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책임을 기관과 개인 가운데 어디에 귀속시킬 수 있고, 부당하다는 평가가 법적 책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묻는다. 제2조가 정한 배상책임의 자리와 공무원·직무집행의 요건을 살핀다. 법령 위반과 귀속의 기준, 손해와 고의·과실의 자리, 부당함과 법적 책임의 차이를 거쳐 기관 책임과 구상의 관계를 검토한다.
8.1제2조가 정한 배상책임
요소를 나누어 읽는 일이 끝난 자리에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하여 국가배상법 제2조가 배상 책임자를 누구로 특정하고 어떤 행위를 전제로 삼는지부터 조문의 문언 그대로 확인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책임 주체를 먼저 밝히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문언은 배상 책임을 지는 자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특정하고,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행위를 그 책임의 근거가 되는 사실로 둔다. 동 항은 책임의 전제로 직무 집행 중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법령 위반과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을 함께 요구하므로, 통지 서면에 기재된 기관의 명의나 담당자의 직위가 갖추어져 있다는 사정만으로 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항의 단서는 배상 책임의 범위에 예외를 둔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는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단서가 말하는 대상과 사유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거래상의 불이익이 위 단서에 나열된 직무와 상해 유형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부는 미정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국가는 공무원 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별도의 구상 근거를 둔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은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구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부담한 배상을 공무원에게 되돌려 청구하는 형태를 띠며, 그 요건으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일반 과실로 끝난 경우에 기관 책임과 담당자 개인의 책임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에 관한 근거는 이 조항에서 찾기 어렵고, 이 사안에서 담당자 개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지도 미정이다.
이 문언의 구조에 따르면 타인이 먼저 배상을 청구할 상대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고, 공무원 개인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구상권을 행사할 때의 상대방으로 놓인다. 통지 서면에 표시된 기관의 명의, 담당자의 직위, 결정 근거로 적힌 규범과 내부 기준, 결정 시점이 서로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는 점은 책임의 귀속을 판단할 때 어떤 행위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가리는 문제를 남긴다. 그러나 제2조의 문언이 정한 배상 책임의 틀 자체는 그대로 두고, 조문에 없는 요건을 더하거나 적용 범위를 넓혀서 판단하지 아니한다.
8.2공무원과 직무집행의 요건
제2조가 정한 배상책임의 문언을 확인한 뒤, 남는 물음은 책임의 전제가 되는 주체와 행위의 요건을 어떻게 나누어 읽는가이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조문이 "공무원"이라 부르는 자의 범위와 "직무를 집행하면서"라는 표현이 요구하는 사정을 각각 따로 놓고 살펴야 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책임의 전제로 삼는 주체를 열거한다. 동 조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한다(국가배상법 제2조). 이 문언은 괄호 안의 정의를 통해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을 공무원이라는 호칭 아래 묶는다. 정의가 붙은 이상 경력이나 임용 형태를 기준으로 삼아 이 범위를 임의로 넓히거나 좁힐 수 없고, 위탁 여부와 위탁받은 공무의 범위를 사안마다 확인해야 한다.
같은 조항은 행위의 요건으로 "직무를 집행하면서"라는 표현을 둔다(국가배상법 제2조). 이 표현은 직무와 관련이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며, 행위가 직무의 집행 과정에서 이루어졌음을 요구하는 것으로 읽힌다. 따라서 개인의 경력이 길거나 직위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직무집행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고, 어떤 행위가 어느 직무의 집행에 해당하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이 사례에서 통지 서면이 누구의 어떤 명의로 발신되었는지가 적혀 있다 하더라도, 그 명의가 곧 직무집행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뜻은 아니다.
조문은 직무집행과 더불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요건을 요구한다(국가배상법 제2조). 고의 또는 과실과 법령 위반이 함께 갖추어져야 비로소 제1항 본문의 책임이 문제된다. 다만 동 조항 단서는 예외를 두어,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한다(국가배상법 제2조). 이 단서는 요건을 완화하는 규정이 아니라 청구 자체를 막는 예외이므로, 어느 사안에서 적용되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공무원 개인에 대한 책임의 근거도 같은 조항에서 나온다. 제2조 제2항은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규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배상한 뒤 공무원에게 되돌려 구하는 구상을 정한 것이고, 그 요건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다. 그러므로 담당자 개인의 책임을 논하기 전에 제1항 본문의 배상책임이 성립했는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하고, 개인에게 요구되는 정도는 제1항의 고의 또는 과실보다 무겁다.
이 사례에서 관계 기관은 불리한 내용의 통지와 자료 제출 요구를 함께 보내 왔고, 그 통지에는 어떤 기관의 어떤 직위가 어떤 명의로, 어느 규범과 내부 기준에 따라 언제 결정했는지가 서로 다르게 적혀 있다. 이러한 표시만으로는 제2조가 요구하는 주체의 요건이나 직무집행의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어떤 불이익이 어떤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그 행위가 누구의 직무집행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판단을 미루어 두어야 한다.
8.3법령 위반과 귀속의 기준
주체와 직무 관련 행위의 요건을 살핀 데 이어, 이제는 법령 위반이라는 요건이 귀속 구조에서 어디에 놓이는지가 문제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을 하나의 문장에 묶어 두는데, 그 문언의 순서를 그대로 읽어야 기관 책임과 담당자 개인의 책임이 갈리는 자리를 정확히 잡을 수 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배상의무자를 규정하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이 문장에서 배상의무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고, 공무원은 배상의무의 주체가 아니라 그 직무 집행 행위가 기관에 귀속되는 통로로 놓여 있다. 법령 위반은 공무원의 행위에 부가되는 요건이며, 그 위반이 성립해야 비로소 기관이 손해를 떠안는다.
같은 조 제1항은 다만에서 예외를 두는데,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다(국가배상법 제2조). 이 단서는 요건의 성립과 별개로 청구 자체를 막는 장치이므로, 법령 위반이라는 요건을 해석할 때 이를 요건의 결여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다만은 요건을 지우지 않고, 성립한 청구권의 행사만을 제한한다.
그렇다면 귀속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제2조 제1항은 손해의 원인을 공무원의 행위로 특정하고, 그 행위가 직무 집행 중에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한해 기관이 배상한다고 한다. 따라서 도덕적 비난이 크거나 업무 수행이 부적절해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법령 위반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 사례에서 통지 서면에 적힌 기관·직위·명의·규범과 내부 기준의 표기가 서로 다르더라도, 그 표기만으로 법령 위반이 충족되거나 결여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불이익이 어느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행위가 어느 규범을 위반했는지는 미정이다.
한편 기관 책임과 담당자 개인의 책임은 서로 다른 장소에 놓인다. 제2조 제2항은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구상은 기관이 이미 타인에게 배상한 뒤에 그 공무원을 상대로 회수하는 관계이므로, 개인 책임은 기관 책임에 선행하지 않고 그 뒤에 붙는다. 그러므로 이 사례에서 기관 책임과 담당자 개인의 책임을 나눌 근거는 법령 위반의 성립 여부와 그 위반에 대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함께 놓이는 자리에서 찾아야 한다. 자료가 있고 형식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근거가 마련되는 것은 아니며, 구제 경로의 선후 역시 아직 미정이다.
8.4손해와 고의·과실의 자리
법령 위반이 귀속의 축이라면, 국가배상법 제2조가 손해와 고의·과실을 문언에 어떻게 놓는지 그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 먼저 손해의 자리를 확인하고, 이어서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확인하면 이 둘이 각각 어떤 몫을 담당하는지 드러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은 책임의 요건을 한 문장에 나열하여 두는데, 그 나열의 처음에 손해가 등장한다. 조문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국가배상법 제2조)라고 규정한다. 이 문언에서 손해는 배상의 대상을 한정하는 자리에 놓인다. 기관이 배상하여야 할 것은 결국 “그 손해”이므로, 손해가 특정되지 않으면 배상의 범위도 정해지지 않는다. 다만 같은 항의 단서는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다른 법령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예외를 둔다. 이 사례에서 어떤 불이익이 실제 손해에 해당하는지, 그 손해가 어느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미정이다. 손해가 결과적으로 불리하다는 점만으로 제2조가 요구하는 손해가 성립한 것은 아니다.
같은 문장에서 고의 또는 과실은 법령 위반에 부가되는 한정으로 놓인다. 즉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라는 부분이 차례로 이어지므로, 공무원의 고의·과실은 법령 위반과 결합하여 판단된다. 정신적인 인상이나 결과의 불리함만으로 고의·과실을 기정사실화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이 사례에서 고의·과실의 유무는 미정이고, 통지 서면에 기재된 사실이 곧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제2조 제1항 본문의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 한하여 같은 조 제2항은 기관과 공무원 사이의 관계를 정한다. 조문은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국가배상법 제2조)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고의·과실을 다시 한 번 끌어들여 기관의 구상 가능성을 정한다. 이 사례에서 구상이 문제될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며, 구상이 문제되기 전에 우선 제1항 본문의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손해와 고의·과실은 제2조에서 서로 다른 자리를 맡는다. 손해는 기관이 배상하여야 할 대상을 한정하고, 고의·과실은 법령 위반과 결합하여 요건을 구성하며, 같은 요소가 다시 구상의 단계에서 비중을 갖는다. 이 사례에서 어떠한 불이익이 어떤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는 각각 별도로 확인할 문제로 남는다. 자료가 있고 형식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의 성립이나 고의·과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며, 요건의 충족 여부는 남은 판단의 문제이다.
8.5부당함과 법적 책임의 차이
손해와 고의·과실을 각각 둔 문언의 배열을 확인한 뒤에는, 그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책임이 성립한다는 결론과 불리하다는 평가를 떼어 놓는 일이 남는다. 통지가 우리 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내려진 것은 이 사례에서 확인된 사실이지만, 그 사실만으로 책임이 성립하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여기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요건의 충족 여부와 부당함의 평가가 서로 다른 문제임을 구분한다.
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책임이 성립할 조건을 한 문장에 모아 두고 있다.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한다는 문언이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은 직무 집행, 고의 또는 과실, 법령 위반, 손해의 발생을 모두 짚고 있으며, 네 요건 가운데 어느 하나가 빠지면 책임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다만 동항 단서는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고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 등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배상 청구를 막으므로, 이 단서가 해당하는 사안에서는 청구 자체가 닫힌다.
부당하다는 평가는 이 요건의 충족 여부와 겹치지 않는다. 통지에 담긴 결정이 우리 측에 불리한 내용이라도 그 불리함은 결과의 방향을 말할 뿐이고,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요건의 충족 여부는 법문에 적힌 조건의 충족으로 판단하지, 당사자가 느끼는 억울함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요건의 판단에는 사례마다 확인이 필요한 사실이 남는다. 어떤 불이익이 어떤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 통지에 적힌 결정 이유가 사건 당시 기준과 어떻게 대응하는지, 절차에서 통지와 의견 제출이 언제 있었는지, 반대 자료가 검토되었는지는 모두 미정이다. 미정인 사항은 요건 중 어느 것에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짚어야 하며, 확인 전에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이 사례를 놓고 보면, 통지 서면에 기관과 직위, 명의, 규범과 내부 기준, 결정 시점이 각각 다르게 적혀 있다는 사실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서면의 형식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정만으로 법령 위반이나 고의·과실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 관계는 요건의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한 채 남는다.
결국 이 사례에서 부당하다고 평가할 만한 점과 법적 책임의 요건이 충족되었다는 판단은 별개로 놓아야 한다. 자료가 있고 형식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이 곧 권한 행사의 적정성이나 법적 책임의 성립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통지 내용이 불리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책임을 끌어낼 수는 없다.
8.6기관 책임과 구상의 관계
요건 충족의 판단과 법적 책임의 성립을 나눈 뒤에는, 그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다음 쟁점이 된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기관 책임과 공무원에 대한 구상을 한 조문 안에 함께 두고 있으므로, 두 책임의 관계를 조문의 배열에서 읽어 두어야 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배상 책임을 지는 주체를 먼저 적시한다. 그 조문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이어서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단서를 둔다(국가배상법 제2조). 이 문장에 따르면 손해 배상의 첫 책임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라는 기관에 귀속되고, 공무원의 직무 집행은 그 책임이 성립하는 요건의 한 부분으로만 자리한다. 통지 서면에 어떤 직위의 어떤 명의가 적혀 있는지는 이 귀속을 바꾸지 않으며, 9.7 내지 9.10의 판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사정은 달리 볼 수 없다.
기관 책임의 성립이 확인된 뒤에야 비로소 구상이 문제 된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은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구상은 기관이 이미 타인에게 손해를 배상한 뒤에 그 손해를 내부에서 회수하는 관계이므로, 제1항 본문의 요건 충족과 제2항의 요건 충족은 별개의 판단을 요구한다. 같은 거래를 다룬 기관이 우리 측에 불리한 내용을 통지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해 왔다고 하여, 그 통지가 곧 공무원 개인에 대한 구상 요건의 충족을 뜻하지 않는다.
구상 요건에서 조문은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 이는 제1항이 요구하는 "고의 또는 과실"보다 좁은 것으로, 통상의 과실만으로는 기관이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하여도 공무원이 타인에게 직접 배상 책임을 진다는 결론이 따라 나오지는 않는다. 조문이 정한 관계는 기관이 타인에게 배상한 뒤 공무원에게 구상하는 것이므로, 기관 책임과 개인 책임은 성립 요건도 근거도 서로 다르다. 담당자 개인의 책임을 나눌 근거를 찾을 때에는 제2항의 요건을 넘겨 개인 책임을 확정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통지에 표시된 결정 이유와 사건 당시 기준의 대응 관계, 절차에서 통지와 의견 제출이 언제 있었는지, 반대 자료가 검토되었는지는 미정이다. 어떤 불이익이 어떤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도 특정되어 있지 않다. 자료가 있고 형식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관 책임의 성립이나 구상 요건의 충족이 확인되는 것은 아니며, 같은 사안에서 기관 책임이 이미 성립한 경우 그 성립을 전제로 한 개인 책임의 반복된 심리는 요구되지 않는다.