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판결이 답하지 않은 것을 적는 축과, 법 개정이나 판례 변경이 있을 때 기록을 다시 보게 하는 재검토 조건의 꼴을 제시한다. 답하지 않은 것의 표시, 단서어의 출처 대조, 요건 규칙과 형량의 구분, 재검토 조건의 꼴, 남긴 분류와 다음 검토를 차례로 살피고, 남은 물음은 다음 권의 검토로 넘긴다.
14.1답하지 않은 것의 표시
축을 나누어 적는 방식까지 정리한 뒤에는, 판결요지가 어디까지 말했는지의 경계를 함께 표시해 두어야 한다. 경계를 적지 않으면 요약문이 판결이 밝힌 범위를 넘어 사실관계를 채우는 쪽으로 기운다. 이 사례에서 남겨 두어야 할 물음은, 판결이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에 관해 밝힌 범위와 그 밖의 사정을 어떻게 나누어 놓느냐는 점이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의 판결요지는 이 사건에서 그 의미를 먼저 밝힌다. 판결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뜻을 다음과 같이 정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 제443조 제1항 단서 및 제2항에서 정하고 있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란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인한 이익을 말하는 것으로서 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험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 이 문장은 이익의 범위를 인과관계가 미치는 한정 안에 둔다.
산정 방법에 관해 판결은 우선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산정의 출발점을 확인하기 위하여 판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통상적인 경우에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인한 총수입에서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을 산출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인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 위반행위의 동기, 경위, 태양, 기간, 제3자 개입 여부, 증권시장 상황 및 그 밖에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반 요소들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을 산정해야 하며, 그에 관한 증명책임은 검사가 부담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 이에 따르면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차액은 통상의 산정 기준이고,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으면 사정을 종합하여 산정한다. 증명책임은 검사가 진다. 판결요지가 여기서 밝힌 것은 이 세 가지뿐이다.
판결요지는 산정의 태도에도 한정을 둔다. 한정의 근거를 확인하기 위하여 판결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을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삼아 그 가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을 가중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용할 때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 가액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한다. 여기까지가 판결이 밝힌 범위다.
이 사례에서 두 기록은 같은 판결을 요약하면서 서로 다른 문구를 붙였다. 한쪽 기록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위법이라는 문구와 다른 쪽 기록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이라는 문구 가운데 어느 쪽이 원문에 있는지, 판결이 세운 기준이 요건을 늘어놓는 규칙인지 사정을 종합하는 형량인지는 미정이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 판결요지에 적힌 문장만으로는 두 기록 가운데 어느 쪽도 그대로 옮긴 것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남은 물음은 별도 칸에 그대로 두고, 판결요지에 없는 사실관계나 당사자의 주장을 덧붙여 그 칸을 메우지 않는다. 기준의 성격에 대한 판단도 역시 확정된 결론 없이 남겨 둔다.
14.2단서어의 출처 대조
판결요지에 없는 범위를 남겨 두는 방식이 정리되면, 이제는 요약에 붙은 조건어가 판결의 말인지 기록자의 말인지 가려낼 차례이다. 한쪽 기록은 참여권의 보장 여부를 판결의 기준으로 삼고, 다른 쪽 기록은 특별한 사정의 유무를 단서로 덧붙였다. 이 사례에서 두 요약 가운데 어느 쪽의 단서어가 원문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먼저 기록이 함께 쓰는 판결의 요건 문구를 판결요지의 글자 그대로 대조한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절차를 벗어나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결론을 냈다. 판결요지는 이를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와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법원이 위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이라고 제시한다. 판결이 말한 것은 원칙과 예외의 구분이며, 참여권의 보장 여부나 특별한 사정의 유무를 요건으로 적어 둔 문장은 이 판결요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예외의 문턱도 같은 방식으로 판결의 말로 옮겨야 한다. 위 판결은 예외의 성립을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라고 적는다. 이 문장이 판결이 세운 예외의 문턱이고, 여기에 특별한 사정의 유무를 조건으로 삼는 표현은 붙어 있지 않다. 따라서 단서어가 이렇게 붙어 있는 요약은 판결의 견해를 옮긴 것이 아니라 기록자의 표현을 붙인 것으로 읽어야 한다.
대조의 결과는 명백하다. 한쪽 기록의 단서어는 판결이 제시한 요건의 글자에서 확인되지 않으므로, 판결의 견해로 옮겨 적을 수 없다. 다른 쪽 기록 역시 판결이 적어 둔 예외의 조건을 그대로 옮겼는지는 미정이다. 판결이 사용한 표현은 예외의 성립 조건과 판단 고려사항일 뿐이고, 참여권의 보장이나 특별한 사정이라는 단서는 판결의 말로 확인되지 않는다. 미정인 쟁점은 미정으로 남겨 두는 방식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14.3요건 규칙과 형량의 구분
단서어가 원문의 것이면 그 판결의 문장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요건을 늘어놓는 것인지 사정을 종합해 가늠하는 것인지 이어서 물어야 한다. 두 요약 가운데 어느 쪽을 옮길지는 그 판결의 문구로만 판단하며, 문구 밖의 조건을 새로 보태지 않는다. 이 물음은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8다224781 판결과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판결요지를 놓고 다룬다.
먼저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8다224781 판결이 회복의 범위를 어떻게 벌려 놓는지 본다. 그 판결은 채무자회생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회복되는 상대방의 채권이 어느 범위인지 이렇게 정한다. "부인에 의해 회복되는 상대방의 채권은 부인된 행위의 직접 대상이 된 채권에 한정되지 않고 그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보증채권이나 보험금채권 등 다른 채권도 포함될 수 있다."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8다224781 판결) 여기서 "한정되지 않고"가 직접 대상 채권이라는 한 가지 요건을 허물고, "포함될 수 있다"가 사정에 따라 넓힐 수 있다는 뜻을 남긴다. 회복의 범위를 두 요건으로 묶어 읽으면 이 문구에 없는 제한을 더하는 셈이다. 그 판결이 어음 사정에 적용한 결론도 같은 문장에 담긴다. "어음금 지급행위가 부인되어 어음소지인인 상대방이 어음금을 반환한 때에는 채무자회생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소멸했던 어음상 채권이 회복되고 어음상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원인채권도 회복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8다224781 판결) 이 문장에는 부인·반환을 축으로 한 사정의 연결이 있을 뿐, 늘어놓아 채워야 할 요건 목록은 보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은 압수 단계와 증거 판단 단계를 나눠 기준을 적는다. 그 판결은 무관정보 보관에 대해 이렇게 판시한다. "무관정보 부분에 대하여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여 취득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범위 초과라는 한 가지 사정이 곧 위법으로 이어지고, 사후 발부나 동의는 치유 사유로 적히지 않으므로 이 대목은 요건에 가까운 규칙이다. 증거 판단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 판결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피는 것"과, 더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이 문장은 사정을 나열하되 "살피는 것"과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로 묶으므로 형량의 틀이다. 여기에 요건을 붙여 읽으면 "모든 사정들"이라는 문구를 좁히는 결과가 된다.
두 판결을 이렇게 갈라 놓으면 한 판결 안에서도 같은 표지가 나오지 않는다. 앞의 판결에서 "포함될 수 있다"와 뒤의 판결에서 "살피는 것"은 형량 쪽에 놓이고, "위법하고 …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는 규칙 쪽에 놓인다. 어느 쪽 요약을 옮길지는 이 문구의 자리에 따라 정해지며, 그 판결이 세운 기준에 문구 밖의 요건이나 형량 요소를 더하는 일은 피한다. 앞에서 확인한 단서어의 출처가 원문에 없었다면, 지금 여기서 그 자리를 채워 넣지도 않는다. 두 기록에 남은 문구의 차이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뒤 사건에서 인용된 범위가 어느 문장인지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으므로 미정으로 둔다. 여기서 보이는 것은 요건 규칙과 형량의 문구상 징표를 나누어 두는 작업이며, 어떤 요약이 옳다는 결론은 아니다.
14.4재검토 조건의 꼴
요건 규칙과 형량을 나누는 축을 세웠다면, 이제 그 축으로 그은 판정이 언제 다시 짚어야 할 일인지 적어 둘 차례이다. 대장에 옮겨 적은 판결은 선고일이 이미 지난 문헌이므로, 그 뒤에 법이 바뀌었는지 판례가 갈렸는지를 확인하는 항목을 붙이지 않으면 판정은 그대로 굳는다. 이 항목을 무엇을 근거로 비워 두고 무엇을 채워 넣는지, 두 판결의 판결요지에 붙은 구절에서 꼴을 본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의 판결요지 [2]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산정 방법과 증명책임의 소재를 다룬다. 그 판결요지는 산정 방법의 기준으로 "통상적인 경우에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인한 총수입에서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을 산출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인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대장에 이 판결의 판정을 옮길 때는 이 단서의 존재를 함께 적어 두어야, 요약이 통상적 산정 방법에 대한 기술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판결요지는 적용 태도로 "이를 적용할 때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판결에 대한 재검토 항목에는 선고일 2011. 10. 27.을 붙인 뒤, 위 단서의 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는지 살피는 조건을 적는다.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의 판결요지 [2]는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룬다. 그 판결요지는 예외의 문을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열었다. 그러면서 판단에 고려할 사정으로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살피는 것은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판결에 대한 재검토 항목에는 선고일 2024. 4. 16.을 붙이고, 이 예외의 문과 사정 나열이 함께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조건을 단다.
재검토 항목의 꼴은 이와 같다. 판결의 선고일을 적고, 그 판결요지에서 판정의 근거가 된 구절을 옮겨 적은 뒤, 그 구절이 법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달라졌는지를 확인하게 하는 문장을 붙인다. 이때 대장에 적힌 판결이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예컨대 후속 판결이 같은 기준을 이었는지 뒤집었는지 확정된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확인 문장은 그 답을 미리 적지 않고 빈 자리로 남긴다. 두 판결 각각의 문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요약되더라도, 재검토 항목이 붙는 자리는 판결요지의 문장 그대로이다. 앞서 본 두 연구원의 기록처럼 요약의 어구가 달라지는 일은, 그 요약이 어느 판결문의 어느 문장에서 나왔는지 함께 적어 두면 나중에 짚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판결요지의 단서 구절과 판단에 고려할 사정을 함께 옮겨 두면, 요약이 그 구절을 얼마나 담았는지, 나중에 어떤 범위로 인용되었는지 읽을 자리가 남는다. 재검토 조건은 그 자리를 비워 두는 방법이며, 확인할 대상과 시점만을 표시한다.
14.5남긴 분류와 다음 검토
재검토 조건의 꼴을 옮겨 적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근거 구절을 붙일 수 없는 분류는 따로 남김으로 표시할 필요가 생긴다. 대장의 한 항목이 어떤 유형에 들어가는지 판단할 때, 판결문에서 그 판단을 받칠 문장을 곧바로 찾아내지 못하면 억지로 유형을 정하지 말고 남김 칸에 적어 둔다. 남김으로 표시한 항목은 이후 판결문을 다시 펼쳐 확인할 때까지 분류를 미정으로 남겨 둔다.
자본시장법 위반사안에서 법원은 이익 산정의 방법을 두 가지로 나누어 말한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은 먼저 계산의 기본 틀을 제시하면서 "통상적인 경우에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인한 총수입에서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을 산출할 수 있지만"이라고 전제한다. 여기에 붙은 단서가 다음 문장으로 이어진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은 그 문장에서 "구체적인 사안에서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인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달아, 다른 산정 방법이 열리는 자리를 만든다. 대장에서 이 판결을 분류할 때 앞 문장만 보고 규칙형으로 놓으면, 뒤 문장에 붙은 사정형 요건을 놓치게 된다.
같은 판결은 이익 산정을 받칠 요소들을 나열하면서, 그 나열에 단서를 달아 요구한다.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8109 판결은 이익의 산정에 관하여 "위반행위의 동기, 경위, 태양, 기간, 제3자 개입 여부, 증권시장 상황 및 그 밖에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반 요소들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을 산정해야 하며"라고 말한다. 이 문장은 요건을 하나씩 적립하는 규칙이라기보다,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 판단하라는 형량에 가깝다. 따라서 요소의 나열을 요건 목록으로 옮겨 적고 그 출처를 붙일 수 없으면, 그 항목은 남김으로 두는 편이 낫다. 남김으로 남은 항목은 어느 요소 하나가 결하면 결론이 달라지는 규칙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남긴 항목이 어떤 모양으로 남는지는, 두 연구원이 같은 대법원 판결을 다르게 요약한 사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쪽 기록에는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위법이라는 취지의 요약이, 다른 쪽 기록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이라는 취지의 요약이 각각 적혔다. 두 요약 가운데 어느 쪽의 단서어가 원문에 있는지, 그 판결이 세운 기준이 요건을 늘어놓는 규칙인지 사정을 종합하는 형량인지는 미정이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두 기록이 석 달 뒤 다른 사건의 검토에서 서로 다른 결론의 근거로 인용되었다는 사실이며, 이는 관찰된 사실의 나열에 해당한다. 뒤 사건에서 인용된 범위가 판결문의 어느 문장인지도 미정이다.
같은 사례에서 판결요지의 문구를 옮길 때도 근거 구절을 붙일 수 없으면 남김으로 남긴다. 예컨대 채무자회생법상 부인의 효과에 관하여,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8다224781 판결은 "부인에 의해 회복되는 상대방의 채권은 부인된 행위의 직접 대상이 된 채권에 한정되지 않고 그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보증채권이나 보험금채권 등 다른 채권도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한다. 이 문장에 붙은 표현이 어떤 요건을 뜻하는지, 두 요약 가운데 어느 쪽 단서어가 여기에 대응하는지 확인되기 전에는 분류를 정하지 않는다. 남김으로 남은 항목은 이 판결이 세운 기준을 요건의 목록으로 옮길 것인지, 아니면 사정을 함께 살펴 판단하는 형량으로 둘 것인지에 대한 결론이 곧 확정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 장은 분류의 꼴과 재검토 조건의 꼴만을 다루었다. 축의 수와 판정자 사이의 일치라는 물음은 이 자리에서 답하지 않고 다음 권의 검토로 넘긴다. 그 물음은 남긴 항목이 쌓인 뒤에야 의미를 얻는다. 남김으로 표시한 항목을 서둘러 유형에 밀어 넣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다음 검토가 제대로 열리는 조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