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2014다235080의 판결요지에 적힌 판단 방식을 읽고, 공개된 정보의 의미와 새로 식별하게 만드는 정보를 가르는 구분의 근거를 살핀다. 이 구분을 무의 글에 놓아 보되, 명예훼손죄와 개인정보 보호의 관계 자체나 처벌 규정의 형량은 다루지 않는다.
9.1판결요지의 쟁점 자리
미정으로 남긴 판단을 접어 두고, 이제 판결문 자체가 쟁점을 어떻게 배열하는지 살펴보는 일에서 제9장을 시작한다. 2014다235080 판결은 판결요지에 네 항목을 세워 두는데, 그 항목들이 어떤 물음을 던지고 어떤 순서로 답변하는지만을 훑어 보겠다. 판결요지에 없는 사실관계나 사건의 경위는 이 자리에서 보태지 않는다.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의 판결요지는 첫 항목에서 보호대상과 제한의 범위를 함께 묻는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의 의미 및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가 이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라 하여, 보호대상의 범위와 제한행위의 범위를 한 쌍으로 묻는다. 이 항목은 이 사례에서 무엇이 먼저 정해져야 하는지를 말해 준다. 권리를 말하려면 그 권리의 대상과 그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가 각각 어디까지 미치는지가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다음 항목은 행위가 이미 공개된 정보를 겨냥할 때의 판단 틀을 묻는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제한한다고 주장되는 행위의 내용이 이미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공개된 개인정보를 별도의 동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수집·제공하였다는 것인 경우, 정보처리 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및 정보처리자에게 영리 목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정보처리 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라 적혀 있다. 앞 항목이 대상과 행위를 가른 자리에, 이 항목은 영리 목적이 위법성을 곧 결정하는지 아닌지를 놓는다. 판결요지의 배열만으로 보아도 영리 목적은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로 놓일 뿐, 결론의 자리에는 서 있지 않다.
세 번째 항목은 동의를 요구할 필요가 있는지를 묻고 판단 기준을 함께 적는다.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수집·이용·제공 등 처리를 할 때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소극) 및 동의를 받지 아니한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소극) /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이라는 물음이다. 여기서도 묻는 일과 기준을 밝히는 일이 한 항목 안에서 함께 이뤄진다. 이미 공개된 정보를 둘러싼 동의의 문제가 이 항목에서 자기 자리를 얻는다.
네 번째 항목은 앞의 세 물음이 결합된 사안을 향한다. 법률정보 제공 사이트를 운영하는 갑 주식회사가 공립대학교인 을 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병의 사진, 성명, 성별, 출생연도, 직업, 직장, 학력, 경력 등의 개인정보를 위 법학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수집하여 위 사이트 내 ‘법조인’ 항목에서 유료로 제공한 사안에서, 갑 회사의 행위를 병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하거나, 갑 회사가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라고 판결요지는 적는다. 앞의 세 항목이 쌓아 올린 틀이 한 구체적 처리에 놓이는 자리가 바로 이 네 번째 항목이다. 판결요지는 어떤 사실을 채워 넣기보다, 어느 쟁점을 어느 순서로 놓고 판단하는지를 먼저 보여 준다.
이렇게 쟁점의 자리를 차례로 밝혀 둔 판결요지는, 공개된 정보를 다루는 이에게 판단의 순서를 제시한다. 대상이 무엇인지, 행위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영리 목적이 결론을 대신할 수 있는지, 동의를 다시 요구할 필요가 있는지가 차례로 놓이고, 마지막에 구체적 처리의 평가가 온다. 판결요지가 이 자리들만 정해 두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 장의 출발점을 삼는다.
9.2공개된 정보의 의미
판결요지가 개인정보의 의미를 밝히며 공적 생활과 공개의 범위를 함께 끌어들인 터에, 그 '이미 공개된'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정보의 범위를 가다듬어 둘 차례이다.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의 판결요지 제1항은 개인정보의 보호대상에 관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의 의미 및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가 이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이라고 정리한다. 공개 여부는 보호대상이 되는지 없는지를 가르는 문턱이 아니라, 이미 보호대상으로 넣어진 정보 중에 공개된 편에 속하는지를 표시하는 자리에 놓인다.
판결 이유는 그 문턱의 내용을 보다 넓게 펼쳐 놓는다. 대법원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이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아니하며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고 선다. 이에 따라 무가 확정판결의 판결문에서 기업명과 사건번호를 옮겨 적은 글은 그 자체로 보호대상 바깥에 두어지는 정보가 아니다.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되었다는 사유만으로 개인정보의 범위에서 빠지지 않으므로, 무의 글에 실린 식별 정보도 원칙적으로는 보호대상 안에 남는다.
공개된 정보라는 범위가 넓은 데에는 그에 상응하는 뒷수습이 붙는다. 판결요지 제3항은 별도 동의의 필요성을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수집·이용·제공 등 처리를 할 때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소극) 및 동의를 받지 아니한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소극) /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 판단하는 기준"(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의 형식으로 다룬다. 그 기준이 되는 범위를 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이 펼친다. "그리고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 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 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정보제공으로 공개의 대상 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정보제공이 정보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판결문이 법원의 공개 재판과 공시를 거쳐 일반에 노출된 것이라면, 그 노출된 범위 안에서 형량과 판단 근거를 모아 나열한 무의 글이 원래의 대상 범위를 새로 바꾸었는지는 이 기준에서 따질 일로 남는다.
공개된 범위 안에서의 처리를 별도의 동의로 막아선 안 되는 까닭도 판결 이유가 분명히 해 둔다. 대법원은 "이와 같이 공개된 개인정보를 객관적으로 보아 정보주체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동의의 범위가 외부에 표시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정보주체의 공개의사에도 부합하지 아니하거니와 정보주체나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무의미한 동의절차를 밟기 위한 비용만을 부담시키는 결과가 된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고 본다. 확정판결의 내용이 공개의사를 거쳐 나온 범위 안에서 다시 다뤄지는 경우, 그 처리를 표시되지 않은 동의의 결여만으로 가로막을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다. 다만 이 판결이 "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를 공개된 것과 공개되지 아니한 것으로 나누어 달리 규율하고 있지는 아니하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고 전제한 점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 공개라는 사정은 규율 체계를 갈라놓는 문턱이 아니라, 동의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가늠할 때 참작되는 사정에 그친다.
그렇다면 무가 인터넷에 올린 글에 담긴 기업명과 사건번호는 공개된 정보라는 범위에 들어감이 분명하고, 그 범위 안에서의 처리에 별도 동의가 필요한지도 이 기준으로 따져볼 일이다. 판결요지가 새로 식별하게 만드는 정보를 어떻게 다룰지는 이 범위 바깥에서 별도로 밝힐 문제이며, 공개된 정보의 범위를 넓혀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낼 일은 아니다.
9.3새 식별 정보의 구분
앞 단위에서 판결요지가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보호대상에 넣는다고 본 데에서, 이 글은 그 공개 범위를 벗나 새롭게 식별하게 되는 정보가 어디에 자리하는지를 살핀다.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을 먼저 가르면서 그 바탕을 두었다. 판결요지 [1]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이고"라고 밝힌다. 즉 식별 기준은 정보의 종류가 아니라 그 정보가 개인의 동일성을 드러내게 하는지에 놓인다. 이 판결이 예로 든 성명, 성별, 출생연도, 직업, 직장, 학력, 경력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미 모인 항목들이었다.
이미 모인 항목과는 달리, 따로 세우거나 고른 기준이 그 개인을 다시 특정하게 만드는 정보가 있다. 위 판결요지 [3]은 동의 범위를 가를 때 무엇을 참고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 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 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정보제공으로 공개의 대상 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정보제공이 정보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 목록은 이미 공개된 정보를 옮기는 경우만 적고 있다. 여기에 새로 만든 식별 기준을 끼울 자리는 없다. 그러므로 확정판결의 사건번호를 새로이 묶어 양형을 견주게 한 글의 사건번호 표기가 어느 쪽에 놓일지는 이 판결요지가 가르쳐 주지 않으며, 미정으로 남는다.
한편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정보가 곧바로 공개되지 않은 정보는 아니다. 위 판결요지 [1]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이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아니하며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고 덧붙인다. 식별 가능성과 공개 여부는 서로 다른 두 물음이다. 한 정보가 개인의 동일성을 드러낸다 해도 그것이 공적 생활에서 이미 나온 것이라면 그 범위 안에서 함께 읽힌다.
그러면 무가 모은 판결문의 기업명이 어느 쪽에 놓이는지 물어야 한다. 판결문에 적힌 기업명은 판결로서 이미 나온 항목이다. 다만 위 판결요지 [3]은 "정보제공으로 공개의 대상 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를 함께 본다고 하였다. 무가 사건번호와 함께 기업명을 한 글에 나열하여 인터넷에 낸 뒤 그 글이 새로운 독자를 만나게 된 점은, 원래 공개한 대상 범위와 같은지 다른지 물음을 연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미정이다.
마지막으로 분석 방법의 재현 가능성은 이 구분과 떨어져 있다. 판결요지 [3]이 가르치는 검토 항목은 성격, 형태, 대상 범위, 의도, 목적, 처리의 형태, 관련성이다. 재현 가능성은 그 가운데 어느 항목에도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무의 방법이 다시 계산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이 판결요지가 이미 공개된 정보와 새 식별 정보를 가르는 데 놓은 기준 안에서 답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끼친 영향 역시 이 구분의 범위 밖에 남는다. 무는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은 바 없이 글을 그대로 두었으나, 그 사실만으로 이 정보가 어느 쪽에 놓이는지 정하여지지는 않는다.
9.4구분의 판단 근거
구분이 그어진 뒤에는 어떤 근거로 그어졌는지가 남는다. 판결요지가 새로 식별하게 만드는 정보를 따로 놓는 판단을 마친 터라, 이제는 그 판단이 기대는 기준이 무엇인지 자료에서 확인할 차례이다. 이 기준은 글자 그대로 판결요지에 적힌 곳에서만 찾고, 거기에 없는 요건을 보태지 않는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어떤 정보까지 미치는지 먼저 밝혀야, 구분의 기준이 어느 정보를 두고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은 이 범위를 다음과 같이 잡는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이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아니하며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 이 문장은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정보가 바깥에 놓인다고 말하지 않는다. 같은 판결은 그런 정보도 보호대상에 넣는다. 다만 그 안에서 이미 공개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별도의 기준이 다룬다.
같은 판결이 이미 공개된 정보를 처리할 때 별도의 동의가 필요한지에 관해 남긴 문장을 놓고 본다. "따라서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수집·이용·제공 등 처리를 할 때는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보아야 하고,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 인용이 말하는 것은 별도의 동의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 판단이 서는 자리는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이다. 이 범위를 넘어서는 처리는 이 인용이 담지 않는다.
판결요지는 그 범위를 가르는 데 무엇을 살피는지 구체적으로 적는다. 범위 안팎의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그리고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 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 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정보제공으로 공개의 대상 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정보제공이 정보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 적힌 항목들이 이 구분의 판단 근거이다. 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 범위, 거기서 추단되는 공개 의도 내지 목적, 처리의 형태, 대상 범위가 달라졌는지, 원래의 공개 목적과의 상당한 관련성이 그것이다. 판결요지는 이 항목들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라 하고, 그 밖의 기준을 더하라고 하지 않는다.
위법성 자체를 가를 때의 사정은 따로 놓인다. 같은 판결은 정보주체가 공적인 존재인지, 개인정보의 공공성과 공익성, 원래 공개한 대상 범위, 개인정보 처리의 목적·절차·이용형태의 상당성과 필요성, 개인정보 처리로 침해될 수 있는 이익의 성질과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여러 가치를 구체적으로 비교 형량하라고 밝힌다. 이 사정들은 범위 안팎을 가르는 기준과 겹치는 항목을 담되, 그 쓰임이 다르다. 범위의 판단은 동의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자리를 정하고, 위법성의 판단은 그를 넘어선 처리까지도 결국 비교 형량으로 가른다. 여기까지가 자료가 밝힌 판단 근거의 자리이며, 이 근거를 무의 글에 놓아보는 일은 남아 있다.
9.5무의 글에 놓아보기
구분의 판단 근거를 확인한 뒤에 남는 일은, 무가 공개한 글의 관찰을 그 구분 위에 잠깐 올려보는 것이다. 무는 확정판결 30건의 판결문에서 형량과 판단 근거를 모아 나열했고, 사건번호를 붙여 양형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글에 담긴 것이 이미 공개된 정보인지 읽으려면,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이 개인정보의 의미를 어떻게 밝혀두었는지부터 되짚어야 한다.
그 판결은 먼저 보호대상의 바깥 경계를 다음과 같이 넓힌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이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아니하며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 또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이 구절은 판결문에서 옮긴 형량과 사건번호가 식별 정보에 해당한다는 점, 그리고 무가 모아 나열한 행위가 원칙적으로 제한에 해당한다는 점을 함께 적시한다.
그러나 이미 공개된 정보를 다룬다는 사정만으로 곧 위법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판결이 놓는 판단의 자리가 다음과 같다. "이때는 정보주체가 공적인 존재인지, 개인정보의 공공성과 공익성, 원래 공개한 대상 범위, 개인정보 처리의 목적·절차·이용형태의 상당성과 필요성, 개인정보 처리로 침해될 수 있는 이익의 성질과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정보처리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정보처리자의 ‘알 권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용자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정보처리자의 영업의 자유,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어느 쪽 이익이 더 우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정보처리 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단지 정보처리자에게 영리 목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정보처리 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무는 어떤 사건도 수임하지 않았고 대가를 받은 바 없다는 사정은, 이 형량에서 다루어질 요소의 하나로만 놓인다.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던 범위에 관한 판단 기준도 미리 밝혀두어야 한다. 그 판결은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 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 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정보제공으로 공개의 대상 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정보제공이 정보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판결문이 사건번호와 함께 공개된 범위 안에 무엇이 있는지, 무의 글이 그 범위를 넘어섰는지 여부는 이 기준에 비추어 확인할 일로 남는다.
무의 글을 놓아보는 일은 여기까지이다. 앞의 구분과 기준은 관찰을 읽는 자리를 마련할 뿐이며, 이 관찰이 명예훼손의 성립이나 법률사무의 취급이라는 법적 평가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명 표기의 범위, 분석 방법의 재현 가능성, 삭제 요구와 고소가 연구에 준 영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9.6다음 장으로 넘기기
관찰을 판결요지의 구분 위에 놓아본 일은 무엇이 이미 공개된 정보인지 읽는 데까지 나아갔다. 그런데 무의 글이 가리키는 명칭과 사건번호의 표기를 연구 글에서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는 아직 문을 열지 못했다. 앞 단계의 판결요지는 그 자리를 두 가지로 나누어 두었다.
그 구분은 판결요지의 말에서 나온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정보의 범위에 관하여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이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아니하며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공개된 정보라 하여 보호대상에서 빠지지는 않는다. 무의 글에 담긴 성명과 사건번호가 식별을 가능하게 하는 범위를 넘어서는지의 여부는 다음으로 넘겨두어야 한다.
다음 구분은 원래의 공개 범위와 새 처리 사이의 거리다. 같은 판결은 그 거리를 재는 데 필요한 사정을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 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 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정보제공으로 공개의 대상 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정보제공이 정보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판결문이 한정된 독자를 두고 공개한 것과 무가 인터넷에 모아 올린 것이 같은 범위에 놓이는지는 이 기준에 따라 따져야 한다.
한 가지 절차적 근거도 함께 남는다. 이미 공개된 정보를 다루는 때의 통제 수단에 관하여 같은 판결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20조는 공개된 개인정보 등을 수집·처리하는 때에는 정보주체의 요구가 있으면 즉시 개인정보의 수집 출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 제37조에 따른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정보주체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개된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이러한 사후통제에 의하여 보호받게 된다"고 밝혔다. 삭제 요구가 와도 그 요구를 받는 절차와 글의 내용을 고쳐 쓰는 일은 다른 문제다.
이렇게 나눈 구분은 판결요지에서 온 것이지, 무의 사건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무의 글이 명예훼손인지, 글 쓰는 일이 법률사무의 취급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고, 처벌 규정의 형량도 다루지 않았다. 이 구분을 무의 글에 잠정적으로 놓아본 데서 그쳐야 한다.
무가 글에서 기업의 이름과 사건번호를 함께 적은 것은 새 식별 정보의 표기 문제로 남는다. 판결문에 적힌 명칭과 사건번호를 인터넷 글로 옮길 때 그 표기가 갖는 뜻과 범위는 다음 자리에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