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형법 제310조가 서는 자리를 두고, 진실한 사실이라는 요건과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문언이 함께 서는 방식을 살핀다. 처벌하지 아니하는 효과와 문언이 멈추는 자리를 정리하고, 판례가 이 조항을 학문적 표현에 어떻게 적용했는지는 2017도18697에서 본다.
6.1제310조가 서는 자리
법정형의 값을 조문에 적힌 대로 대조한 데서 멈추지 않고, 형법 제307조제1항의 요건을 그대로 둔 채 같은 행위에 대해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한 형법 제310조가 어디에 서는지를 살핀다. 위법성의 조각 조문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지점은 그 행위의 구성요건 충족 여부이다. 제310조는 이를 전제로 두는가.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는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제307조제1항의 행위를 처음부터 다시 정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행위가 이미 정해진 뒤에 비로소 작동할 자리를 가리킨다.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문장이 서술한 결과는 제307조제1항의 행위에 붙는다. 그러므로 그 행위가 무엇인지 정하는 일은 이 조문에 맡겨져 있지 않다.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무엇인지는 같은 조 제1항이 직접 정한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제310조가 말하는 제307조제1항의 행위는 바로 이 요건을 가리킨다. 공연성, 사실 적시, 명예 훼손은 이 문언에 놓인 낱말이다. 제310조가 그 요건을 바꾸거나 덧붙이지 않으므로, 세 요건의 판단은 제307조제1항의 문언에 따라 진행된다. 제310조는 판단을 고쳐 쓰지 않고 판단이 끝난 뒤에 붙을 결과만을 적는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1항은 행위를 적시하는 대목과 형벌을 정하는 대목을 한 문장에 함께 둔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07조)는 문장은 그 행위에 법정형을 붙인다. 제310조는 이 법정형의 값을 바꾸지 않는다. 제310조는 정해진 형벌을 가볍게 하지도 무겁게 하지도 않고,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결과를 둔다. 그러므로 두 조문을 잇는 자리는 형벌의 정도가 아니라 처벌 여부이다. 앞서 법정형의 값을 나란히 놓아 본 일은 이 자리를 밝히는 데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이 자리를 놓을 때 같은 조 제2항을 끌어올 일은 없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제310조는 제307조제1항의 행위만을 그 대상으로 삼으므로, 제2항의 행위는 이 조문이 서는 자리의 바깥에 놓인다. 제2항은 허위의 사실이라는 낱말을 적시의 대상에 붙인다. 제310조가 끌어온 문언에는 그 낱말이 없으므로, 두 항은 적시의 사실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놓고 서로 다른 문언을 갖는다.
제310조에 적힌 조건의 낱말도 이 자리의 범위를 가른다.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형법 제310조)라는 문구는 처벌하지 아니할 범위를 적는다. 이 문구에 붙은 낱말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직 놓지 않았다. 다만 이 문구가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결과 앞에 붙어 있음은 분명하다. 조건은 결과를 붙이는 데 쓰이고, 제307조제1항의 행위 자체를 새로 정하지 않는다.
이 사례의 관찰은 제307조제1항의 문언을 먼저 대조하는 데 머무른다. 무가 공개한 글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행위에 제310조가 서는지의 판단은 아직 주어지지 않았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제1항은 그 판단에 필요한 요건을 정해 둘 뿐이고,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는 그 요건을 바꾸지 않은 채 처벌하지 아니할 자리를 표시한다. 두 조문이 서는 순서는 이 문언들이 적힌 대로이다.
6.2진실한 사실이라는 요건
형법 제310조가 제307조제1항의 행위에 예외를 둔다는 자리를 확인한 뒤, 그 예외의 문언을 차례로 놓아볼 차례이다. 먼저 손에 잡히는 낱말은 "진실한 사실"이다. 이 요건이 조문 안에서 어느 자리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문언 그대로 살피는 일이 이 절의 몫이다.
형법 제310조는 처벌하지 아니하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적는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문언은 "진실한 사실"과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를 나란히 놓고, 두 요건이 함께 갖추어진 경우에 한해 처벌하지 않는다고 선다. 여기서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예외의 대상이며, "진실한 사실"은 그 행위가 다루는 것에 붙는 성질이다.
조문은 "진실한 사실"을 놓으면서 그 뜻을 덧붙이지 않는다. 어떤 상태를 진실이라 부르는지, 그 진실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지에 대하여 문언은 말이 없다. 적시된 사실이 곧 조문이 가리키는 대상이다. 행위가 아니라 사실의 성질을 묻는 구조이므로, 이 요건은 행위의 양태나 동기를 다루지 않는다.
이와 함께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표현이 따로 놓여 있다. 두 표현은 조문 안에서 서로 다른 자리를 차지한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뜻하지 않으며, 하나가 갖추어졌다는 사정만으로 다른 하나도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다. 문언상 두 요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예외가 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진실한 사실"이라는 요건이 무엇을 요구하는가.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낱말을 쓰면서 그 뜻을 덧붙여 적지 않는다. 증명의 기준이 어떠해야 하는지, 어느 쪽이 그것을 밝혀야 하는지도 문언에 나타나 있지 않다. 문언이 요구하는 것은 진실이라는 성질이다. 그 성질을 어떤 방법으로 확인하는가는 조문 바깥의 문제로 남는다. 이 요건의 자리를 놓는 데에서 그치고, 그 밖의 사정을 지어내는 것은 이 문언이 감당하는 일이 아니다.
한편 "진실한 사실"이라는 낱말은 사실의 진실에 붙어 있다. 이 표현은 판단의 진실이나 평가의 정당함을 가리키지 않는다. 평가의 문제가 예외 안에 자리하는지 아닌지는 문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이 점은 이 요건의 자리를 놓는 한에서 남겨둔다.
이 점이 이 사례와 맞닿는 지점이다. 무가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에서 형량과 판단 근거를 옮기고, 그 나열이 양형의 불일치를 보여준다고 적으면서 사건번호를 함께 밝힌 글에서, 적시된 대상은 그러한 판결문의 기록이다. 무가 옮긴 것이 판결문에 적힌 기록인지, 그 기록과 무의 글이 어떻게 맞는지에 관한 사정은 미정이다.
글에 담긴 명칭과 수치가 어떤 성질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기업명 표기의 범위와 분석 방법의 재현 가능성도 미정이다. 무가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은 바 없다는 사정은 이 요건과 함께 놓여야 할 다른 자료의 문제이지, "진실한 사실"이라는 낱말이 담아내는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준 영향도 미정으로 남는다.
형법 제310조의 문언이 요구하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자리를 살피는 일은 여기까지이다. 이 요건이 어느 쪽의 부담으로 돌아가는지, 어떤 방법으로 드러나는지에 대해서는 문언이 답하지 않는다. 이 관찰이 곧 명예훼손의 성립이나 법률사무의 취급이라는 법적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남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표현의 자리는 별도로 놓아야 한다.
6.3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문언
진실한 사실이라는 요건의 자리를 놓은 뒤에 남는 문언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표현이다. 형법 제310조는 위법성의 조각 사유를 다음과 같이 적는다.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라는 표제 아래 놓인 이 문장에서, 앞서 확인한 진실성 요건에 이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말이 요건으로 자리한다. 본 단위의 과제는 이 표현의 문언을 그대로 읽어 요건의 자리를 정하는 것이며, 공공의 이익에 새로운 정의를 부여하거나 그에 맞춘 유형을 만들어 넣지 않는다.
문언을 따라 읽으면 이 표현은 앞의 '진실한 사실로서'에 뒤이어 놓인다. '오로지'라는 낱말과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구가 함께 붙어 하나의 요건을 이룬다. 이 요건은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다루는 사안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임을 요구하는 자리에 놓인다. 본 합성 사례에서 연구자 무는 확정판결 30건의 형량과 판단 근거를 모아 양형의 일관성 문제를 글로 적고, 그 글을 사건번호와 함께 인터넷에 공개했다. 무의 글이 이 요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여기서 문언의 자리만을 놓는 한 미정으로 남는다.
이 문언에서 눈여겨볼 점은 '오로지'라는 낱말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다. '오로지'는 그 뒤에 오는 '공공의 이익'에 한정을 두는 말로 읽힌다. 즉 이 요건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요소를 담되, 그 요소가 다른 것을 섞지 않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임을 문언으로 요구한다. 무가 확정판결 30건의 양형을 나열하고 그 불일치를 지적한 글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는지는, '오로지'가 요구하는 한정의 범위를 문언대로 놓는 것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무가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은 바 없다는 사실은 이 문언의 요건 자리를 정하는 작업과 별개로 놓인다.
또한 이 표현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구로 맺는다. '에 관한'은 앞의 사안이 공공의 이익을 다루는 때임을 표시하는 연결 표현으로 읽힌다. 이에 따르면 요건은 행위가 진실한 사실에 관한 것임과 아울러 그 사안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임을 요구하는 자리에 놓인다. 이 문언이 '공공의 이익'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가 이 요건을 채우는지는 이 문언만으로는 적혀 있지 않다. 본 사례에서 무의 글에 쓰인 기업명 표기의 범위, 분석 방법의 재현 가능성,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준 영향은 미정으로 남는다. 그러므로 이 문언만으로는 위 요건의 충족 여부나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가 정해지지 않는다.
형법 제310조의 문언을 그대로 놓고 읽으면, 위법성의 조각 사유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요건과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요건을 함께 담은 한 문장 안에 놓인다. 앞서 놓은 진실성 요건의 자리에 이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표현이 두 번째 요건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 자리의 범위는 문언이 적어 놓은 한정대로 놓이며, 그 한정을 넘어서는 정의나 유형은 이 문언에서 만들어내지 아니한다. 무의 글을 둘러싼 법적 평가는 이 문언이 적어 놓은 요건의 자리와 별개의 판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남는다.
6.4두 요건이 함께 서는 방식
진실한 사실이라는 요건과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요건을 각각 살핀 뒤에는, 형법 제310조가 이 둘을 문언에서 어떻게 함께 놓는지를 살필 차례이다. 그 문언은 앞서 읽은 두 요건을 나란히 연결하여 다음과 같이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한다.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한다. 이 문장에서 두 요건은 "진실한 사실로서"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두 낱말 묶음으로 놓이고, 앞의 낱말 묶음이 뒤의 낱말 묶음에 이어지는 구조로 결합된다. 조각의 문언이 둘을 함께 요구하는 형식임이 문장 배열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배열의 뜻을 문언에서만 읽으면, 두 요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충족되었다고 하여 조각이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조문은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형법 제310조)라는 하나의 결합 상태를 조건으로 삼는다. "진실한 사실"이라는 수식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겹쳐지는 형식이다. 따라서 이 문언 아래에서 진실한 사실이라고 하여 곧바로 조각에 이르는 것은 아니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하여 전개된 것이라고 하여 역시 곧바로 조각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읽으면 두 요건의 자리를 각각 달리 정할 수 있다. 진실한 사실이라는 요건은 다루는 사실의 성격을,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요건은 그 사실이 다루어지는 방향을 각각 정한다. 하나는 대상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적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조문은 이 둘을 하나의 「때」로 묶어 조각의 관문으로 삼는다. 어느 한쪽만으로 관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 이 구조에서 따라 나온다.
한편, 이 두 요건의 결합이 형법 제307조제1항의 행위에 한정하여 놓인다는 점도 문언의 자리에서 읽힌다. 조문은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라는 주어부를 먼저 두고, 그 행위가 갖추어야 할 상태를 뒤이어 서술한다. 두 요건은 제307조제1항의 행위 자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갖추었을 때 비로소 처벌하지 아니하게 되는 상태로 놓인다. 제307조제1항의 요건이 조각의 문언 안에서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두 요건이 함께 서는 이 구조가 무의 연구 글에 어느 방향으로 작용하는지의 판단은, 이 글의 기업명 표기의 범위, 분석 방법의 재현 가능성,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준 영향이 정하여지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만큼 정하여지지 않았다. 이 구조가 하나의 관문 형식을 가진다는 관찰 자체가 조각의 성립이나 부정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와 별개로, 무가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관찰 역시 이 결합 구조의 문언 해석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
6.5처벌하지 아니하는 효과
진실한 사실이라는 요건과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요건이 함께 성립하는 경우에 어떤 결과가 뒤따르는지는 형법 제310조의 문언이 정하는 바를 읽어 보아야 한다. 이 문언이 두는 효과의 자리를 형법 제307조의 처벌 규정과 나란히 놓고 읽어본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처벌의 요건과 형벌의 종류를 함께 적어 놓고 있다. 명예훼손의 처벌 규정인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은 요건을 갖춘 자에게 어떤 형벌을 내리는가를 함께 말한다. 요건과 형벌이 한 문장 안에서 짝을 이루는 방식이 제307조 제1항의 자리이다.
형법 제310조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한다. 이 조항은 형벌의 종류를 적지 않고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결과만을 선언한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처벌을 향한 문장이라면, 형법 제310조는 그 처벌을 향하던 문장에 멈춤을 두는 조항이다. 같은 범위의 행위를 두고 처벌하려는 문장과 처벌하지 아니하려는 문장이 나란히 놓여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형법 제310조가 멈춤을 두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문언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 조항은 제307조제1항의 행위를 전제로 삼는다. 제307조 제1항의 행위라는 말은 그 항이 정한 요건을 갖춘 행위를 가리키므로, 제310조는 그 행위를 전제 위에 두고 추가로 진실한 사실과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요건을 둔다. 그래서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효과는 제307조 제1항의 요건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그 요건이 갖추어진 행위에 관하여, 두 요건이 또 함께 서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을 멈추게 할 뿐이다. 형법 제307조 제2항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를 따로 두어 처벌하는데, 형법 제310조는 그 행위를 언급하지 아니하므로 그 항의 처벌 규정을 이 문언에서 함께 멈추게 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무가 한 일은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을 모아 형량과 판단 근거를 나열하고, 양형이 일관되지 않다는 글을 사건번호와 함께 인터넷에 공개한 것이다.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아니했고 대가를 받은 바도 없다는 사정은, 형법 제310조가 제307조 제1항의 행위에 붙이는 두 요건과 함께 놓고 볼 대목이다. 그러나 무의 글이 진실한 사실에 해당하는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는지는 이 문언의 요건에 맞추어 판단되어야 하고, 기업명 표기의 범위와 분석 방법의 재현 가능성,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준 영향은 미정이다.
무에게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 그가 법률사무를 취급하였는지와 같은 법적 평가는 형법 제310조의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문언에서 곧바로 도출되지 않는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요건이 먼저 자리를 잡고, 그 행위에 관하여 형법 제310조가 정한 두 요건이 함께 서는지가 뒤따른다.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효과만을 앞세워 판단을 대신하는 것은 이 문언이 두는 자리를 넘어선다.
6.6문언이 멈추는 자리
형법 제310조의 문언이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적어 놓은 자리를 확인한 데서 나아가, 이 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요건의 목록을 무엇으로 남겨 두어야 하는지 따져 본다. 형법 제310조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이 한 문장에서 꺼내어 확인할 수 있는 요건은, 행위가 제307조제1항의 행위이어야 하고,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어야 하며,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셋이다.
이 셋 가운데 어느 것도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다. 진실한 사실이라는 조건이 만족된다고 해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라는 조건까지 만족되는 것은 아니고, 두 조건이 함께 맞아들어간다고 해서 제307조제1항의 행위라는 조건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문언은 단서나 예외를 붙여 이 셋 가운데 하나를 덜어 주지 않았으므로, 이 장에서 다루는 위법성의 조각은 이 셋이 함께 갖추어진 자리에서만 논해질 수 있다.
한편 문언은 이 셋 이상의 요건을 더 적어 두지 않았다. 글을 쓴 사람이 연구자인지 아닌지, 글의 형식이 논문인지 인터넷 게시물인지, 글에 기업 이름이 실렸는지 아닌지는 이 문장 안에서 요구되는 요건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학문적 표현에 대해 별도의 요건이나 별도의 조각 사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 문언에서 도출할 수 없는 일이며, 이 장의 범위를 정하는 일은 위에서 확인한 셋에 머무른다.
무가 확정판결 30건을 모아 양형이 일관되지 않다고 쓴 글에 이 요건을 대입하는 일은 이 장에서 확인한 문언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글에 담긴 사실이 진실한지,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그리고 그 글이 곧 제307조제1항의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이 문장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문언이 멈추는 자리에서 관찰을 끝내면, 이 글이 명예훼손의 성립이나 법률사무의 취급이라는 법적 평가에 이르는 것은 미정으로 남는다.
무가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은 바 없다는 사정은 이 문언의 셋 어느 요건에 들어맞는지를 가리키지 않으므로, 형법 제310조의 해석을 새로 열어젖히지 않는다. 결국 이 장에서 남기는 것은 문언으로 확인되는 셋의 요건뿐이며, 이 셋이 어떻게 채워지는지는 이 장 밖의 일로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