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헌법 제22조의 학문의 자유를 진리를 탐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유로 읽고, 판결과 법령을 재료로 삼는 연구가 그 범위에 놓이는지 살핀다. 자유의 주체인 모든 국민과 표현의 자유와 겹치는 자리를 함께 보되, 국가가 연구를 금지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한계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따로 다룬다.
2.1학문의 자유라는 조문
삭제 요구와 소가 연구에 준 영향을 미정으로 남긴 채, 이제 학문의 자유가 어떤 문언으로 헌법에 적혀 있는지부터 살핀다. 헌법 제22조 제1항은 보호의 대상과 권리를 한 문장에 담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2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선언한다. 이 문장은 권리를 가질 자를 '모든 국민'으로 한정하고, 권리를 '학문과 예술의 자유'라 지칭한다.
조문이 정한 주체의 범위는 '국민'이다. 다른 조항에서 등장하는 '모든 국민'이라는 서술에 따라 개인의 범위는 넓다. 그러나 외국인이나 법인은 이 항의 문언에 직접 포섭되지 않음이 문장에서 드러난다. 이 규정은 국민의 지위를 요건으로 삼는다. 이 사례에서 판결문을 모아 정리한 무가 누구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글을 올린 자리를 누구의 활동으로 볼지는 이 항의 주어가 정한 범위 안에서 따져야 할 일이다. 조문은 주체의 자격을 국민으로 적고 있을 뿐, 활동의 양식이나 처소를 함께 적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무가 다른 국민인지 아닌지와 같이 조문이 이미 적어 둔 요건은 확인되어야 하고, 여기에 더할 요건은 이 항에서 찾을 수 없다.
보장되는 자유의 내용도 문언에서 선을 그어 놓았다. '학문과 예술의 자유'가 하나의 항에서 함께 선언되어 있으므로, 학문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는 같은 문장 안에 놓여 있다. 이 사례에서 무가 정리한 글은 확정판결의 형량을 모아 비교한 것이므로 학문 활동의 결실에 해당하는지, 그 외의 표현에 해당하는지는 이 항의 문언만으로 곧바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문언이 두 자유를 붙여 적었다는 사실이 학문의 자유에 예술의 자유가 섞이거나, 둘 중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흡수됨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 문장에 함께 적혀 있다는 점만이 조문이 말하는 바이고, 그 이상을 여기에 더하면 문언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된다.
조문에 함께 실린 제2항은 권리를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호의 방법을 지정한다. 대한민국헌법 제22조 제2항은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항은 나열된 사람들의 권리를 법률에 맡겨 보호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므로, 제1항과 같은 선언의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제1항이 권리를 '가진다'고 적는 데 비해 제2항은 권리를 '보호한다'고 적고 있어, 두 문장이 다루는 일의 종류가 구분된다. 한쪽은 권리를 가질 자를 적고 다른 한쪽은 권리를 지킬 방법을 적으므로, 이 두 항을 한 문장처럼 다루면 문언이 나눈 경계가 흐려진다. 이 사례의 글에 대한 삭제 요구가 어느 쪽의 사정인지는 문언의 구분을 유지한 채 판단할 일이다.
무가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조문이 정한 사항이 아니다.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선언한 제1항은 활동의 대가나 수임 여부를 요건으로 삼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실은 조문 해석과 무관하며, 자유의 범위를 넓히거나 좁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이 사례의 질문 가운데 하나가 무가 법률사무를 취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인데, 그 대답이 권리를 선언한 문언의 범위에 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법률사무 취급 여부는 이 조문이 다루지 않는 별도의 판단 대상이고, 이 조문은 그 판단에 필요한 요건을 하나도 적어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학문의 자유라는 조문의 자리는, 국민이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한 문장과, 그 권리를 법률로 보호하도록 지시한 문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 사례의 글이 어느 쪽에 놓이는지는 문언의 범위 안에서 정해질 일이고, 문언에 없는 요건을 더해 범위를 좁힐 수는 없다. 조문이 적어 둔 주체와 자유의 종류, 그리고 보호의 방법이 남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이 조문의 문언을 읽는 일의 전부이다.
2.2탐구와 발표의 두 측면
헌법 제22조 제1항의 문언이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누구에게 무엇으로 보장하는지를 밝혔다면, 이제 그 자유가 어떤 행위를 품는지가 다음 물음이 된다. 대한민국헌법 제22조는 학문의 자유가 지키는 행위를 따로 나누어 열거하지 않는다. 다만 학문이라는 말이 진리를 찾아가는 작업과 그 결과를 남에게 보이는 작업을 함께 뜻한다는 점은 문언에서 읽힌다. 이 두 작업은 학문의 자유 한 줄 안에 나란히 놓인다.
진리를 탐구하는 작업이 먼저 있다. 연구자는 자료를 모으고, 그 자료를 놓고 판단하며, 판단의 근거를 적는다. 무가 대형 경제범죄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을 모아 형량과 판단 근거를 나열한 것은 이 탐구의 모습이다. 헌법 제22조 제1항은 이 작업을 하는 국민의 자유를 보장한다. 조문이 탐구에 절차나 요건을 붙이지 않았으므로, 탐구가 어떤 자료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는 요구는 이 조문에서 찾아낼 수 없다. 무가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고 대가를 받지 않은 것은 이 탐구가 지키는 자리에 관한 사실일 뿐이다.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작업이 뒤에 있다. 연구자가 적은 것을 남이 읽을 수 있게 내놓는 일이다. 무가 양형이 일관되지 않다는 글을 사건번호와 함께 인터넷에 공개한 것은 이 발표의 모습이다. 헌법 제22조 제1항은 발표까지 자유로 보장한다. 다만 이 보장이 조문에 없는 단계를 끼워 넣는 것은 아니다. 발표 전에 어떤 심사를 거쳐야 한다든가, 발표 형식을 정해 둬야 한다든가 하는 요구는 이 조문이 적어 두지 않은 것이다.
이 두 측면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탐구한 것을 발표하지 못하면 탐구는 연구자의 자리에 머문다. 발표할 것을 탐구하지 않으면 발표할 것이 없다. 헌법 제22조 제1항은 이 둘을 한 자유 안에 두어 함께 지킨다. 다만 탐구와 발표라는 구분이 조문이 정한 보호의 단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탐구는 보호하고 발표는 덜 보호한다든가, 발표는 보호하고 탐구는 덜 보호한다는 식의 단계가 헌법 제22조에 들어 있지는 않다.
무가 쓴 글이 확정판결 30건을 재료로 삼아 형량과 판단 근거를 나열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글은 탐구의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기업이 삭제를 요구한 뒤에도 무가 글을 그대로 둔 것은 이 자유가 지키는 자리에 관한 관찰이다. 그러나 이 관찰이 곧 법적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글이 명예훼손인지, 연구가 법률사무의 취급인지는 탐구와 발표라는 두 측면만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그러한 판단은 헌법 제22조의 문언 밖에서 찾아야 할 근거를 요구한다.
2.3판결을 재료로 삼는 연구
한 자유 안에 탐구와 발표의 두 측면이 놓임을 확인한 뒤, 확정판결의 형량과 판단 근거를 모아 나열하고 그 일관성을 논하는 작업이 이 자유에 닿는지를 살핀다. 이 글의 법적 평가는 이 자리에서 다루지 않는다.
학문의 탐구는 이미 확정되어 세상에 나온 자료를 재료로 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판결문은 그 가운데 하나이다. 무가 모은 것은 형량과 판단 근거의 나열이며, 무는 사건을 새로 맡거나 돈을 받지 않고 그 글을 그대로 두었다. 이 점은 헌법 제22조 제1항을 읽는 데 놓인 출발점이다.
헌법 제22조 제1항은 보호의 주체와 대상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제22조 ①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이 문장은 탐구의 재료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가르지 않는다. 탐구가 이미 세상에 나온 자료를 읽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근거를 모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한, 재료의 범위를 조문이 정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확정판결의 수와 사건번호를 함께 적어 놓고 양형이 서로 어긋난다고 본 작업이 탐구의 자리에서 벗어난다고 하기 어렵다. 무엇을 재료로 삼을지는 그 연구자가 정한다.
이 같은 읽이는 조문의 자리에서도 뒷받침된다. 제22조 제2항은 "②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적고 있다. 이 항은 창작과 발명의 결과를 낸 이들의 권리를 법률이 보호하도록 정할 뿐, 탐구에 쓸 수 있는 자료를 새로 가려 놓지 않는다. 확정판결의 형량과 판단 근거를 나열하는 작업은 자료를 읽어 근거를 모으는 방식이며, 그 방식이 조문에 정해지지 않은 자료로 수행된다고 하여 탐구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니다.
무가 취한 방식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무는 확정된 사건들의 형량을 견주고 판단 근거를 나란히 놓아, 그 근거와 형량이 서로 어긋난다고 보았다. 그 어긋남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다만 판단 근거를 모으고 그 근거를 견주어 결론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탐구의 징표를 벗겨내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자료를 읽고 근거를 모아 견주는 단계가 조문이 그어 놓지 않은 한계에 걸리는지, 헌법 제22조 제1항의 문장은 침묵한다.
같은 조문은 탐구의 결과를 어떻게 세상에 내놓을지도 제한하지 않는다. 무가 양형의 불일치를 지적하며 글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은 앞서 확인한 발표의 측면에 닿는다. 발표의 형식을 두고 조문이 정하지 않은 잣대를 대서는 안 된다. 판결문을 모은 결과를 인터넷이라는 자리에 내놓은 것이 탐구의 밖으로 나갔는지를 판단할 때도, 조문이 정한 잣대는 그 문장에 들어 있지 않다.
조문이 탐구의 재료와 발표의 형식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러한 가림이 이 작업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조문이 다루지 않는 쟁점을 조문이 다루는 것처럼 꾸며서는 안 된다. 무의 글이 명예훼손인지, 무가 법률사무를 취급했는지는 이 자리에서 판단하지 않으며, 그 판단에 필요한 사실 가운데 몇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제22조 제1항의 문장은 그 문장대로 읽는다. 그 문장이 명예훼손의 성립과 그 성립에 필요한 조건을 가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률사무의 취급과 그 경계를 가리지도 아니한다. 기업명을 어디까지 적었는지, 분석을 남이 따라 할 수 있는지,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한 사실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이 글이 탐구와 발표에 놓이는지는 이러하되, 그 글이 범죄를 구성하는지와 무가 법률사무를 취급했는지는 확정된 것이 없다.
2.4자유의 주체인 모든 국민
형량과 판단 근거를 나열한 연구가 헌법 제22조의 보호 아래 놓이는지 살핀 뒤에, 그 연구를 하는 사람이 이 조항이 말하는 자리에 서는지를 확인한다. 대한민국헌법 제2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이 문장은 자유를 누릴 주체를 가리킬 때 국민이라는 한 가지 범위만을 밝힐 뿐이다. 주체가 누구인지를 묻는 일은 이 문장의 첫 글자에서 시작하여 그 마지막 글자에서 끝난다.
조문이 정한 주체의 범위는 넓다. 대한민국헌법 제22조 제1항이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한 이상, 국민 안에서 따로 자격을 가려 고르는 읽기는 이 문장에 담겨 있지 않다. 연구자 무가 수집한 사건은 30건의 확정판결이고, 그 판결문에 담긴 형량과 판단 근거를 모아 나열하는 작업 역시 학문의 탐구에 놓인다. 무는 이 일을 하는 국민이며, 그 무에게 조항은 그대로 적용된다. 소속이나 직함을 묻는 일이 이 문장을 읽는 데 끼어들 여지는 없다.
조문이 정한 것을 적은 낱말 하나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조항이 쓴 낱말은 "모든"과 "국민"이며, 그 사이에 다른 요건을 놓는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대한민국헌법 제22조). 만일 소속이나 직함이나 수임 여부를 주체의 요건으로 끼워 넣는다면, 조항이 쓰지 않은 낱말을 조항에 넣는 일이 된다. 어떤 국민이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이 자유를 누리는지 밝힌 조문의 부분은 여기에 없다. 그러한 부분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주체의 범위에 대한 단서가 된다. 남는 것은 조항이 적은 그대로의 범위이다.
조문이 정하지 않은 것은 만들어 넣지 않는다. 연구자의 소속이나 직함처럼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누릴 자격으로 삼을 만한 요건을 대한민국헌법 제22조 제1항에서 읽어내는 것은 이 문장이 허락하지 않는다. 연구자가 누구에게서 얼마를 받았는지도 자유의 주체 자격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무는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은 바 없다. 그 사정이 자유의 주체 자격에 보탬이 되지도, 흠이 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이 글에 쓰인 기업명 표기의 범위나 분석 방법의 재현 가능성 역시 주체의 자격을 가르는 잣대가 아니다.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준 영향도 미정으로 남는다. 미정으로 남은 사정을 주체의 자격에 대한 결론으로 바꾸는 것은 이 문장이 하지 않는 일이다.
제22조 제2항의 문장은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저작자와 발명가의 권리를 법률로 보호하도록 한 대한민국헌법 제22조 제2항은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말할 뿐이다. 제1항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선언한 자유와 제2항이 법률에 맡긴 권리의 보호는 그 대상과 내용이 다르다. 제2항은 제1항과 나란히 놓인 다른 문장일 뿐, 제1항의 주체를 좁히거나 넓히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제2항의 문장에서 제1항의 주체를 좁힐 만한 단서를 찾을 수는 없다.
따라서 확정판결 30건을 모아 형량을 나열한 글을 쓴 무는 그 자유의 주체인 모든 국민 가운데 하나로 선다. 무가 밝힌 바와 같이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은 바 없다는 사정이 자유의 주체 자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앞서 확인한 것과 같다. 기업이 삭제를 요구하고 한 단체가 법률사무의 취급을 물은 사정은 이 조항의 주체 자격을 좁히지 않는다. 이 관찰이 곧 명예훼손의 성립이나 법률사무의 취급이라는 법적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글이 명예훼손인지 또는 법률사무의 취급인지는 따로 보아야 할 문제이다.
2.5표현의 자유와 겹치는 자리
학문의 자유가 지키는 자리가 주체의 범위에서 확인된 뒤에, 무의 글이 인터넷에 공개된 장면을 놓고 겹치는 다른 자유의 문언을 함께 읽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제21조는 그 첫 단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이 문언에 따라 무는 대한민국헌법 제22조 제1항이 주는 지위와 같은 자리에서 그 글을 공개한 것으로 놓인다.
무의 글은 판결문을 모아 형량과 판단 근거를 나열하고, 사건번호와 함께 인터넷에 올렸다. 그런데 이 글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나아갔는지를 규율하는 문언이 제21조에 함께 들어 있다. 제21조 제2항은 보호의 방향을 한결 분명히 한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무가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은 바 없이 글을 그대로 두었다는 사정은, 그 글이 이 제2항이 말하는 허가나 검열의 자리에 놓이지 않았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 공개의 자리는 제21조 제4항이 정한 한계와 곧바로 맞닿는다. 제21조 제4항은 단서와 구제까지 함께 두고 있다. "④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문언은 표현이 나아가는 길에 놓인 경계를 직접 적고, 그 경계를 넘어선 때에 피해자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까지 함께 열어 둔다.
무의 글이 확정판결의 판결문을 재료로 삼아 기업명을 표기했다는 사실은 제21조 제4항 앞에 놓인다. 피고인이던 기업이 그 글이 명예훼손이라며 삭제를 요구한 것은, 이 문언이 말한 침해의 문제를 무에게 직접 제기한 것으로 놓인다. 다만 기업명 표기의 범위와 분석 방법의 재현 가능성,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준 영향은 미정으로 남는다. 이 문언에 따라 그 글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했는지의 평가는 여기에서 내리지 않는다.
한편 한 단체는 무가 법률사무를 취급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제21조가 말하는 언론·출판의 자리와 학문의 자유가 지키는 자리를 함께 놓고 보면, 무가 확정판결을 모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사건번호와 함께 공개한 것은 두 자유에 모두 걸쳐 있는 행위로 놓인다. 그 행위가 어떤 법률적 평가의 대상이 되는지는 이 자리에서 정해지지 않고, 이 관찰이 곧 명예훼손의 성립이나 법률사무의 취급이라는 법적 평가가 되는 것도 아니다.
2.6두 조문이 그린 범위
표현의 자유와 겹치는 자리를 확인한 뒤, 공개된 연구 가운데 어느 부분이 학문의 자유 안에 놓이는지를 두 조문의 문언만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 사례에서 무가 모은 것은 경제범죄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이고, 무가 쓴 글은 형량과 판단 근거의 나열과 양형이 일관되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 글이 학문의 자유 앞에 놓이는지를 가리는 일은 먼저 선언의 문언에서 시작한다. 대한민국헌법 제2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선언한다. 판결문 30건을 모아 형량과 판단 근거를 정리한 글이 학문의 자유 앞에 놓이는 것은 이 선언 때문이다. 선언이 국민 누구에게나 학문의 자유를 부여하므로, 연구자라는 자격의 확인은 이 선언의 문언이 요구하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연구의 산물이 인터넷에 공개되면 제21조와 만난다. 대한민국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보장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선언한다(대한민국헌법 제21조). 연구의 결과물이 공개되는 자리에는 이 보장이 함께 놓인다. 무의 글이 사건번호와 함께 인터넷에 올라간 이상, 그 공개의 자리에는 두 보장이 겹쳐 놓인다. 제21조 제2항이 허가와 검열을 배척하므로, 연구의 공개가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은 되지 않는다.
제21조의 문언은 제22조와 그 지키는 범위를 나란히 둔다. 대한민국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대한민국헌법 제21조). 기업의 삭제 요구가 허용되는 범위는 이 문언이 정하는 몫이다. 문언은 침해를 금지하고 피해자의 배상 청구를 열어 둔다. 그렇지만 이 문언이 말하는 침해의 성립은 이 문언 안에 적혀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 글의 기업명 표기가 타인의 명예를 침해했는지는 그 문언이 다루는 자리에 남는다. 문언이 배상 청구를 말하지 삭제를 말하지 않는 점도 함께 놓인다.
제22조의 문언은 연구자의 권리를 한쪽에서 더 두텁게 둔다. 대한민국헌법 제22조 제2항은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연구자의 권리를 법률의 보호 아래 둔다. 연구자의 권리가 어떤 법률로 보호되는지는 이 조문이 밝히지 않으므로, 이 문언만으로 미정인 채 남는다. 판결문을 재료로 삼아 그 형량과 근거를 나열하고 일관성 없는 양형을 지적한 무의 글이 저작자 또는 과학기술자의 권리에 해당하는지도 이 조문이 적어 두지 않은 자리다. 이 글이 저작권이 보는 자산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별개의 물음으로 남는다.
이렇게 두 조문을 나란히 놓으면, 공개 연구는 제22조의 선언이 먼저 놓고 제21조의 보장이 함께하는 자리에 있다. 연구의 내용과 방법에 관한 한, 공개의 방식에 관한 한, 각각의 문언이 닿는 자리가 겹친다. 그렇지만 국가가 연구를 금지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한계는 이 두 조문의 문언이 그 자리에 쓰지 않은 몫이다. 그 한계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몫으로 남기고, 판결문을 재료로 삼는 연구가 저작권이 보는 자산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다음의 문제로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