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긴급체포 뒤 조사실에서 한 제출이 어떤 사정에서 임의성을 잃는지를 묻는다. 2019도13290이 체포 현장의 임의제출을 본 부분과 체포·구금 사정의 무게를 읽어, 임의성 판단의 재료와 기록에 남을 사정들을 차례로 살핀다. 제출 권한과 제출 범위의 문제는 이 장의 범위 밖이다.
7.1체포 현장의 임의제출
이 장이 증명의 대상과 방식을 남긴 채 물음을 마무리하였으므로, 이제 체포 현장에서의 동의가 형사소송법상 어떠한 쟁점으로 다루어졌는지를 살핀다.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은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의 임의제출을 다루었는데, 먼저 그 판결이 설정한 쟁점의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 판결은 두 가지 물음을 쟁점으로 삼았다. 즉 "[2]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소극)"이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이 쟁점 설정은 체포 현장에서 이루어진 제출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후 영장이 필요한지라는 두 물음으로 한정된다. 현행범 체포의 적법성이나 제출 동의의 임의성 자체는 이 쟁점 문구에 포함되지 않는다.
위 판결이 두 물음에 내놓은 결론은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이 판결요지는 체포 현장이라는 장소가 임의제출물의 압수를 달리 취급할 사유가 되지 않으며, 사후 영장의 보충도 요구되지 않는다고 밝힌다. 이 판결요지에 언급된 조문은 형사소송법 제212조와 제218조이다.
그러나 이 판결이 확인한 것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는 허용에 관한 것이며, 누가 제출할 권한을 갖는지와 제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새벽에 긴급체포된 기의 경우 임의제출 동의서에 '휴대전화 1대 및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라고 인쇄된 제출 범위가 있었고 조사실 책상 위에 제출 목록을 적은 종이가 놓여 있었으나,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는 미정이다. 위 판결요지는 이러한 제출 권한과 제출 범위의 문제를 다루지 않았으므로, 이 판결로 기의 동의서가 어느 범위까지 유효한지 또는 목록의 교부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위 판결요지에 함께 적힌 제218조의 인용에는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이 표현은 압수 대상이 되는 물건의 출처를 유류물과 임의제출물로 나누고, 임의제출의 주체를 소유자·소지자·보관자로 적시한다. 기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한 것은 소지자로서의 임의제출에 해당하나, 그 임의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이 장면은 평가의 재료로 놓인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이 판결은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는 점과, 그 경우 사후 영장을 별도로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체포 현장이라는 사정만으로 압수를 달리 볼 수 없다는 것이 이 판결요지의 한정된 결론이다. 제출 권한의 주체와 제출 범위의 한계, 그리고 제출 동의의 임의성은 이 판결이 다루지 않았다.
7.2임의성 판단의 재료
체포 현장에서의 임의제출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게 하는 규정과 함께, 그 제출에 임의성이 있었는지를 누가 어떻게 밝히는지가 다음 쟁점이다. 대법원은 환부 후 다시 제출받는 장면에서 이 물음을 다룬 바 있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절차 위반으로 압수한 증거를 환부한 뒤 임의제출로 다시 받는 경우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제출의 임의성을 이렇게 요구한다.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이 판결이 놓은 자리는 증명의 주체와 정도이며, 증명이 미치지 못하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과까지를 함께 말한다.
임의제출로 받은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는 점은 앞의 판결이 확인한다.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시한다. 그러나 이 인용이 말하는 것은 압수의 방식이며, 제출의 임의성이 증명되는 절차까지를 정하지는 않는다.
새벽에 긴급체포된 기의 장면에서 제출 동의서는 '휴대전화 1대 및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라는 범위를 인쇄한 문구를 담고 있었다. 이 범위는 조사실 책상 위에 놓인 제출 목록의 종이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가 미정이며,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도 미정이다. 따라서 제출의 임의성을 판단하는 데 쓸 재료 가운데 제출 범위의 표시와 목록의 처리에 관한 사실은, 아직 확정된 것으로 놓여 있지 아니하다.
조사실에서 휴대전화를 내면 빨리 끝난다는 말이 있었고, 기는 그 말을 듣고 동의서에 서명하였다. 대법원이 위 판결에서 경계한 것은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지는 경우이다. 기 앞에서의 그 말이 수사자의 우월적 지위와 어떻게 결합하였는지, 그로 인해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는 미정이다. 이 사정들이 제출의 임의성을 둘러싸는 증명의 재료로 놓일 뿐임은 분명하다.
임의제출의 임의성은 위 판결이 요구하는 대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는 사정이며, 여기에 검사가 책임을 진다. 체포 당시의 처지와 동의서의 인쇄 문구, 목록의 처리, 설명의 유무는 이 증명이 겨냥하는 사실들이다. 그러나 판결이 이 판시사항에서 확인한 것은 증명의 주체와 정도이며, 기의 장면에서의 평가는 미정으로 남은 처지가 확인된 뒤에라야 비로소 설 것이다.
7.3체포 뒤 구금의 처지
임의성 판단의 재료가 무엇인지 밝힌 뒤, 체포 뒤 구금의 처지가 그 판단에 어떤 무게를 더하는지를 살핀다. 긴급체포로 이른 새벽의 몸이 사무실에 붙잡혀 있느냐 아니면 현장에서 서 있느냐는, 동의의 의미를 읽는 자리가 바뀌게 한다. 그러므로 체포와 구금의 처지가 동의의 임의성을 좌우하는 정형적 요소로 굳어 있는지, 아니면 그때그때의 사정과 함께 놓아 읽어야 할 무게인지가 이 장면에서 물어야 할 일이다.
현행범 체포의 근거를 형사소송법 제212조에서 읽으며,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은 그 틀 안에서 체포현장의 임의제출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의 압수로 받는다. 이 판결의 판시사항은 "[2]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소극)"이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같은 판결의 요지는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라고 적혀 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즉 체포가 벌어진 자리라도 소지자가 임의로 내놓는 물건을 받아 챙기는 것은 별도의 사후영장 없이도 허용된다는 말이다. 이는 임의제출이 압수의 정당한 경로로 남는다는 뜻이지, 체포의 처지가 곧바로 제출의 임의성을 깎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판결은 압수의 적법 경로를 다루었을 뿐, 임의성 판단의 기준을 새로 정하지 않았다. 앞서 본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도16102 판결이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두고 밝힌 바를 그대로 두면, 진정한 의사에 의한 제출인지는 소지자의 주위환경, 압수목적물의 종류·성질, 소유자 등의 관계, 심리적·물리적 강제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문장이 그대로 남는다. 이 판단의 재료에는 소지자가 놓인 주위환경이 함께 들어가야 하고, 체포 뒤의 구금 상태는 그 주위환경 가운데 하나로 놓인다.
이 판례의 말을 합성 사례에 적용해 보면, 긴급체포로 잡힌 기가 조사실에서 휴대전화를 내면 빨리 끝난다는 말을 듣고 서명했다는 사정은 소지자의 주위환경과 심리적 강제 여부를 묻는 자리에 그대로 올라간다. 다만 체포 당시의 구체적 처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는 미정으로 남으므로, 이 사정을 확정된 사실처럼 놓고 임의성을 판단할 수 없다. 압수된 전자정보 중 어느 범위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지,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도 마찬가지로 미정이다. 따라서 구금의 처지가 임의성 판단에 무게를 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지는, 미정으로 남은 처지의 내용이 확정되어야 비로소 가늠해 볼 수 있다.
한편 2019도13290 판결은 별도 사후영장이 필요 없다고만 말했을 뿐, 영장의 유무가 곧 임의성의 유무로 이어진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사례에서 체포 뒤 구금의 처지는 임의성 판단의 정형적 기준이 아니라, 앞의 판결이 제시한 종합적 고려의 한 항목으로만 자리한다. 판례가 말하지 않은 법적 효과를 추론으로 보태어 체포의 처지만으로 동의의 임의성을 단정할 수 없으며, 미정으로 남은 처지의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어야 그 무게를 따져볼 수 있다.
7.4조사실에서 한 제출
체포 뒤 구금의 처지가 동의의 임의성 판단에 어떤 무게를 갖는지 읽었다면, 이제 그 동의가 체포 현장이 아니라 조사실에서 주어졌을 때의 법적 의미를 따져야 한다. 합성 사례에서 기는 새벽에 긴급체포된 뒤 조사실에서 제출 동의서에 서명하였다. 동의가 놓인 시간과 장소가 달라진 만큼,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도 달라지는지를 먼저 살핀다.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은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의 임의 제출을 다룬다. 그 판결은 먼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는 현행범 체포현장과 범죄 현장이라는 공간을 명시적으로 적시하며, 그곳에서 임의로 제출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 판시가 적시하는 장소는 현행범 체포현장과 범죄 현장이다. 합성 사례에서 기가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한 곳은 조사실이다. 조사실은 현행범 체포현장도, 범죄 현장도 아니다. 따라서 이 판결의 문장은 조사실에서의 제출을 직접 규율하는 근거로 그대로 옮길 수 없다. 다만 이 판결이 제시한 논리의 틀, 즉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는 제218조의 문구는, 제출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것으로 읽힌다.
이 판결은 나아가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 임의로 제출된 물건을 압수하는 경우 사후 영장을 별도로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시한다. 그런데 이 결론은 제출이 놓인 시간과 장소에 터잡고 있다. 조사실에서 체포·구금의 처지 속에 이루어진 제출에 대하여 같은 결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그 경우 별도의 사후 영장이 요구되는지는 이 판결이 다루지 않은 쟁점이다. 합성 사례에서 체포 당시의 구체적 처지와 기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가 미정으로 남아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쟁점을 확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동의서에 인쇄된 '휴대전화 1대 및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라는 범위의 문구, 조사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제출 목록의 종이, 그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의 여부, 압수된 전자정보 중 어느 범위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이 사정들은 동의가 스스로 한 것인지, 압수 범위가 적법한지를 판단할 재료이지, 그 판단의 결론이 아니다. 이 장면에서 관찰된 것은 조사실에서 서명된 동의서와 그 주변의 정황이며, 임의성이나 적법성이라는 법적 평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7.5임의성을 잃는 사정
조사실에서 체포의 그늘이 남아 있는 가운데 벌어진 제출이라면, 그 제출이 끝내 스스로 한 것이 되는지를 나누는 자리는 결국 임의성에 닿는다.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은 제출을 임의적인 것으로 보는 조건을 형사소송법 조문에 짚어 두었는데, 판시사항 [2]의 요지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라고 밝혔다. 이 표현은 압수의 허용 범위를 그르는 것이 아니라, 압수가 허용되는 전제로 삼는 행위의 성격을 가리킨다. 제출이 임의로 이루어진 것일 때에만 영장 없는 압수가 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반대편에 놓이는 것은 무엇인가. 제출이 임의를 잃었다는 판단은 곧 그 행위를 지배한 사정이 제출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밀어냈다고 보는 일이다. 이 판결이 형사소송법 제218조의 적용을 현행범 체포현장과 범죄 현장에까지 미친 것은 소지자 등의 임의 제출이 그러한 현장에서도 성립할 수 있다고 전제한 까닭이고, 이 전제는 제출의 의미를 뒤흔드는 사정이 있을 때 그 제출을 임의 제출로 수용하지 않는 방향과 한 짝이다.
새벽에 긴급체포되어 조사실에 앉은 기는 휴대전화를 내면 조사가 빨리 끝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 자체로 제출의 임의성을 가릴 사정으로서의 자격을 갖춘다. 체포로 인해 신체와 처분의 자유가 묶여 있는 상태에서, 수사기관 쪽 사람이 빠른 종결을 내건 채 제출을 권한 것은 그 선택이 협박이나 회유의 형태를 띠었는지, 아니면 단지 사실적 정보에 그쳤는지를 가르는 문제로 곧장 이어진다. 이 장면에서 무엇이 얼마 동안 어떻게 말해졌는지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고, 임의성의 재료로 놓인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으로 기가 서명한 동의서에 휴대전화 1대와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체를 제출 범위로 삼는다고 인쇄되어 있었고, 조사실 책상 위에 제출 목록을 적은 종이가 놓여 있었다는 사정은, 제출 권한과 제출 범위를 둘러싼 문제다. 이 사정은 형사소송법 제218조가 묻는 임의 제출과 임의성을 잃는 사정이라는 물음의 자리에서 다루면 안 되는 것이다. 인쇄된 범위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가 미정으로 남아 있는 채로, 그 결함을 임의성 상실의 근거로 끌어들이면 두 문제를 뒤섞는 결과가 된다.
임의성의 판단은 그 제출에 이르게 한 과정을 이루는 구체적 사정을 두고 내려진다. 체포 당시의 처지, 기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가 모두 미정으로 남아 있는 현재의 장면에서, 이 장면의 결과는 임의성이나 적법성이라는 법적 평가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평가의 재료로 놓인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말이 압박이었는지, 동의서가 해석되었는지를 떠올려 보태는 대신, 확인된 장면만을 두고 평가의 출발점을 잡아야 한다.
결국 어떤 사정이 임의성을 잃게 하는지에 대한 답은 제출을 둘러싼 현실의 압력과 제출자의 선택 기회를 가리키는 자리에서 찾아야 하고, 제출 권한과 제출 범위의 결함은 그와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체포와 구금이 남긴 무게 안에서 벌어진 제출을 임의 제출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판단은, 이 분리된 자리를 지킬 때에만 비로소 설 수 있다.
7.6기록에 남을 사정들
제출의 임의성이 문제된 장면에서, 그 임의성을 가려낼 사정이 어떤 기록으로 남아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임의성의 소재를 밝히면서 증명의 주체와 정도를 함께 제시하였는데, 그 판결의 문장은 이렇다.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이 판결에 의하면 임의성은 제출한 사람이 스스로 증명할 몫이 아니라, 압수한 검사가 그 반대의 의심을 지워낼 정도로 밝혀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출 전후의 사정이 기록에 남지 않으면, 의심을 지울 만한 재료도 함께 사라진다.
같은 판결이 임의제출의 표제를 다시 붙이기 전의 절차 위반과 그 이후 수거 사이의 관계도 함께 다루었으므로, 그 부분의 문장도 옮겨 둔다. "수사기관이 별개의 증거를 피압수자 등에게 환부하고 후에 임의제출받아 다시 압수하였다면 증거를 압수한 최초의 절차 위반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이 평가가 성립한 뒤에도 남는 것은 환부와 재제출 사이의 사정이며, 그 사정이 실질적으로 강제에 가까웠는지를 가를 재료가 수사기관의 기록에서 나와야 한다. 긴급체포된 뒤 조사실에서 제출의 뜻을 밝힌 장면은 환부 후 재제출의 경우와 그 사정의 밀접함이 다르지만, 우월적 지위 아래에서의 제출이라는 점은 같은 방향에서 살펴야 할 대상이다.
임의제출물에 대한 영장 없는 압수의 허용 범위에 관하여는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이 법리의 뼈대를 제시한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그 결과 영장 발부 여부 자체는 임의성의 표지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임의로 제출한 물건이라는 요건이 채워졌는지가 기록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행범 체포현장이든 조사실이든, 제출의 뜻을 밝힌 때와 방법, 그리고 그 뜻을 표시한 이가 처한 사정이 함께 적혀야 한다.
따라서 이 장면에서 기록에 남겨야 할 대상은 표제와 제출된 목록에 그치지 않는다. 조사자가 휴대전화를 내면 조사가 빨리 끝난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면, 그 말을 누가 어떤 상황에서 하였는지, 인쇄된 제출 범위의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과 제출 범위가 설명되었는지가 함께 기술되어야 한다. 체포 당시의 구체적 처지나 목록의 교부 여부처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정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남겨 두고, 그렇더라도 어느 한쪽의 결론으로 앞서 나갈 수 없다.
임의성이 확인되지 않았을 때의 귀결은 판결이 적어 둔 바와 같다.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반대로 말하면, 임의성은 의심이 남은 채로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상태이고, 그 의심을 지울 근거는 수사기관이 마련한 기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 장면에 남은 관찰은 증거능력의 유무가 확정된 판단이라기보다, 그러한 판단의 바탕이 될 사정들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