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으로만 받습니다: 이메일과 전자소송

KST법률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

학문의 자유와 법률 연구: 공개 연구의 보호 범위 · 제41권 · 제4장 · 초판

제4장 인용의 정당한 범위

연구 글에서 판결과 남의 저작물을 인용하는 일은 어떤 범위에서 정당한가?

분량
약 2,200단어 · 10분
자료
조문 2 · 판결 0
기준일
2026-10-11
이 장의 목차
  1. 요약
  2. 4.1제28조의 문언 읽기
  3. 4.2공표 요건의 자리
  4. 4.3판결 원문의 보호 밖
  5. 4.4판결 인용과 저작권법
  6. 4.5타인 해설의 인용
  7. 4.6인용과 새로 쓴 글
  8. 다룬 법령

합성 사례 이 장의 당사자와 사실관계는 이 권의 합성 사례에서 왔습니다.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요약

저작권법 제28조의 인용 요건을 문언 그대로 읽고, 공표 요건의 자리를 정리한다. 판결 원문의 인용과 판결에 관한 타인의 해설의 인용을 가르고 인용과 새로 쓴 글의 관계를 살피되, 인용이 명예훼손의 성립에 미치는 효과와 인용자의 책임은 다루지 않는다.

4.1제28조의 문언 읽기

법령이 원문 연구의 재료를 열어 준 것이라면, 그 재료를 옮겨 싣는 방식에는 어떤 한계가 있는지가 다음 문제이다. 이 물음에 답하기 전에, 먼저 인용을 허용하는 조문의 문언을 그 순서대로 살펴야 한다.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을 다룬다.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이 한 문장 안에 인용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이 순서대로 들어 있다. 조문이 금지나 의무 대신 "인용할 수 있다"라고 허용의 형식으로 쓴 것도 눈에 띈다. 이 문장은 인용이 성립하면 어떤 효과가 따르는지까지 적지 않고, 인용할 수 있는 조건만을 둔다.

먼저 저작물이 "공표된" 것이어야 한다. 조문은 이 말을 인용할 수 있는 대상의 전제로 제일 앞에 둔다. 공표되지 않은 저작물은 인용의 논의에조차 들어오지 않음을 이 자리가 뜻한다. 무가 다루는 판결문 가운데 어떤 것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표되었는지는 여기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이 점은 미정으로 두고, 다만 조문이 공표를 전제로 삼는다는 문언의 사실만 남긴다.

다음으로 인용의 목적이다. 조문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라고 적는다. 여기서는 목적을 "보도·비평·교육·연구 등" 넷으로 예시하고 뒤에 "등"자를 덧붙인다. 열거된 목적 가운데 하나에 들어가야 하고, 그렇다고 그 넷으로 목적이 한정되는 것은 아님을 이 표기가 함께 말한다. 무는 확정판결의 형량과 판단 근거를 모아 그 경향을 논했다. 그 글이 "연구 등을 위하여" 쓰인 것에 해당하는지는 무가 펼친 글 자체와 함께 판단할 일이나, 조문의 예시 가운데 하나가 연구임은 문언에 분명하다.

그다음 조건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라는 한정이다. 조문은 이 한정을 목적의 열거 뒤에 놓는다. 목적상의 적합성이 확인되었다고 곧바로 인용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그 범위가 정당한지가 별도로 요구됨을 이 문언이 말한다. "안에서"라는 표상은 범위가 인용 행위를 둘러싸는 한계임을 가리킨다. 무의 글처럼 판결문을 모아 나열하고 그 위에 논평을 얹는 글에서는, 범위의 정당성이 어느 부분에 걸쳐 따져질지가 그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그 범위를 어떻게 가를지는 별도로 살펴야 할 문제이고, 여기서는 조문이 두 가지 요건을 함께 요구한다는 사실만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조문은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라는 요건을 붙인다. 인용의 방식이 그러해야 함을 뜻하는 이 요건 역시 정당한 범위와 나란히 놓인다. 한쪽은 범위의 크기를 묻고 다른 한쪽은 그 방식이 관행에 맞는지를 묻는다. 조문이 이 둘을 "안에서"와 "합치되게"라는 서로 다른 표현으로 나눈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무의 글이 어느 쪽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결론은 이 자리에서 서두르지 않는다. 조문의 문언이 놓인 순서와 각 요건이 요구하는 바를 펼쳐 놓는 데까지가 이 글의 범위이다.

4.2공표 요건의 자리

조문의 요건을 순서대로 가른 뒤에 남는 물음은 그 요건들이 서로 같은 자리에 놓이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인용의 전제가 되는 공표라는 요건이 인용의 성립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을 규정하면서 그 전제를 문장의 앞에 두고 있다. 그 문언은 다음과 같다.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저작권법 제28조) 이 문장은 공표를 인용할 수 있는 대상의 자격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공표 요건은 인용을 평가하는 첫 관문에 자리한다. 어떤 저작물이 공표되지 않았다면, 그 뒤에 놓인 목적과 범위와 관행에 관한 문구는 그 저작물에 대해서는 펼쳐 보일 필요가 없다. 조문은 공표를 만족하는 저작물에 대해서만 인용의 허용을 말하고 있다. 목적의 나열인 보도·비평·교육·연구와 범위의 한계인 정당한 범위, 그리고 방식의 기준인 공정한 관행은 모두 공표된 저작물을 전제로 하여 자리한다. 공표 요건이 앞에 놓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조문이 공표라는 낱말을 대상의 자격으로 쓰고 있음에도, 그 낱말의 뜻을 제28조 안에서 더 들여다볼 문장은 없다. 조문은 공표의 시점이나 방식을 적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공표 요건이 인용 논의에서 어느 자리에 놓이는지를 가르는 일과, 어떤 저작물이 그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확정하는 일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다. 전자는 조문의 구조를 읽는 일이다. 후자는 사실의 확인을 전제로 한다.

사례에서 무가 모은 것은 대형 경제범죄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이다. 판결문이 공표된 저작물인지는 여기에서 곧바로 단정할 수 없다. 공표의 시점이 언제인지, 어떤 방식으로 공표되었는지가 이 사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추측해 공표 요건을 채웠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무의 글에 담긴 판결 원문이 공표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미정으로 남는다. 이와 같은 미정은 조문의 구조를 읽는 일을 가로막지 않는다.

무가 글을 인터넷에 공개한 뒤에 벌어진 삭제 요구와 법률사무 취급에 관한 물음 역시 공표 요건과는 별개로 놓인다. 기업이 글의 삭제를 요구한 사정은 그 글이 인용한 저작물의 공표 여부를 바꾸지 않는다. 한 단체가 무에게 법률사무를 물은 사정도 공표 요건의 판단에 보탬이 되는 사실이 아니다. 두 사정 모두 이 자리에서 공표 요건을 확정하는 자료가 되지 못한다.

이렇게 공표 요건은 인용 논의의 첫머리에 서서 대상의 범위를 가르는 역할만 맡는다. 그 요건이 충족된 뒤에야 목적과 범위와 관행에 관한 조문의 나머지가 비로소 그 저작물에 대해 작동한다. 사례에서 공표의 시점과 방식이 확인되지 않는 한, 무의 글이 그 첫 관문을 넘었다는 결론은 서둘러 내릴 수 없다.

4.3판결 원문의 보호 밖

판결 원문을 옮겨 적는 일이 인용 규정의 문턱에 닿기 전에, 그 원문이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대상인지부터 가려야 한다. 인용의 요건은 보호되는 저작물을 전제로 하는 규칙이므로, 보호의 밖에 있는 원문을 다루는 문제는 그 요건과 별개의 자리에 놓인다. 저작권법 제7조가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을 열거한 취지가 이 물음에 실마리를 준다.

보호의 밖을 가르는 기준을 명시한 조문은 다음과 같다. 저작권법 제7조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은 이 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라고 선언하면서, 제3호에서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을 꼽는다. 여기에 "법원의 판결"이 직접 들어 있다. 확정 판결의 판결문은 이 호에 열거된 대상 가운데 앞자리를 차지하며, 그 원문은 이 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그 원문이 어느 절차에서 나온 것인지의 확인뿐이며, 원문의 문장이 어떤 형식을 띠는지는 고려되지 않는다.

보호의 밖을 나누는 나머지 범주도 함께 읽어둘 필요가 있다. 제7조 제1호는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을, 제2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제4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을, 제5호는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를 각각 들고 있다. 이 목록은 서로 다른 범주를 나란히 놓되, 각 범주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유를 따로 만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판결 원문을 이 밖의 범주로 옮겨 놓거나, 판결 원문에 딸린 다른 자료를 그 원문과 한 덩어리로 보아 함께 보호의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이 문언이 허용하지 않는다.

이 판결 원문의 범위가 이 문제에서 어디까지 미치는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판결 원문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하여, 그 판결에 관한 기록이나 논평, 사건을 다룬 보도가 모두 그 범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제7조는 각 호의 대상을 각각 나누어 적고 있어, 한 범주에 들지 않는 것은 다른 범주에 든다고 보지 않는다. 판결 원문 밖의 글이 어느 호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살펴보아야 하며, 그 결과는 미정으로 남는다.

따라서 모아 둔 확정 판결 30건의 판결문 가운데 판결의 원문에 해당하는 부분은 저작권법 제7조 제3호의 문언이 보호의 밖에 두는 대상에 든다. 이 글에서 그 원문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면, 그 옮김은 이 법이 보호하지 않는 저작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인용 규정이 요구하는 요건을 묻기 전에 이미 보호의 범위 밖에서 처리된다. 다만 이 판단은 원문의 취급에 그치고, 그 원문을 모아 둔 글 전체의 성격이나 그 글이 초래한 문제까지 한꺼번에 가르지는 않는다.

4.4판결 인용과 저작권법

판결 원문이 보호의 밖에 선다고 해서, 그 원문을 옮겨 적는 모든 일이 곧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 글은 형량과 판단 근거를 나열한 연구의 일부로 판결문의 표현을 옮겼는데, 그 옮김에 저작권법 제28조의 인용 요건이 적용되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앞서 본 저작권법 제7조가 판결 원문을 보호의 밖에 두는 문제와, 이 글의 인용 행위를 규율하는 문제가 같은 자리에서 갈리는지를 이 자리에서 가른다.

저작권법 제7조 제3호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서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을 든다. 이 글이 옮겨 적은 것이 확정판결의 판결문 원문이라면 그 원문은 이 호가 가리키는 범위에 놓인다. 판결 원문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이 아니며, 그 원문을 그대로 옮겨 적는 행위는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일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저작권법 제28조가 그 행위의 문 앞에 서 있는지를 본다. 인용의 요건을 둔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조문은 "공표된 저작물"을 그 대상으로 삼는다. 이에 비추어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의 원문을 옮겨 적는 일에는 이 조문의 요건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이 글의 인용이 연구를 위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제28조의 요건을 통과하였는지를 묻는 일은, 대상이 저작물이 아닌 경우에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제28조의 논의가 다른 자료 앞에서 다시 열리는 것은 별 문제이다. 이 글이 판결에 관한 타인의 해설이나 논평을 함께 옮겼다면 그 옮김은 보호받는 저작물의 인용이 될 수 있고, 그 경우에 인용의 요건이 놓인다. 그러나 이 글에서 판결 원문 그 자체를 옮긴 부분만을 놓고 볼 때, 제28조의 인용 요건은 그 부분의 적법성을 가르는 잣대가 되지 않는다.

이 글의 나머지 사정은 미정으로 남는다. 기업명을 어디까지 표기하였는지, 형량과 판단 근거를 모으는 방법을 다른 이가 되풀이할 수 있는지, 글이 남아 있는 동안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준 영향이 무엇인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무가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은 바 없다는 사정은 기록에 남아 있으나, 이 사정은 인용의 범위에 관한 판단의 근거로 쓰이지 않는다. 한 단체가 법률사무의 취급을 물은 데 관한 답변도 이 자리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

이 관찰이 명예훼손의 성립이나 인용자의 책임에 관한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확인한 것은, 판결 원문이 저작권법 제7조 제3호의 범위에 들어 그 원문을 옮겨 적는 일에 저작권법 제28조의 인용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범위에 그친다. 연구자가 판결문을 옮겨 적는 일의 나머지 법적 문제는 각각의 잣대를 따로 요구한다.

4.5타인 해설의 인용

판결 원문이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보아 그 옮겨 적기에 제28조의 인용 요건을 논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는, 타인의 해설로 나아가면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판결에 관한 타인의 해설을 그대로 옮겨 실는 경우에 같은 요건이 논의되는지, 아니면 해설의 성격에 따라 논의가 갈라지는지가 여기서 남는다. 앞에서 세운 구별이 해설까지 넓게 적용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해설의 보호 여부를 가르는 자리는 저작권법 제7조의 열거에 있다. 그 조문의 제3호는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을 들고 있다(저작권법 제7조). 이 호는 그 절차의 결과로 나온 의결·결정 자체를 적고 있으므로, 판결 원문의 옮겨 적기와 그 원문을 둘러싼 해설은 같은 호 아래 한데 묶이지 않는다.

해설은 저작자의 사상과 표현이 담긴 글이다. 그러므로 제7조의 어느 호에 해설이 들어가는지가 그 자체로 분명하지 않다. 같은 조의 다른 호들은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그리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편집물 또는 번역물과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를 각각 들고 있다(저작권법 제7조). 이 열거 가운데 타인의 해설을 놓을 자리는 따로 찾아봐야 하고, 열거에 해설이 들어간다는 것은 이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설을 인용하는 일에 제28조가 적용된다는 결론을 확정하기 전에, 해설이 저작물로 보호되는 것인지부터 판단되어야 한다.

제28조는 인용의 요건을 하나의 문장에 모아 두었다. 저작권법 제28조는 보호받는 저작물이 인용되기 위하여 충족되어야 할 요건을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판결 원문에 대해서는 이 문장의 요건이 논의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원문이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여 인용의 요건을 물을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해설이 보호를 받는 저작물로 확인되면 그때부터는 이 문장이 그대로 논의의 자리에 놓인다.

이 구분이 이 자리에서 가지는 뜻은 분명하다. 무가 확정판결 30건의 형량과 판단 근거를 나열하고 그 일관되지 않음을 논한 글에서, 판결 원문의 인용과 타인의 해설의 인용이 함께 놓이는 경우가 생긴다. 원문의 옮겨 적기는 제7조의 제3호에 대한 검토에서 끝난다. 해설의 인용은 그 검토가 끝난 뒤에 제28조의 요건이 문제되는 자리로 이어진다. 두 인용이 한 글 안에 함께 놓였다고 같은 규율 아래 한꺼번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해설이 저작물로 보호되는지 여부는 이 자리에서 확정되지 않는다. 인용이 명예훼손의 성립에 미치는 효과도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다만 타인의 해설을 인용하는 경우에 제28조의 인용 요건이 그대로 문제된다는 점만을 전제로 두면, 앞에서 판결 원문에 대하여 세운 논의가 해설에 그대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구별이 분명해진다. 해설의 인용은 보호 여부의 확인을 먼저 거친 뒤에 정당한 범위와 공정한 관행을 함께 따져야 한다.

4.6인용과 새로 쓴 글

판결 원문과 타인의 해설이 한 글에 함께 실릴 때, 두 인용이 같은 요건 아래 놓이지 않음을 이르는 차이를 규범의 문구에서 확인하기로 한다. 연구자가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과 그에 관한 타인의 해설을 함께 옮겨 양형의 불일치를 지적한 글이 그 예이다. 판결 원문에 관하여 저작권법은 법원의 판결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됨을 분명히 한다. 법원의 판결은 그 자체로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으므로, 제28조의 인용 규정은 판결 원문을 옮기는 행위에 대하여 논의되지 아니한다. 같은 글에 실린 해설에 관하여는 판단이 달라진다. 타인의 해설은 저작권법 제7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되지 아니하므로, 제28조의 요건이 그대로 논의된다.

이 구분의 결과를 조문의 문구에 따라 밝혀둔다.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규정은 공표된 저작물을 인용하는 경우의 요건을 정할 뿐이고,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을 옮기는 경우의 근거를 제공하지 아니한다. 판결 원문의 인용이 제28조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지, 그리고 어느 범위까지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지는 위 제7조 제3호의 문구가 판결을 보호 대상에서 빼고 있으므로 제28조의 판단 여지에 들지 아니한다. 이 사례의 글에 판결 원문과 해설이 함께 실린 까닭에, 한 글 안에서도 두 인용이 각자의 규율 아래 놓인다.

한 문장 안에 두 인용이 함께 있을 때에도 이 구분은 유지된다. 판결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고 바로 이어서 그에 관한 타인의 해설을 인용하는 대목이 이에 해당한다. 판결의 문장은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의 인용이므로 제28조의 요건을 묻지 아니하고, 그 문장 뒤에 이어지는 해설의 문장은 별개의 저작물에 대한 인용이므로 제28조가 정한 정당한 범위와 공정한 관행의 요건을 논의한다. 두 인용이 같은 글에 나란히 놓였다는 사정만으로, 판결 원문의 인용이 해설의 인용에 관한 요건을 따르거나 그 역이 되지 아니한다.

연구자가 판결 원문과 타인의 해설을 함께 모아 새로 쓴 글의 나머지 부분과 구별하는 일도 같은 구분에 맞춘다. 새로 쓴 글은 연구자가 자신의 판단을 담은 부분이고, 그 안에 옮겨 적은 인용은 각각 제7조 제3호의 문구와 제28조의 요건 아래 각각 놓인다. 제28조가 정한 정당한 범위의 판단은 판결 원문에 관하여 논의되지 아니하며, 해설의 인용에 관하여만 그 요건이 논의된다. 연구자가 새로 쓴 부분이 인용의 범위를 넘어서는지 여부는 인용 요건의 충족 여부와 별개의 물음이다.

이 사례의 글에서 인용 요건의 충족 여부는 확정되지 아니하였다. 새로 쓴 글이 인용의 범위 안에 있는지, 판결 원문과 타인의 해설의 인용이 각각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새로 쓴 글의 분량과 배치가 그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기서 다루지 아니한다. 미정으로 남은 이 물음들은 이 사례의 사실과 자료의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인용의 정당한 범위에 관한 논의는 이 구분을 확인하는 데까지 나아가며, 인용이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 무슨 효과가 생기는지는 이 자리에서 논하지 아니한다.

다룬 법령

지금 읽는 곳은 PRO SE입니다
RISCON Labsrisconlab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