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이 장은 임의제출의 임의성이 무엇을 대상으로 어떻게 증명되는지를 묻는다. 2013도11233이 임의성의 증명에 관해 판단한 부분을 읽어 증명의 대상, 증명의 방식과 재료, 동의서라는 기록, 인쇄 문구와 제출 범위, 미정 사정의 취급을 차례로 살핀다. 체포와 구금이라는 사정이 주는 무게는 다음 장에서 다룬다.
6.1임의성 증명의 대상
요건 문언이 모아진 자리에서 나아가면, 남는 물음은 임의성이라는 요건이 증명으로 가려야 할 대상이 어느 것이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이 물음에 대한 말을 담고 있다. 이 판결은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둘러싼 쟁점을 다루면서, 어느 점에 관하여 증명이 요구되는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이 판결을 읽는 일은 증명의 상대를 찾는 일에서 시작한다.
위 판결은 먼저, 영장에 의한 압수의 한계를 말한다. 그 판결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경우에 판사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나, 압수·수색은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증거에 한하여 할 수 있으므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하였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이 문장은 증거사용의 배제를 말하는 것이며, 임의성의 증명 대상을 직접 정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닫히는 것은 증거의 사용이고, 아직 열려 있는 것은 제출의 성격이다.
위 판결은 이어서, 환부 후의 재제출을 다룬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다만 수사기관이 별개의 증거를 피압수자 등에게 환부하고 후에 임의제출받아 다시 압수하였다면 증거를 압수한 최초의 절차 위반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문장에서 증명이 요구되는 대상은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이다. 임의성이 아니라 다른 요건이 이 자리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말한 대상은 제출 행위의 성격이며, 그 성격은 임의로 제출되었다는 점이다.
이 대상의 명칭을 판결의 문구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판결은 증명할 것을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적었고, 증거능력을 끄는 기준은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로 놓았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두 표현은 같은 대상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가리킨다. 앞의 표현은 검사가 세울 것을 말하고, 뒤의 표현은 그 대상이 서지 않으면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말한다. 따라서 증명이 매듭지는 것은 제출 자체의 성격이며, 그 매듭이 풀리면 증거능력은 설 수 없다.
나아가 이 대상이 그 행위에 붙은 성격임을 판결의 배치에서 읽을 수 있다. 판결은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는 평가 바로 뒤에서 임의성의 증명을 요구하였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인과관계의 단절은 절차 위반과 수집 사이를 나누는 판단이고, 임의성의 증명은 그 다음의 제출이 강제가 아니었음을 가리는 판단이다. 두 판단은 자리를 달리하며, 후자의 대상은 오직 제출의 임의성이다. 이 배치는 증명 대상의 범위가 넓혀지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증명이 가려야 할 것은, 제출이 임의로 이루어졌다는 그 점이다. 대상이 명명되기는 하였으나, 임의성의 개념이나 요건이 이 판결에서 새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증명의 정도를 말한 것은, 대상의 이름을 붙이는 일이 그 개념까지 적었다는 뜻이 아니다. 판결에 없는 요건을 덧붙이면, 증명 대상의 범위를 넓히는 결과가 된다. 합성 사례에서 기의 제출에 임의성이 있는지는 미정이며, 여기서는 임의성의 증명 대상이 무엇인지를 정하는 데 머문다.
6.2증명의 방식과 재료
임의성이 증명되어야 할 대상이 제출 자체의 자발성에 놓인 것으로 확인된 뒤, 이어서 따져야 할 것은 판결이 그 임의성을 어떤 자료로 가려 내었는가이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증명의 정도와 증거능력의 귀결을 함께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는 부분이다. 이 판시는 임의성이 확인되지 않을 때의 귀결까지 함께 적고 있다.
임의성을 증명하는 방식에 관하여 판결은 직접 정하여 말하는 바가 없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라는 표현은 증명이 도달하여야 할 높이를 가리킬 뿐, 그 높이에 이르는 데 쓸 수 있는 증거의 종류나 방법을 적고 있지는 않다. 형사소송법 제318조의1은 유죄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위 판결의 증명 정도 표현은 이 규정의 높이와 같은 문구로 되어 있다. 따라서 판결이 임의성 증명을 위한 별도의 방식을 제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판결이 증명의 자리에 놓아 둔 재료는 헤아릴 수 있다. 판결은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라고 그 위험을 지적한 뒤, 임의성의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부터 우월적 지위가 작용한 정황과 제출이 강제에 이르렀는지를 가릴 수 있는 사정이 증명의 재료에 오른다는 점이 드러난다. 새벽에 긴급체포된 뒤 조사실에서 제출한 기의 사정은 바로 그와 같은 사정에 해당한다.
한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다는 점은 판결이 명시하고 있다. 위 판시는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라고 하여, 그 증명을 맡은 주체를 검사로 적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사가 기의 제출이 자발적이었음을 가릴 자료를 내놓는 위치에 놓인다. 다만 검사가 어느 자료를 얼마만큼 준비하여야 하는지, 반대의사 표시나 설명의 유무가 어떤 비중으로 작용하는지에 관하여는 판결이 적고 있는 바가 없으므로 미정으로 남는다.
임의성이 어떤 자료로 가려지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여기까지이다. 제출의 자발성을 뒷받침하는 정황과 그 정황이 흔들리는 사정이 함께 놓일 때 판정이 이루어진다는 점만이 확인된다. 기 앞의 책상 위에 놓인 제출 목록이나 조사실에서 들은 말이 증명의 재료에 어떤 자리로 오는지는 판결이 적고 있는 바가 없다. 그러한 기록이 증명에서 맡는 역할은 별도로 살펴볼 일이다.
6.3동의서라는 기록
임의성의 증명 방법을 살핀 뒤에는, 그 재료 가운데 동의서와 서명이 놓이는 자리를 따져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둘러싼 증명책임과 증명 정도를 밝히면서, 그러한 증명에 무엇이 재료로 쓰이는지를 함께 가리킨다. 이 판결이 확인하는 바에 따라, 서명이라는 사실 한 가지가 임의성을 확정한다고 곧바로 단정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위 판결은 먼저 증거수집 절차의 위반과 이후 임의제출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다만 수사기관이 별개의 증거를 피압수자 등에게 환부하고 후에 임의제출받아 다시 압수하였다면 증거를 압수한 최초의 절차 위반행위와 최종적인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라는 문장이 그것이다. 이 평가는 환부와 다시 제출이라는 외형을 놓고 내려지지만, 그 평가가 그대로 임의성의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이어지는 문장이 분명히 한다.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가 실질적 강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 놓은 위 판결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서명이 적힌 문서를 수사기관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임의성이 증명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례에서 동의서에는 제출 범위가 인쇄되어 있었고, 조사실 책상 위에는 제출 목록을 적은 종이가 놓여 있었다. 그러나 체포 당시의 구체적 처지, 기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는 미정이다. 위 판결이 요구하는 합리적 의심의 배제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정 가운데 상당수가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므로, 동의서의 존재만으로 임의성이 확정된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동의서와 그 서명은 임의성을 둘러싼 증명의 한 가지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위 판결이 제출의 임의성에 관하여 검사가 부담하는 증명의 정도를 정하면서 서명의 존재만을 확정적 근거로 삼지 않았으므로, 서명을 임의성의 확정된 증거로 다루기 어렵다. 이 사례의 미정 사정은 미정으로 남아 있으며, 그 자리를 무엇이 메우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6.4인쇄 문구와 제출 범위
서명을 마친 동의서에 무엇이 인쇄되어 있었는지, 그 인쇄 문구가 임의성의 증명에 무엇을 더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임의제출의 명목 아래 행하여진 수집이 실질적으로 강제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데에 판단의 중심을 둔다. 판결이 그 판단에서 들여다보도록 한 것은 서명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제출에 이르게 된 사정의 전체이다. 인쇄 문구는 그 사정의 한 부분으로서만 의미를 얻는다.
임의제출의 명목 아래 실질적인 강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먼저 확인된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환부 후 재제출의 경우에 증거수집의 최종적 형태가 임의제출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라고 전제한다. 이 전제는 서명이 적힌 종이의 형태와 별개로, 서명에 이르게 된 분위기를 의심의 대상으로 삼는다. 새벽에 긴급체포된 채 조사실에서 제출을 권유받은 이 사례에서, 인쇄 문구의 존재는 그러한 의심을 스스로 해소해주지 못한다. 동의서의 양식이 미리 갖추어져 있었다는 사정은, 오히려 제출이 수사기관이 준비한 절차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보여 줄 뿐이다.
증명의 부담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판결이 분명히 밝힌 부분이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다. 이 판시는 증거능력의 유무가 제출자의 반증으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검사의 증명이 미치지 못하는 자리는 그대로 의심으로 남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제출 범위가 넓게 표시된 동의서가 있다 하더라도, 그 표시만으로 임의성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제출 범위가 '휴대전화 1대 및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와 같이 넓게 인쇄되어 있고 제출 목록이 따로 놓여 있는 장면에서는, 제출의 범위가 제출자의 이해와 자유로운 결정에 비추어 정해졌는지가 임의성 판단의 한 자료로 함께 놓인다.
인쇄 문구가 담고 있는 제출 범위의 표시는, 제출자가 무엇을 내어놓는지 알았는지 가늠하는 단서이기는 하다. 다만 이 사례에서 그러한 인지 여부는 확인되어 있지 않다. 기가 인쇄된 문구를 실제로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에 관하여 설명을 받았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판결이 요구하는 합리적 의심의 배제는, 이러한 사실의 공백을 인쇄 문구의 존재만으로 메우는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어렵다. 제출 목록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는 점과 그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 여부 역시 서로 다른 사실이다. 전자의 사실만으로는 제출의 범위가 제출자에게 특정되어 전달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판결이 제출 범위의 한계나 압수의 적법성에 관한 별도의 규칙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사례에서 인쇄 문구의 의미는, 제출이 임의에 속하는지 가늠하는 데 필요한 맥락을 넓혀 주는 데 머무른다. 이 사건의 동의서에 인쇄된 문구의 지위는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기에 더 나아가 판단할 수 없다. 인쇄 문구에 제출 범위가 함께 적혀 있고 목록이 별도로 놓여 있다는 사실은, 임의성을 뒷받침하는 서명의 증명력을 가늠할 때 함께 들여다볼 관찰로 남는다. 압수된 전자정보 중 어느 범위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지가 미정으로 남아 있는 한, 인쇄 문구의 표시와 실제 수집된 정보의 범위 사이의 관계 역시 확정되지 않은 채로 놓인다.
6.5미정 사정의 취급
인쇄된 제출 범위의 표시가 무엇을 보여 주는지 살핀 뒤에 남는 것은, 확인되지 않은 사정이 증명의 자리에 놓일 때 어떤 취급을 받는지이다. 여기서는 판결이 확인한 사실과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나누어 본다.
앞에서 본 대법원 판결은 제출의 임의성이 증명되어야 할 대상임을 분명히 하였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증명책임의 소재와 정도를 이렇게 밝힌다.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이 인용은 증명의 부담이 검사에게 있고, 그 부담이 채워지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전한다. 같은 판결이 제시하는 증명의 재료는 강제성이 있었는지, 우월적 지위가 작용했는지라는 구체적 정황이다.
이 장면에서 정황 가운데 몇 가지는 아직 미정이다. 체포 당시의 구체적 처지, 기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지, 제출 범위를 설명받았는지가 그렇다. 판결이 증명의 재료로 삼은 정황 가운데 설명 여부와 인지 여부가 이 자리에 해당하며, 이 사실들이 확인되지 않으면 증명의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다는 것은 검사가 이 사실들을 확정하지 못하면 증명을 마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정을 채워 넣어 증명을 완성하는 것은 이 판결이 허용한 방법이 아니다.
압수된 전자정보 가운데 어느 범위가 범죄 혐의와 관련되는지,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도 미정이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압수의 한계에 관하여 "압수·수색은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증거에 한하여 할 수 있으므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하였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힌다. 다만 이 판결이 이 문장에서 다루는 것은 영장에 의한 압수의 한계이고, 임의제출의 경우는 같은 판결이 따로 다룬다.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이 어느 범위까지 미치는지가 확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므로, 이 판결의 첫 문장이 이 장면에 그대로 적용되는지조차 미정이다.
한편 판결이 앞서 인용한 증명책임의 문장은, 임의제출의 경우 수사기관이 환부한 뒤 다시 제출받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이 장면에서 목록이 교부되었는지 여부는 임의성의 판단에 무엇을 더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판결은 목록 교부를 증명의 요건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목록이 기에게 교부되었는지, 인쇄된 문구를 읽었는지와 같은 사정이 미정으로 남아 있는 한, 임의성의 증명은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그 빈 자리를 사실로 채우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이 판결이 정한 증명의 방식에 부합한다.
6.6이 장의 결론과 남은 것
확인되지 않은 사정을 비워 둔 채로도, 임의성의 증명을 둘러싼 법적 자리는 드러난다. 이 장의 물음은 임의성의 증명을 누가 부담하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였다. 그 물음에 답하려면 증명책임의 소재와 증명의 정도를 함께 살펴야 한다.
임의제출의 임의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수사기관이 지는 점이 밝혀져 있다.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에서 증명책임의 소재를 밝힌 부분을 옮긴다. 그 판결은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이 인용은 임의성의 증명을 검사에게 맡기되, 그 증명이 미치면 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음을 뜻한다. 임의성에 합리적 의심이 남으면 제출된 것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을 얻지 못한다.
그렇다면 증명의 대상은 무엇인가. 이 장에서 다룬 자료들은 임의성의 판단이 추상적 동기만이 아니라 제출의 구체적 경위를 향함을 보여 준다. 앞서 인용한 판결은 "환부 후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라는 사정을 들어 임의성의 증명을 요구하였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 이 인용이 뜻하는 바는,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 아래 이루어진 제출이 형식상 동의로 보이더라도 실질에서 강제에 가까웠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증명의 대상은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사실 자체에 머물지 않고, 서명에 이르게 된 처지와 제출을 강요할 만한 요소가 있었는지에까지 미친다.
증명책임과 그 정도가 정해져도 남는 자리가 있다. 체포·구금 상태에서 받은 동의가 임의성을 빼앗는지에 관하여는, 이 장의 자료가 그 무게를 확정해 주지 않는다.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11233 판결은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라는 표현만을 두었을 뿐, 그러한 지위가 체포·구금이라는 사정에서 비롯되는지를 특정하지 않았다. 이 인용의 뜻은 좁게, 임의성의 판단이 수사기관의 지위를 재료로 삼는다는 점까지만 가리킨다. 체포·구금의 처지가 임의성에 얼만큼의 무게를 더하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임의성의 증명을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하되, 그 대상이 제출의 구체적 경위를 향한다는 것이 이 장의 결론이다. 미정으로 남은 사정은 이 결론을 무너뜨리지 않고, 다만 증명이 채워야 할 자리를 표시할 뿐이다. 체포·구금이 그 자리에 무엇을 더하는지는 다음에 살펴볼 문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