 한계를 한 문장에 함께 담아 둔다. 같은 조항은 수사의 필요성에 맞추어 조사할 수 있다고 열어 놓으면서도, 강제처분만은 따로 묶어 두는 것이다. 그 구분의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이 문장은 강제처분의 여부와 범위를 수사 목적의 필요성과는 따로 묻는다. 수사의 필요성이 아무리 크더라도 강제처분의 근거를 그 필요성에서 직접 끌어낼 수는 없고, 그 근거는 법률의 특별한 규정에서 찾도록 한 것이다. 동시에 강제처분이 법률에 규정된 경우라도 그 행사의 범위는 필요한 최소한도로 묶여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압수·수색·검증의 실행 조건을 제199조와는 다른 문장으로 적는다.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 해당 처분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같은 조항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 이 문장은 의심할 만한 정황과 관계 있는 물건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검사의 청구와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경유하는 절차를 둔다. 대상의 한정과 절차의 경유가 한 문장 안에 함께 놓여 있으므로, 압수·수색·검증은 두 가지 요건을 함께 갖출 때에만 비로소 그 경로를 열리는 셈이다.
두 문장을 견주면 갈라지는 지점이 분명해진다. 제199조 제1항의 단서가 강제처분을 법률의 특별한 규정으로 돌리는 반면, 제215조 제2항은 그 규정 안에서 대상의 한정과 영장이라는 요건을 직접 적는다. 다시 말해 제199조는 강제처분을 원칙적으로 막아 두고 그 자리를 법률의 특별한 규정에 맡기며, 제215조는 그 맡겨진 자리에서 압수·수색·검증이 밟을 요건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관계에서 한쪽 조문의 요건을 다른 쪽에 끌어올 수 없다. 제215조 제2항이 둔 대상의 한정과 영장 요건은 압수·수색·검증이라는 강제처분에 붙은 것이지, 제199조의 필요한 조사 전반에 대하여 요구되는 문구가 아니다. 거꾸로 제199조의 단서는 강제처분의 근거를 법률의 특별한 규정에 묶어 두는 문장이므로, 그 단서를 빌어 제215조 제2항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바꿀 수도 없다. 같은 조항이 둔 요건을 제199조의 필요한 조사에 끌어와 그 요건을 완화하거나 바꿀 수는 없다.
따라서 물건을 얻는 경로는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한쪽은 강제처분이라는 경로이고, 그 경로에서 압수·수색·검증은 제215조 제2항이 적은 요건을 따른다. 다른 쪽은 강제처분이 아닌 방법인데, 그 방법이 이 두 조문에 적힌 문장만으로 어디까지 열려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 두 문장이 답하지 않는다. 제199조 제1항은 강제처분이 아닌 필요한 조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문장이지만, 그 조사의 구체적인 모습과 한계를 적어 두고 있지 않다. 제215조 제2항은 강제처분의 한 갈래인 압수·수색·검증만을 다루므로, 그 문장 밖에 놓인 방식에 대하여는 침묵한다. 남는 물음은 그 자리에 놓인다.
3.6경로 나눔이 남긴 자리
두 조문이 갈라놓은 자리에서 이제 다음에 놓일 물음이 어디에 자리를 잡는지를 표시해 둔다. 제199조는 수사에 필요한 조사를 원칙으로 세우면서 강제처분을 제한하는 단서를 덧붙였다. 강제처분이란 무엇이고 그 구체 요건은 무엇인지는 이 장에서 결론 내지 않는다. 다만 그 경계선이 다음에 다룰 문제의 출발점이 되므로, 조문의 말이 어디까지를 맡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확인해 둔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조사와 강제처분을 한 문장 안에서 나눈다. 수사에 관하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선언하면서,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단서를 둔다(형사소송법 제199조). 이 단서가 이 사례에서 갖는 뜻은, 새벽에 긴급체포된 기에게 조사실에서 이루어진 행위를 두고 그 행위가 강제처분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묻지 않으면 평가가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제처분에 해당한다면 별도의 규정이 있어야 하고 그 범위는 최소한도에 머물러야 한다.
반면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압수, 수색, 검증의 경로를 따로 정한다.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형사소송법 제215조). 이 조문은 영장의 발부와 집행에 이르는 과정을 절차로 묶어 두었고, 그 절차에 진입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 두었다. 조사실 책상 위에 제출 목록이 놓여 있고 인쇄된 동의서에 서명한 사정이 이 경로에 자동으로 포함되는지 아닌지는 이 조문이 적어 둔 바가 아니다.
두 경로가 갈라지는 자리를 표시해 둔 뒤에 남는 물음은 그 나눔의 틈에서 생기는 것이다. 기가 휴대전화와 저장된 전자정보를 내놓기로 한 동의가 어떤 성격을 가지는지, 그 동의에 따라 얻은 전자정보가 어느 범위까지 이 사례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는 미정이다. 체포 당시의 구체적 처지, 기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도 미정이다. 압수된 전자정보 중 어느 범위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지,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도 마찬가지로 미정이다. 이 사례가 놓은 자리는 평가의 재료로 놓인 관찰이지, 임의성이나 적법성이라는 법적 평가가 확정된 자리가 아니다.
앞에서 확인한 두 조문의 나눔은 이 사례가 품은 물음들이 어느 쪽 경로에서 출발해야 하는지를 가르는 이정표가 된다. 강제처분의 구체 요건과 임의제출의 요건을 이 자리에서 결론 내지 않더라도, 한쪽 경로의 요건을 다른 쪽에 끌어오지 않는다는 전제만은 이 장의 마지막 문장으로 남는다. 경로 나눔이 남긴 자리는 바로 그 전제가 지키는 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