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문제 행위와 발생한 불이익이 어떻게 이어지고, 위법성·과실·손해·인과관계를 왜 나누어 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불이익의 소재를 특정하고 앞 행위와 뒤 처분의 연결을 살핀다. 위법성이 놓인 지점, 고의와 과실의 따짐, 손해와 인과의 분리를 거쳐 요소별 검토의 순서를 정리한다.
7.1불이익의 소재 특정
절차 하자의 성부를 나눈 데서 나아가, 이제는 어떤 불이익이 어느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사례에서는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 청구가 함께 제기된 가운데, 같은 거래를 다룬 기관이 우리 측에 불리한 내용을 통지하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해 왔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손해의 배상책임을 다루므로, 책임을 논하기 전에 손해를 낳은 행위와 그 행위가 낳은 손해를 먼저 가려내어야 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배상책임의 요건을 이렇게 정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국가배상법 제2조) 이 규정에 따르면 책임의 성립에는 직무 집행, 고의 또는 과실, 법령 위반, 타인에 대한 손해의 발생이 함께 요구된다. 그중 손해의 발생은 별개의 요건이므로, 어느 행위가 손해를 냈는지는 요건마다 따로 특정해야 한다.
사례에서 확인되는 우리 측의 불이익은 우선 상대방이 낸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 청구이다. 여기에 기관의 통지와 자료 제출 요구가 더해졌다. 그러나 통지 서면에는 어떤 기관의 어떤 직위가 어떤 명의로, 어느 규범과 내부 기준에 따라 언제 결정했는지가 각각 다르게 적혀 있다. 통지에 표시된 결정 이유가 인용한 자료와 사건 당시 기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미정이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손해의 범위나 금액을 확정하기는 어렵고, 위 조문이 요구하는 손해의 발생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근거도 아직은 미정이다.
불이익이 어느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가를 때는 행위를 하나로 묶지 말고 나누어 보아야 한다. 상대방의 청구 제기는 상대방의 행위이고, 기관의 통지와 자료 제출 요구는 기관의 행위이다. 그중 어떤 행위가 어떤 불이익을 냈는지, 기관 책임과 담당자 개인의 책임을 나눌 근거가 무엇인지도 미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위 조문 제2항은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국가배상법 제2조)고 정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과 공무원에 대한 구상을 구분하고 있다.
자료와 형식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권한 행사의 적정성이나 법적 책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반대 자료가 검토되었는지, 절차에서 통지와 의견 제출이 언제 있었는지도 확인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우선 불이익의 소재를 행위별로 나눈 뒤에, 그 불이익이 법령 위반과 결합하여 손해로 이어지는지 검토하는 것이 이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다.
7.2앞 행위와 뒤 처분의 연결
불이익이 어느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가 가려진 다음에는, 그 앞 행위의 결함이 뒤 행위에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사례에서 상대방은 같은 거래를 다룬 기관이 내린 불리한 통지와 자료 제출 요구를 지목하며 손해의 원인을 삼는다. 이에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은 세무조사와 그 자료에 기초한 과세처분의 연결 구조를 다루었다. 판결요지는 그 연결을 "세무조사가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 세무조사에 의하여 수집된 과세자료를 기초로 한 과세처분이 위법한지 여부(적극)"라는 물음으로 정리한다.
앞 행위의 요건을 먼저 밝히기 위하여 판결은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1항을 인용한다. 그 조문은 "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다. 이 조문은 조사의 범위를 필요한 최소한으로 한정하면서 다른 목적에의 사용을 금지한다. 사례에서 기관이 요구한 자료의 제출 범위와 시점이 이 한정에 부합하는지, 요구가 어떤 목적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미정이다.
판결은 이 조문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조항은 세무조사의 적법 요건으로 객관적 필요성, 최소성, 권한 남용의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치국가원리를 조세절차법의 영역에서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서 구체적인 법규적 효력을 가진다." 조사의 적법 요건은 형식의 갖춤과는 별개로 객관적 필요성과 최소성에서 따져진다. 따라서 통지 서면에 기관·직위·명의·규범·내부 기준이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앞 행위의 적법이 확정되지는 않는다.
앞 행위에 위법이 있을 때 뒤 행위에 어떤 영향이 가는지, 판결은 두 단계로 나누어 말한다. 먼저 "세무조사가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행하여진 것이라면 이는 세무조사에 중대한 위법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라고 앞 행위의 결함을 확정한다. 이어서 "이러한 세무조사에 의하여 수집된 과세자료를 기초로 한 과세처분 역시 위법하다."라고 뒤 행위의 효력까지 밝힌다. 사례에서 통지에 표시된 결정 이유가 어떤 자료에 기초하였는지, 그 자료가 어느 절차에서 모아졌는지는 미정이다. 그럼에도 판결이 확인하는 것은 앞 행위의 결함이 그 산물을 거쳐 뒤 행위까지 이어진다는 구조이다.
판결은 이 구조의 까닭을 다음 문장에서 드러낸다. "세무조사가 국가의 과세권을 실현하기 위한 행정조사의 일종으로서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 등을 위하여 필요불가결하며, 종국적으로는 조세의 탈루를 막고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를 담보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더라도 만약 남용이나 오용을 막지 못한다면 납세자의 영업활동 및 사생활의 평온이나 재산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과세권의 중립성과 공공성 및 윤리성을 의심받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사의 유용성이 인정되더라도 남용이 막히지 않으면 그 자체로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된다는 설명이다. 사례에서 어떤 불이익이 어떤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 기관 책임과 담당자 개인의 책임을 나눌 근거는 무엇인지, 구제 경로로 무엇을 먼저 검토할지는 미정이다.
앞 행위와 뒤 처분이 이렇게 이어진다는 판결의 확인에도, 형식이 갖추어져 있고 자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권한 행사의 적정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앞 행위가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다른 목적에서 행하여졌는지, 수집된 자료가 뒤 행위의 근거로 실제로 쓰였는지는 각각 따로 밝혀져야 한다. 판결이 확인한 조사와 처분의 관계를 넘어 다른 연결 방식을 가정할 근거는 이 사례에서 찾을 수 없다.
7.3위법성이 놓인 지점
조사의 결함이 뒤 처분에 이어진다고 확인한 뒤에는, 그러한 결함이 과연 처분의 위법 판단 가운데 어디에서 자리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부정한 목적의 조사라는 사정은 이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1항은 세무조사의 한계를 적시하여, "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다[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1항].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은 이 조항의 뜻을 밝히면서, "이 조항은 세무조사의 적법 요건으로 객관적 필요성, 최소성, 권한 남용의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법치국가원리를 조세절차법의 영역에서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서 구체적인 법규적 효력을 가진다."라고 하였다. 이에 따라 조사 목적의 위법 여부는 절차상의 사정만이 아니라 처분 자체의 존부를 가르는 근거가 된다.
그러한 위법이 과세처분에 이르는 경로는 판결이 분명히 한다. "따라서 세무조사가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행하여진 것이라면 이는 세무조사에 중대한 위법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이러한 세무조사에 의하여 수집된 과세자료를 기초로 한 과세처분 역시 위법하다."라고 하였기 때문이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 위법성은 조사라는 앞 행위에서 발생했으나, 그 효과는 자료를 기초로 삼는 뒤 처분까지 미친다. 통지 서면의 형식이 고르게 갖추어졌거나 관련 자료가 축적되어 있더라도, 수집의 출발점이 이 목적을 벗어났다면 그 사실만으로 위법의 지점은 닫히지 않는다.
판결은 이 결론의 이유를 조사 기능의 취지에서 찾는다. "세무조사가 국가의 과세권을 실현하기 위한 행정조사의 일종으로서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 등을 위하여 필요불가결하며, (…) 남용이나 오용을 막지 못한다면 납세자의 영업활동 및 사생활의 평온이나 재산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과세권의 중립성과 공공성 및 윤리성을 의심받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 남용과 오용을 막는 것이 바로 이 규정의 구체적 효력이며, 그 효력은 자료의 적법성을 뒤처분에까지 달아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이 판례가 과세처분의 위법을 이 한 가지 사유에 묶어 두는 것은 아니다. 판결요지는 "세무조사가 (…)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 세무조사에 의하여 수집된 과세자료를 기초로 한 과세처분이 위법한지 여부(적극)"라는 물음에 답할 뿐이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 여기에 다른 위법 사유를 더하거나, 이 사유를 뛰어넘는 폭넓은 결론으로 읽는 것은 판결이 다룬 쟁점을 넘어서는 일이다. 위법성이 어떤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특정하는 것은, 통지에 표시된 결정 이유와 실제 판단 근거의 대응, 의견 제출의 시기, 반대 자료의 검토 여부와는 별도로 다룰 문제이다.
7.4고의와 과실의 따짐
위법성이 판단되더라도 책임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다음에 남는 질문은, 같은 사안에서 고의와 과실을 각각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지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배상책임을 성립시키는 요건을 나열한다.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국가배상법 제2조). 이 문구는 책임의 축을 네 개로 놓는다. 직무 집행, 고의 또는 과실, 법령 위반, 손해가 그것이다. 각 축은 다른 축으로 대신할 수 없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고의 또는 과실로"라는 표현이다. 위법 행위의 존재와 그 행위를 지은 마음의 상태는 조문 안에서 이미 나뉘어 있다. 법령 위반 여부를 따지는 데서 멈추면, 같은 행위를 놓고 고의였는지 과실이었는지, 과실이라면 어느 정도였는지는 공백으로 남는다. 이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이 문구 밖에서 새로 정해야 할 일이다.
과실의 정도는 책임의 성립에서 한 번, 구상에서 다시 등장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은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정한다. 국가 책임이 성립하는 데는 "과실"만으로 족하지만, 담당자 개인에게 구상하려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요구된다. 같은 과실이라는 낱말이 앞뒤 항에서 같은 무게로 쓰이지는 않는다.
한편 동일 조 제1항 본문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책임을 둘째 축으로 별도로 둔다. 여기에는 "고의 또는 과실로"라는 수식이 붙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불이익이 어느 축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따라 따져야 할 요소가 달라진다. 이 구분은 앞선 문장에서 본 네 개의 축 가운데 하나를 골라내는 작업이다.
이 사례에서 통지 서면의 표기와 자료의 대응 관계가 미정이므로, 어떤 축에 무엇이 대응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자료가 있고 형식이 갖추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고의가 입증되거나 과실이 특정되는 것은 아니다. 고의와 과실의 따짐은 그 자체로 별도의 판단이며, 위법성의 판단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 못한다.
7.5손해와 인과의 분리
고의와 과실을 별도로 살핀 뒤에 남는 물음은, 손해가 있었는지와 그 손해가 문제 행위에서 나왔는지를 각각 무엇으로 볼지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책임 요건을 한 문장 안에 이어 놓았으므로, 두 물음을 섞어 읽으면 각각의 판단 근거가 흐려진다.
먼저 손해의 존재를 따로 떼어 본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책임이 성립하는 경우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문장은 법령 위반이 있어도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라는 요건이 함께 갖추어져야 배상 의무가 이어짐을 분명히 한다. 다만 동항 단서는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여, 어떤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막는다(국가배상법 제2조). 그와 별개로 제3항은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의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국가배상법 제2조). 따라서 단서의 적용 범위가 문제인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의 가부와 위자료 청구의 가부를 서로 다른 문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손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따로 본다. 위 인용한 제1항 본문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라는 순서로 요건을 이어 놓았다(국가배상법 제2조). 이 구절은 법령 위반 행위와 타인이 입은 손해가 이어져야 함을 뜻한다. 여기서 행위와 손해를 잇는 연결 자체가 책임 요건의 한 축임이 드러난다. 이 사례에서 상대방은 계약 해지와 경제적 손해 청구를 함께 내었고, 기관은 불리한 내용을 통지하면서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였다. 어떤 불이익이 어떤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미정이다. 미정인 상태에서 손해의 존재만 확인하고 연결을 넘겨버리면, 제1항 본문이 요구하는 요건 중 한 축이 빠진다.
손해액의 구체적 산정은 이 장에서 다루지 않으므로 금액을 적거나 계산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확인할 것은 손해의 존재를 무엇으로 볼지와, 행위에서 손해로 이어졌다는 연결을 무엇으로 볼지를 각각 따로 놓고 판단 근거를 세우는 일이다. 통지 서면에 적힌 기관·직위·명의·규범·내부 기준·결정 시점이 서로 다르게 기재되어 있는 점은, 손해의 존재와 연결의 판단에 함께 들어올 수 있으나 그 자체로 어느 한쪽의 판단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통지와 의견 제출의 시기, 반대 자료의 검토 여부도 미정이다.
기관 책임과 담당자 개인의 책임을 나눌 근거 역시 같은 분리에 놓인다. 제1항 본문은 책임 주체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적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정한다(국가배상법 제2조). 구상은 같은 손해를 두고 내부에서 책임을 나누는 문제이므로, 손해의 존재와 행위에서 손해로 이어진 연결이 먼저 특정되어야 한다. 사안에서 자료가 있고 형식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은 권한 행사의 적정성이나 법적 책임의 성립을 곧 뜻하지 않는다.
7.6요소별 검토의 순서
손해와 인과를 가른 뒤에는 이제 네 요소를 어떤 순서로 놓고 읽을지가 남는다. 그 순서를 정하는 기준으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문언을 먼저 읽어 두어야 한다. 정리하는 것은 각 요소를 나누어 보는 읽는 순서일 뿐이고, 그 평가 끝에 책임이 성립하는지, 그 책임을 어느 주체에 돌릴지는 정하지 않는다.
문언의 순서를 따라 읽으면, 배상책임은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를 하나의 구성으로 둔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개정 2009. 10. 21., 2016. 5. 29.>”라고 규정한다(국가배상법 제2조). 이 문언은 직무 집행, 고의 또는 과실, 법령 위반, 손해 입힘이 각각 무엇으로 볼지를 묻는 자리임을 가르친다. 단서와 개정 표기는 위 구성의 외곽을 이루므로 읽는 순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 문언을 앞에서 나눈 손해·인과와 견주면, 손해의 존재와 행위에서 손해로의 연결을 둘로 본 뒤에 위법성과 과실을 따로 놓고 묻는 흐름이 보인다. 위법성은 행위가 법령에 어긋났는지, 과실은 그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를 각각 묻는다. 네 요소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는다. 어떤 행위에서 불이익이 비롯되었는지가 미정이라면 인과관계 요소만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무엇인지가 먼저 미정으로 남는다.
위법성 요소를 세무조사에 관한 대법원 판시에 대조하면, 그 문장은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은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제1항을 인용하며, “세무공무원은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세무조사를 하여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 인용은 조사권의 한계를 법령에서 읽어내는 자리가 위법성의 판단임을 보인다. 같은 판결은 조사 자체의 적법 요건을 객관적 필요성, 최소성, 권한 남용의 금지로 들며, “세무조사가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 검증이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 부정한 목적을 위하여 행하여진 것이라면 이는 세무조사에 중대한 위법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이러한 세무조사에 의하여 수집된 과세자료를 기초로 한 과세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 이 판시는 그 목적의 이탈을 묻는 자리를 위법성 요소에 놓는다. 같은 판결은 남용과 오용을 막지 못할 때 생기는 결과로, “납세자의 영업활동 및 사생활의 평온이나 재산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과세권의 중립성과 공공성 및 윤리성을 의심받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인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 이 덧붙임은 위법성 판단이 사후에 생기는 불이익과 분리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같은 판결은 객관적 필요성, 최소성, 권한 남용의 금지를 “법치국가원리를 조세절차법의 영역에서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서 구체적인 법규적 효력을 가진” 기준이라고 설명한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659 판결).
통지 서면에 어떤 기관과 어떤 직위가 어떤 명의로 어느 규범에 따라 언제 결정했는지가 각각 다르게 적혀 있으므로, 그 표시에 맞추어 질문을 나누어 놓는 편이 낫다. 문제 행위가 무엇인지, 그 행위가 법령에 어긋났는지, 그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 어떤 불이익이 생겼는지, 그 불이익이 그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는 각각 다른 사실을 요구한다. 제2조 제1항의 구성에 비추어 볼 때, 표시된 결정 이유가 사건 당시 기준과 어떻게 대응하는지, 절차에서 통지와 의견 제출이 언제 있었는지, 반대 자료가 검토되었는지는 아직 미정이다. 미정인 항목은 해당 요소의 판단 근거가 없는 자리로 남기고, 이를 다른 요소로 메우지 않는다.
결국 요소별 검토의 순서는 문제 행위를 먼저 확정하고, 그 행위가 법령에 어긋났는지와 그 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를 각각 묻고, 그다음에 어떤 불이익이 생겼는지와 그 불이익이 그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나누어 살피는 순서이다. 자료가 있고 형식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느 요소도 충족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